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 * *
타닥타닥.
적막에 잠긴 밤하늘 아래, 타오르는 모닥불을 얼마나 바라보고 있었을까? 소리 없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지 알고 있기에 돌아보지 않았다.
“······불침번 시간은 멀었는데.”
“잠이 안 와서. 어디 갔다 온 거야?”
“주변 경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닥불에 장작을 더 집어 넣었다. 불티가 확 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남궁류청이 내 옆 자리에 앉는 게 느껴졌다.
나와 남궁류청은 무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본선까지 빠듯한 시간 탓에 마을에 들르지도 못하고 이렇게 야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이었다. 여기서 이틀 정도만 더 가면 무한이었다.
죄책감이라는 걸 아는 현무단주의 협조로 아직 위지백이 나의 실종과 남궁류청의 칩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위지백은 지금 신경써야 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와 남궁류청까지 관심 가질 틈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온 마당에 나와 남궁류청이 더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나와 남궁류청은 돌아가서 비무 대회에 예정대로 참여하고 뒷일은 두 어른들께 맡기기로 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게 드리운 장막 아래 흰 은하가 마치 흘러가는 강처럼 보였다.
고요하던 공터에 남궁류청의 나직한 목소리가 퍼졌다.
“알고 있었어?”
“응?”
“야율의 일.”
“뭐?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어?”
“그래.”
잠시 침묵한 후 남궁류청이 말을 이었다.
“그냥 왠지 너라면 알고 있을 것 같았어.”
“······아니야.”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산장을 나온 벽기현은 당연히 바로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양조모가 한 번만 봐 달라며 빌었다고 한다. 그 양조모가 벽가에서 유일하게 벽기현을 살피고 아끼던 이였다나.
무릎을 꿇고 읍소하는 양조모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건지, 혹은 모든 게 지긋지긋해서인지······.
벽기현은 산장을 없애고 부인들을 풀어주겠다는 것을 약속받은 후 조용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걸 믿다니.’
당연히 벽가와 위지백은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벽가와 위지백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는 척하며 비밀리에 그녀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끝내 벽가가 몸을 숨겼던 벽기현을 찾아낸다.
본래 벽가의 목표는 그녀를 죽여 없애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내고 놀라운 사실을 안다. 야율의 존재였다.
그의 존재를 안 벽가는 마음을 바꾼다. 야율을 위지백의 약점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극양지체였던 야율은 어릴적부터 자주 아파 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심지어 그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거기에 야율이 위지백의 아들이라는 증인이 될 벽기현마저 죽어버리자 벽가에서는 야율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야율이 도망치고······.
후일, 모든 정황을 위지백도 알게 된다.
남궁류청이 야율에 관한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었다. 위지백이 모두 지운 것이다.
‘자신의 죄가 밝혀질까 두려워서.’
대체 어떻게 야율이 무림맹에 남아 있는 야율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지웠는지 의문이었는데 이렇게 풀릴 줄이야.
또한, 야율이 왜 무림맹을 적대하는지, 왜 모든 백도인을 증오하며 죽이려 드는지도······ 모두 알 수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복수는 커녕 제 목숨조차 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야율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마도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때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내 조모님의 가문인 단목 세가는 마교와의 전쟁에서 거의 멸문까지 갔어.”
뜬금없는 주제였다.
단목세가. 남궁완 아저씨의 외가로, 세가로 불릴 만큼 융성했지만,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이어 나가고 있었다.
남궁 세가의 혈족들도 저때 엄청나게 죽어 현재 남궁 세가주의 4촌 이내의 방계 혈족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모도 마교에게 돌아가셨지.”
“······”
이 또한 유명한 이야기였다.
남궁완 아저씨의 친누이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했다. 조사 결과 마교의 짓으로 밝혀졌다. 남궁완 아저씨가 마교라는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이유였다.
남궁류청이 말을 이었다.
“그때 어머니도 함께 돌아가실 뻔했지.”
“소부인도?”
“응.”
그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과거의 나는 남궁류청을 연모했기에 그에 대해서 모든 이야기를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완전 처음이었다.
“고모가 만월연을 열어 할머니와 어머니 두 분이 참석하러 가셨지.”
