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내 어머니가 천마의 딸이라니.
‘내가 천마의 외손녀라고?’
사람들의 경악 어린 시선들이 나를 향했다.
“이게 무슨······?”
“천마가 왜 여기서 나온단 말이오?
위지백은 어느새 한발 뒤로 빠져 있었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덫에 걸린 사냥감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벌써 승리감마저 엿보였다.
“정말이오?”
“저자의 말이 사실이오?”
나는 질문을 한 자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조카를 독살하려던 사람의 말을 믿으시는 건가요?”
내 의연한 태도에 위지백의 표정이 순간 굳는 게 보였다. 여기서 당황하면 오히려 저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나는 고모를 보면서 이어 말했다.
“독살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나와 명이 오라버니를 주화입마에 빠트렸지. 죽이려면 극독을 쓰지, 주화입마에 빠트리는 독을 쓰다니?”
사람들이 이제는 내 말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진실보다는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주화입마에 빠트리는 독이라고?”
“그런 독이 있나?”
“헉, 그럼 백리 소저가 내공폐인이 되었던 게······.”
나는 사람들이 반응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이어 말했다.
“심지어 그 독은 마교의 독이었지. 당시 고모를 조사한 증거가 모두 남아 있어!”
아니,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고모에게 독을 준 스님은 이미 죽어 버렸는데 어떻게 밝힌단 말인가?
남은 건 당시 조사한 사라마들과 서류 정도? 하지만 당장 여기서 그 증거의 존재 여부를 밝힐 방법은 없다.
즉, 내가 있다고 말하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교에서 천마의 혈육인 나를 주화입망 빠트리라고 독을 줬다고?”
나는 기가 찬다는 듯 웃고 소리쳤다.
“당신의 말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버지를 향해 진실 여부를 해명하라는 듯이 보던 군중이 다시 고모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고모가 당황한 표정으로 제 주장은 사실이라고 말했으나 그녀의 말은 이미 신용을 잃었다.
“모함에 제정신이 아니군!”
“허 참, 허! 하마터면 속을 뻔했군!”
“저런 자의 말을 믿고 데려오다니! 위 맹주도 제정신이 아니로군!”
노골적인 야유와 조롱이 퍼부어 질 때.
“갈!”
공력이 듬뿍 담긴 일갈이 주변을 우레처럼 뒤흔들었다.
위지백이었다.
야유와 조롱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위지백이 한심하다는 듯 고모를 흘끗 보고 말했다.
“누가 천마의 혈육 아니랄까 봐, 삿된 혀로 현혹하려 드는구나.”
그리고 조용해진 군중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런 말장난을 하고 있을 필요 없소!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위지백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천마지보를 흡수할 수 있는 건 천마의 혈육 뿐!”
위지백이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 다 두 눈 똑똑히 보지 않았소! 천마지보가 저 계집에게 흡수되는 걸!”
나는 곧장 반박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머릿속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천마지보의 의념을 느끼며 발뺌했다.
“천마지보가 저 혼자 불탄 걸 애 제 탓으로 만든단 말입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천마지보가 혼자 불탄 건 맞았으니.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온 듯 싶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눈앞에 오고 나서야 상대가 나타난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검을 뽑아 드는 것이 보였다. 찰나지간의 간격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한 박자 늦었다.
그리고 상대의 손이 내게 닿기 직전.
콰앙-!
아버지가 나를 황급히 끌어안으며 몇 발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버지 품에 있으면서도 엄청난 충격파에 머리칼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할아버지가 태고 진인의 등허리를 공격하고, 내게 손을 뻗던 태고 진인이 황급히 몸을 들어 이를 막아 낸 상황. 그러고 나서는 언제 충돌했냐는 듯이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단 한 번의 충돌로도 시상대는 이미 반파되어 있었다.
할아버지가 서슬 퍼런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짓이오, 태고 진인?”
“빈도는 그저 확인해 보려고 했을 뿐이오.”
“자네가 뭐라고 내 손녀를 내 앞에서 확인하네 마네 하나?”
태고 진인은 태연하게 답했다.
“정말 결백하다면 이리 예민하게 굴 필요 없지 않소?”
“의심이 불쾌하군!”
천마지보가 불탄 순간부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태고 진인의 눈빛.
태고 진인은 처음 천마지보가 불탄 순간부터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천마지보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던 자로써 무언가 느꼈는지도 모른다.
위지백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백리 세가주, 왜 막아서는 것이오? 정말 결백하다면 이곳에서 진실을 밝히면 될 터!”
“해명의 가치가 없다!”
할아버지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온 백검단원들도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챙, 채채앵!
이를 받아치듯 위지백의 동맹과 위가의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드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이곳을 둘러싼 맹원들도 검을 뽑아 들었다.
공손 총사가 당황하며소리쳤다.
“그만! 검을 내려라! 다들 진정하시지요! 너무 격해지셨소이다!”
위지백이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보며 말했다.
