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7)
외전11화
나는 거의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며 웃고는 소리쳤다.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바다는 나 혼자 갔어!”
“뭐?”
아, 그래서 아까 혼자 왔다고 하니까 표정이 그렇게 미묘했던 거구나? 나는 내가 물에 빠진 것 때문에 좋아한 건줄 알았는데!
“그래, 내가 널 좋아하긴 했어. 그런데 당시 넌 날 벼로 안 좋아했어.”
“뭐라고?”
“뭐, 딱 한 번 네가 나한테 길게 관심을 가진 적 있었는데, 그것도 좋아하는 건 아니었고.”
“내가 널 안 좋아했다고?”
남궁류청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거짓말.”
이건 좀 열 받는 것 같기도? 내가 얼마나 남궁류청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는데! 그러면서들었던 매서운 말들이 얼만데!
“거짓말 아니거든! 내가 여기서 거짓말해서 뭐 해! 그래, 내가 청이라고 부르는 거 피한 거? 전에 널 그렇게 부른 기억 때문에 안 부른 것도 맞아! 그런데 그건 내가 멋대로 부른 거였어!”
창피하기 그지없던 과거의 흑역사였지만 꺼내고 나니 별것도 아니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궁류청은 안색이 변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맺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이런 생각 들면 속에 담아만 두지 말고 말해.”
“······.”
“내가 몇 번이고 너를 좋아했지만, 그래도 말이야······.”
나는 한 박자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남궁류청은 지금의 너야.”
나는 손을 뻗어 살짝 붉어진 남궁류청의 눈가를 만졌다.
“너만이 이런 눈으로 날 봐 주거든.”
그리고 나는 그가 계속 원하던 대로 불러 주었다.
“청아.”
남궁류청은 한숨에 가까운 숨을 내쉬며 내 손에 제 얼굴을 기댔다. 따뜻한 물기가 손끝을 적시는것이 느껴졌다.
“그래.”
나도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청이라고 부르더라도, 이제 옛 기억 따위가 지금의 우리를덮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 * *
나와 남궁류청은 객잔으로 돌아갔다. 부둣가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았는데, 객잔 거리에 들어서자 지나다니는 사라들이 꽤 있어서 조금······ 민망했다.
거기다가······.
“아니, 류청. 왜 이렇게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살기를 피워 올리는 거야?”
검만 안 뽑았지, 마치 상대의 눈알을 당장 파 버릴 것만같은 기세였다.
“지금 후회 중이야.”
“뭘 말이야?”
“그런 게 있어.”
어서 빨리 돌아가 씻고 싶었기에 더는 묻지 않고 객잔으로 들어갔다.
객잔 입구에서 장부를 계산하고 있던 주인장이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소, 손님?”
“바닷가를 구경 갔다가 발이 빠져서 ······ 하하.”
“아이고,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그 수건으로 물기만 조금 닦고 가세요. 수건! 큰 수건 여러 개 가져 와!”
“하,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몸을 닦은 후, 객실로 올라갔다.
남궁류청은 주인장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사환을 따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방이 하나뿐이니 같이 씻을 수 없어서 그런 듯했다.
나는 목욕물과 갈아입을 깨끗한 옷을 부탁했고,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뜨거운 물이 올라왔다.
“아, 좋아.”
바닥물이 차갑진 않았으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찰랑찰랑. 내 움직임을 따라 수면이 요동쳤다가 가라앉길 반복했다. 1층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벽을 울리듯 타고 들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물이 미지근해져 있었다.
‘아, 너무 오래 있었다.’
급하게 욕조에서 일어났을 때, 객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수건을 몸에 두르고 욕조를가리고 있던 병풍 뒤에서 나오며 말했다.
“욕조 물은 이제 괜찮아. 옷은 창가 탁자 위에 두고······.”
나는 남궁류청을 보고 그대로 멈춰 섰다.
“······.”
“······.”
남궁류청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남궁류청 앞의 탁자에는 내가 점원에게 부탁했던 갈아입을 옷이 놓여 있었다. 잠깐 잠든 사이 왔다 갔던 모양이다.
세상에나. 점원이 왔다 가는 것도 모른 채 잠들었다니. 내가 요새 긴장이 정말 풀리긴 했구나.
그때 남궁류청이 고개를 획 돌렸다. 목덜미부터 귀 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게 선명하게 보였다.
“나, 나는 다 씼었을 줄 알고······.”
“아, 깜빡 잠이 들어서.”
“아······ 그래.”
“······.”
“······.”
당혹스러운 침묵 사이로 바닥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내가 입을 열었다.
“그, 잠깐 뒤로 가 주겠어? 탁자에 옷이 있거든.”
“아, 내가 가져다줄게.”
남궁류청이 그리 대답하고 옷을 집어 들었다가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내려놓지도 내게 다가오지도 못하다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 채 발을 뗐다.
