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아버지가 그만하라는 듯이 나를불렀다.
“연아.”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물러났다.
현무단주가 괴로운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내가 이곳의 일을 알았을 때는 이미 위 맹주님께 무공을 사사한 후였다. 이미 누님은 맹주님과 성혼해 아이가 둘이나 있었지. 내가 뭘 어찌할 수 있었겠는가?”
이미 위지백과 문파의 운명이 얽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위지백의 행태가 밝혀진다면 자신의 조카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남궁완 아저씨가 차갑게 말했다.
“하, 핑계는······.”
현무단주가 남궁완 아저씨를 말없이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남궁 소가주, 자네에게도 사이 좋은 누이가 있었지. 만약 자네라면 어땠을 것 같은가? 자네라면 이 일을 쉽게 밝힐 수 있을 것 같은가? 자네 누이와 조카의 인생을 제 손으로 진창에 넣을 수 있겠냔 말이다.”
남궁완 아저씨의 눈에 불이 튀었다.
“어딜 감히! 이딴 더러운 짓거리에 내 혈육을 비유해?”
남궁완 아저씨가 현무단주에게 다가가는 것을 아버지가 가로막았다.
현무단주가 말을 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최대한 맹주님을 막으려고 들었네. 본래 이 정도 심하진 않으셨어. 저자가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현무단주의 시선을 따라 벽 소가주에게 시선이 모였다.
어깨를 움츠린 채 대화 내내 눈치만 보고 있던 벽 소가주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가, 갑자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현무단주!”
모든 걸 자포자기한 듯한 현무단주의 어조에 분노가 서렸다.
“네놈의 가문이 맹주님을 부추긴 사실을 내 모를 거라 생각했느냐? 어떻게든 한자리를 얻고 싶어서 맹주님을 꾀어낸 것을!”
“웃기지 마시오! 부추긴다고 하는 놈이 병신이지!”
음, 이건 나도 벽 소가주의 의견에 동의했다.
폭로전은 계속 이어졌다. 현무단주가 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네놈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맹주님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셨다!”
“귀를 기울이기는 무슨? 아직도 위 맹주를 제대로 모르는군. 자네 앞에서만 사람 좋은 척한 거겠지! 쯧쯧. 우리가 없었으면 멈췄을 거라고? 흥! 우리가 알게 된 것도 위 맹주가 벽······!”
소리치던 벽 소가주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제 말실수에 화들짝 놀란 모양새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위 맹주가 뭐? 왜 말을 하다마나? 궁금하게 말이야.”
“벼, 별거 아니오.”
“그건 내가 들어보고 판단할테니, 계속하시지.”
“······.”
그순간이었다.
퍽!
옷자락이 펄럭이더니 벽 소가주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커억!”
벽 소가주가 신음하며 바닥을 몇 바퀴 굴렀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달아 몇 번 더 걷어차였다.
눈물 콧물을 쏟고 있는 벽 소가주를 앞에 두고 남궁완 아저씨가 옷자락을 털며 말했다.
“의강, 자네 이자를 제대로 심문하긴 했나?”
남궁완 아저씨는 아버지가 대답도 하기 전에 멋대로 결론 내리듯 말했다.
“그랬을 리가 없지. 내가 제대로 심문하고 오겠네.”
남궁완 아저씨가 벽 소가주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지랄 말고 일어나. 세게 차지도 않았어.”
화들짝 놀란 벽 소가주가 제 멱살을 잡은 손목을 붙잡으며 아버지를 향해 외쳤다.
“대, 대협! 이건 약속이 다르지 않소! 내 목숨은 보장하겠다고······”
남궁완 아저씨가 벽 소가주의 말을 잘라냈다.
“누가 죽인다고 했나? 계속 입 닥치고 있어.”
앞뒤 가리지 않고 걸걸해진 말투를 보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모습이었다.
공중에 뜬 채 버둥거리며 끌려가던 벽 소가주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벼, 벽기현!”
“······.”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름에 남궁완 아저시가 발을 멈췄다.
남궁완 아저씨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벽 소협? 그녀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나?”
남궁완 아저씨의 말은 내 심정과 똑같았다.
벽기현.
야율 어머니의 성함이었다.
갑자기 왜 여기서 그녀의 이름이 나오는 거지?
“그, 그야 위 맹주가 벽기현을 노렸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위 맹주의 본모습을 알게 된 것이오!”
남궁완 아저씨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허공에서 달랑거리던 벽 소가주의 다리가 바닥에 닿고, 벽 소가주는 다리가 풀린 듯 풀썩 주저앉았다.
벽 소가주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벽기현 그 계집이 얼굴 하나는 반반하지 않았소? 위 맹주가 벽기현 그 계집에게 수작질을 해보다 넘어오지 않으니······ 아, 아버지를 찾아오셨소.”
“······.”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옆에서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남궁류청이었다.
남궁류청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벽 소가주가 우물우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벽 소가주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 정확히는 나도 모르는 일이야. 아버지와 위 맹주가 한 일을 내가 어찌 다 알겠느냐? 아니, 그리고 내 처지가 이렇다 한들 너보다 웃어른이거늘! 말투가 왜 그따위더냐?”
이런 미친······.
‘이 상황에서 아직도!’
