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2)
외전6화
혈성군이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눈으로 날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백리연, 이렇게 얼굴을 마주한 건 처음이구나.”
“허억!”
“백리연이라니? 백리 세가의 백리연?”
혈성군의 눈동자가 움직여 내 뒤를 바라보았다.
“게다가 남궁가의 사람까지.”
어느새 남궁류청이 내 옆에 함께 서 있었다.
남궁류청을 바라보며 스치읏 본 무양표국 사람들은 얼이 빠진 낯이었다.
혈성군이 흐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멍청한지고. 화살 한 방에 죽었다면 제 죽음을 알지 못한 채 평안하게 눈감을 수 있었을 것을. 오히려 고통을 늘였구나!”
나는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상황에서 웃는 나를 미치광이 보듯 바라보는 이들에게 말했다.
“아니, 기습에 실패했다는 걸 이런식으로 바꿔 말하면 기분이 좋으신가 봐?”
짝짝짝!
박수 소리가 밤하늘을 타고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대단해, 대단해. 이 정도의 변명술을 지녀야 마교 총군사를 하나 봐.”
혈성군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주제를 모르는 구나.”
나는 지겹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정말 지긋지긋하네. 너흰 휴가도 없어? 천마가 사라진 김에 좀 쉬면 어디 덧나? 나도 좀 쉬자.”
눈을 가늘게 뜬 혈성군이 조소하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오늘로 영원히 쉴 수 있게 될 테니. 쏴라!”
혈성군 뒤쪽에 마교 잔당들이 팽팽히 겨누고 있던 화살들이 허공에 비산했다.
하아, 한숨 소리와 함께 남궁류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리연, 꼭 이렇게 자극해야 했어?”
“아니, 저 노친네가 네가 날 지켜 준 걸로 뭐라고 하잖아!”
그건 참을 수 없지.
잡담을 짧았다.
나는 진즉에 대비하고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자연지기를 회오리처럼 끌어모았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푸푸푸푹!
화살들이 마교 잔당들 위로 쏟아져 내리고.
“컥!”
“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 가장 선두에 있던 마교 잔당들이 마치 미리 대비라도 한 듯 커다란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 낸 것이다.
혈성군 쪽도 마찬가지였다.
혈성군 주변에는 최소 남궁류처이상은 돼 보이는 기도를 뿜어내는 고수 다섯이 물 샐 틈 없이 포진해 있었다. 화살은 근처에도 가기 전에 모조리 부러졌다.
“역시 천마신기.”
혈성군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태연하게 조롱했다.
“쓸데없는 짓 하기는.”
하지만 혈성군은 오히려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리쳤다.
“계속 쏴라. 어차피 저자의 체력으로는 오래 쓸 수 없다!”
오······ 정답이었다.
이렇게 많은 화살을 계속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한 번 쓸 때마다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일부러 당당한 척 나선 것이었는데······.
누가 마교총군사 아니랄까 봐 머리 굴리는 것이 능숙했다.
‘내 능력도 잘 알고.’
화살이 다시 하늘을 뒤덮은 것과 동시에 남궁류청이 마교 잔당 사이로 파고들었다.
털썩, 털썩.
천둥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열댓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궁사들 사이를 파고든 남궁류청때문에 진용이 흐트러졌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혈성군의 손짓에 그 옆을 지키던 두 고수가 남궁류청을 막아섰다.
표사들도 함께 덤벼들었지만 일단 수에서 상대가 되질 않았다.
상대 고수는 혈성군을 지키는 호위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혈성군의 호위보다는 약하지만, 표사들 정도는 너끈히 상대하고 있었다.
나 혼자 몸을 지킨다면 충분히 버티다 못해 이 자리에서 몸을 뺄 수도 있을 것이다. 남궁류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떠난다면 무양표국은 몰살이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한숨을 삼킨 후, 화살을 헤치며 날아올라 소매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 드는 것과 동시에 마차 지붕 위에 착지했다.
나는 내공을 담아 외쳤다.
“모두 주목!”
“다들 멈춰라!”
벼락같은 혈성군의 외침에 날아오던 화살이 뚝 멈췄다.
나는 들고 있는 물건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혈성군 어르신, 이게 뭐로 보이시나요?”
그것은 폭은 한 뼘에 길이는 한자 정도 되는 얇은 비단이었다.
안색이 변한 혈성군의 시선이 이 비단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역시 정답이었나.
