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큰 아버지가 다그치듯 이어 물었다.
“생사를 확인하기 힘들다니? 설마······ 멸문을 당했다는 게냐?”
부관이 딱딱한 어조로 답했다.
“보고받은 바로는 하룻밤 새 벽가장 안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키우던 개들까지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큰아버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애매한 듯 보였다.
이미 벽가장과 백리 세가는 틀어질 만큼 틀어진 사이였다. 칼만 뽑지 않았을 뿐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으니 벽가장에게 벌어진 일은 마치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었다.
“대체····· 벽가장이면 그리 작은 문파도 아니거늘. 하룻밤 새 모두 다 죽었다고? 대체 누가·····?”
큰아버지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문파라 한들 멸문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위지백이 무림맹주가 되고 동맹이 된 벽가장은 나날이 세가 불어 가고 있었다.
벽가장 내의 식솔들만 합쳐도 최소 200여 명은 넘을 터.
‘그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는 놈들은······.’
“마교겠죠.”
“설마.”
큰아버지가 단번에 부인했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간 조용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문파 사람들을 눈도 깜짝 안 하고 죽일 수 있는 이들이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왜 마교가 벽가를 노린단 말이냐? 이 시기에······.”
큰아버지가 흐린 말끄트머리에는 천마지보가 있는 무림맹을 노리지 않고, 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 이유를 이제 알아봐야죠.”
그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허락과 함께 하인이 들어왔다.
손에 서찰을 하나 들고 있었다.
종종 걸음으로 들어온 하인은 내게 서찰을 내밀며 말했다.
“위 소협의 하인이 아가씨께 전달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큰아버지가 나무라듯 타박했다.
“위 소협이 한둘이냐?”
“위구중 소협이십니다.”
“위구중이라고?”
나는 서찰을 꺼내 글귀를 쭉 읽어 내렸다. 서찰을 모두 읽은 후 곧장 큰아버지께 건네며 말했다.
“후기지수 연회 초청장이에요.”
* * *
맹주부. 전각.
벽가장의 피습 사실이 무림맹에 보고되고 거의 반나절이 지나서야 소집된 회의였다.
미적미적한 대응이었다. 심지어 이자리에 불참한 원로도 있었다. 그리고 검게 죽은 낯의 벽 소가주도 있었다.
본래라면 벽 소가주는 이런 상층부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당사자 자격으로 참석한 상태였다. 늘 회의에 참석하고 싶어 했던 벽 소가주로서는 꿈을 이뤘다고 볼 수도 있었다.
무림맹에서 파악한 정보에 관한 공유가 이뤄지고, 벽가장의 멸문은 거의 확인된 상황이었다.
현 상황의 생존자는 이 자리의 벽 소가주, 그리고 무림맹 본단에서 무사로 일하던 벽성율과 비무 대회 참석을 위해 무한에 온 벽 소공자 이렇게 셋뿐이었다.
공손방이 말했다.
“······하여 사태 파악을 위해 조사 인원을 보내기로 하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거나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찬성하오.”
“총사 뜻대로 하시오.”
장로회의 대표와 위지백이 답하였다.
“이거 뭐 참석할 필요도 없었군.”
팽 소가주가 심드렁히 말하는 걸 뒤로하며 공손방이 위지백을 보았다.
“맹주님,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참석한 이들의 시선이 위지백에게 모였다.
위지백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공손방을 불쾌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답했다.
“없네.”
몇몇 문파 대표들이 벽 소가주와 위 맹주를 흘끗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공손방이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그때였다.
쾅!
혼백이 나간 듯한 낯이던 벽 소가주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이게 끝이오?”
“벽 소가주?”
벽 소가주가 공손방을 무시하며 위 맹주를 향해 소리쳤다.
“조사 인원을 파견한다는 걸로 끝이란 말이오? 반나절을 끌어서 회의한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이오?”
“······.”
위지백이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벽 소가주가 계속 소리쳤다.
“조사? 그거야 기본으로 하는 것뿐이지 않소! 누가 벽가장을 습격했겠소! 이 상황에서 마교말고 더 있겠소? 그런데 고작해야 조사 인원으로 끝이라고!”
“······.”
여전히 위지백은 대답하지 않았고 결국, 공손방이 대신 입을 열었다.
“벽가장은 무림맹의 동맹이오. 이번 일을 좌시하지 않을 테니 진정하시······”
벽가주가 공손방을 무시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위 맹주! 내 당신에게 우리 벽가장의 복수를 대신 하라고 하진 않겠소! 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않소!”
위지백이 혀를 차고는 무시하는 시선으로 벽 소가주를 보며 말했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쉬이 마교를 언급하지 마시오. 평소 원한이 있던 흑도 놈들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겠소? 아니 그렇소?”
위지백이 동의를 구하듯 백리의묵을 보았다.
장로회 소속의 사람들이 그 상황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하필 백리의묵에게 동의를 구한단 말인가? 사이도 좋지 않거늘.
그때 백리의묵이 벽 소가주를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가장 의혹이 짙긴 하나 마교의 짓인지 확실하진 않소. 벽 소가주, 여기가 시장 바닥이오? 목소리를 죽이시오.”
위지백이 흡족한 눈길로 복 벽 소가주를 향해 말했다.
