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마교는 수없이 많은 문파를 멸문하며 무공을 빼앗거나, 혹은 마교 아래로 흡수했다.
따라서 마교 아래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산하 문파들이 있었고, 그들의 무공도 각기 달랐다.
최전선에서 마교와 대립하는 태고 진인도 그들의 모든 무공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갈가라면, 제갈화무라면 가능했다.
그는 지금까지 비무장에 모습 한 번 드러낸 적 없었으며, 지금도 비무장에 없었다.
그래도 지켜보고 있을 것을 알았다.
대신 그의 눈이 되어 줄 결이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작은 생명체를 이 수많은 군중 사이에서 찾는 건 불가능하지만.
“거슬리네, 그 눈.”
여유롭던 야율이 눈썹을 살짝 찡그리는 게 느껴졌다. 놀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고작해야 그 정도.
나름 회심의 한 수 였는데, 어마어마한 순발력이었다.
“양심이 있으면 목 한 번은 내줘야지 않나?”
“네가 원한다면 물론. 하지만 지금 말고 나중에.”
우웅.
서로의 검이 전심전력으로 맞부딪쳤다. 검기의 충돌 파동에 나와 야율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펄럭였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제갈화무가 야율의 무공에 대해 알려 주었다고 한들 이미 백리 세가의 무공을 많이 상대해 본 야율에게는 그래 봤자 동격이 되는 것에 불과했다.
그 이상이 필요했다.
* * *
“저 적야라는 아이의 내공 연원이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이해는 합니다만 발현색이 검은 빛이라고 모두 마공이라 할 수는 없으니. 정확히는 검붉은 빛이지 않습니까? 여하간 몇 번이나 비각에서 재조사하였으나 추도문에 관해서는 아무 혐의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색도 색이지만, 그보다는 축기량이 믿기지 않는군요. 저 나이에 가능하지 않을진대.”
“대등하게 맞서는 백리 소저가 있거늘. 함부로 논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 소저는 백리 세가 직계지 않습니까. 추도문 같은 잡문과 비교할 계제가 아니지요.”
붉은 차양 아래. 비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의 대화가 오갔다. 좀 전의 소란은 별것 아니었다는 듯 다들 태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도 백리 세가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쩌어엉! 쾅!
비무대 위에서는 연신 굉음이 울렸다.
피어오른 흙먼지 속에 백리연과 적야 두 사람의 검이 서로의 신형을 스치며 지났다. 몸을 감싼 호신강기를 베어 낸 검기에 옷자락이 갈라졌다.
지켜보던 백리의 강이 숨을 짧게 나마 멈추었을 때, 누군가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당연히 백리 소저가 승리해야지요. 여기서 백리 소저가 진다면 맹회의 체면이 어찌 되겠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하필이면 저런 무도한 자가 결승에 오르다니. 쯧. 천마지보가 저런 자의 손에 들어가게 둘 수는 없지요.”
마치 승리를 맡겨 놓은듯한 대화에 남궁완이 눈썹을 치켜들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표했다.
“흠······.”
그때 비무가 시작한 이래 침묵중이었던 백리 세가주가 침음을 내며 입을 열었다.
“다들 말하는 꼬락서니가 우습군.”
거침없는 말투에 입을 놀리던 이들이 깜짝 놀라며 조용해졌다.
비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으나, 백리 세가주에게서는 줄기줄기 위협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무공 수위가 낮은 이들은 안색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공손 총사가 웃는 낯으로 끼어들었다.
“백리 세가주,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다 백리 소저의 승리를 바랐을 뿐입니다.”
“내 손녀의 승리는 당연하지. 내그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는가?”
“그럼 무엇 때문입니까?”
혀를 끌끌 찬 백리 세가주가 이것도 설명해야 하냐는 듯이 말했다.
“무림맹의 사정으로 우리 연이의 협행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야 뭐, 이해한다 치지만, 이 자리으 맹회 수뇌부와 대방파의 인물들이라면 사정을 다 알고 있을 진대 아직도 소저가 무엇이야?
응당 대협이라 불러야지!”
“······.”
“공명정대한 백도 나리들이 연이의 공을 깎아내리고 싶은 게 아니고서야.”
당황한 이들 사이에서 태고 진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타박했다.
“하하, 내 별꼴을 다 보겠군. 자네, 내가 알던 백리패혁 맞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후에 강산이 두 번은 변했을 걸세. 내 말이 틀렸나?”
태고 진인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백리 세가주의 말이 옳네. 백리 소저의 공을 생각한다면 대협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우리라도 저 아이의 공을 기억해야지. 아니 그런가?”
몇몇 이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태고 진인이 말을 이었다.
“하나 자네도 아들도 대협이라 부르니 편의를 위해서 소협이라 부르는 건 어떤가?”
“뭐······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알겠네.”
그제야 백리 세가주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대화에 온전히 신경 쓸 수 있도록 쉬어가는 듯하던 굉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콰과쾅!
좀 전까지 백리연이 자리했던 비무대가 적야의 검기를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공중에 떠오른 백리연이 몸을 비틀어 적야의 공세를 막았다.
