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엇, 저기, 저기저기! 백리의강 아닌가?”
“엇? 정말이잖나? 백리 세가 대표는 다른 사람 아니었나?”
아버지가 무한에 도착한 지 이틀이나 지났으나 나도 아버지가 도착한 날 빼고는 오늘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 옆에 남궁완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두 분이 계신 무림맹의 주요 인물들이 모인 자리는 전보다 눈에 띄게 듬성듬성했다.
그때 공손방 총사가 비무대 앞 단상 위로 올라섰다. 주변이 술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심각한 표정의 참석자들 너머로 일반 관중의 대화가 들렸다.
“뭐야? 왜 공손 총사가 올라가지? 오늘 위 맹주는 안 나오는건가? 자리에도 없고? 천하 십강 얼굴이나 한 번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천하 십강이래 봐야 별것도 없더구먼. 제자 단칼에 죽는 거 못봤나?”
“아니 그런데 왜 안 나타나는 게지? 아끼던 제자가 죽어서 상심했나?”
“상심은 무슨, 쪽팔린 거겠지. 그거 아나? 본인이 위 맹주의 제자라고 패악질이 어마어마했다더군.”
“그걸 내버려 뒀다고?”
“위 맹주가 있는데 누가 그 제자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정파 아닌가?”
“예끼, 아직도 모르나? 정파 놈들이라고 깨끗할 거란 생각 버리게.”
그 말에 나 또한 가슴 깊이 동의했다.
단상에 올라선 공손 총사가 내공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림맹의 총사를 맡은 공손 세가의 공손방입니다. 불의의 일로 비무 대회가 잠시 지체되었습니다. 심려를 끼처······.”
공손 총사는 짤막한 사과를 하며 앞으로의 일정, 변경된 대진표등에 대해 간단히 공지했다.
끝까지 위 맹주가 어찌 되었다는 언급은 없었다. 위 맹주에 관한 소문도 그의 제자와 얽힌 일 정도일 뿐. 산장의 일은 티끌만치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참석자들의 관중석을 훑어보았다.
심각한 낯의 참석자들 사이 남궁류청은 애써 화를 눌러참는 모양새였다.
야율은 오늘 상대가 기권이라 자리에 없었다.
“그럼 비무 대회 본선 둘째 날을 시작하겠소!”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무장을 가득 채웠다.
* * *
비무를 마친 후, 뒤집어쓴 먼지를 씻어내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방에는 손님이 있었다.
공손월이었다. 무한으로 돌아오고 나서 어째 만나기가 어려워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공손월은 간단한 외출복이 아닌 당장 긴 여행을 떠날 것 같은 복장이었다.
“어디 가시나봐요?”
“아······ 아버지께서 가문으로 돌아가라고 하셔서요.”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직 비무 대회 중인데 돌아간다고?’
아니 뭐, 공손월은 본래 비무 대회 참석자가 아니었으니 언제 돌아간들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급하게 돌아가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사과 겸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
공손월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 일은 정말 죄송했어요. 제가 멋대로 일을 벌인 바람에 ······ 저 때문에 얽혀서 고생이 많으셨죠?”
공손방은 오랫동안 위지백과 함께 무림맹을 이끌어 왔다. 그런 공손방이 위지백의 행태를 전혀 몰랐을까?
‘아니. 그럴 리 없지.’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인간이고.
하지만 이미 공손월이 위 맹주와 척을 져 버렸다. 그러니 이젠 먼저 쫓아내지 않는다면 곤란해지게 된 것이다.
공손월의 아비인 공손방이 화가 많이 났을 건 당연지사.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공손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 참, 그리고 떠나는 날이 급하게 결정된 바라 하령이는 아직 몰라요.”
급하게 결정은 무슨······ 공손월이 또 무슨 허튼짓을 할까 봐 운신할 수 없게 막았을 것이다.
“하령이에게 이렇게 떠나게 돼서 미안하다고······ 소저께서 대신 인사 전해 주세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류청은요?”
“류청에게도 여기 오기 전에 먼저 작별 인사를 했어요.”
“뭐라던가요?”
“미안하다고,고생했다고, 잘 가라고 하던데요.”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그냥 보낸다고?’
공손월도 큰 미련은 없어 보였다.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나로 인해 둘의 관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
“아쉽게 되었네요. 비무 대회 우승자가 누굴지 궁금했는데요.”
“크흠.”
그때 갑자기 공손월의 뒤쪽에 그림자처럼 있던 시비가 헛기침했다.
잠시 침묵한 공손월이 또다시 이어진 헛기침에 몸을 일으켰다.
“아. 그럼 이만 가 볼게요. 건승을 바라요.”
씁쓰레한 웃음을 짓는 모습조차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나 인사했다.
문을 나서기 직전.
