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 * *
총사부 전각.
익숙하게 복도를 걸어간 공손월이 한 방 앞에 멈춰 섰다.
“소저, 총사님을 뵈러 오셨나요?”
공손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곤란한 표정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벌컥. 방문이 안에서 열렸다.
커다란 그림자가 공손월을 가렸다.
“음? 공손 소저.”
“맹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공손월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양손을 모았다.
“고개 들거라. 너무 그리 예를 차릴 필요 없다고했거늘.”
공손월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시선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쭉 훑었다.
안에서 공손방이 따라 나와 말했다.
“제 딸이 원래 좀 숫기가 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이리 미인이니 딸을 데려갈 사내는 매우 복 받았소.”
위 맹주가 멀어지고 나서야 공손월은 다시 크게 숨을 쉬었다.
공손방이 말했다.
“들어오너라.”
자리에 앉자마자 공손방이물었다.
“오늘은 안 만나느냐?”
“······네.”
“흠, 하긴 근래 매일 만나긴 했지. 여기저기서 너와 남궁 공자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말이 많더구나.”
공손방은 뿌듯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네가 느끼기에는 어떻더냐? 남궁 공자의 성품은 어떤 것 같더냐?”
“바르죠.”
“그게 다더냐?”
“아버지.”
불러 놓고 한동안 말이 없자 공손방이 재촉하듯 불렀다.
“월아?”
공손월이 탁자 아래 치맛자락을 꽉 붙잡고 말했다.
“아버지, 재신임 건이요. 정말로 재고해 보는 게 어떨까요?”
공손방이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조용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이미 보고 들으셨잖아요.”
“설마 남궁 공자가 율법원에 갈 뻔한 일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냐?”
“네. 황보 공자를 누군가 부추긴 것이 분명해요. 아버지도 이미 아시잖아요. 누군지는 따질 필요 없겠죠. 현재 율법원은 맹주님 친족이 장악했으니. 백리 소저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말끝을 흐렸던 공손월이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오랫동안 협행을 펼쳤던 백리 대협의 명예도 계속해서 모욕하려 들고요.”
“그래. 나도 들었다. 백리 세가주가 아낀다더니, 이유를 알겠더군. 누가 그런 손녀를 아끼지 않겠더냐?”
공손방이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백리 소저가 해결해 내지 않았느냐? 다들 위 맹주가 속 보이는 짓을 하였다고 수군거리고 있느니라. 그 일과 무슨 상관이라고 재신임 얘기를 꺼내는 것이냐?”
“아버지께서 그러셨잖아요. 무림맹에 분란이 일어날 수록 마교인들만 이득을 본다고요. 맹주님은 분란을 그만두실 생각이 없어요.”
달그락.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에서 불편한 심기가 느껴졌다.
“월아, 내 맹주의 재신임 말을 꺼낸 것은 그저 위협용이였다.
내 그때 이미 설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단호한 음성에 공손월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알아들었다면······.”
“힘들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공손월이 공손방의 말에 끼어들었다.
“공손월.”
똑바로 눈을 마주하는 모습에 공손방이 피곤하다는듯이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내가 괜한 말을 꺼내 네게 쓸데없는 기대감을 주었나 보구나.”
“아버지.”
“네 생각은 잘 알겠다.”
공손방이 굳은 표정으로 엄중하게 말했다.
“어디 밖에서 그런 헛소리를 하고 다니진 않았겠지?”
“예?”
“위 맹주가 문제가 많은 건 맞다. 하지만 위 맹주가 맹주로 있는것이 좋다.”
공손월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 설마······?”
공손방이 공손월의 말을 자르며 담담히 말했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이해하겠느냐?”
“······.”
“가장 중요한 것은 공손가의 이득이다. 너도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 * *
고모가 도망쳤다는 사실을 안 백리리는 군말없이 큰아버지께 돌아갔다. 큰아버지는 그렇게 돌아온 백리리를 보고······ 울었다.
하, 정말 그 자리에 있는데 어찌나 어색한지.
부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제갈화무를 만나러 향했다.
사람을 붙잡고 물어물어 장로부 안 제갈 세가의 전각으로 향했다.
