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3)
외전7화
눈이 뒤집힌 혈성군이 버럭 소리쳤다.
“이놈이! 어서 죽여라! 어떻게해서든 뺏어!”
나는 남궁류청 옆으로 뛰어내려 바짝 서며 말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네 발목 잡을 정돈 아냐.”
“하여간 고집은.”
그 뒤로부터는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본래라면 벌써 재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비단이 타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그리고 비단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혈성군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반응이 예사롭지 않은데.’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본래는 적당히 타오른 비단을 넘기로 남궁류청과 빠져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때였다. 혼전 속에서도 땅이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우르르 말을 타고 달려오는 듯한 흔들림이었다.
‘누구지? 설마 무양표국 놈들 지금 다시 돌아오는 건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혈성군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잘됐군. 쫓을 필요없겠다. 오는 놈들을 모두 고통스럽게 찢어 죽여라!”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저 머저리들! 도움 하나 안 되는데 죽을 길을 찾아 들어 와!’
하지만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혈성군의 얼굴에서도 표정이 사라졌다.
‘무양표국이라고 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은데?’
나 또한 의아함을 가졌을 때.
콰르릉- 콰앙!
하늘을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함께 마교 잔당 진영 한 곳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내공을 잔뜩 담은 익숙한 목소리가 뇌성처럼 하늘에 울려 퍼졌다.
“누가 누굴 고통스럽게 찢어 죽여?”
병력의 선두에 있던 신형이 훌쩍 하늘로 뛰어 오르더니 무너진 진영 정중앙으로 떨어졌다. 착지와 함께 격한 전투로피어났던 먼지구름이 원형을 이루며 확 개었다.
나는 환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버님!”
그 순간 눈부시게 빛나던 검의 궤적이 삐끗했다.
턱썩. 혈성군의 호위가 피를 쏟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궁완 아저씨가 버럭 내질렀다.
“아닛, 너 때문에 죽여 버렸지 않느냐!”
“아버님 보고 싶었어요!”
그 뒤로 땅을 울리던 소리의 원인이었던 1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병력이 마교 잔당들을 덮쳤다.
“아아악!”
비명과 피가 난무했다. 병력의 수만 따진다면 마교 잔당들 쪽이 많았지만, 그쪽은 애초에 나와 남궁류청만을 생각하여 구성한 병력이었다.
혈성군이 모든 감정이 사라진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눈을 피하지 않았다.
결국, 혈성군이 먼저 가마의 창을 닫았다. 퇴각하는 혈성군의 뒤를 오합지졸이 된 마교 병력들이 따랐다.
싸움은 빠르게 끝났다. 남궁완 아저씨를 따라온 병력들의 대다수는 마교 잔당들을 추적하러 향하고 엉망인 이곳에는 무양표국 사람들과 일부 호위대만 남았다.
시신과 부상자를 살피는 무양표국의 표사들이 아닌 척 나를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학진평 또한 내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어떻게 운을 떼야 할 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우러러보는 눈빛을 한 채 말했다.
“아버님은 늘 저를 구해 주시네요. 아버님이 최고예요!”
“네 아비보다?”
“네?”
“조금 전에는 최고라며. 거짓말인 게야?”
아니, 지금 마흔이 넘어간 중년 사내가 이런 옹졸한 질문을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듯 옆자리의 남궁류청이 말했다.
“아버지 지금······.”
나는 등 뒤로 재빨리 손을 뻗어 남궁류청을 콱 찌르고 말했다.
“거짓말이라니요, 아버님! 그럴 리가요! 아버님이 제일이지요-!”
“역시 그렇지?”
“아 그럼, 물론이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남궁완 아저씨가 내 뒤를 보며 말했다.
“봐라. 들었느냐?”
“······?”
왠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순간 숨을 끕 들이켰다.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머리칼을 한 백옥 같은 중년의 절세 미남······ 아버지가 계셨다.
아아아니. 왜 두 분이 함께 있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야?
아버지께서 소가주가 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인수인계해야지! 이렇게 가문을 떠나서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되는 거냐고!
음울한 낯의 아버지가 잠시 나를 응시했다가 남궁완 아저씨를 보고 말했다.