만월연이란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째 된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영아 사망률이 워낙 높은 시대였다. 한 달이 지나면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뜻에서 축하하는 의식을 벌이는 것이었다.
남궁류청의 할머니라면 만월연의 주인공인 아이에게는 외할머니였을 터.
외할머니로서 각종 축하 선물과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 갔을 것이다.
“그런데 만월연에 참석하러 가던 어머니께서 심하게 마차 멀미를 하셨다더군.”
“······”
“제때 도착하지 못할 것 같던 어머니는 할머니를 먼저 보내기로 했지. 어머니는 따로 마차를 구해 가기로 하고.”
하루 차이였다. 그리고 그 하루가 남궁류청의 어머니와 할머니 두 분의 생사를 갈랐다.
“어머니가 도착했을 땐 연회장은 시신으로 가득했지.”
“······”
“암영단.”
“살수?”
나는 무심코 반문했다.
“마교의 살수들.”
“······”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들을 추적했지만······.”
살수들은 본래도 은밀히 움직인다. 그런데 마교의 살수단이라니.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침묵하던 남궁류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본래 마차 멀미를 하시는 분이 아니셔.”
“······하늘이 도왔네.”
“어머니도 모르셨는데 당시 나를 임신하셔서, 입덧이 마차 멀미처럼 온 거였다더군.”
그리고 만월연의 충격으로 당시 배 속의 남궁류청도 유산할 뻔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몇 번 고비를 넘기며 아슬아슬하게 남궁류청을 낳아서 인지, 소부인은 그 뒤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그리고 내게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해 주는 건······.
‘설마 야율에 대해서 알고 있나?’
잠시 고민해 본 나는 부인했다.
그럴 리 없었다.
하지만······ 남궁류청도 짐작하는 것이다.
만약 야율이 이 진실을 모두 알았다면, 마교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내게 알려 주는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더라도, 결코 자신은 마교와 공존할 수 없다는 걸.
“······.”
“······.”
탁탁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렸다.
아스라이 밤을 밝히던 별빛이 구름 아래로 사라졌다.
얼마나 그리 있었을까?
갑자기 어깨에 툭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것이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뭐야?’
살짝 고개를 틀어 바라보자 남궁류청의 얼굴이 내 숨결에 닿을 듯 가까웠다. 속눈썹 개수까지 남김없이 모두 셀 수 있을 정도였다.
풍성한 속눈썹을 바라보며 감탄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불렀다.
“······류청?”
미동이 없었다.
‘설마······ 잠든 거야?’
그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한데······ 너 먼저 가.”
“뭐?”
스르륵. 남궁류청이 내 어깨에서 무릎 방향으로 쓰러졌다.
“류청?”
“······.”
“너 뭐야, 왜 그래!”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았다.
최대한 태연한 척 숨을 쉬고 있었지만, 목덜미가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낮에 봤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열이 들끓는 이마 아래 남궁류청의 숨이 무척 뜨거웠다.
* * *
무림맹 본단.
비무 대회 본선 첫날이 밝았다.
“와아아아아아!”
수년 만에 열리는 축제인 만큼 무수한 인파가 몰려왔다. 며칠을 이어지던 예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족히 천여 명은 돼 보이는 인파들이 목조로 만든 단상 위를 빼곡히 채웠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유달리 눈에 띄느 이들이 있었다.
백색 무복을 입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죽상을 짓고 있었다. 백색 무복인 중 제일 나이가 어려 보이는 소녀는 고개를 빼밀고 비무장 입구 부근을 계속살폈다.
그때 옆자리에 연분홍빛의 무복을 입은 눈이 번쩍 뜨이게 아름다운 소녀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어요?”
백색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답했다.
“······없습니다.”
“아 씨, 미치겠네. 더는 미룰 수 없는데.”
“서 소저께서는 먼저 가시지요. 대공자님께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신다고······.”
그때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초조하게 구르던 백색 무복의 소녀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아가씨이이익!”
그 뒤를 서 소저라 불린 소녀도 뒤쫓았다.
“이제 오시면 어떻게 해욧! 기권패당하시는 줄 알았다고요!”
“벌써 무림맹 무사가 몇 번이나 찾으러 왔는지 알아?!”
“미안, 미안해.”
나는 진진과 서하령에게 사죄하며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숨을 가다듬는 남궁류청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