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4)
외전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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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마친 후, 근처 작은 시골 농가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작은 마을은 검을 든 100여 명이 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데다 모두 머물기에는 농민들에게 너무 위협적이었기에, 부상을 입지 않은 이들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도주하는 마교 잔당들을 포위했던 백리 세가의 무사들도 하나둘 속속들이 도착하고, 남궁완과 백리의강은 빌린 농가 안에서 보고를 받았다.
“사망자는 여섯, 중상이 셋에 경상은 스물 넷입니다. 모두 복귀 완료하였고, 경상자까지 치료는 모두 끝났습니다.”
“농가의 아낙들에게서 식재료를 구매하다 제안을 받았는데,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아낙들이 식사 준비를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곧 식사 시간인데 어떻게 할까요?”
“마교 측은 포로 넷이 부상으로 추가 사망하여 최종 포로는 서른 다섯이 되었습니다. 농가에 안쓰는 빈 창고가 있어 그곳을 빌려 모아 두었습니다.
“무양표국 표사와 함께 천마의 보물을 확인해 보았습니다만, 몇 개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전투 중 마교 잔당이 챙겨 간 듯 싶습니다.”
보고를 마친 사람이 문을 나서기사 무섭게 남궁완의 부관인 심지평이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가주님, 방금 무양표국의 첩자를 생포했습니다.”
남궁완이 붓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역시, 있었군. 누구던가?”
“왕장고라는 표사입니다. 무양표국에서 스무 해 넘게 일했던, 무양표국의 소국주인 학진평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자였다고 합니다. 그자가 마교도들에게 계속 흔적을 남겨 주었다고 합니다.”
“본래 마교도였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도박으로 인한 빚 문제가 있었다는데, 조금 더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래. 계속 조사해.왕장고에게 접근한 연락책도 찾아보고. 학 소국주가 혹여나 제 표국 사람을 감싸려 들거든, 같이 조사하도록. 쥐새끼도 못 되는 벌레 새끼들이 감히······.”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험악한 말에 남궁완이 반사적으로 백리의강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분명 말투로 한마디 했을 백리의강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낯이었다.
“의강?”
백리의강이 탁자에 놓인 타다 만 비단 조각을 집어 들며 말했다.
“무양표국이 천마의 보물을 손에 넣은 경로가 어찌 되었는지도 한번 알아보는 게 어떻겠나?”
“그리하지.”
백리의강 손안의 비단 조각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처음 크기의 3할 정도로 줄어든 비단은 곳곳에 구멍이 나고 그을음이 남아 이제 글씨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백리의강이 비단을 눈짓하며 물었다.
“표국에서는 이것에 대해 아는 자가 없는가?”
심지평이 공손히 답했다.
“예. 그 또한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을 발견치 못했습니다. 심지어 학 소국주는 비단에 쓰인 글을 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듣기로는 비단 조각을 꺼내신 아가씨가 이게 무슨 글씨냐고 묻고 도련님께서 범어라고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연이와 류청밖에 보지 못한 건가?”
남궁완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복구는 불가능하겠군.”
백리의강이 손에서 불을 피워냈으나 이번에는 전혀 타오르지 않았다.
남궁완이 말했다.
“연이랑 그 녀석은 지금 뭘 하고 있나? 그 녀석은 아직도 못 일어난 게야?”
“도련님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셨고, 아가씨는 그 옆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알겠다는 듯 손을 내젓자 심지평이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백리의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다 수습하면 어쩔 생각인가?”
“일단······ 연이를 찾았으니, 데리고 가문으로 돌아가야겠지.”
“흠.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본래 목적대로 우리 집에 들렀다 가지 왜?”
백리의강이 고개를 저었다.
“할 일이 태산일세. 중매인을 부탁하고, 사주단자를 주고받고 길일을 잡고, 혼수도 정리하고······ 시간이 너무 빠듯하네.”
얘기만 들어도 남궁완은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분이었다.
“벌써 걱정이 태산이군. 너무 걱정 말게. 조금 예법에 어긋난다고 누가 감히 아이들을 뭐라 하겠는가?”
백리의강이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와 나, 심지어 본인들도 개의치 않다고 한들, 이런 일은 법도를 명확히 지키는 게 좋네.”
“흠, 경험에서 우러난 건가?”
반사적으로 농을 건넨 남궁완이 제 혀를 깨물었다.
백리의강의······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녀, 백리연의 친모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금기나 다름없었다.
남궁완에게는 원수인 천마의 딸이었고- 손녀인 연이를 받아들인 것과는 별개였다- 백리의강도 지금껏 한 번도 스스로 입 밖에 꺼낸 적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백리의강이 근심 어린 낯으로 남궁완을 바라보았다.
“뭐, 왜?”
“자네는 어째, 갈수록 생각을 안 거치고 말을 하는 것 같은가?”
“이봐.”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군.”
“······.”
“처음 연이를 데려왔을 때, 나만 손가락질을 받으리라 생각했었네.”
허공을 바라본 백리의강이 쓰게 웃었다.
“하지만 아니었던 게야.”
“······의강.”
“처음부터 그리 시작하면 안 되었어.”