차 한잔을 비울 정도의 시간이 걸려 제갈 세가의 전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나오며 보게 된 다른 문파나 가문들의 전각에 비하여 제갈 세가의 전각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넓은 전각에 사람 그림자도 보기 힘들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어디선가 탕약 냄새가 풍겨 왔다. 그리고 드디어 한 사람을 마주쳤다. 상대도 나를 알아보고 반가운 눈을 했다.
제갈화무의 노복인 막추였다. 그가 반쯤 빈 탕약 그릇을 들고 말했다.
“소저, 가주님을 뵈러 오신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혹시 살펴보시겠습니까?”
일반적으로 주인이 자고 있다면 손님을 돌려보내는 게 평범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막추는 나를 자연스럽게 잠들어 있는 제갈화무의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탕약 냄새와 함께 미묘한 향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향내를 맡지 않도록 조심하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창백한 안색의 제갈화무는 내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할 만큼 깊게 잠들어 있었다. 초췌한 안색에서 날이 갈수록 병이 깊어지고 있음이 보였다.
“언제부터 이랬나요?”
뒤따라온 막추가 착잡한 목소리로 답했다.
“상세야······ 꾸준히 나빠지셨죠.”
“차라리 본가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도 근래에는 태고 진인께서 진기도인을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다행이네요.”
“으음.”
우리가 하는 대화에 제갈화무가 깨어난 듯 신음했다. 눈을 뜬 제갈화무는 시야가 흐릿한지 몇 번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뒤늦게 나를 알아보았다.
“백리연?”
“그래. 나야.”
“막추, 사람이 자고 있는데 들여보내면 어떻게 해?”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아닌 당혹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삼키며 몸을 일으키려는 제갈화무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내가 제갈화무를 찾아온 이유는 고모와 마교에 관한 일을 의논하고 싶어서였다. 특히 고모에게 벌어진 기현상에 관해 얘기할까 했지만······.
“진기도인을 할게.”
“신세를 지네.”
“뭘 새삼.”
잠깐 깨어났던 제갈화무는 진기도인 도중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내가 끝마칠 때까지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진기도인을 끝내고 전각을 나왔을 때는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나는 바로 큰아버지께 돌아갔다
백리리와 큰아버지 두 사람은 이제 어느 정도 진정한 듯 보였다. 둘 다 세수도 하였는지 말끔해진 낯이었다. 눈가에 아직 붉은 기가 남아 있었지만.
‘나도 아버지 보고 싶다······.’
백리리는 머리가 아프다며 쉬러 가고, 혼자 남은 큰아버지가 점잖은 어조로 감사를 표했다.
“의란 이야기도 들었다. 아버지께 바로 소식을 보낼 것이다.”
“네.”
착잡한 낯으로 침묵하던 큰아버지가 말했다.
“의란이 정말······ 사술을 썼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런 유의 사술은 필시······.”
마교와 관련되어 있음을 큰아버지도 모를 수 없었다. 그리고 분명히 깨끗한 방법은 아닐 터다.
나는 흡성마공과 비슷한 유가 아닐까 예상했다.
“저도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에요.”
“대체 어찌 그렇게까지 추락한 것이야!”
제 자식이 죽을 뻔했건만 시간이 지나자 기억이 흐릿해졌는지 고모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친족에게 독을 먹인 사람이에요.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래. 네 말이 맞다. 의란이 한 짓은 용서받기 어려운 짓이지.”
큰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하여간 큰아버지도 정말 줏대가 없긴 했다. 이를 잘 이용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러고 보니 위 맹주쪽에서 연회에 초대했다.”
“벌써요?”
하긴 그렇게 요란하게 싸웠는데 미끼를 물 때가 되었다.
그때였다. 잠시 바깥에 소란이 일더니 큰아버지의 부관이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지금 무림맹에 급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벽가장이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뭐? 습격?”
나도 큰아버지와 같이 놀랐다.
부관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듣지 못하였습니다만 벽가장주가 죽고 식솔들도 생사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야율이 떠올랐다. 세상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던.
그리고 지금 들려온 벽가장의 습격 소식.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