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도박판 쪽은 특히나 더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으하하하하하!”
“잠깐! 이건 아니오!
말도 안 돼!”
“빌어먹을. 자네는 얼마나 잃었소?”
미친 것 같은 웃음소리와 절규.
돈을 잃은 쪽은 잃은 대로 딴 쪽은 딴 대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위구중의 죽음은 스쳐 가는 일 중 하나였다.
몇몇 사람들만 눈치를 보며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아니, 아무리 비무에서 있었던 일은 묻지 않는다지만······ 너무 잔혹하군.”
“굳이 죽일 것까지야 있었는지.”
“설마 고의겠소? 그보다 저 적야란 자는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글쎄. 야밤에 어디서 눈먼 칼이 날아오는 건 어쩔 수 없지 않겠소? 뒷배가 있는 게 아니고서야.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지.”
흥분한 군중과 강호인들의 대화가 들렸다.
승리를 확정받은 야율이 비무장을 내려가려 할 때였다.
“네 이놈!”
고함이 마치 천둥 같았다. 고막이 웅웅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약한 몇 사람들은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기도 했다.
위지백의 얼굴은 분노에 차 있었다. 품위 있게 굴던 연기를 집어 치운 모습이었다.
제가 가장 아끼던 제자가 이 꼴이 되었는데 태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위지백 정도 되는 고수라면······ 야율이 위구중을 죽이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었다는 걸 알 것이다. 물론 그걸 제 입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네 놈의 정체를 밝혀라.”
위지백이 관중석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해일 같은 기세가 야율을 꼼짝 못 하게 짓눌렀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확실히 마두와 비견될 비열한 짓거리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강자라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누가 위지백을 막을 수 있을까?
그때였다.
“거기까지 하게나.”
태고 진인이었다.
“맹주, 아끼는 제자를 잃은 비통함은 이해하나 천하제일을 가리는 자리. 승부는 승부요.”
위지백이 태고 진인을 노려보았다.
“비무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 걸 잊은 게가, 맹주?”
“······.”
“승자를 존중하시게.”
“······.”
태고 진인이 야율을 보며 말했다.
“매우 인상 깊었네. 앞으로 지켜보겠네.”
태고 진인이 이만 물러가라는 듯 야율에게 눈짓했다.
“맹주, 무얼 하는가? 계속 그러고 있을 겐가?”
태고 진인의 재촉에 못 이겨 위지백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야율은 맹주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비무대를 내려갔다.
뒤따라 위구중도 실려 가고 비무대를 정돈할 이들이 서둘러 올라갔다.
* * *
와장창!
우뚝 솟은 소나무를 조각한 벼루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자제 없이 내뿜는 위지백의 기세는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추도문의 적야. 분명 자네가 문제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벌벌 떨던 이는 왕조학이라는 이로 위지백의 동서였다.
“그······ 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분명 예선에서는 별 볼일 없었······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대진표를 짜는 일을 맡았다.
“내 자네를 믿고 일을 맡겼는데, 이번에 아주 큰 실수를 했어.”
“죄송합니다.”
“말뿐인 건 필요없네. 자네 생각을 말해 보게. 이제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그······ 명령을 내려 주시면······.”
쾅!
탁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마치 뺨을 내리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깜짝 놀란 왕조학이 머리를 짜내 말했다.
“그 정도의 인물이 아무 배경도 없이 나타났을 리가 없어 보입니다.”
정답이었는지 위지백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분명 마교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굳은 얼굴의 위지백은 강직한 무인의 낯이었다.
“그런 위험 종자를 이대로 가만 두면 무림맹 본단에 무슨 혼란이 일어날지 알 수 없네.”
위지백의 말은 추도문의 적야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아 오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붙잡아 금옥에 처넣기만 한다면 그는 마교의 끄나풀이 될 것이었다.
“예. 맡겨 주십시오.”
“······가 보게.”
축객령을 받은 왕조학이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 나왔다.
그러다 문 앞에 서 있는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 부인.”
위지백의 첫째 부인이었다. 이제 손자 손녀가 있을 나이의 여부인은 얼굴에서 아직도 젊었을 적의 자색이 엿보였다.
왕조학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올렸다.
“맹주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여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맹주님의 심기가 불편하실 텐데······.”
