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
가슴팍에서 오른 어깨로 이어지는 핏줄기.
되려 3공자가 눈썹을 모았다.
분명 그 손에 두른 내공이 남궁완의 호신강기를 풀어헤친 느낌이었다. 제대로 된 한 수였거늘, 상처가 깊지 않았다.
검격 안의 한 수가 빗나갔다면 다음은 남궁완의 차례였다.
몸을 뒤로 확 젖힌 남궁완 아저씨가 검을 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는 것과 동시에 묵직한 발길질이 3공자의 허리를 걷어찼다.
쾅-!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옆구리를 걷어차인 3공자가 객잔 담벼락까지 날아갔다.
담벼락이 부서지며 3공자의 모습이 먼지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보통 사람이 맞았다면 그대로 으스러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3공자는 미간을 좁힌 채 먼지구름 사이를 걸어 나왔다.
그 짧은 사이 팔로 막아 낸 것이다. 팔꿈치 아래 소맷자락이 찢어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3공자가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
“좀 전엔 무슨 짓을 한 건가?”
남궁완 아저씨가 오른손의 검을 한 바퀴 돌리며 비웃었다.
“네 놈 손이 무딘 거겠지.”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야율이 걱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연아?”
괜찮다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려다가 나직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조금 전 공격을 비껴 나가게 한 영향이었다.
자연지기로 3공자가 손에 두른 기파를 흐트러트리고 그사이 진기 방패를 펼쳤다.물론 찰나만에 찢겨 나갔지만, 종이 한 장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지 않나?
1초를 다투는 영역에선 그것만으로도 중상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번 못 해.’
남궁완 아저씨와 3공자 둘 다 묘한 점을 느꼈으나, 당장 비무를 하는 지금은 까닭을 파헤칠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계속 손을 쓴다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버틸 수가 없었다.
한 번 막은 것만으로도 머리가 이렇게 지끈거리는데 몇 번이나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일대일 비무에 끼어든 셈이 되었지만······.
어쨌든 사는 게 중요했다.
‘고결한 죽음 따위 개나 주라지.’
아버지의 죽음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나는 얕게 숨을 쉬며 다시 3공자를 바라보았다. 3공자의 내공 흐름이 살짝 흐트러진 것이 보였다.
‘내상을 입었어.’
피를 토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궁완 아저씨의 발차기에 호신강기가 부서진 탓인 듯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서로 한 수를 교환한 셈이 되었다.
3공자가 살짝 귀찮다는 듯 말했다.
“숨겨 둔 힘이 아직 남아 있을 줄이야. 어디 그 방법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 보자고.”
아직은 남궁완 아저씨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거라 여기는 듯했다. 게다가 여유롭기까지 했다.
“······.”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보자고?
세상에 완전무결한 무공은 없었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께 전음했다.
「 3공자가 좌장을 하단에서 우측 상단 방향으로 올려치는 수를 펼칠 때 무게 중심축인 오른발이 흔들려요. 」
권장법을 익혔더라도 자주 쓰는 손과 발이 있다. 그리고 미세한 불균형이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궁완 아저씨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전음을 할 여유가 없을 테니까. 나도 최대한 말을 짤게 했다.
「오른팔을 내주세요.
일격 승부예요.」
······알아들으셨겠지.
몸을 숙였던 3공자가 바닥을 박차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3공자는
아저씨를 죽일 생각이 없어.’
처음에는 오른팔이 덜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오른팔을 약화해 승부를 가져오려는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방금 내가 막은 공격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른팔을 약화하는 게 아니라 오른팔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그러고 보면 비무에서 이겼을 때오른팔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목숨은두고 팔만 취하라는 명령을 받은 거겠지.’
3공자가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는 것을 봐서는 상부······ 그러니까 교주의 명령 정도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기회가 있었다.
남궁완 아저씨도 제 팔을 노린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터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팔을 약점으로 노출한다면 3공자는 분명 그곳을 노릴 것이다.
그때 남궁완 아저씨에게서 전음이 왔다.
「 아주 지짜 네 팔이지? 」
팡!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권격에 휩쓸린 남궁완 아저씨의 머리카락이 나폴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제정신인가? 비무에 집중 안하고 뭐라는 거야?’
게다가 아주 중요한 말도 아니고 농담이었다.
지금 농담이 나와? 농담 하지 마!
난 농담할 상태 아니니까!
남궁완 아저씨는 더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처음처럼 검을 휘둘렀다.
3공자가 슬쩍 웃었다. 마치 그 팔로 다시 공세를 선택한 것을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역시나 남궁완 아저씨의 팔은 검격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슬슬 남궁완 아저씨의 몸에도 잔 상처가 늘어갔다.
3공자가 말했다.