“백리연, 그 입을 나불거릴 때는 언제고 뒤에 숨어 있느냐? 네가 나와 당당히 확인받는 게 어떻느냐? 너도 가문에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을 터!”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로 나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때, 아버지가 내 팔을 움켜쥐듯 꽉 부여잡았다.
위지백이 할아버지를 돌아보고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니면 설마 백리 세가주도 알고 있었던 것이오? 천마의 혈육을 백도 무인으로 만들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소?”
그때였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 건 네놈이겠지!”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군중 사이에서 날아온 돌이 힘없이 발치로 떨어졌다.
툭.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던 분위기가 깨졌다.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돌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서른쯤의 아리따운 외모의 여인이 있었다.
“네놈이 낯짝이라는 게 있다면 어찌 다시 모습을 드러낸단 말이냐!”
“너는!”
위지백이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위지백의 부인 중 한 명이었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니라 대여섯 명이 함께 모여 있었다. 이 와중에도 여인들을 보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인이 위지백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며 소리쳤다.
“총사! 태고 진인! 분명 우리와 약조하지 않았소?! 저자가 다시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하겠다고! 그리 약조해 놓고 지금 이따위 상황을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
공손 총사와 태고 진인을 비롯한, 특히나 무림맹주의 일을 묻도록 압박한 이들의 안색이 싹 변했다.
그럴 수밖에. 저자들은 부인들이 모두 떠났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바보도 아니고 무림맹의 약조를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혹시나 약조를 지키지 않을까 하여 손님으로 몇 명을 데리고 있었다. 어차피 갈 곳 없는 이들은 혹시 모르니 남아 있어 달라고 한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주었고.
태고 진인이 진정하라는 듯 말했다.
“약조를 지키지 않으려던 것은 아니었소. 다만, 천마신교의 일은 우리에게······.”
여인이 태고 진인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마교? 우리한텐 네놈들이 마교다!”
“······.”
태고 진인의 낯빛이 굳었다. 그가 언제 이런 취급을 당해보았겠는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여인은 가차없이 폭로를 이었다.
“위지백 네놈! 색마의 제자로 파렴치한 주제에 무림맹줄 행세하더니 네 죄가 다 사라진 것 같으냐!”
위지백의 얼굴이 불그죽죽해졌다.
사라진 지 몇 년이나 지났어도, 워낙 색마의 악명이 높았기에 기억하고 있는 자들이 넘쳐 났다.
“일백 명의 여인을 멋대로 납치해 농락한 것으로도 모자라느냐? 심지어 우리가 도망치려 하니 불을 질러 증거를 없애려 했지!”
여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백리 소저가 아니었다면! 네놈 뜻대로 우리 모두 타 죽었겠지······.”
사람들의 경악 어린 시선이 이번에는 위지백을 향했다.
위지백이 당장 찢어 죽이고 싶다는 눈빛으로 입술을 씰룩였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을 때.
“하나 묻지요.”
차분한 음성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모으는 음성이었다.
아버지가 고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천마의 혈육만이 천마지보를 흡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습니까?”
“······.”
“천마의 혈육이란 건 어디서 들은 겁니까?”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이곳의 누구도, 나조차도 천마지보의 능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면 소문이 퍼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들었겠는가?
마교에게서 직접 들을 수밖에.
나는 눈을 빛냈다.
“그러고 보니 고모, 가문 호적에서 제명될 때 분명 단전과 사지근맥을 폐한 걸로 아는데, 어째 10여 년 전과 변함없이 똑, 같, 은, 모습이네요. 무슨 사술이라도 익힌 것처럼······.”
순식간에 고모를 향해 시선이 모였다. 이번 눈빛은 조롱과 야유를 넘어 혐오와 경계였다.
맹원들의 경계가 고모를 향했다.
심지어 위지백의 동맹도 내밀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는지 경계하듯 고모에게서 슬그머니 물러나며 검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위지백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 요사한 입 닥치거라!”
당장이라도 충돌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순간.
파발 깃발을 든 꾀죄죄한 모습의 맹원이 사람들을 밀치며 갑자기 시상대 앞에 나타났다. 매우 다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맹원은 주변의 모든 상황을 무시한 채 곧장 공손 총사에게 서신을 내밀었다.
공손 총사는 당혹과 안도감이 뒤섞인 얼굴로 서둘러 서신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곧 낯빛이 굳었다.
서신을 내리며 공손 총사가 무겁게 말했다.
“마교군이 무한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오.”
위지백이 구원줄을 잡은 눈빛으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알겠군. 천마지보를 흡수한 백리연이 목적일 것이오!”
“위 가주! 바보같은 소리 마시오. 이를 노렸던 걸 모르겠소? 이건 우리의 분란을······”
그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악!”
“무슨······!”
갑작스러운 비명이 퍼졌다.
모두 놀라며 바라본 방향에는 미라처럼 바짝 마른 모습의 고모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야율이 그 미라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