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 * *
그 시각 남궁 세가의 전각.
흐린 달무리가 전각 지붕을 비추고 살짝 열린 창틈으로 방 안을 비추었다.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무사의 표정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분노한 목소리가 창문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조용히 넘어 가겠다는 겁니까!”
남궁완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넘어가다니. 말이 심하구나.”
“그럼, 고작해야 맹주직에서 쫓겨난 게 벌입니까?”
위 맹주의 악행에 깜짝 놀란 그들은 위 맹주를 맹주직에서 축출하는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위 맹주의 행태를 밝히는 것은 반대했다. 무림맹의 체면을 깎는 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의 체면이 곧 백도 무림의 체면. 그리고 백도 무림 문파들의 체면이기도 했다.
“······위씨 가문이 붙잡혀 있던 이들에게 사죄하고······ 보상도 할 것이다.”
남궁류청이 명백한조소를 내보이며 말했다.
“아버지, 그 말씀을 하시는 게 창피하지도 않으십니까?”
남궁완의 손 아래 놓여 있던 서신이 우그러졌다.
“아, 창피를 아시니까 그리 떨떠름하게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남궁완이 우그러진 서신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이······ 할 수 있으면 네가 해 보아라!”
탁.
종이 뭉치는 남궁류청의 가슴팍을 때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라고 이따위 결과에 동의하고 싶은 줄 아느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 좋지! 협의? 좋다! 허나 당장 비무 대회 참가자들의 3할이 날아갔다!”
위지백과 얽혀 있는 가문들이 너무 많았다. 그간 그가 얼마나 무림맹에 제 영향력을 키워 왔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위 맹주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던 문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남궁 세가가 나설 때까지 나서지 않았다.
위 맹주가 건드린 사람들은 다들 제 문파 사람도 아니었고, 제 세력에는 큰 영향을 끼치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알고 있던 이들도 그저 위 맹주의 약점을 잡은 것으로 만족한 속내가 읽혔다.
“본 비무 대회는 본디 백도 무파 간의 화합을 보이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남궁완이 화를 참아내듯 눈을 꾹 감았다 뜬 후 말했다.
“태고 진인께서 위 맹주의 처벌을 반대하셨다.”
위 맹주가 실각하고 공손 총사마저 책임을 완벽히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천하십강인 태고 진인의 의견이 가장 무게감 있는건 당연지사.
게다가 –
-소가주, 나는 무림맹의 화합과 마교의 처벌을 목적으로 천마지보까지 내보였소.-
화합은 커녕 찬물을 뿌린 격이나 다름없었다.
-내 변경에 있어 소식이 늦었소만, 소가주가 위 맹주 때문에 저번 피습에서 팔을 잃을 뻔했다지? –
-설마 복수 때문이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럴리가. 그대의 공명정대한 성품은 익히 알고 있소. 하지만······ 시기가 아쉽다고밖에 할 수 없어서 말이오.-
남궁완은 남궁류청의 믿기지않는다는 얼굴을 흘끗 보고 혀를 찼다.
“네 의견을 관철하고 싶으냐? 그럼 네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지금 당장 네 할아버지께 가서 질질 짜면서 도와 달라고 하던지!”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그럼 야율은······!”
“뭐?”
남궁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을 하다 만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 아이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냐?”
“······.”
“포기하거라.”
그때 밖에서 하인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장로회의 사람이 온 것을 알렸다.
한숨을 내쉰 남궁완이 남궁류청을 힐끗 바라보고 방을 나섰다.
* * *
쾅! 스각! 퍽!
비무장 위에 먼지구름과 함께 검들이 현란하게 얽혔다.
사흘간 중지되었던 비무 대회는 빠르게 진행되어 벌써 8강이었다.
기권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았기때문에 훨씬 진행이 빠르기도 했다. 몇몇 관중은 너무 많은 기권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으나.
“우와아아아아!”
“그래! 이거야!”
“헉! 황보 공자! 설마 저런 근본 모를 놈에게 밀리는 건 아니겠지?”
황보찬은 사람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우승 후보로 진진을 가차없이 쓰러트리고 올라온 참이었다.
그리고 황보찬의 상대는······.
“처음으로 열 합 이상 가져가지 않았소?”
“적야! 뭐 하는 거야! 죽여 버려!”
야율이었다.
갑자기 무척이나 예민해진 감시에 야율을 만나러 갈 생각은 꿈도 못 꿨다.
이렇게 비무대 위에서만 야율을 볼 수 있었는데······ 심지어 몇 번 보지도 못했다. 그간 몇 번 치러진 비무 동안 야율의 상대는 대부분 기권했기 때문이다.
이번 비무 대회에 유달리 기권자가 많기도 했지만······ 야율의 상대방은 특히 그럴 만도 한 것이.
크카카캉!
검붉은색의 선명한 검기가 폭압적인 기세로 날아가고.
쾅!
터져나오는 기파에 관객들이 비명과 함께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비무대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야율과 황보찬의 중간에 자리한것은 바로 이 비무의 심판관이었던 스님이었다. 야율의 공격을 막아 낸 스님의 황색 가사가 너덜너덜했다. 스님 발치의 비무대는 마치 집채만한 짐승이 할퀸 것처럼 움푹 파여 있었다.