스아악! 쩌엉!
비무장 밖으로 날려버릴 듯한 공세를 어떻게 흘려 냈는지 튕겨 나가지 않은 백리연이 그대로 적야를 향해 진각을 찍어냈다.
쿠궁!
태고 진인이 말했다.
“내 백리세가의 검을 잘 안다 할 수는 없지만, 자네 손녀의 내공 발산법이 좀 특이한 것 같소.”
“그야 연이는 연이에게 맞는 방식을 딸 익혔기 때문이지.”
그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비무대 위에서도 대화가 이어졌다.
「 그 눈 때문이 아니라, 어디서 내 검법을 알아냈나 보구나? 대단하네. 」
전음하는 야유의 눈매가 기쁘다는 듯 휘어있었다.
나는 그가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알았다.
또한 약점 조차도.
나는 가볍게 말했다.
“제갈화무가 알려 줬어.”
“······.”
역시나 눈빛이 바로 싸늘해졌다. 내가 야율에 관해 관심을 깊게 가지고 그를 조사한 줄 알아 기뻐한 것이다.
‘아니 뒷조사를 했다는데 좋아해? 진짜 웃기는 녀석.’
나는 슬쩍 웃으며 전음했다.
「류청이 기권해 내가 네 검법을 보지 못해 아쉽지 않냐고? 딱히. 류청 말고도 나를 도와줄 자는 있어.」
검을 내려 쥔 야율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는 걸로는 이길 수 없을 텐데.”
정보의 차이는 제갈화무가 알려준 지식으로, 세월의 차이는 금안으로 버틸 수 있다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나는 내 몸의 힘이 아닌 외부의 자연지기를 썼다.
단전에 모아 둔 내공과 달리 자연지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런 자연지기를 무한정 쓸 수 있었다면 압도적인 내공으로 벌써 천하 강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체력이 버티질 못했다.
오래 쓸수록 육체에 무리가 왔다.
그리고 야율은 그런 내 약점을 아주 잘 알았다.
우웅.
잠시나마 기운이 흐릿해졌던 야율의 검에 날카롭게 벼린 기운이 맺혔다.
늘 기척을 지우던 모습과 달리 온몸으로 내뿜는 짙은 내공이 넘실거리듯 흘러나왔다.
눈 한 번 깜빡인 순간, 야율의 검이 쾌속하게 다가왔다.
금안이 피할 수 없는 경로라는 걸 알려주었다.
유일한 방법은 검으로 맞받아치는 것뿐. 그리고 저런 검기를 막으려면 동격의 기운이 필요했다.
검광이 새하얗게 빛나는 검이 검붉은 검을 막았다.
쾌속한 움직임과 달리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쾅! 콰쾅! 스악! 쩌엉!
야율은 전투를 내공 싸움으로 이끌고 갔다.
내공을 많이 쓸수록 내가 더 빨리 지칠테니까.
제 내공이 부족함 없을 걸 아는 광오할 정도의 자신감이었다.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두 번은 계속 막아서야 한단 뜻이었다.
계속되는 충돌로 손목이 아리고 손아귀가 찢어질 듯했다. 호신강기를 짓이기는 파괴적인 검기에 스치듯 남는 상처들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아찔한 검격도 몇 번이나 있었다.
충돌 검파로 비무대가 점차 짓이겨졌다.
콰직!
연이은 검의 충돌로 말미암은 무지막지한 돌풍이 불었다. 관중석의 붉은 차양이 정신없이 펄럭이고, 비무장 가장자리를 장식한 무림맹을 나타내는 깃대는 휘청거리다 결국 부러졌다.
“으악!”
관객석 한중간으로 날아간 깃대를 맹원이 황급히 막아섰다. 미처 막지 못한 곳의 몇몇 사람들은 부상을 입고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게 후기지수들의 싸움이라고?”
“지금까지의 비무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군.”
“비무장이 거의 작살났네. 이러다 여기까지 영향이 미치는 건······”
예상치 못한 수준의 비무에 몇몇 관중은 두려움에 질린 낯을 했다.
쿠쾅!
찰나지간에 수십 합을 나눈 나와 야율이 마지막 충돌에 비무대 위를 주르륵 미끄러졌다.
“하아, 하아.”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피어난 흙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서늘하게 굳은 표정의 야율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거센 숨을 내쉬면서도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쿨럭.”
야율이 참지 못하고 얕은 기침을 토했다.
선홍색 핏자국이 바닥에 점점이 자국을 남겼다.
「그러게 야율. 한 가지 길로만 갔어야지.」
내공 대결? 나 또한 원하는 바였다.
야율의 내공은 아슬아슬한균형 상태였다.
천산염제의 무공으로 쌓은 내공과 흡성마공을 통해 쌓은 내공.
야율은 그걸 합일해 하나의 내공처럼 이끌어 쓰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둘 사이를 갈라 놓는다면?
하나의 몸에 두 가지 기운이라니. 주화입마에 빠지기 아주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