“자네가 아이도 아니고 이 무슨 짓인가?”
아버지의 타박에도 남궁완 아저씨는 예예 그러시겠지요-, 라는 얄미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속으로 한숨을 삼킨 듯한 아버지가 남궁완 아저씨에게서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엄숙한 눈빛에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싶어졌다.
“백리연.”
아버지가 입을 연 순간, 무릎을 꿇는 대신 눈을 질끈 감고외쳤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뛰어들듯 안기는 것은 덤이었다.
“······.”
“······.”
나는 아버지 품속에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다 커서는 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심지어 어릴 때도 아빠라곤 해 본적 없다고!
마치 한 시진 같은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머리를 부드럽게 토닥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다친 곳 없어 다행이구나.”
서, 성공인가?
우물쭈물 고개를 들어 보자 아버지가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좀 전의 음울함과 엄숙함은 씻은 듯 사라졌다.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반짝이는 눈빛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래, 면 좀 팔리면 어때? 그깟 거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아버지의 기분을 위해서라면!
결코, 내가 혼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아무튼, 아니었다.
그때 초를 치는 듯한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의강. 설마 자네, 말 한마디 들었다고 얘네들이 친 사고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아저씨······!
나는 억울한 표정을 했다.
아버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잊었을 리가. 허나, 내 딸은 내가 알아서 훈육할 테니 자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네.”
잠시 말을 멈추었던 아버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말했다.
“자네는 ‘아버님’이지. 나는 ‘아빠’이고.”
“······.”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방금 내가 들은 유치한 말이 정녕 아버지한테서 나온 말이 맞나?
나는 현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심지어 남궁완 아저씨는 발끈한 표정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재빨리 끼어들어 주제를 돌렸다.
“그런데요, 이대로 혈성군을 쫓으러 가지 않아도 되나요? 저흰 괜찮아요.”
아버지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걱정 말거라. 이미 주변은 모두 포위하고 있단다.”
아하, 아버지가 왜 뒤늦게 나타나셨나 했더니만 포위를 맡았던 모양이었다.
반면 남궁완 아저씨가 속을 알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손을 뻗어 –
“아아아아아아!”
내 귀를 잔뜩 잡아당겼다.
“혈성군? 네가 지금 그걸 걱정할 때야?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네놈들이 대체 왜 여기 있는 게야!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알아? 그래 놓고 혈성군을 찾아?”
“아니, 자네 지금 뭐 하는 겐가!”
“아버지!”
깜짝 놀란 아버지가 나를 안으며 뒤로 물러났다.
남궁류청은 다급히 나와 남궁완 아저씨 사이에 끼어들었다.
“요란 피우지 마라. 세게 당기지도 않았어! 너처럼 엄살이 심한 녀석은 처음 보는구나! 류청 넌 비켯! 넌 다음 차례니까!”
남궁완 아저씨가 거친 손길로 남궁류청을 확 밀쳤다.
휘청이는 남궁류청의 모습을 본 나는 깜짝 놀라 아버지 품을 뿌리치듯이 나가 그를 끌어안았다.
“아버님, 류청은 다쳤어요! 저를 지키려다가······.”
품 안의 남궁류청이 괜찮다는 듯 벗어나려고 해서 가만히 있으라며 옆구리를 콱 찔렀다.
눈치 챙겨!
그래도 움직임이 멈추지 않아서 더 거세게 꼬집었다.
그제야 드디어 알아들은 듯 내게 몸을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실랑이를 하느라 뒤쪽의 아버지가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지 못했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류청! 괜찮아?”
“······.”
남궁류청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기가 막힌 듯이 눈을 부릅떴다. 입을 열었다 닫길 반복하던 아저씨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느증에 드디 브즈.”
휴우, 이, 일단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안도할 때, 갑자기 남궁류청이 무거워졌다. 내게 온몸을 기댄 느낌이랄까.
다 끝났는데 이렇게까지 연기를 한다고?
이내 깨달았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온몸의 힘이 완전히 풀린 듯한······.
나는 꽉 안고 있던 손을 풀며 남궁류청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류청? 류청······!”
남궁류청의 식은땀이 배어난 이마가 불덩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