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남궁완 아저씨는 대답 없이 3공자를 매섭게 바라볼 뿐이었다.
3공자가 말을 이었다.
“내가 이기면 자네는 팔을 내놓게. 자네가 이기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지.”
남궁완 아저씨가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네놈 말을 어찌 믿지?”
“내가 굳이 이런 제안을 해서 얻는 이득이 있나?”
“하, 내가 널 죽여도 저놈들이 가만히 있는다는 뜻이냐?”
3공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무란 게 원래 그런 게 아닌가?”
“······.”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건가?”
남궁완 아저씨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아니, 좋다.”
즉답. 3공자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 맘에 드는군.”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가 아직도 야율이 내 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읍읍!”
이제 놓으라며 떼어 내려 했지만 어찌나 거세게 붙잡고 있는지 미동도 없었다. 심지어 좀 전에 야율이 입을 막을 때 백리 세가 무사들은 감사하다는 듯이 보기까지 했다.
3공자가 어떤 손짓을 하자 바깥에서 온통 시커멓게 두른 사람들이 담벼락에 올라왔다.
3공자가 말했다.
“모두 들었을 테니, 설명은 않겠다. 내가 지면 물러나라.”
“알겠습니다.”
반문도 없이 깔끔했다. 그때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 기회가 생긴다면 바로 떠나거라. 」
남궁완 아저씨의 전음이었다.
「 넌 똑똑하니 내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류청을 부탁한다. 」
남궁완 아저씨는 내게 전음한 사실을 전혀 티 내지 않으며 내원 중앙으로 향했다.
객잔에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좀 전까지 남궁류청과 야율이 비무를 하던 곳이었다.
마주 향하는 3공자는 객잔이 마치 제 집인 것마냥 뒷짐을 진 채 아주 느긋한 태도였다. 여유가 느껴졌다.
비무라니.
남궁완 아저씨의 뜻을 이해했다. 마교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남궁완 아저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그건 시간과 기회를 벌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있는 이곳 악양은 백리 세가에서 멀지 않았다. 마교 놈들이 백리 세가의 눈을 어떻게 피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일 것이다.
‘바로 지원이 올 거야.’
이미 지원을 보냈고 당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일 수도 있다.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이곳을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는 게 옳았다.
게다가 남궁완 아저씨가 3공자를 비무에서 끝내기라도 한다면 훨씬 더 탈출이 용이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3공자는 왜 비무를 제안했는가. 심지어 처음부터 비무를 하자면 될 것을 왜 이제 와서 제안한단 말인가?
인정하고 싶지만,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3공자가 비무 제안을 하기 전 무엇을 했나?
남궁류청을 기습하고, 이에 남궁완 아저씨가 받아치며 짧은 사이에 수십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안 것이다. 남궁와 아저씨가 저를 상대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팔을 아직 다 회복하지 못한 것을······.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생사를 갈랐다.
그 사실을 남궁완 아저씨 또한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게 그런 당부를 한 것이다.
남궁류청이 아버지를 두고 도망칠 리 있겠는가?
제 아버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남궁류청을 보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이었다.
‘알았다면 저리 태연할 리가 없겠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남궁류청이 나를 돌아보았다.
야율도 손에서 힘을 뺐다.
나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가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괜찮아?”
“······.
남궁류청은 잠시 제 몸을 바라보듯 시선을 두었다. 내가 오금을 내리쳤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터였다.
남궁류청은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다시 남궁완 아저씨를 보았다.
나는 아직 둔한 머릿속을 짜내듯 굴렸다.
‘3공자, 3공자······.’
하지만 정말로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어떤 무공을 쓰는지, 어떤 실력자인지는 고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상해.’
교주의 자식 정도되면 나름 중요 인물이지 않나?
‘아니면, 남궁류청이 활동할 때쯤엔 이미 죽었나?’
마교 안에서 조용히 죽었더라면 내가 아무 정보도 모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나 때문에?’
내가 남궁완 아저씨를 치료했기 때문에?
내가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남궁완 아저씨와 3공자가 서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 갑작스러웠던 격돌과 달리 마주 선 둘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게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함임을 모두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그리고 이미 몇 차례나 싸움이 벌어진 탓에 버티지 못한 바닥의 석판이 파삭, 부서지는 소리를 낸 순간.
남궁완 아저씨가 빗살처럼 튀어 나갔다. 흐릿한 잔영까지 남은 남궁완 아저씨의 검을 3공자의 양손이 막았다.
쾅-!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터졌다. 가공할 공력의 격돌에 먼지구름이 회오리처럼 주변에 일어났다.
