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5)
외전9화
* * *
나는 산길을 내달렸다.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등 뒤에서 밭은 기침과 함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일어났어. 내려 줘.”
“그냥 있어. 몸도 안 좋은데.”
“내려놔!”
나는 입을 비죽이며 남궁류청을 내려주었다.
“앙탈은.”
“앙탈?”
“아니, 아픈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 업을 수도 있는 거지.”
나무를 짚고 선 남궁류청의 시선이 아주 매서웠다. 하여간 이상한 데서 자존심을 부린다니까.
나는 그를 달래기 위해 얘기 방향을 살짝 틀었다.
“기억나? 어릴 적에 네가 나 많이 업어 줬잖아.”
“기억해.”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 일을 지금 갚은 거라고 생각해.”
“그때 일······.”
남궁류청이 표정을 더더욱 찌푸렸다. 나는 왜 그러나 싶어서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네가 업어 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소리 지르겠다고 한 걸 갚았다고 하는 거야?”
“······내가 그랬다고?”
“그래.”
나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리가? 그냥 네가 나 업어 주겠다고 한 거잖아.”
“무슨······! 아니야!”
사실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 업히면 누워서 소리 지를 거야.”
“제발, 나잇값좀 해······.”
휴, 안타깝게도 어릴 때랑은 달리 이제 이런 협박이 먹히지 않았다.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는데 말이다.
이젠 고집만 세져서는 죽어도 안 업힌다고 뻗대서 어쩔 수 없이 부축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상황이야? 왜 나는 여기 있지?”
남궁류청이 마치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이 눈가를 찌푸렸다.
“아저씨랑 무양표국 사람들도 모두 무사해. 마교 잔당은 모두 도망갔고. 다만, 혈성군은 놓쳤어.”
미리 포위진까지 짜 놓았는데 대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대단한 사람이었다.
놓쳤다는 보고에 남궁완 아저씨는 ‘간교한 인간은 어디서 어떻게든 제 살길은 마련해 두고다니지.’ 라고 평했다.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가 제때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에 들어온 산채의 정보 덕분이었다고 한다.
무림맹 측에서 산채의 동향을 살피고 있을때 마침 근처에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가 근처를 지나가게 됐고······.
아아, 됐다. 복잡한 일은 알고 싶지 않았다. 대충 그냥 운이 좋았다.
나는 간단하게 상황을 요약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뒤에 근처 농가에 잠시 머물러 정비하고 다시 떠나려고 했 는데······.”
“그런데?”
“도망쳤어.”
“뭐?”
“의원이 말하길 네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이미 몸이 해독에 들어갔다고 해서······ 슬쩍 빠져나왔지.”
“아니, 하······ 그건 뭐야?”
머리를 짚으려던 남궁류청이 내 허리춤의 주머니를 보았다.
“아, 별거 아니야.”
나는 그가 볼 수 없게 살짝 치우려 했으나 그보다 남궁류청이 손을 뻗는 게 더 빨랐다.
남궁류청이 꺼내 든 것은 손가락만 한 술잔이었다. 백옥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황룡이 조각되어 있었다.
“네가 언제 이런 걸 가지고 있었······ 아, 설마?”
“맞아. 천마의 보물.”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는 거야?”
“굴러다니고 있길래 주웠어.”
“주웠다고?”
“응.”
남궁류청은 당장 그것은 도둑질이라며 나를 포졸 앞에 끌고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나는 내가 이걸 주울 수밖에 없던 열두 가지 이유와 내가 이것의 주인이 되어도 되는 스물네 가지 이유를 말하려고 했으나······.
남궁류청이 내게 술잔을 넘기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는 못 봤어.”
“······.”
이내 낭랑한 웃음이 숲에 울려 퍼지고, 놀란 새들이 파드득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웃은 나는 그의 목덜미에 붇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따뜻한 눈길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제발, 또 무슨 문제?”
나는 눈을 깜빡이며 배시시 웃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
“그냥 아무렇게나 빠져나와서 하하. 우리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 * *
우리는 숲에서 사흘 밤낮을 헤맨 후에야 간신히 길을 찾아 나올 수있었다.
내내 자연지기로 상처의 회복력을 북돋아 주긴 했어도, 혹시나 상처가 덧나지 않았을까, 괜히 남궁류청을 고생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남궁류청은 그야말로 강골, 무쇠로 만든 사람이었다. 정신을 잃었던 것이 거짓처럼 며칠 지나자마자 상처엔 새살이 덮였고 빠르게 나아갔다.
