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흐, 흡성마공!”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이 야율의 주변에서 헐레벌떡 멀어졌다.
나는 망연히 야율을 바라보았다.
‘제정신인가?’
신종 자살 방식인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흡성마공을 사용하다니.
‘대체 이 일을 어찌 수습하려고.’
아니나 다를까.
“감히!”
위지백이 야율에게 달려들었다.
출수와 동시에 뻗어 나간 검격이 매서웠다. 야율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모습이 예상되었으나, 순간 야율이 미라를 그에게 집어 던졌다.
위지백은 대경실색하며 후다닥 멀어졌다. 역병이라도 마주한 것같은 추한 모습이었다. 흡성마공에 대한 강호인들의 공포가 그만큼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털썩.
미라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야율에게 흡수된 고모의 진기는 별다른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그의 공력에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천귀조만 하더랃 어린아이의 순수한 진기만을 노려서 흡수했다. 나이가 찰수록 진기의 정순함이 떨어져 흡수 시 본래 내공과 잘 합쳐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내게 계시라도 내리는 것처럼 무언가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떠올랐다.
흡성마공은 본디 천마의 무맥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천마가 무공을 마교도아게 하사하면서 여러 갈래로 갈리고 변화되었다.
위지백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네놈 대체 왜 이런 짓을······!”
야율이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손을 털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뭘 놀라? 너도 저 여자한테 산 사람 가져다 줄 때는 언제고?”
“······!”
위지백이 눈에 띄게 당황한 낯을 했다.
“위 대협! 설마?”
“모함하지 마라!”
단전을 폐했는데도 고모가 멀쩡하고 젊은 낯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
백리의란 또한 흡성마광에서 비롯된 사술을 익힌 것이다.
야율의 흡성마공과 백리의란이 젊음을 유지한 방법, 둘은 무공의 원류가 같았다. 바로 야율이 고모의 진기를 손쉽게 흡수한 방법이었다.
위지백이 다급하게 외쳤다.
“감히 무림맹에 모습을 드러낸 마교도를 죽여라!”
오랫동안 위지백을 맹주로 모셨던 맹원들이 위지백의 명에 반사적으로 야율을 둥글게 포위했다.
이미 검을 뽑아 들고 있던 위지백의 사람들도 그들과 함께 야율을 둘러쌌다.
잠시 눈치 보듯 견제하는 시간을 가지다······ 갑자기 뒤를 돌아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율이 또한 그들 사이에서 함께 날뛰기 시작했다. 검붉은 검기에 맹원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위지백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게 뭣들 하는 짓인가!”
위지백의 사람들뿐만 아니었다.
야율을 포위했던 맹원들도 갑자기 무차별적으로 주변의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컥!”
“자네, 정신 차리게!”
“배신자다! 모두 조심해라!”
무림맹 수뇌부 중 누군가 공손 총사를 향해 나무라듯 소리쳤다.
“이게 대체 무슨 혼란이요! 분명 신분이 확실하다고 하지 않았소!”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당황도 잠깐이었을 뿐, 흔들림 없었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수입니다. 저자를 잡아라! 어떻게든 생포해야 한다!”
위지백이 버럭 소리쳤다.
“생포라니! 총사!”
공손 총사가 위지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생포해야지요. 무슨 목적으로 잠입해왔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공손 총사가 빼먹었다는 듯이 덧붙였다.
“물론 저자가 말한 위 대협의 이야기도 더 들어봐야 하고요.”
“공손 총사, 자네······!”
공손 총사는 더는 위지백을 바라보지 않고 맹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더는 위지백을 감싸봤자 이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태고 진인이 뒷짐을 진 채 살짝 물러났다. 할아버지와 위지백의 중간 정도 되는 자리였다.
태고 진인이 위지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위 가주, 허튼 생각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려. 저자가 죽는다면 결백을 밝히기 어렵지 않겠소이까?”
위지백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지켜보던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과 맹원들이 모여 들었다.
“마교도 놈이었다니. 세상에 저자가 우승하지 않은 게 다행이군.”
“비무는 다들 보았을 테니, 조심 하시오!”
“황보 공자님! 조심하십시오.”
챙! 스악! 쾅!
비무에서 패배한 후 모욕이라며 길길이 날뛰던 황보찬도 설욕할 기회라는 듯이 검을 뽑아 들고 난입했다.
그들 모두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고수들이 잔뜩 모인 곳이었다. 본래 동료였던 이들이었기에 손속에 자비를 두어 아직 밀리지 않았을 뿐이다.
빠르게 혼란이 진정된 지금은 급격하게 야율 측이 밀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그 순간.
쾅!
무언가 터지는 듯한 폭음이 들리고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야!”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목조 건물로 만들어진 이곳은 한 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고 번지기도 쉬웠다. 심지어 한 곳이 아니었다.