“이미 다 들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 말을 뒤로 하고 여 부인이 위지백의 방으로 들어갔다.
위지백이 제 검병을 매만지고 있었다.
엉망인 방을 보고도 여 부인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스무 해를 넘게 부부로 같이 살다 보면 본성은 알 수밖에 없었다.
위지백은 여 부인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소?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말하는 게 어떻소?”
여 부인이 둥근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구중이의 장례 때문에 왔습니다. 어찌할까요?”
검병을 쥔 위지백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놀리러 온 것이오? 구중이를 언제부터 아꼈다고 이리 챙기시오?”
여 부인은 대답하지 않고 위지백을 바라보았다.
위지백이 내뱉듯 말했다.
“알아서 준비하시오. 내 거기까지 신경 쓸 정신은 없으니.”
아끼던 제자의 죽음이었음에도 슬프거나 안타까운 심정은 없어 보였다.
“그리 지원을 했는데. 못난 놈같으니. 그리 수련하라 말했건만 자만에 빠져서는······!”
아니 오히려 그의 죽음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다.
“용건 끝났으면 이만 나가 보시오.”
“하나 더 있습니다.”
위지백이 살짝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간단합니다. 제 동생이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서요.”
“현무단주는 왜 찾으시오?”
“누이가 동생의 안부를 찾는데 꼭 이유가 필요합니까? 부탁할 것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현무단주가 어디 있는지 모르더군요.”
“······.”
여 부인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상공의 호위단 단장이니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는 상공이 아시겠지요.”
“······곧 올 것이오.”
“언제쯤 온답니까?”
“오면 알려 줄 테니 신경 쓰지말고 있으시오.”
위지백을 바라보던 여 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돌아오면 저를 찾아와 달라고 전해 주시지요.”
여 부인이 방을 빠져나가고 잠시 후.
위지백은 굳은 얼굴로 전각을 빠져나왔다.
어디론가 황급히 향하던 위지백의 발걸음이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을 보고 멈췄다.
장로회의 사람들이었다.
위지백의 눈매가 좁아졌다.
그의 눈이 전각 앞에 선 이들을 훑어보았다.
거의 모든 장로회의 문파들이 다 모인 듯 보였다. 이렇게 모두 모일 때까지 자신에게 소식이 들어오지 않았다니.
소란에 맹주부의 무사들이 잔뜩 몰려와 장로회 인물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위지백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연락도 없이 맹주부에는 무슨 일이오?”
“위 맹주. 현무단주는 어디갔소? 자네의 호위단 아니오?”
“잠시 일이 있어서 떠났소.”
누군가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씁쓸한 낯의 스님이 말했다.
“아미타불, 위 맹주. 위 맹주에 관해서 고발이 들어왔소.”
“고발이라니?”
“일단 따라와 주시길 바라오.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를 꺼내서 좋을 것 없을 듯 싶소만.”
스님이 맹주부의 무사들을 둘러보았다.
맹주부 무사들은 갑자기 쳐들어 온 장로회의 사람들을 불만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고발이라는 말에 놀란듯한 기색을 보이며 해명을 원하듯 위지백을 바라보았다.
또한, 소란을 느낀 다른 맹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위지백이 부서트릴 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
공손방 총사가 나섰다.
“위 맹주, 우리는 그대의 체면을 마지막으로 지켜주려는 것이오. 이를 거부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소.”
* * *
본선 1차는 다들 무난하게 승리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남궁류청조차 문제없었다.
오히려 몸 상태 때문에 성질이 난 남궁류청이 빠르게 끝내고자 일격에 상대를 쓰러트려서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바빴다.
그렇게 모두 비무를 마친 후, 야율을 만나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통행금지령이 떨어진 것이다.
손님을 비롯해 비무대회 참가자들까지 모두 자신의 숙소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처사에 사람들이 항의 했으나 무림맹의 태도는 굳건했다.
비무대회 일정 자체가 통째로 멈췄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다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바빴지만, 우리는 위지백의 일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튿날, 남궁완 아저씨가 현무단원들과 함께 먼저 귀환했다.
그리고 사흘 후에는 아버지가 열 명정도 되는 부인들과 함께 본단에 도착했다.
비무대회가 중단된 지 일주일.
다시 비무대회가 개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