“잠깐만요.”
뭐······ 굳이 공손월의 공을 밝힌다고 내게 이득이 되는 건 없었다. 나와 공손월이 친밀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위지백 때문에 잠시 협조한 관계였을 뿐이다.
“기가 막히네요. 지금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 그냥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끝인가요?”
“예?”
공손월이 얼떨떨한 낯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공손 세가는 일을 이언식으로 처리하는 건가요? 공손 총사님. 지금 어디 계시죠?”
* * *
나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처소로 돌아왔다. 굳이 공손월을 내가 도울 필요가 있었나 싶긴 했지만······.
그냥 돕고 싶었다.
나도 내가 왜 그녀를 도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현재 나와 같은 처소에 머물렀다. 말은 머문다고 하셨지만, 방에 제대로 들어오신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방에는 색다른 손님도 자리하고 있었다.
“······네.”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은 백리리였다.
살짝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백리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백리리는 아버지를 엄청나게 무서워했다. 아마 거의 할아버지만큼 무서워한다고 볼 수 있기에 이렇게 같은 방에 있는 모습은 매우 의외였다.
지금도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저······ 그럼······ 가 봐도······?”
“그래. 가 보거라.”
벌떡 일어난 백리리가 마치 호랑이 소굴에서 도망가듯 후다닥 방을 뛰쳐나갔다. 얼마나 급하게 나갔는지 문 앞에 내가 서 있는 것도 모른 채 지나갔다.
나는 덜컹거리는문을 잡으며 들어갔다.
“리리가 아버지를 왜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아세요?”
“······글쎄.”
“전 알아요. 왜냐면 리리가 아버지를 만날 땐 늘 사고를 쳐서 혼날 대니까요!”
웃으라고 한 말에 아버지가 정색하며 답했다.
“오늘은 너라고 다를 것 없다. 앉거라.”
“······.”
나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소리도 내기 않으며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나?’
떠날 때도 자세히 얘기할 틈 엇이 정신없이 떠났으니 이렇게 둘만 마주앉아 있는 건 그날 이후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내 앞의 백리리가 손도 대지 않은 찻잔을 치우고 새로운 찻잔을 채웠다. 나도 손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침묵하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머리는 제대로 말리고 다녀야지.”
“······네? 아아.”
“그러다 감기에 걸리면 어쩌려고.”
나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아직 날이 따뜻하니까요.”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 한쪽에서 수건을 들고 돌아왔다.
아버지께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머리칼을 털어주셨다.
평온한 분위기였다. 얼마 만에 이런 분위기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는 입을 열었다.
“공손 소저가 저를 찾아왔었어요.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 작별인사를 하러요. 그런데 제가 못 가게 막았어요.”
“어째서?”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보였고······ 그리고 위 맹주의 악행을 밝히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죄인처럼 떠나는 건 이상하잖아요?”
“······공손 소저가 와서 말하더구나. 너는 잘못이 없다고. 너를 거기로 안내한 것은 자신이며 이 정도로 큰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하더구나.”
역시 공손월. 양심 있는 사람이었다.
“네! 맞아요!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모르고 갔다고요.”
아버지가 내 머리를 말리던 것을 멈추며 말했다.
“정말이냐?”
“네?”
“정말 모르고 간 것이 맞느냐?”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눈을 마주하고 놀랐다.
‘뭐야 지금? 아버지께선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그간 내가 조금 아는 게 많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은 내게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저는 정말로 모르던 일이었어요. 알았으면 진즉에 말씀드렸죠!”
“알겠다.”
내 열렬한 답에도 아버지의 대답은 미묘했다.
재차 설명하려 할 때, 아버지가 주제를 돌리듯 말했다.
“오늘 승리를 축하핟나. 비무 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잘하고 있더구나.”
나는 얼굴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 그렇게 됐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한 것이냐?”
“예? 그게무슨······?”
“형님과 백리리가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명이지.”
“아······ 그렇군요.”
그래서 아버지가 백리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던 건가?
그때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너도 가문으로 돌아가거라.”
“······예?”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돌아가라고?
“누님이 왜 여기에 나타났으리라 생각하느냐?”
“······복수겠죠.”
대상은 나.
“하지만 아버지 여긴 무한이잖아요. 고모가 마공을 익혔더라도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마공을 익혔으니 더운신하기 어려울······.”
“변명은 되었다.”
아버지가 손을 들며내 말을 잘랐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내가 호위를 붙일 테니 그들을 꼭 데리고 다니도록.”
“호위요?”
“그들은 당연히 네가 무얼 하는지 내게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를 올릴 것이며, 네가 떼어놓는 순간 바로 너를 가문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아니, 아버지!”
“싫다면 지금 돌아가거라.”
타협의 여지조차 전혀 없는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