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나는 할말이 없네.”
“의강!”
“비키게.”
서로 간의 시선이 물러섬 없이 맞부딪쳤다.
남궁완 아저씨의 숨이 점차 거칠어졌다.
“자네······ 정말······.”
검을 쥔 아버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쾅! 주변의 연막이 흩날릴 정도로 강한 충격파였다.
위지백의 검을 막아선 남궁완 아저씨의 팔에 핏줄이 잔뜩 서 있었다.
“남궁 소가주!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저 배신자의 편을 드는 것인가? 마교 놈들에게 누이를 잃은 자네가?”
“그 입 닥치지 못해! 지금 내가 말하고 있었지 않나!”
분노한 남궁완 아저씨가 위지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쿠르릉! 위지백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남궁완 아저씨의 검을 막았으나, 곧장 표정이 변했다.
지켜보는 건 거기까지 였다.
벼락이 내려치는 것처럼 요란한 소음이 연막 안에 울려 퍼졌다.
비무장을 간신히 빠져나오자 이젠 사방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비무대 안쪽은 점차 연기가 가라앉고 있었지만 바깥쪽은 불타는 건물들로 열기가 밀어닥쳤다.
맹원들이 물동이를 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놈의 불 지긋지긋하네.”
얼마 전 산장이 저절로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그 부인들은 잘 빠져나갔으려나?’
부인들의 호위로 붙여 놓은 자들이 잘 보호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백리 대협! 무사하셨군요. 지금 사방에서 불이······.”
아직 상황을 모르는 맹원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불, 불 부터 꺼!”
“마교 놈들이 빠져나간다! 다들 쫓아!”
연막을 빠져나온 건 나와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 백리 소저, 이쪽이에요! 」
가느다란 목소리가 전음으로 들려왔다.
주변을 찾듯 돌아보자 이번에는 목소리로 들렸다.
“여기!”
공손월이었다.
“······대협?”
뒤쪽에서는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힌 악중해가 제 문파의 사람들을 데리고 서 있었다.
* * *
대낮에도 어둑한 숲.
울창한 활엽수림 아래 비탈길을 한 사내가 날듯이 뛰어갔다.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푸른색 비단 무복을 입은 자가 뒤쫓았다.
잠시 후,
쿠왕!
나무들이 뒤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 퍼졌다.
도망치던 사내는 쓰러지며 제 앞을 막아선 나무를 보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나 사내가 가려는 방향에 여인이 가볍게 착지하듯 내려섰다
사내가 황급히 바라본 다른 방향에도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사내가 털썩 무릎 꿇었다.
“살려 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푸른 무복의 청년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라면?”
“앞선 다섯 모두 혈고 발작을 일으켜서 사망했다.”
“말도······ 말도 안 돼! 아직 발작 기한까지는 며칠 남았는데······! 살려, 살려 주십시오!”
비무 대회가 엉망으로 끝난 지 벌써 사흘.
그날 배신하거나 잠입하였던 마교도 대다수는 그 자리에서 죽거나 잡혔다.
하지만 다들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빠져나간 이들을 추적 끝에 잡았거늘.
서하령이 피를 토한 사내를 발끝으로 툭 건드렸다. 좀 전까지 움직이던 입에선 거품 섞인 핏줄기만 느릿하게 흘러내릴 뿐이었다.
“결국, 이놈도 죽었네.”
잡힌 자들은 대다수가 꼬리로,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었다.
배신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혈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던 이들은 결국 혈고의 발작으로 죽었다. 살려 보려는 노력도 소용없었다.
“그래도 이번 사람은 아는 게 좀 있어서 다행이네.”
서하령이 침묵하는 남궁류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백리의란의 단독 행동이었다니. 같은 마교도일 텐데 왜 그렇게 끔찍하게 죽였나 했더니. 흡성마공이라······.”
남궁류청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은 죗값도 되지않는 죽음이야.”
“뭐······ 그건 그렇지.”
위지백의 죄 또한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장원을 조사한 결과 정말로 진기를 빨려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몇 구 발견되었다.
이 조사에 협조한 것은 위지백의 첫째 부인인 여 부인이었다. 여 부인은 현무단주의 누이이기도 했다.
현무단주는 그녀의 협조와 종천문이 책임을 지고 100년간 봉문을 한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풀려났다.
자식과 손주는 이미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운남 지역의 친지에게로 보낸 상태였다.
그렇게 첫째 부인마저 등을 돌린 위지백은 제 동맹 일부를 데리고 도주했다.
그때 서하령이 목소리를 확 낮추고 속삭였다.