푸른 청색 의복과 흑색 의복.
검을 쓰는 남궁완 아저씨와 새카만 수투를 낀 손으로 권장법을 쓰는 3공자.
내원을 뒤엎은 먼지구름에 시야까지 흐려지자 마치 야율과 남궁류청의 대련이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쿠릉- 쾅 콰쾅!
굉음이 먼지구름 안에서 이어졌다. 그들의 어지러운 움직임에 먼지구름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 탓에 안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간간이 백색 검광만 흐리하게 보일 뿐이었다.
소리가 들릴 때는 그나마 나았다. 소리가 없을 때가 더 무서운 상황이었다. 남궁류청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것처럼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물론 나는 먼지구름과 상관없이 그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더는 남궁류청과 야율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은 훨씬 더 수준 높았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내 앞을 보호하듯 막아선 백리 세가의 무사 한 명을 뒤로 확 당겼다.
날아온 검기가 바로 무사가 서 있던 곳의 석판을 부서트렸다.
산산조각이 난 석판 아래 바닥까지 움푹 팰 정도였다.
“가, 감사합니다.”
놀란 백리 세가의 무사가 얼떨떨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놀란 시선들이 내게 와 닿는 게 느껴졌다.
잘못하면 백리 세가의 무사들이 다칠 뻔한 상황이었으나, 남궁완 아저씨가 공격 범위까지 생각할 만큼 여유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넓어 보이던 내원이 이제는 답답할정도로 좁아 보였다. 내원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태호석과 나무, 화초들은 이미 제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순간 3공자의 장력에 객잔 기둥 하나가 마치 짐승에게 물린 것처럼 뜯겨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남궁완 아저씨와 3공자의 공격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남궁완 아저씨는 단기 결전을 노리는 듯 처으무터 전력으로 매서운 공세를퍼부었다. 남궁류청에 비하면 훨씬 더 깊고 심후한 공력이었다. 그 공격을 맞받아칠 때마다 3공자가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3공자가 불리해 보이는 형세였다. 하지만 3공자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3공자는 최대한 남궁완 아저씨의 공격을 흘려 내며, 남궁완 아저씨의 오른팔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었다.
오른팔의 움직임이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점차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조급하다 여기는지 3공자가 놀리는 것이 역력한목소리로 말했다.
“소가주, 그렇게 공격해도 괜찮겠나? 싸움을 길게 가져가야 도움이 되····!”
말을 잇던 3공자가 다급하게 공격을 피했다.
“아······!”
가슴팍이 꽤 크게 베였는데, 호신강기에 막혀 깊은 상처까지는 미치지 않은 듯 보였다.
내내 여유롭던 3공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고 보면 3공자는 수투를 낀 손으로 남궁완 아저씨의 검을 상대했다.
수투란 손을 보호하는 장갑이자 무기인데······ 새삼 맨손으로 남궁류청을 상대했던 야율의 행태가 정말 미친 짓으로 느껴졌다.
한번 밀려나기 시작해서인지 3공자의 옷자락이 이곳저곳 베이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피도 비치기 시작했다.
남궁완 아저씨의 공격을 계속 흘려 내기 힘든지 3공자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이대로만 이어지면 승리가 눈앞일 것 가은 상황에서······
남궁완 아저씨의 공세가 갑자기 줄어들었다.
“······.”
처음 비무를 하자고 할 때부터 걱정하던 그 상황이 되었다.
아직 검을 놓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검끝이 의도한 위치를 살짝 빗나갔다. 종이 한 장보다 더 얇은 차이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그때부터 3공자의 공방이 뒤바뀌었다. 약간 당황한 듯 보였던 3공자의 안색도 돌아왔다.
3공자가 내뿜은 장력을 남궁완 아저씨가 왼손으로 맞받아쳤다.
쾅-!
쇠북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싸움이 점차 장력 대결 양식으로 흘러갔다.
둘 다 내공의 깊이는 비슷했으나, 권장법을 주로 쓰는 3공자에게 유리한 방향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3공자의 권장법에 익숙해져 갔다.
장력을 맞부딪친 충격에 남궁완 아저씨와 3공자가 서로 밀려났다. 밀려나기 무섭게 3공자의 발이 바닥을 찍으며 파고들었다.
남궁완 아저씨도 대비한 것처럼 로 검을 횡으로 휘둘렀으나······.
미세한 차이로 늦었다.
그 틈을 탄 3공자의 손이 남궁완 아저씨의 검격을 파고들었다. 내력을 머금은 손끝이 남궁완 아저씨의 호신강기를 찢어냈다.
피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