스님이 싸늘한 얼굴로 야율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추도문의 적야, 승!”
“와아아아아아!”
또 한 명이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될 뻔했다. 이미 위구중을 단칼에 죽이며 압도적인 실력을 내비쳤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비무 상대를 저렇게 자비도 없이 죽이려 드니······ 야율의 상대에 기권자가 많은 이유였다.
그때 황보찬이 버럭 소리쳤다.
“누구 마음대로 끝내!”
가슴팍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누가 봐도 패배자의 몰골이었다.
“더 할 수 있다고! 당신, 심판이면 다야? 승부를 멋대로······!”
상황 파악 못 하고 떼를 쓰던 황보찬이 돌연 조용해졌다. 고디어 비무대에 올라온 맹원들에게 붙잡히다시피 하여 끌려 나갔다.
누군가 지풍으로 황보찬의 아혈을 짚은 것이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 있는 황보찬의 아혈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확하세 짚을 수 있는 실력자는······.
태고 진인은 태연하게 황보 세가의 장로를 향해 말을 건넸다.
황보 세가의 장로는 얼굴이 빨개졌다가 파래졌다가 검어졌다가 아주 웃기는 모양새였다.
좌중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비무대 위에서도 나직한 대화가 오갔다.
“······아미타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친선 비무요. 생사결이 아니오.”
“······.”
“살육을 벗 삼지 마시오.”
야율은 스님을 무시하며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대체 무슨 패기로 비무 대회에 참가하나 했더니만······.”
처음에는 싸움이 격해지면 야율의 본래의 무공, 천산염제의 무공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천산염제의 무공을 아는 이들이 많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들킬텐데 – 그런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비무 대회에참여한 마교의 다른 세작들이 잡혀 나가는 동안 야율은멀쩡했다.
위구중을 죽인 순간부터 관심이란 관심을 모조리 끌어모았음에도 말이다.
야율은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삼아 내공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무공에 대한 기억도 대부분 돌아온 듯 보였다.
‘······이길 수 있을까?’
야율이 내려간 방향 옆에는 다음 차례인 남궁류청이 보였다.
이번 비무에서 남궁류청이 승리한다면 다음에는 준결승으로 야율과 남궁류청이 붙게 된다.
남궁류청 또한 또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내가 알려 준 여러 기연들을 흡수하였으니 과거와 비교해서도 훨씬 강해졌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 10년 의 경험이 더 있는 야율을 이길 수 있을까?
‘만약 야율에게 미래의 남궁류청을 몇 번이나 상대한 기억이 있다면?
게다가······ 남궁류청이 얼마 전에 입은 부상도 있었다.
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궁류청은 상대를 가뿐하게 이기고 준경승에 올랐다.
다음 날, 준결승전.
첫 경기는 나였다.
나는 붉은 차양의 관객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가 안 계시잖아? 무슨 일이지?’
바쁘시더라도 내 비무만큼은 꼬박꼬박 자리를 지키셨었다.
그때 비어있는 자리 옆에 계신 남궁완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꽤 먼 거리였지만 입 모양을 알아볼 거라 여기고 소리를 내지 않고 말했다.
‘아버지는요?’
남궁완 아저씨도 입 모양으로 말했다.
‘힘내거라.’
아니, 아버지 어디 가셨냐고요!
하지만 더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백리 세가의 백리연! 소림사의 혜정 스님!”
나는 잠시 관객석에 팔렸던 정신을 되돌리며 포권했다.
인사를 주고받은 후, 자세를 취하며 속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계례를 치르고 강호행을 떠났을 때 소림의 무공을 몇 번 접면할 수 있었다.
비무대를 떠난 심판관이 소리쳤다.
“그럼 비무 시작하시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숙인 나는 발끝에 자연지기를 모았다.
쿵!
발을 디딘 비무대가 움푹 패고 빛줄기가 이어졌다.
쇄도해 간 나를 혜정 스님이 기다렸다는 듯 침착하게 맞이했다. 발검과 동시에 파고드는 검격을 쳐 내려는 움직임이······ 너무나 뻔했다.
스아악!
펄럭이는 옷자락이 가라앉고 혜정 스님의 목덜미에 실 같은 핏 자국이 났다.
“······!”
혜정 스님이 눈을 부릅뜬 채 굳어 있었다.
일검승부였다.
이어서 약간 씁쓸하게 느껴지는 음색의 목소리가 외쳤다.
“······승자 백리 세가의 백리연!”
“뭐, 뭐가 어찌 된 것이오?”
“아니? 이렇게 끝난다고 준결승이?!”
“우아아아아아!”
이미 파훼법이 있었다.
충격에 빠진 듯했던 혜정 스님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미타불, 좋은 비무였습니다.”
“······좋은 비무였습니다.”
비무대를 정돈하기 위해 올라오는 맹원들이 보였다. 그들 뒤쪽에 다음 비무의 주인공들이 보였다.
야율과 남궁류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