침묵하던 남궁완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예전 일을 후회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도 없네. 실수 없이 살아가는 이가 어딨는가.”
백리의강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때 좀 전에 떠났던 심지평이 돌아와 말했다.
“식사가 모두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여기로 날라 오라고 할까요?”
남궁완이 그러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심지평이 나가기 전 다시 불러 세웠다.
“아, 연이와 그 녀석은 뭘 하고 있던가?”
2각도 되기 전에 이미 답했던 질문이었다. 심지평이 당황하며 말했다.
“보고 이후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도련님께서 일어나시면 소식을 주겠다고 하셨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봐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할까요?”
“그래. 가봐. ······ 아니 됐다. 내가 가보지.”
남궁완이 일어나자 심지평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소가주님께서요? 그, 도련님께 화내시는 것은 도련님 몸이 회복한 뒤에 하시는 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 아닙니까?”
한마디 강하게 쏘아붙일 줄 알았거늘 남궁완은 심지평을 향해 혀를 한 번 차고는 말을 이었다.
“연이가 류청을 계속 간호하느라 지쳤을 테니 가서 얼굴이나 보고 위로 좀 하고, 밥이나 같이 먹을 생각이다. 식사도 그리로 챙겨와. 연이 것도 챙겨서.”
“아, 그렇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아, 버, 님으로서 위로를 해 주는 것이 마땅치 않겠느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심지평이 딱따구리처럼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켜보던 백리의강이 끼어들었다.
“아비인 나를 두고 자네가 왜 나서는가?”
“아비가 이리 무심하니 내가 챙길 수밖에.”
“내 언제 무심했다는 건가? 나도 연이와 식사할 생각이었는데.”
“그럼 따라오게나.”
“자네가 날 따라오는 거겠지.”
마흔이 넘은 두 무림 고수들의 유치한 다툼에 심지평은 표정을 숨기고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본래라면 아직 두 분이 화가 잔뜩 나 있어야 하거늘. 이미 화내려 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잘된 일이었다.
표정을 관리한 심지평이 말했다.
“세 분 식사를 준비하라 할 테니, 어서 가보십시오.”
남궁완이 옷자락을 털어 내며 툭 말했다.
“아, 그리고 여기 남은 보고서는 네가 마무리해 놓거라.”
“예?”
“문제 있어?”
“아, 저도 식사를······.”
“나중에 먹고 여기 자리나 지키거라. 누가 또 찾아올 수 있지 않으냐. 아, 기왕이면 전서구로 보낼 내용도 정리해 놔.”
“······.”
“뭐, 불만 있나?”
“없습니다.”
백리의강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 말했다.
“왜 자네가 해야 할 일을 부관에게 미루는가?”
“그러라고 부관이 있는 걸세.”
“······심 부관, 고생이네.”
심지평은 그저 알아줘서 감사하다는 듯 아련하게 웃었다.
백리의강이 말했다.
“식사를 이리로 보내라고 하겠네.”
“역시 대협뿐이십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먼저 방을 나선 남궁완은 불만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쯧, 아직도 못 일어났다니 엄살은.”
혼잣말 가까운 말에 백리의강이 진지하게 동의했다.
“그러게나 말일세. 자네 아들 너무 허약한 거 아닌가?”
“뭐?”
평소 매일같이 구박해도 친아들이었다.
본인이 욕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남이 욕하는 걸 들으니 그래도 아들의 편을 들어 줘야겠다는 부성애가 샘솟았다.
“아니, 그래도 연이를 지키다 다친것이거늘 자네 너무하군.”
“유일한 쓸모지.”
“뭐라? 그건 정녕 말이 너무한 거 아닌가?”
그리 말한 남궁완의 호흡이 다소 흥분한 듯 거칠어졌다.
“아니, 세상에. 놀랍군. 내가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왔네!”
백리의강이 불쾌한 얼굴로 따지듯 말했다.
“너무하다니. 대체 어디가 너무한가? 자네가 내 입장이면 이 정도에서 끝났을 것 같은가? 연이는 아비와 평생을 같이 살 거라고 했단 말일세!”
“딸자식을 노처녀로 늙어 죽게할 생각인가?”
“연이가 원한다면 물론.”
“하지만 원하지 않지.”
남궁완이 희희낙락 답하는 모습에 백리의강이 싸늘하게 흘겨보았다.
“내 두고 보게. 눈만 뜨면 자네 아들을 가만두지 않을 걸세.”
“그래, 그래. 때려죽이고 혼인만 시켜 주게나.”
“연이를 과부로 만들란 건가!”
“아니 어쩌라는 건가?”
이내 두 사람은 스스로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을 터트리며 투닥거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곧바로 백리연과 남궁류청이 쉬고 있는 빌린 농가 앞에 도착했다.
멈춰선 백리의강이 말했다.
“연아, 들어가겠다.”
“······.”
“설마 자는가?”
고개를 기울인 남궁완이 중얼거리다 백리의강과 눈을 마주했다.
“······.”
“······.”
둘이 같은 생각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남궁완이 번개같은 손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텅 빈 침상이었다.
“백리연-!”
노호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