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아버지가 날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이야기.”
“네?”
“네가 죽으면 해독할 수 있다고 천마가 말했다는 건 왜 내게 비밀로 했느냐? 설마 내가 해독하고자 네게 죽으라고 할 것 같아서?”
“네에? 그럴 리가요!”
나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럼 왜 비밀로 하였느냐?”
“그건······ 그건······.”
나는 이불을 꽉 그러쥐었다. 그리고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 짐을 얹고 싶지 않았어요. 모르셔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연아, 나는 너를 만나고 단 한 번도 너를 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버지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이리말해도 그리 생각하지 못하겠지.”
“아니······.”
내가 입을 여는 순간 아버지가 먼저 말했다.
“아니라고 하지 말거라. 아무리 네가 허수아비처럼 생각하는 아비래도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으니.”
“허, 허수아비라니요!”
아버지는 내 반론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오히려 나는 내가 네 아비 노릇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늘 생각했단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네가 그리 말해도 나는 그리 생각지 못하겠구나.”
“······”
나는 허를 찔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네가 주화입마에 빠진 이후부터······ 나는 네게 늘 미안한 마음을 지녔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안다. 어찌 모를까.
아버지는 자신이 백리 세가로 나를 데려와서, 자신이 곁에 없어서 내가 주화입마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주려고 했었고, 그러다 할아버지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기도 했다.
“혹시 느껴지느냐? 의원이 말하더구나. 네 단전이 회복되었다고.”
“네? 뭐라고요?”
“의원이 말하길 아직은 무리지만, 몸이 회복되고 나면 다른 이들처럼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하더구나.”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나았다고? 단전이?’
전혀 몰랐다.
나는 현재 혈도와 기맥이 크게 상했기에 한동안 진기 운용을 금지당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내 얼굴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려 서로 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네게 목숨까지 내줬지. 그래서 이제 더는 미안하지 않구나.”
“······”
“그리고 너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 네 목숨까지 내주며 날 해독하게 해 주지 않았느냐?”
“······”
“그러니 이제 정말 끝난 것이다.”
“······.”
“나도 네게 미안해할 필요 없고, 너도 내게 미안해할 필요 없다.”
“아버지······.”
살짝 미소 지은 아버지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다 가만히 끌어안았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목숨을 받아 태어난다고 하지. 지금껏 동의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너에 대해서만은 그 말에 동의하게 되는구나.”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흘러내린 아버지의 하얀 머리카락을 보았다.
내공독이 해독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진기를 소모하며 몸에 입은 타격은 그대로였다.
하얗게 변한 머리는 다시 검어질 수 없을 테고, 본래 쌓으셨던 내공 수준까지는 회복하는 데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가지고 있던 내공을 모두 잃었다. 해독되었으니 괜찮다고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조금의 원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기억하거라. 내가 목숨을 다해 너를 살렸으니, 이젠 너만의 목숨이 아니라고.”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참고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답했다.
“네.”
가만가만 내 머리를 쓰다듬던 아버지가 끌어안았던 손에서 힘을 빼며 말했다.
“그리고 알아두거라.”
“뭘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다면 아비는 주저 없이 똑같은 일을 행할 것이다.”
“······네?”
“네게 미안해서가 아니다. 그저 네가 내 딸이고, 내가 네 아비이기에 그런 것이지.”
“······.”
“그러니 앞으로 네 앞을 막을 일은 없다. 그러니 너도 네 마음이 가는 대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얼굴은 한 점 근심 없는 자유로운 낯이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기척이 멀어졌다. 그리고 방안에 탕약향이 풍겨 왔다.
아버지가 오신 후, 눈치껏 방을 나갔던 남궁류청이 약사발이 든 쟁반과 함께 다가왔다.
“······다 들었지?”
남궁류청은 정확히는 문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아버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기에 대화를 들었을 것이다.
“들었어.”
혀를 차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나는 발끈해 소리쳤다.
“그 반응은 뭐야?”
“백리 대협도 참, 너무 온건하시네.”
“뭐라고?”
“내 아버지같았으면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냐고 길길이 날뛰셨을 거야.”
“······.”