“내가 들어온 줄 몰랐어?”
“······점원이 온 줄 알았어.”
“점원이 왔을 때 그렇게 나온다고?!”
순간 남궁류청이 저도 모르게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굳었다.
몸을 타고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남궁류청이 저 혼자 펄쩍 뛰며 뒤로물러나다가 탁자에 거세게 부딪혔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괜찮아?”
“잠깐! 오지 마.”
남궁류청이 황급히 소리치며 뒷걸음질 쳤다.
“난 괜찮아.”
거의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남궁류청은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방문으로 향했다.
“나는 잠시 나가 있을게. 편히 입어.”
* * *
쫓기듯 방을 빠져나가는 모습에 나는 마을 한바퀴라도 돌고 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문 앞을 지키고 선 수문장처럼 내 방 앞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물기를 닦고 옷을 입은 후 잠시 내 뺨으 찰싹찰싹 내리쳤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됐어. 들어와.”
하지만 남궁류청은 들어오지도않고 나를바라보지도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헛기침을 하고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큼. 앞으로는 조심하는 게 좋겠어.”
설마 그 말을 하고 싶어서 문앞에 그렇게 서 있었던 건가?
내가 대답이 없자 재촉하듯 다시 말했다.
“앞으로는 꼭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도록 해. 알겠지?”
“알겠어. 그런데 방엔 안 들어 와? 들어와서 말해.”
“난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딜 가려고?”
“그냥 잠시 산책.”
그제야 남궁류청은 다시 방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내게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혹시 또 누가 방에 들어올까 봐 문 앞을 지키고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목적이 끝나자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줄행랑을 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한다는 것 또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
“그건······!”
남궁류청이 놀라며 말을 흐렸다.
당연히 같이 가서는 안 되겠지.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가려는 건데.
아마 이러고 밤새도록 밖에 있다가 새벽에야 돌아올 터였다.
나는 살짝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싫어? 그럼 어쩔 수 없지. 따로 가자. 나도 산책하고 싶었거든.”
“뭐라고?”
위험하다는 듯한 어조에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왜? 설마 내 실력이 못 미더워?”
내 실력이 어떻든지 간에 상식이 있는 사내라면 여인이 이 밤중에 혼자 산책하도록 둘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나는 돼도 너는 안 된다고 해서 날 막을 수 없다는 건 남궁류청이 제일 잘 알 터였다.
남궁류청은 굳은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겨국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숙인 남궁류청은 왠지 좀 시무룩해진 것 같기도 했고, 초조한 것 같기도했다.
여기까지만 하고, 더는 괴롭히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십니까?”
여관 사환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여기 주문하신 음식이요.”
문으 열어 주자 사환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의아하게 바라보자 남궁류청이 설명했다.
“네가 오는 길에 출출하다고 하길래.”
“아아.”
사환이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을 건넸다.
“오, 다행히 옷이 잘 맞으시네요.”
“네. 아, 그런데 옷만 두고 간건가요?”
“아아, 네네. 너무 곤히 주무시고 계시길래, 잠든 강호인한테 가까이 접근했다가는 좋지 않은 일을 겪기 쉬우니까요. 하하, 때마침 남편분이 객실로 향하시길래, 깨워 주시겠거니 했죠!”
“······.”
그렇게 된 것이었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남궁류청을 흘끔 보고 사환을 향해 말했다.
“술도 하나만 가져다 주겠어요?”
“어떤 걸로 가져다드릴까요?”
“그냥 도수 좀 있는 적당히 좋은 거로요.”
곧이어 사환이 술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남궁류청의 맞은편에 앉았다.
“······.”
“······.”
하지만 둘 다 술잔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술잔 대신 남궁류청의 이마로 천천히향했다.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연분홍빛으로 달아오른 귀를 만지작거렸다.
뺨과 턱, 목덜미, 어깨, 쇄골까지 손이 내려가자 남궁류청이 내 손목을 꽉 틀어쥐었다.
“······여기까지 해.”
“내가 만지는 게 싫어?”
“······.”
꿋꿋하게 나를 피하던 시선이 원망이 서린 채 나를 보았다.
그 순간, 등허리부터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듯한 기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내게 들리듯 남궁류청도 내 박동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나는 데일 듯 뜨거운 눈빛을 느끼며 은근한 목소리로 유혹하듯이 속삭였다.
“있잖아, 한 가지 확실하게 다른 ‘청이’ 와 안 해 보 게 있긴 한데.”
“······.”
홀린 듯이 나를 응시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나른하게 웃었다. 술병은 열지도 않았는데 술에 취한듯한 기분이었다.
이윽고 남궁류청이 눈을 꽉 감았다.
“······내가 졌어.”
잠시 후.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외전 1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