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6)
외전10화
숙소도 잡았고, 주머니도 풍족하고, 배도 든든하겠다, 다음은 역시 관광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섰을 때, 바다엔 석양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홍빛 보석처럼 빛나는 태양이 하늘과 수면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며 끼룩거리고 수십 척의 거대한 범선들이 빼곡하게 모여 파도를 따라 넘실거렸다.
갑판에 널빤지를 걸치고 선박에 서는 일꾼들이 고함을 치며 정신없이 화물을 지고 나르기 바빴다. 해가 지기 전에 끝내려는 것이다. 예전과 전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천천히 바다가 어둠에 잠기고 소란스럽던 부둣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점차 조용해졌다.
마지막으로 자맥질하며 놀던 아이들마저 그만 놀고 당장 나오지 못하겠느냐고 소리지르는 부모를 쫓아 와글와글 달려가고 나자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
이를 감상하던 나는 남궁류청을 흘끔 보았다. 남궁류청은 아이들이 사라진 방향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내가 질문한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는데?
아까 전 방 하나만 잡자고 할 때보다 더 심했다. 아주 잘 익은 사과와 같았다.
‘무슨 생각을 했길래, 애들보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지?’
그냥 애들이었는데?
왜 그러냐고 몇 번을 물어봐도 남궁류청은 꿋꿋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더욱 궁금해졌지만, 결사적인 모습을 보고 질문을 돌렸다.
“그럼 류청, 너는 어릴 적에 이러고 논 적 있어?”
” ‘이러고’ 라면?”
“친구랑 물장구치고 놀아본 적 있냐고.”
“그런 적 없어.”
역시 남궁류청. 사실 나도 상상이 안 가서 물어봤다.
“그럼수영은?”
“할 줄 알아.”
“수영은 할 줄 아는데 물장구치며 논 적은 없다고?”
“둘이 무슨 상관인데?”
“아니, 그거참······ 독특하네.”
나는 아이들이 뛰놀던 부둣가 방향으로 향했다.
“그래서 이렇게 와서 본 바다는 어때?”
“호수랑 별반 다른지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남궁류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뻗어 허리춤에서 남궁류청의 검을 거둬갔다. 남궁류청은 의문을 가진 표정으로 나를 보았으나 나는 그저 씩 웃은 후, 부둣가 가장자리를 손가락질 했다.
“여기 더 가까이서 한 번 봐봐.”
남궁류청은 의심 한 자락 없이 내가 손으로 가리킨 선착장 가장 자리로 향했다.
“응. 거기. 그리고 수면을 보면······.”
남궁류청이 몸을 숙이며 수면 위로 내민 순간, 그를 팍 밀어젖혔다.
“······!”
풍덩.
조용하던 부둣가에 물보라가 높게 일었다.
나는 재빨리 자연지기를 운용하여 튀어 오른 물을 막아냈다. 꼬르륵 거품이 바닷물 사이에서 올라오고, 이내 축 늘어진 젖은 머리가 솟구쳤다.
“백, 리, 연.”
남궁류청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낮게 내 이름을 불렀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시원하지 않아? 얼굴이 빨간게 더워 보이길래!”
남궁류청이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지금 네 질문에 대답 안 했다고 이런 거야?”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이~ 나는 네가 바다에 대해 잘 모르겠다길래. 물장구도 치고 놀아보라고 겸사겸사. 어때?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한숨을 길게 내쉰 남궁류청이 얼굴의 물기를 쓸어내리고 말했다.
“호수에 비해 몸이 잘 뜨는데?”
“아, 그래?”
“응, 훨씬 더 가벼운데.”
그런데 보통은 호수랑 달리 물이 짜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몸이 가볍다는 얘기가 나오다니.
누가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 아니랄까 봐.
남궁류청이 부둣가를 잡고 훌쩍 올라오자 몸에서 줄줄 흐르는 물이 부둣가 위로 떨어졌다.
나는 슬금슬금 멀어졌고, 남궁류청이 축축하게 들러붙는 옷자락을 정리하며 나를 흘겨보았다.
“재미있었어?”
“응.”
“그래. 네가 재미있었으면 됐어.”
남궁류청이 소맷자락을 짜자 물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충 옷가지를 정리하던 남궁류청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왜 그래?”
남궁류청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더니 상처 부위를 살짝 눌렀다.
“아파?”
나는 깜짝 놀라 다가갔다.
‘분명 다 나은 거 아니었어?’
매일같이 약을 발라 줬기에 괜찮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조금······ 아리네.”
“정말?”
남궁류청에게 바짝 다가간 나는 젖은 옷자락을 들추고 상처를 살폈다. 하지만 어두워서인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금안으로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상처 부근 기맥에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바닷물이 닿아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 모른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지금이라도 빨리 의원을 찾아······.”
중얼중얼하던 내 시선에 살짝 올라간 남궁류청의 입꼬리가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검이 사라져 가벼워진 허리도.