“벽 소가주 말대로 마교가 벌인 일이라면 대체 그들이 왜 벽가장을 습격한단 말이오?”
“그······ 그건······!”
위지백은 말을 잃은 벽 소가주를 압박하듯 다그쳤다.
“벽 소가주, 혹시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게 아니오?”
부들부들 떨던 벽 소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위지백 네 이놈! 내가 네놈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거의 반쯤 눈이 뒤집힌 벽 소가주가 위지백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손끝 하나 스칠 수 없었다.
“벽 소가주, 뭐 하는 짓이오!”
바닥에 널브러진 벽 소가주가 소리쳤다.
“이대로 우리 벽가장이 사라지길 바라는 속내가 뻔뻔하기 그지 없구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벽 소가주, 체통을 지키시오.”
“체통? 하!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낯빛을 바꾸더니! 우리 벽가장을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이제 와서 발을 빼?”
장로회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뒤로 벽 소가주의 절규 섞인 외침이 이어졌다.
전각을 나온 이들은 두셋씩 짝지어 전각을 나갔다.
남궁 세가의 대표로 참석한 남궁완과 함께 걷던 팽 소가주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위 맹주도 참······. 위 맹주가 직접 가지는 못할 테지만, 적어도 수하들이라도 지원해 줄 줄 알았건만.”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요.”
“사람은 커녕 은자를 쓰는 것마저도 아까워하다니. 갈수록 바닥만 보이는구려.
남궁류청이 실종되었을 당시 백리 세가에서는 백검단과 백리의강을 파견해 수색을 도왔다. 벽가장과 위지백 간의 관계를 따지자면 백리 세가와 남궁 세가의 관계보다 훨씬 더 가까운 동맹이었다.
위 맹주가 조금만 나섰다면 조사 인원부터 수색대까지 그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위 맹주는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제 사람조차 같이 보내지 않았다.
팽 소가주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백리 세가는 무슨 생각인지 아시오? 거기서 위 맹주 편을 들다니.”
“······모르오.”
“자네와 크게 다퉜다고 하던데?”
“흥. 내 그자는 원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소.”
“소가주가 되고 나서도 그리 감정에 휩쓸려서야 쓰나?”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알아내 보려던 팽 소가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넘겼다.
“뭐······ 벽가장과 원한이 있으니 백리 세가에서 위 맹주 편을 들 수도 있긴 하지. 남궁 소가주, 시간 되면 내 처소에서 차라도 한잔 하겠소?”
남궁완이 고개를 저었다.
“일이 있소.”
“그럴 것 같았소.”
팽 소가주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꽤 바쁘게 지내는 것 같던데. 조심하시구려.”
순간 남궁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팽 소가주는 의뭉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우연히 알았을 뿐이니. 또한 나도 그대의 뜻에 동의하는 바요! 하하하.”
* * *
비무 대회가 한창인 무한의 밤 거리는 불야성이나 다름없었다.
노란색과 주황색 동롱들로 밤거리가 휘황찬란했다.
위구중이 초청한 연회는 본선에 진출한 후기지수들의 모임이었다.
주루를 통째로 빌렸는지 안에는 온통 무인들로 꽉 차 바깥에서도 그들의 기운들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열기들 사이에 남궁류청의 기운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루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나를 보자마자 곧장 문을 열어 주었다.
크고 화려한 문이 열리자마자 소란스러운 실내가 보였다.
이미 한창인 분위기였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분위기에서 오만해 보일 정도의 젊은 혈기들이 느껴졌다. 그 누구도 벽가장에서 일어난 일 따위는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백리 소저이시지요? 저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
하인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 가는 길에 서하령이 보였다. 다른 이들과 시끌벅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거리를 두자 아닌 척 주변을 맴돌며 그녀에게 말을 걸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
나를 위층으로 안내한 하인은 별말 없이 꾸벅 고개를 숙이곤 물러났다.
아래층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자리였다. 다만 정제된 기도들이 아래층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후기지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들만 있었다. 문파면 문파, 실력이면 실력 둘 다 빠질 것 없는 이들만 모아 놓았다.
‘이걸로 나도 인정받았다고 해야 하나?’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닿아 왔다. 하지만 쉽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만큼 엉덩이가 무겁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이가 왔군. 백리 소저로군.”
“음, 이렇게 봐서는 실력을 가늠한 수 없군. 제 기도를 완벽히 숨긴 건가?”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 연회의 주최자인 위구중은 마치 내가 온 걸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무시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때쯤 연회의 주최자가 나서야 했다. 초대에 응해 주어서 감사하다,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것이다. 이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둘 것이 아니라.
하지만 저쪽에 보이는 위구중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눈살을 찌푸린 공손월이 일어나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붙잡았다.
근처의 남궁류청 또한 상대가 그의 술잔을 채우며 연신 말을 걸고 있었다. 조악한 견제와 무시가 그대로 느껴졌다.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보통 이러했다.
첫 번째, 내가 먼저 수그리고 위구중에게 아는 척을 한다.
두 번째, 대우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돌아간다.
세 번째, 깽판을 치며 분위기를 파탄낸다.
“이게 누구야! 연이 아니냐!”
“악중해 오라버니?”
나는 놀란 척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번째, 미리 내 사람을 만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