남궁류청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잘못했어.”
“······.”
내 시무룩한 표정 때문인지, 남궁류청이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백리 대협께서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건지 알잖아.”
이제 더는 아버지께 집착하지 말란 의미였다.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더는 매이지 말고 네 인생을 살라고.
나는 이불을 그러 쥐었다.
그래. 나는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아버지께 죄송했다. 그래서 최우선 순위로 아버지를 두었다. 내 목숨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묘한 부채감을 아버지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도 내가 주화입마에 빠진 후로부터 나를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셨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빚쟁이였다.
그리고 이제 서로 간에 모든 빚을 갚았다고. 그러니 더는 아버지를 최우선으로 두지 말고 나를 최우선으로 두라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것······.’
그때 남궁류청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상념을 파고들었다.
“백리 대협께 말씀 안 드릴 거야?”
주어는 없지만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회귀에 관한 사실.
그걸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내가 왜 아버지께 부채감을 지녔는지 이해하실 것이다.
고민은 짧았다.
“응. 안 할래.”
“왜?”
“처음 봤어. 아버지께서 그렇게 웃으시는 거······.”
이젠 정말 털어 내신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회귀 이야기를 한다면 또다시 괴롭지 않을까?
분명 예전에는 아버지께 짐을 얹고 싶지 않아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좀 다른 기분이었다. 짐을 얹고 싶지 않은 것보다는······.
“다 끝났으니까.”
그래. 이제 정말 다 끝난 것이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잖아. 불행한 일은 모르시는 게 좋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 네 마음은?”
“응?”
“그간 아팠던 네 마음은 누가 알아주는데?”
“네가 있잖아.”
“······.”
“네가 알아주는데 뭐.”
놀란 듯 크게 뜬 눈을 보고 나는 웃었다.
남궁류청의 귓가가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여간 얘도 참 귀엽다니까.’
나는 그에게 달아날 기회를 주듯 약사발에 시선을 두고 물었다.
“시비는 어디 가고 왜 네가 이러고 있어? 금쇄랑 소녹은?”
“내가 있는 게 싫어?”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지.”
“그럼 그냥 마셔.”
나는 약사발을 들고 잠시 바라보았다. 새카만 탕약에 얼굴이 살짝 비쳤다.
“있잖아, 류청. 혹시······.”
남궁류청이 말하라는 듯이 나를 보았다.
“아니야.”
나는 탕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나는 계속 내 머리맡을 지키려들던 남궁류청을 잘 거라는 말로 내보냈다.
침상에 누워 몇 번 뒤척이던 나는 단전이 있는 부근을 손으로 짚으며 몸을 웅크렸다.
‘다 나았다고?’
더는 미련 두지 않고 완벽히 포기한 일이었는데, 대뜸 나아 버리니 당혹스러웠다.
‘기쁘다기보단 얼떨떨하네.’
대체 어떻게 낫게 된 걸까?
내가 겪은 일들은 보통 사람이 겪을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나는 마지막 기억을 다시 되짚었다. 태고 진인을 비롯한 무림맹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는 기억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제단 위에 쓰러지듯 누워 눈을 감았고 누군가 내 손을 꽉 잡아 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
-네 앞에 있을 때만큼은 내가 버러지가 아닌 것 같았어.-
그건 분명 야율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사라진 천마의 힘.
제갈화무가 내게 넘긴 기억이라든가, 만신의가 넘긴 금안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로지 천마가 흡성대법으로 연성한 천마의 진기만 사라졌다.
또한, 선천지기가 부족해 죽어 가던 나. 그 상황이 가리키는 방향은 단 하나였다.
흡성대법을 쓸 줄 아는 누군가가 천마의 진기와 나의 진기를 같이 갈취해 간 것이다.
야율 밖에 없었다. 그런 일을 할 자는.
분명 야율이 그 자리에 왔다갔다.
남궁류청에게는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혹시 야율에 대해서 들은 소식이 있냐고.
다른 모두에게 물어봐도 남궁류청에게 물어보는 것만큼은 꺼려졌다.
내가 야율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후우.”
답답한 심정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환청을 들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나는 손을 펼쳐 보았다
이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