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화살에 독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남궁류청이 화살을 맞을 때 물속이었다는 점이었다.
독 자체는 대부분 다 물에 씻겨 나갔다. 상처를 살핀 내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큰 문젯거리가 되진 않았다. 푹 쉬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비무 대회에 제때 도착하기 위해 강행군을 하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상처 부위를 계속 움직이다 보니 덧나고 만 것이다.
상처를 입은 부분에 치유를 위해 기운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상처 주위에 기운이 과하게 모인 것을 보고도 무심히 넘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야율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였다.
미약하게나마 스며든 독은 이미 남궁류청이 자체적으로 제가한 상태였기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자연지기를 불어넣어 기운을 차리게 돕는 정도였다.
남궁류청은 이틀 정도 요양하자 겨우 움직일 만해졌다.
원래는 더 쉬어야 했지만······.
“벌써 시작했어!”
서하령이 앞서서 비무 대기자들의 관중석으로 향했다.
뒤를 따르던 내 눈에 붉은빛의 차양 아래 놓인 관전석이 눈에 띄었다.
명문 대파들과 무림맹 수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위지백이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진중하고 품격있는 태도로 제게 말을 거는 이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지금껏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인데는 저 강직한 무인 느낌의 호감형 외모도 한몫했을 것이다.
‘저 인간이 야율의 친부라니.’
믿기지 않았다. 닮은 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뭐해, 빨리 와!”
고개를 끄덕이고 서하령의 뒤를 쫓던 나는 또다시 못 박힌 듯 섰다.
내 시선은 겹겹이 겹쳐 있는 일반 관중들 너머 비무장을 향해 있었다.
본선은 일대일 비무였다.
규칙은 간단했다.
패배를 인정하거나, 계속 싸울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비무장 밖으로 장외 당하면 끝이었다.
나는 목조 망루처럼 생긴 관중석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망루에 있던 자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이씨 뭐야?! 여긴 내 자리야, 너 때문에 안 보이······!”
“누구······ 헉! 자네 쉿, 조용히 하게 저 여인 백리소저요.”
“뭐?”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비무장을 내려다 보았다.
원형으로 만든 비무장은 예선과 비교하면 족히 2배는 더 넓어져 있었다. 그 넓어진 비무장에 이미 두 사람이 얽혀 있었다.
내 뒤로 뒤따라온 기척이 느껴졌다.
“헉, 남궁공자!”
“옆에는 서소저 아니오? 본선 참석자들이 왜 여기에······.”
남궁류청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는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했다.
심지어 본래그가 익혔던 것과는 다른 무공을 쓰고 있었으니까.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서하령을 향해 물었다.
“위 공자 상대가 누구지?”
서하령이 깜짝 놀라 남궁류청을 보았다.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완전 쉬어 터졌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서하령이 말했다.
“추도문의 적야. 실력은 그닥이라고 하던데.”
남궁류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들어 본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남궁류청을 향해 전음했다.
「 야율이야. 」
남궁류청이 처음에는 이해를 못한 듯하다가 뒤늦게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
본선 첫 비무.
위구중과 야율이었다.
* * *
화려한 금색 무복의 위구중이 휘황한 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는 장식조차 거의 없는 흑색 무복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허리춤의 검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싸구려 잡검처럼 보였다.
추도문의 적야.
-별거 없는 문파다. 이번 본선에 올라온 이 중에 가장 약하다 추정되더구나.-
-설마 일부러 그런 자와 비무하도록 한 겁니까? 스승님, 굳이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 실력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패배는 있을 수 없다.-
-그럼 어째서······.-
-또한, 그저 그런 승리는 필요 없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네가 왜 가장 첫 비무인지, 저런 대진을 받은 것인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예선과 같은 방식이었다.
그냥 우승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승과의 대화를 떠올린 위구중이 살짝 혀를 찼다.
불만스러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 뜻대로 통제하려는 스승의 행동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뭐······ 제게 나쁜 상황인 것도 아니었다.
초반에 쉬운 놈을 만나 힘을 아끼며 올라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니.