“그런데 말야······ 정말 적야가 야율이야?”
남궁류청의 시선에 서하령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니,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어.”
“누구한테?”
“뭐, 나는 소식 듣는 귀 하나 없을까. 그래서 정말이야?”
“맞아.”
“헉······!”
남궁류청의 눈을 내리깔았다.
적야의 정체는 이제 비밀도 아니었다. 무림맹의 고위급들은 대다수가 눈치챘다. 그가 본단을 탈출하며 펼친 무공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 숨길 필요 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천산염제의 무공을 펼치며 추적자들을 농락하고 빠져나갔다. 그로 인해 남궁류청도 질책을 받았다.
야율의 정체를 알면서 숨겼다는 걸 친부가 알았기 때문이다.
– 네가 왜 갑자기 기권하였나 했더니만, 상대가 야율이어서였느냐? 대체, 알고 있었으면서 어찌 말하지 않았느냐!-
-무림맹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이제는 무림맹이 널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더군! 너 또한 내통한 것이 아니냐고! –
-그자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너 혼자 잘났지. 적어도 이 아비에게는······!-
소리치던 남궁완이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숨을 가다듬었다. 고통스러운 낯이었다.
-아버지, 진정하시지요. 환부에 좋지 않습니다.-
가슴팍의 붕대에 피가 살짝 베어나왔다.
위지백과 크게 부딪쳤던 남궁완은 몇 주는 족히 요양해야 할 부상을 입었다.
어찌나 싸움이 격렬하고 컸는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태고 진인과 백리 세가주가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싸움을 멈출 정도였다.
대신 위지백도 멀쩡하진 않았다. 부상의 정도야 남궁완이 더 크다지만, 남궁완이 위지백에게 부상을 입히고 심지어 잠깐이나마 몰아붙였던 모습은 그 자리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의원을 부르······ –
-필요없다. 쉬어야 된단 말이나 하겠지. 말 같지도 않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쉬냔 말이냐!-
백리연과 백리의강은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 그대로 실종되었다.
그리고 공손 총사에게 보고가 들어왔던 마교군은 빠르게 무한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대로 전쟁이 발발하는가 싶었으나 갑자기 마교군은 진군을 멈추고 무한 코앞에 천라지망을 펼쳤다.
무얼 잡기 위해 천라지망을 펼쳤는지는 자명했다.
백리연.
백리연이 천마지보를 흡수한 게 아니라면 마교가 그런 행동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 마교 놈들이 백리연을 붙잡게 둘 수 없다. 지금의 천마는 초대 천마에 비하면 현격히 약해진 것이다. 천마지보에 담긴 힘을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걸 손에 넣게 둘 수 없다.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해.-
-그런 다음에는요?-
– ······. –
-우리가 백리연을 먼저 찾은 다음에는요? –
남궁류청은 최대한 감정을 죽인 채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
-침착하구나. 너답지 않게.-
-아버지께서 비이성적이신 겁니다.-
남궁완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남궁류청은 꽉 쥔 주먹을 숨긴 채 말했다.
-만약 진실로 연이가 천마의 혈육이라고 한들······ 연이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자랐을 겁니다.-
– ······. –
-친모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자란 연이에게 죄를 묻겠다는 겁니까? –
-네가 많이 컸구나. 감정에 호소하는 말을 할 줄도 알고.-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안쓰럽게 여겨진다면 아버지께서 그리 여기시는 거지요. –
남궁완의 시선은 탁자를 의미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 그래. 연이의, 백리연의 잘못은 아니지. –
남궁류청이 입을 열려는 순간 음울한 목소리가 먼저였다.
-그러면 내 잘못이란 게냐? –
– ······ 그런 말이 아닙니다. –
-뭐가 아니란 말이냐? 하하.-
웃음이 점차 사그라지고 남궁완이 조소하듯 말했다.
-내가 마음이 넓지 못해서, 복수에 눈이 멀어서, 마땅히 용서해야 할 일을 붙잡고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냐? –
쾅! 탁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내가 이 모든 게 연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머저리로 보이느냐! –
– ······. –
남궁완은 지친 얼굴이었다. 점점이 퍼지던 핏자국이 이제는 붕대 위로 선명했다.
남궁류청이 고개 숙였다.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 –
남궁완이 돌아서는 남궁류청을 향해 말했다.
-그러는 너는 어찌할 생각이더냐? –
남궁류청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궁완은 남궁류청이 꺼내기 전까지 백리연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남궁완 나름의 아비로서 자식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 배려였다.
남궁완이 담담히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성적이라 이 아비는 매우 다행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