걷다가 마주치는 수레에 올라타고, 마을에 들러서 쉬고, 마차를 구매해 이동하다가 배를 타고 내리는것을 반복하길 며칠.
쨍하게 내리쬐는 볕 아래 짠 내를 머금은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드디어 목적지인 천주, 항구 도시에 도착한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장물을 팔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라고요?”
나는 금액을 듣고 눈이 튀어나올 뻔해싿.
와, 이 가격이면 마교 잔당들이 이 악물고 무양표국을 습격할 만한걸!
모순적이게도 그들이 당한 습격이 보물의 몸값을 높인 이유였다.
우리가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세상에는 무양표국이 마교의 습격을 두 번이나 받아, 표물인 천마의 보물 일부를 잃어버린 사실이 알려졌다.
본래라면 임무 실패로 여겨졌어야 하나, 오히려 사람들에게 무양표국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무려 마교의 총군사인 ‘혈성군’ 이 노리던 보물을 지키고 함정을 빠져나왔다고 알려진 것이었다.
뭐어, 완전히 거짓말을 아니지.
거기다 ‘혈성군’이 노린 귀물이라고 알려지며, 사실 보물에 천마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고 소문이 돌아 이제 수집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의뢰인은 보물을 일부 잃었음에도 싱글벙글 오히려 좋아하고, 결국 무양표국도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이제 무양표국이 잃어버린 보물 일부를 찾기 위해다들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저희에 관해서는······.”
말을 흐리자 장물아비가 이해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열렬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무곳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신용이 생명입니다. 그게 아니면 누가 제게 장물을 처리하겠습니까?”
약간의 흥정을 하고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가격을 받았다. 일부는 은전으로 받고, 일부는 은표로 받기로 했다.
나는 장물아비가 은표발급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자마자 외쳤다.
“우리 이제 부자야! 이 정도나 될 줄이야. 여행 자금으로 쓰고도 남겠는데? 남은 건 어디 투자라도 해 놓을까? 비상금으로!”
어디 보자, 이 이후에 가격이 오르는 물건이 뭐가 있었지? 쌀은 올해 풍작이고······
그런 고민을 하다 남궁류청의 표정이 떨떠름한 걸 뒤늦게 알았다. 설마 아직도 장물이라는 점이 걸리는 건가?
그때 남궁류청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돈으로 앞으로 아끼는 게 어떨까 싶은데.”
“돈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아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남궁류청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귀 끝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아.”
나는 바로 눈치챘다.
한 방을 쓰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안도감이 들며 여러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내가 억지로 같은 방을 쓰자고 주장했을 때 반대하던 남궁류청의 모습부터, 갑자기 제멋대로 무양표국의 동행을 허락했을 때의 모습까지.
괜찮은 척했지만, 그럴 리 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완벽히 괜찮을 리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남궁류청은 원하지 않는데, 내가 억지로 주장하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맞춰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문이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던 거지!’
남궁류청도 좋았던 것이다!
나는 귀에 걸리려는 입꼬리를 억누르면서 이해하겠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래. 그러자.”
내가 긍정하자 남궁류청이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넘어가도 됐지만······ 그간 내가 겪은 약간의 서러움이 떠오르자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벽돌이 든 것처럼 묵직한 은전 주머니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풍족한 것 같은데 굳이 아낄 필요가 있······.”
남궁류청이 내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아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런가?”
“그래.”
입술을 꾹 깨문 남궁류청이 고개를 틀어 허공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방을 하나만 잡는 게 좋겠어.”
“······.”
아, 나도 더는 놀릴 수 없었다.
부끄러움도 전염이 되는 것일까?
무척이나 기쁜 와중에 왠지 모르게 창피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때 남궁류청이 번개 같은 손길로 돈주머니를 내 손에서 빼앗듯 가져갔다. 그리고 스리슬쩍 덧붙였다.
“······은전이 무거우니까.”
때마침 돌아온 장물아비가 기운차게 말했다.
“두 분 아직 객잔을 안 잡으셨다고요? 어라? 다들 더우십니까? 얼굴이 엄청 붉으신데. 찬물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 됐다고요? 그럼 제가 좋은 객잔 하나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을 원한다고요? 객실은 하나만 빌리면 되고요? 아, 물론이죠! 제가 신혼여행에 딱 알맞은 곳을 알죠. 예? 신혼여행이 아니라고요? 에이······ 큼, 걱정하지 마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