그 순간 남궁류청이 날 꽉 껴안았다.
“안 돼!”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옷자락이 느껴지고.
“류청! 잠깐만 – 꺄악!’
풍덩.
눈, 코, 입으로 따가운 바닷물이 사정없이 밀려들어 왔다. 몸이 잠시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위로 떠올랐다.
“푸하!”
나는 멈췄던 숨을 들이쉬고 퉤퉤 바닷물을 뱉어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나 혼자만 경험하기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많이 놀아 봤다고!”
남궁류청이 안은 팔을 풀어 주자마자 나는 분노에 차서 마구 물을 튀겼다.
“아픈 척한 것도 거짓말이었지!”
“응.”
“이 사기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남궁류청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높게 울렸다.
씩씩거리며 한참 물을 뿌리다 지쳐서 멈추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기자고 마음을 내려놓자 꽤 재미있었다. 인생 처음의 바다 수영이었다.
나는 신기해 하며 말했다.
“네 말대로 진짜 바다에서는 몸이 더 가볍에.”
“바다 본 적 있다며?”
“바다는 봤지. 그런데 혼자 바다에 빠질 일이 어딨어! 여기 친한 사람도 없었는데! 너만 아니었으면 오늘도 안 들어갔다고!”
“······혼자?”
남궁류청은 애매모호한 표정이었다. 살짝 당황한 듯 싶으면서도 어딘가 기쁜 듯한······.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언짢은 마음에 다시 마구 물을 뿌렸다.
남궁류청이 피하다가 몇 번 반격도 하고 조금 쉬면서 둥둥 떠다니길 반복하며 한참을 그리 놀다가 다시 부두 위로 올라갔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왜 애들이 물장구를 치고 놀았는지 알겠네.”
짜도 짜도 물이 나오는 소맷자락을 포기한 나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따위는 생각지 않고 소리쳤다.
“재미있어? 재미있냐고!”
“응. 왜 이러고 노는지 알겠네.”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바라보는 즐거운 빛깔의 맑고 깊은 눈동자가 달빛에 반짝거렸다. 그 빛나는 눈을 보자 결국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래. 재미있었으면 됐지.”
아. 좀 전에 남궁류청이 왜 이렇게 말했는지 완벽히 이해했다.
내가 즐거워하는 모스에 그도 화가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리라.
따뜻한 충만감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저절로 말이 나왔다.
“류청, 사랑해.”
갑작스러운 내 고백에 남궁류청의 눈이 커졌다.
멍한 눈길로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곧이어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할 말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뻗어 내 손을 감쌌다. 밤의 바닷바람에 차갑게 식었던 손에 따뜻한 열기가 감쌌다.
그때 남궁류청이 갑자기 말했다.
“그 녀석은 어떤 점이 좋았던 거야?”
“······그 녀석?”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남궁류청의 표정은 방금까지 행복한 표정이 꿈인가 싶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네가 청이라고 부른 사람.”
나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얘가 누굴 말하나 고민했다.
내가 청이라고 부른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인데······.
“너 말하는 거야?”
남궁류청의 시선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게 어떻게 나야?”
“응?”
“너, 회귀 전의 남궁류청을 좋아했다며.”
“그게 너잖아?”
“달라.”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남궁류청의 얼굴은, 그러니까 정말로 진지했다.
“······.”
“······.”
남궁류청은 내 손을 꽉 쥔 채 자못 억울함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녀석보다 모자란 게 뭐길래?”
“아니,그 전에 대체 둘이 뭐가 다른 건데······?”
“그녀석이랑 바다도 먼저 봤겠지.”
“뭐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설마 내가회귀 전에 남궁류청과 바다를 보러갔다고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그걸 질투한 거고?
그러고 보니 처음에 갑자기 바다를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무양표국을 만나고 갑자기 말을바꿨다.
“아니, 잠깐, 잠깐만. 너······ 너 네 과거를 질투한 거야?”
“내가 아냐.”
“허.”
그러니까 과거의 자신을 질투한 거라고? 정말로? 아, 이럴 수가!
남구유청이 이렇게 된것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대놓고 말했다.
“네 입으로 그랬잖아. 좋아해서 쫒아다녔다고.”
“그랬었지······?”
“그래서 그 녀석을 청이라 부른 기억 때문에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 거잖아.”
“······.”
“······.”
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웃지 마.”
“나, 안 웃고 있어.”
나는 참을 수 있다.
참아야 한다. 여기서 터지면 파국이야.
“······.”
남궁류청이 나를 빤히 바라 보았다.
나는 진실로 웃지 않는다는 듯이 마주 바라보다가 결국 못 참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나 더는 못 참겠어. 흡, 푸하하하하하하!”
나는 배를 잡고 몸을 숙였다.
“너, 너 원래 이렇게 질투가 심했어? 아니, 아하하하하! 아, 미치겠네. 아하하하하.”
남궁류청은 불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