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취해있을 수 없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야?”
야율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찬잔을 쥔 내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세상엔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 힘을 휘두르며 약자들을 버러지처럼 짓밟는 자들. 다 죽어 마땅하지.”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인상을 찡그렸다.
죽어 마땅한 자들? 복수를 말하는 건가?
야율이 의자 위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나를 보았다.
“너와 지내보니 더 잘 알겠더라고. 천마가 내게 천마지보의 회수를 지시했어.”
나는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렸다.
“천마가 너한테 그걸 지시했다고? 내가 당연히 너를 알아볼 걸 뻔히 알면서도 왜······!”
왜긴 왜겠는가?
야율이 고개를 기울였다.
“무림맹에 나를 고발할 거야? 여기 마교의 첩자가 있다고.”
“······.”
“할 수 있겠어?”
이를 꽉 깨문 나는 야율을 노려보았다.
야율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걱정 마, 연아. 일은 간단하니까.”
“간단하다니?”
“네가 날 막으면 돼.”
야율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비무 대회의 승자는 한 명뿐이니 우리는 언젠가 만날 거야.”
“고작 그것뿐이야?”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고?
“물론 이것 만일리 없잖아.”
야율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으며 말했다.
“교주가 천마지보를 손에 넣어 오는 자에게 큰 보상을 약속했어.”
“······.”
천마신교의 모두가 광신도들인 건 아니었다.
그저 죄를 저지르고 정파에게 쫓겨 마교에 들어갔거나 ,혹은 정파에 복수하기 위해 마교에 들어갔어나.
정말 천마에게 충성해서 천마지보를 바칠 생각을 하는 자가 있다면, 천마지보에 담긴 힘을 노리는 자들도있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나 말고도 다른 놈들이 있을 거야. 나도 누군지 알 수 없어. 그리고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마교도들이 다 따로 움직이게 된다면 무림맹에서 마교도를 끌어내 일망타진하겠다는 꿈은 멀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교도 중에 누군가는 잡힐 것이다. 하지만 서로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한 명을 잡는다고 다른 이들을 잡아낼 수 없을 테다. 분명 잡히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게 이 얘기를 해주는 이유가 뭐야?”
“그야 걱정되니까.”
“······.”
“내가 옆에 있을 수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되잖아.”
야율은 고개를 저었다.
단호한 모습이었다.
“말했잖아. 세상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고. 먼저 청소부터 하고.”
“······.”
야율이 눈웃음을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 식고 있어.”
“······.”
“입도 대질 않네.”
숨소리처럼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야율이 손을 뻗어 내 손에서 찻잔을 빼았아 갔다.
야율의 손에 스치듯 닿은 부분에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닿은 부분이 화인이 찍힌 것처럼 느껴졌다.
흉터가 곳곳에 남아 있는 기다란 손가락이 찻잔을 감싸 들었다. 곧이어 찻잔이 야율의 입가에 닿았다.
“······.”
길게 뻗은 하얀 목울대가 움직였다. 곧이어 반쯤 비워진 찻잔이 다시 내 앞에 놓였다.
야율이 가볍게 말했다.
“자. 독은 없어.”
“······.”
야율이 찻주전자를 들어 다시 찻잔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나는 무표정한 낯으로 손도 까딱하지 않았다.
“안 마실거야?”
옅게 한숨을 쉰 야율이 손을 뻗어 찻잔을 거둬갔다.
“이런객잔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좋은 차였는데.”
순전 아쉽다는 어조였다.
“······.”
나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물었다.
“고모는 어딨어.”
야율이 이번에는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사실도 알고 왔어?”
사실 원래 야율이 여기 있는 걸 알고 온 게 아니었지만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재차 물었다.
“그래. 고모에게 뭘 가르친 거야?”
“나도 몰라. 하지만 마교에는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기이한 사술들이 많지.”
“그럼 직접 보는 수밖에 없겠네. 어딨어.”
“몰라.”
“모른다니. 말이 돼?”
“정말이야. 내가 어제 예선을 치르는 동안 사라졌거든.”
“······사라졌다고?”
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의 명령으로 함께 오게 되었을 뿐이야. 나는 백리의란을 감시하고 백리의란은 나를 감시했다고 보면 돼.”
“······천마가 널 믿지 않는거야?”
“교주는 아무도 믿지 않아.”