“이만 패배를 인정하지 그러나? 어차피 오래 못 버틴다는 것을 알지 않나? 오른팔, 점점 느려지는 군.”
남궁완 아저씨가 무심하게 말했다.
“어디서 개가 짖나?”
“······.”
3공자의 표정이 굳었다.
순간, 남궁완 아저씨의 오른팔에 빈틈이 크게 보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3공자의 좌장이 하단에서 솟구쳤다. 팔이 잘리고도 남을 공력이었다.
이건 도박이었다. 제 오른팔을 미끼로 쓴다는 사시을 안다면 3공자는 더는 팔을 노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꼭 비무 도중 오른팔을 취할 필요 없이 어차피 비무에서 패배선언을 받아 내기만 해도 오른팔을 취할 수 있으니까.
남궁완 아저씨는 오른팔을 빼는 대신 미리 기다렸다는듯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3공자의 좌장이 남궁완 아저씨의 호신강기를 찢어내며 상완을 강타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남궁완 아저씨의 검이 3공자의 몸을 꿰뚫었다.
“······.”
“······.”
나는 쓰러질 것 같아 내 옆의 야율을 꽉 붙잡았다.
머리가, 정수리가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물었다.
“내 팔만 그리 노린 것은 교주의 명령인가?”
쿨럭. 3공자가 기침하자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3공자가 말했다.
“교주님이시다.”
“지랄. 내 교주도 아닌데.”
남궁완 아저씨가 가차없이 검을 쑥 뽑았다. 탁 트인 공터에 피비린내가 느껴질 정도였다.
3공자의 발치로 거침없이 흘러내린 피가 점차 고였다. 심장과 가까운 동맥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치명상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싸늘하게 말했다.
“제 바보같은 명령으로 아들 목숨을 잡아먹었군.”
3공자가 잠시 의아한 얼굴을 했다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 맞아. 그랬지. 네 누이가 죽었지. 복수로군.”
“······.”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에 남궁완 아저씨가 이를 꽉 물었다.
노기를 토하기엔 3공자의 눈빛은 이미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3공자가 중얼거렸다.
“허나, 교주님껜 혈육 따윈 무가치한 것을.”
털썩.
무릎이 바닥에 닿은 3공자가 눈동자를 굴려 정확히 나를 직시했다. 일부러 찾아낸 듯한 움직임이었다. 3공자의 입이 달싹 였다.
「 곧 깨달을 것이다. 」
귀를 통해 머릿속에 3공자의 목소리가 울리듯 들렸다. 전음이었다.
“······?”
그 전음을 마지막으로 3공자는 바닥에 엎드리듯 쓰러졌다.
‘곧 깨달을 것이다?’
뭘?
하지만 여기서 더 생각에 골똘하기에는 당장 두통이 너무 심했다.
그때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 무사들의 날 선 기운이 동시에 한 곳으로 향했다.
객잔 입구에 좀 전에 3공자의 명령을 받고 물러갔던 흑의인이 수하로 보이는 여럿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흑의인은 객잔에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서 정중하게 양손을 모은 후 말했다.
“3공자의 시신을 거둬 가도 되겠습니까?”
3공자의 죽음에 동요 한 점 없는 목소리였다. 굳이 따지자면 약간의 애석함이 담긴 정도?
남궁완 아저씨가 답했다.
“꺼져.”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의 무사들에게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내기 흐름이 느껴졌다.
다들 병력들이 덮쳐 올 것을 대비하여 이미 반쯤 출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또다시 싸움이 일어날까 긴장했으나 상대는 허탈할 정도로 순순했다.
“알겠습니다.”
“······.”
그 대답을 끝으로 흑의인은 수하들과 함께 물러갔다.
저게 지금 무슨 반응인 거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상태에서도 얼떨떨했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싼 병력에서도 움직임은 없었다.
분명 3공자가 죽은 사실을 알텐데···.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닌 듯 다들 목소리를 낮춘 채 수군거렸다.
“왜 공격하지 않는 거지? 정말 약속을 지키려는 건가?”
“저놈들이 순순히 약속을 지킬까요?”
“아직 몰라. 저들도 당황한 걸지도. 긴장을 늦추지 마.”
수군거림 속에서 백리 세가의 무사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나는 말 걸지 말라는 듯 손바닥을 내보이고 앞으로 걸었다. 한 걸음 거을 때마다 머리가 징징 울리는 기분이었다.
야율이 나를 부축해 줬다.
3공자의 앞에 다다랐을 때 내 팔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지고눈앞이 가려졌다.
“봐서 뭐 하려고?”
“······.”
한 놈은 이을 가리고 한 놈은 눈을 가리고.
이것들 번갈아 가면서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