그리고 무심히 상대를 바라본 위구중은 눈썹을 불만스럽게 꿈틀거렸다.
상대의 모습이 너무 평온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잔뜩 긴장하기 마련이었고, 가끔 주제 모르는 것들은 그와 검을 마주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여기곤 했다.
그런데 지금 상대에게선 그런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약간 지루해 보이기도 하는 기색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추도문의 적야. 자신감이 대단하군?”
상대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더니 답했다.
“그쪽도.”
“······뭐, 뭐라고?”
생각도 못 한 대답에 위구중이 귀를 의심했다.
이거 정신이 모자란 놈인가?
“위지백이 너를 가장 아낀다지?”
잠시 멍한 얼굴을 한 위구중이 뒤늦게 소리쳤다.
“맹주님의 성함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싫은데.”
“뭐? ······ 이거 완전 정신 나간 놈이로군.”
위구중 손에 들린 보검에 선명한 검기가 맺혔다.
우웅.
“내 네 정신을 좀 교육을 시켜야겠구나.”
위구중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맺혔다.
“비무대에서 벌어진 일에는 아무 책임을 묻지 않지.”
날붙이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날아다니는 비무장이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창상을 입는 것은 매 비무마다 당연했고, 손가락부터 팔다리까지 날아가는 부상도 허다했다.
운신 못할 정도의 중상을 입는 경우도 많았다.
“어디 그 평온한 낯짝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 한 번 봐야겠구나.”
위구중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면서도 은밀했다.
무영신투의 보법과 경신술은 무림일절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그 무공이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그런 수많은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겠는가.
위지백은 무영신투의 무공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살짝 변형하여 자신의 독문무공으로 만들었다.
위지백의 제자인 위구중 또한 그 무공을 익혔다.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 위치를 명확하게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위구중이 비무대 위에 여럿이 있는 느낌이었다.
분명 왼쪽으로 다가오는 듯 싶었는데 공격은 오른쪽에서 들어왔다.
오른팔 어깻죽지를 노린 공격.
위구중이 얄미운 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네 그 세치 혀를 원망하거라.”
팔을 잘라가겠다는 듯이 피하기어렵게 다가온 검로가 상대를 감싸고, 그대로 상대를 가르는가 시었으나······.
챙!
그가 잡검이라고 무시하던 검에 허망하게 막혔다.
“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위구중이 재빨리 보법을 밟으며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상대의 검이 더 빨랐다.
위구중이 눈을 부릅떴다.
짧은 찰나, 미래를 느끼기라도 한 걸까. 위구중의 얼굴이 공포에 일그러졌다.
“잠······.”
그리고 그것이 위구중의 유언이었다.
털썩.
그대로 위구중이 비무장에 널브러졌다.
나직한 목소리가 시신에게 닿았다.
“생각보다 별로······ 재미없네.”
* * *
비무장 위에 흩뿌려지던 핏물.
그대로 쓰러진 위구중의 모습은 마치 질 낮은 장난처럼 보였다.
“······.”
“······.”
죽음 같은 침묵이 좌중을 감쌌다. 반 박자 늦게 비무장 윌 몇 사람이 황급히 뛰어올라 왔다.
“의원! 의원!”
비무장 근방에서 대기하던 하늘색 장삼을 입은 의원이 황급히 비무장 위로 올라왔다.
그러자 마치 둑이 터진 것 처럼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설마 죽은 거요?”
“에이. 설마. 위 맹주의 제자거늘.”
“그럼 왜 일어나지 않고 있단 말이오.”
위구중의 맥을 짚던 의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의원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의원과 함께 올라온 심판관인 황색 가사를 입은 승려가 당혹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추도문의 적야, 스, 승!”
서로 얼굴을 바라보던 관중이 입을 맞춘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첫 비무부터 아주 후끈하구먼!”
“추도문? 대체 어떤 문파이길래 이런 실력자가 나타난 거요?”
“당연히 위 공자가 승리할 줄 알았거늘. 추도문의 검이 이렇게 날카로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