쾅! 쿠쾅!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음이 터졌다.
“말도 안 돼!”
공손 총사가 당황해 소리쳤다.
저번 무림맹 본단이 무너져 내렸던 습격 이후로 무림맹은 훨씬 더 정교한 경계 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이를 지킬 자신이 있기에 비무 대회 개최를 한 것이다.
‘아무리 여러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들 저렇게 많은 수가 잠입하는 걸 놓쳤을 리······.’
비무대를 날려 버렸을 야율의 공격.
수습하려는 맹원들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비무장으로 몰려왔다. 텅 비어버린 본단 내에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함께 군중 사이에 숨어 있던 이에게서 무언가 쇄도하듯 수뇌부를 향해 날아왔다.
팽 가주라 불린 이가 가소롭다는 듯 손을 뻗었다.
공손 총사가 소리쳤다.
“팽 가주! 안 되오!”
뒤늦은 외침이었다.
이미 팽 가주는 출수를 마쳤다.
팽 가주의 장법이 날아온 것을 받아친 순간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회색빛의 안개 같은 가루가 흩뿌려졌다.
“독무다!”
다들 입을 막고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던진 건 하나가 아니었다.
“꺄아아악!”
“아악! 살려 줘!”
“으악!”
사방에서 비슷한 것들이 터졌다
독무와 연막탄이 뒤섞여 있었다. 장풍 한 번이면 날려 보낼 수 있지만, 혼란에 빠져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천여 명의 군중으로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주춤 한 걸음 물러났다.
그때 내 팔을 꽉 부여잡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고민은 찰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버지와 함께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그 순간 연막 속에 우렁찬 목소리가 퍼졌다.
“백리연을 도망가게 두어서는 안 되오! 천마지보를 흡수한 백리연을 죽이는 것이 천마지보에 담긴 천마의 힘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오!”
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 가까이 다가왔는지 모를 이들의 검광이 연막을 뚫고 나를 노렸다.
챙 ! 채챙!
아버지가 순식간에 처리했지만 다른 이가 소리쳤다.
“백리연이 여기 있다!”
나 또한 검을 빼 들었을 때, 싸한 느낌이 들었다.
화아악!
연막 속에서도 가장 선명하던 세 빛 중 하나가 유성처럼 내게 쏘아져 왔다 쾌속하면서 은밀했다.
위험을 감지한 순간부터 시간이 극도로 느릿해졌다.
연막을 뚫고 온 이는 전광석화처럼 정확히 내 다리를 노렸다.
본래의 파괴적인 기도를 확연하게 줄인 공격. 도주를 막으려는 의도가 선명히 느껴졌다.
‘원래라면 보이더라도 절대 피할수 없었겠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의념에 저절로 내 몸이 반응하여 움직였다.
숨 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연지기를 전신에 두르며 검에는 금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내 하단부를 노리던 태고 진인의 새하얀 눈썹이 꿈틀거리며 눈을 부릅뜨는 것까지 모두 천천히 느껴졌다.
쾅!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태고 진인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대로 보내선 안 되겠구나.”
잠시나마 태고 진인과 동격으로 검을 밀어냈다.
하지만 곧이어 챙- 소리와 함께 검이 부러졌다. 야율의 절기를 막을 때 타격을 입었던 것이 이번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연아!”
아버지가 나를 끌어당기며 가까스로 태고 진인의 공격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호신 강기가 아니었다면 검력에 팔이 그대로 날아갔을 정도였다.
찰나지간일지라도 버틴 결과.
쿠콰캉!
“곤륜파의 장문인이 체면 불고하고 암살자 나부랭이처럼 움직이다니. 상당히 급했나 보오?”
“백리 세가주, 지금 이 상황에서 도주하는 건······.”
할아버지의 등을 뒤로 하고 아버지가 내 허리춤을 안고 내달렸다.
천마지보의 의지대로움직인 대가는 컸다. 그 짧은 움직임만으로도 온몸의 근육이 당기는 것은 당연하고, 오른팔의 인대와 근육에는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몰려왔다.
“어딜······! 네놈을 그냥 보낼 것 같으냐!”
하지만 사방에서 막아서는 자들이 계속 나타났다.
위지백과 함께 있던 붕대를 감은 자였다.
“백리의강이 쥐새끼마냥 도망치는 모습을 보게······.”
득의양양하게 웃던 사내의 목이 누군가의 일검에 날아갔다.
힘을 잃고 쓰러지는 몸 뒤쪽에 남궁완 아저씨가 피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
“······.”
고모가 헛소리를 지껄인 이후 처음으로 바라본 남궁완 아저씨였다.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지 두려워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남궁완 아저씨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애써 침착한 모습으로 꾸며 낸 것이란 걸 알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소란스러운 사방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저 말이 모두 사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