벌떡 일어나려던 내 어깨를 남궁류청이 살짝 내리 눌렀다.
남궁류청이 명령했다.
“잡아.”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벽 소가주가 움직이지 못하게 양팔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남궁류청의 등이 내가 벽 소가주를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스강!
“무, 뭐 하는······ 아아아악!”
희미한 빛이 번쩍이고, 뭔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굳이 무엇인지 확인하진 않았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남궁류청의 넓은 등 너머로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렸다.
하여간······ 성격 한번 불같다니까.
설마 아버지와 나까지 있는데 이럴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터.
그때 현무단주가 말했다.
“남궁 공자, 그만하게. 내가 말 할 테니.”
남궁류청이 몸을 틀어 현무단주를 바라보았다. 그 덕에 벽 소가주의 꼴을 볼 수 있었다. 얼굴 한쪽이 피범벅이었다.
한숨을 쉰 현무단주가 말했다.
“벽 장주가 벽 소협을 맹주님께 바쳤네.”
“바쳤다니,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 벽 소협이 저 산장에 잠시 있었다고 들었지.”
“······”
“······.”
잠깐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설마 저 산장을 빠져나갔다는 사람이······?’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틀어막았다.
출구의 수중 동굴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여인은 빠져나가기 힘들거라고. 그리고 전에 탈출한 사람은 어떻게 여길 혼자 빠져나갔을까 하는 의문을 살짝 가졌다.
‘그런데 벽기현이었다니.’
정말 무공을 익혀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거였어······
“벽 소협이 산장을 빠져나갔고, 그 일로 큰 소란이 벌어졌기에 그때 이 산장에 대해서 알게 됐지.”
현무단주가 벽 소가주를 바라보았다.
“알아본 바로는 맹주님은 벽 소협에게 혼인을 제안했다고 들었으나 뭔가 일이 틀어진 듯······.”
그때 갑자기 벽 소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그래! 노비 주제에 제가 정말 벽가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아?”
침묵하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벽 소협이 위 맹주와의 혼인을 거절한 건가?”
추근거리던 위 맹주가 거절당했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그럴 리가! 그 계집년은 아버지가 혼인하라고 하니 두말 없이 한다고 했지.”
“······한다고 했다고?”
“그래!”
대체 무슨 생각으로 수락한 건지 알 수 없지만······ 혼인은 부모의 뜻에 전적으로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벽기현도 그런 여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였단 말인가?
벽 소가주가 미치광이처럼 소리쳤다.
“제 주제에 위 맹주와 혼인이라니!”
“뭐······?”
“더러운 핏줄 주제에 어딜 나대려고. 그년이 위 맹주와 혼인하면 다른 이들이 얼마나 비웃겠나!”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다들 나처럼 의아한 표정이었으니.
차라리 벽기현이 혼사를 거절하고, 그녀를 억지로 혼인하도록 몰아넣는 것이 나았을 전도로 진실은 더 추잡했다.
벽 소가주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 아버지께 조언했지.
위 맹주와 벽기현을 혼인까지 시켜야겠냐고. 혼인은 내 누이와 시키고, 위 맹주가 계속 벽기현을 원하면 대충 놀다 버리게 하자고.”
“······.”
“그런데 위 맹주 머저리같은 놈이 벽기현이 아니면 혼인할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더군!”
당연하지!
벽기현은 당시 떠오르는 샛별이었고 무공, 재능, 성품, 용모등 빠질 곳 하나 없었다.
하지만 벽가? 벽기현 빼고는 그저 그런 중소 문파일 뿐이었다.
“그랬더니 위 맹주가 뭐라고 했지? 벽가에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우리가 뭐가 모자라서! 그딴 천것 따위가 뭐가 잘났다고! 모두 벽기현, 벽기현! 그 계집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
아버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벽 소협과 가깝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벽가에 성심을 다한 사실은 안다. 그런데 왜······”
벽 소가주가 아버지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성심? 하! 먹여 주고 재워 준 게 얼만데 당연하지! 우리가 천한 것 팔자까지 고쳐 줬는데 감히 기어오르려 들어?”
그러니까······ 질투였다.
벽기현은 노비 출신인데도 재능하나로 벽가에 입적됐다. 순식간에 벽가 혈족의 실력을 뛰어넘었고, 별 볼일 없다고 알려졌던 벽가의 무공을 새롭게 보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그런 그녀의 재능에 감탄한 구파 일방 중 하나인 청성파에서 그녀를 제자로 원했다.
그 사실을 안 벽가의 다른 혈족이 벽기현 대신 가려고 했으나, 청성에서는 오로지 벽기현만을 원했다.
벽기현은 벽가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고 제안을 거절했고, 그런 인품을 높게 산 청성파는 그녀를 속가 제자로라도 들여 무공 일부를 사사했다.
거기서 끝났다면 미담으로 마무리되었겠으나······ 벽가는 그런 벽기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이 되질 못한 것이다.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해 말을 잇지 못할 때, 남궁류청의 싸늘한 목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하나 묻지.”
“여기서 뭘 더 물어보겠다는······!”
남궁류청이 검을 겨누자 벽 소가주가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야율이 이 일과 관련이 있나?”
벽 소가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있다 마다! 그 자식은 위 맹주의 아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