야율이 건조하게 말했다.
“그가 믿는건 오로지 스스로일 뿐이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쾅!
커다란 소리가 객잔에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린 거리를 보아 객잔의 1층 식당이었다. 이어서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싸움이 벌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폭풍같이 패도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게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야율도 누군지 눈치챘다.
“불청객이 왔네.”
야율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안 가 볼 거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배웅하듯 따라 일어났다.
“또 봐.”
“······.”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재차 난 큰소리에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나와 야율이 대화를 나눈 곳은 꼭대기 층에 있는 방이었다.
차를 가지고 왔던 점원은 쭈그리고 앉아 난간 틈새로 1층을 살피고 있었다.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어깨가 움찔움찔 떨렸다.
나는 바로 난간을 넘어 1층으로 뛰어내렸다.
“으악!”
뛰어내린건 난데 점원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아직 나뒹굴지 않은 탁자 위로 착지했다.
새파란 보검을 뽑아 든 남궁류청이 나를 보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가 검을 크게 휘두르자 덤벼들던 놈들이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듯한 어마어마한 공력이었다. 벽은 괜찮나 모르겠네.
내 등장으로 싸움이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야. 멀쩡하네.”
멀쩡하다니. 만나자마자 그게 할 말? 아니 그보다.
“네가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벌써 1시진이 지났나?
그럴 리가 없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따라왔어.”
나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남궁류청은 뻔뻔하게 답했다.
“미리 말했잖아.”
“아니, 그 말이 진심이었어?”
그냥 내게 관심을 표한다는 의미인 줄 알았지!
나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감시원을 떼고 남궁류청이 대신 붙었다니. 이거 손해가 막심한데······.”
남궁류청이 눈썹을 치켜떴다.
“지금 그런 농담이 나와? 너는 왜 자꾸 혼자······!”
남궁류청이 소리치다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틀고 진정하듯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원래는 드러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네 동생이 걱정하며 초조하게 계속 돌아다니는 걸 봐서.”
아니, 같이 있던 이가 백리리인것도 알다니?
‘설마 백리리가 다 말한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왜싸우고 있었던거야?”
남궁류청이 거만하게 말했다.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
그때 귓가로 남궁류청의 전음이 들렸다.
「이놈들 다 마교 놈들이잖아. 」
그리고 갑자기 위를 올려다보았다. 언제 따라 나왔는지 모를 야율이 인피면구를 쓴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율과 남궁류청의 시선이 마주친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저 녀석이랑 같이 있던 거야?”
“응.”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일단 나가자.”
나는 남궁류청의 팔을 잡아끌었다.
등 뒤로 따라오는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다.
소란이 벌어졌던 객잔과 달리 거리는 내가 들어갈 때와 전혀 달라진 것 없이 평온했다.
나는 옷자락을 정돈하는 남궁류청을 보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골치가 아팠다.
일단 계속 객잔 앞에 서 있을 수는 없으니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백리리인 건 어떻게 알았어?”
“엿들은 건 아니야.”
그렇지.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면 내가 남궁류청을 몰라 볼 리는 없었다.
“원래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좀······ 아니야.”
나는 남궁류청의 시선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네 동생 모습이 너무 수상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뿐인데.걔가 갑자기 도와달라고 털어놨어. 너는 그런 곳을 어떻게 혼자 갈 생각을······”
남궁류청의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의아하게 바라보자 남궁류청이 진지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도와줄 테니까. 혼자서 앓지 말고.”
그 말이 끝이었다.
남궁류청은 더 설명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다.
‘이상한데.’
왜 마교놈들과 함께 있었는지 물어보며 펄펄 날뛸 줄 알았는데.
나는 남궁류청을 조용히 지켜보다 물었다.
“무슨 일인지, 안 물어봐?”
남궁류청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물어보길 바라는 거야?”
“······그건 아니야.”
“네가 내게 알려줘야 하는 일이라면 알려주겠지.”
“나를 믿어서 안 물어본다는 거야?”
남궁류청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나한테 나쁜 짓을 할 리 없잖아?”
“······.”
나를 무조건 믿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때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물론 말해주면 더 좋을 거야.”
“······”
나는 남궁류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류청. 멋없어.”
“알아.”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살짝 삐진 것처럼 들렸다.
어이가 없네. 나를 믿는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