나는 빙그레 웃었다.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천마의 보물이라지만 분명 값비싼 수집품 이상의 가치가 없었거늘, 그런 보물을 찾고자 이렇게 습격하다니.”
돈을 원했다면 이미 한 번 습격에 실패한 무양표국 말고 목표로 할 무리는 많았다.
그러면 나를 잡아 죽이고자 하는 충성심의 발로? 그것도 말이 되질 않았다.
내가 역용술을 푼 건 며칠 되지 않았다. 아버지도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내가 어디 있는줄 알고 미리 병력을 대기해 둔단 말인가?
아니면 철궁 사내가 나를 알아보자마자 이 짧은 기간 내에 이정도의 병력을 모아왔다?
무림맹은 다 죽었단 말인가? 마교 잔당을 잡겠다고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 정도의 병력을 순식간에 구성해 온다고?
의심이 계속되고 마침내 혈성군의 모습을 보자마자 확실해졌다.
혈성군이 복수에 눈이 먼 충성분자라고? 그럴 리가!
목적은 돈도, 나도 아니었다.
천마의 보물.
거기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달리는 마차 안에서 보물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학진평의 주장처럼 정말 수집용 물건들 뿐이었다. 술잔에 그릇, 쟁반에 향로, 면경 같은 금으로 번쩍이는 제사용품 모음같았다.
이게 아닌가 싶을 때 화려한 문양이 양각된 작은 금상자를 발견했다. 열어 봤으나, 붉은 비단으로 되어 있는 안은 비어있었다.
나는 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쌍룡 네발 금상자를 발견했는데 말이야. 거기 뚜껑이 조금 수상해 보이더라고.”
혈성군의 안색이 변했다. 마지막 의심마저 날려 보낸 모양이었다.
뚜껑을 힘으로 비틀어 내자 – 학진평은 차마 막지는 못했지만 거의 울 것 같았다- 드러난 공간 속에서 이 비단 조각이 나왔다.
금상자 안을 장식한 붉은 비단과 똑같은 재질의 비단이었다.
형태는 달랐지만 처음 본 느낌은 천마지보와 비슷했다. 하지만 딱히 공능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천마지보와 달리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를 본 남궁류청 말로는 여기서 부르기엔 범어, 즉 산스크리스트어 쪽 종류로 보인다고 하였다. 아쉽게도 남궁류청도 읽을 줄은 몰랐다.
“적의 대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 적이 생각지 못한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병법의 기본일 텐데, 총군사라면서 이 기본도 몰라? 처음 기습을 실패한 순간부터 끝난 거야.”
하지만 혈성군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 넘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서 뭘 어쩌잔 거냐? 그걸 가지고 노부와 협상이라도 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네 평가를 달리해야 할 것 같구나. 천마지보를 직접 보았으니 알 것을. 그 또한 어떤 방법으로도 손상되지 않는다. 영원불멸! 오로지 마만이 영원하다. 하하하, 오히려 찾을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구나!”
하여간 사이비 교도 놈들이란.
교주에 대한 충성심은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까딱이고 말했다.
“맞아. 천마지보는 일반적인 불로 태울 수 없었지. 무림맹이 오랫동안 없애지 못하고 보관만 했던 이유니까 나도 잘 알지. 그런데 말이야······. 천마지보를 흡수한 내가 피워 낸 삼매진화도 버틸수 있는지는 아나?”
미친놈처럼 터트리던 웃음이 우뚝 멈췄다.
번들거리는 눈에 의심이 서리는 것이 느껴졌다.
“한번 실험해 볼까?”
“······.”
“최소한 이게 불타서 재가 되어 버릴 때까진 버틸수 있을 것 같은데.”
침묵하던 혈성군이 이내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됐다.
역시 지금껏 꼭꼭 숨어 있던 혈성군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 만큼 원하는 물건인데 만의 하나의 위험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다.
“저 사람들 보내.”
나는 내 뒤쪽을 고갯짓했다.
“어차피 원하는 건 이거 하나잖아?”
학진평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백 대협! 아니, 백리······ 어, 백, 백······.”
“백리 대협이라고 부르세요. 제가 말했죠? 비무 대회에 내가 나간다면 우승이라고.”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도 농담하고 싶으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이 아니면 못 하는걸······!
그때 왕장고가 소리쳤다.
“백리 대협! 어떻게 저희만······! 그럴 수 없습니다! 안 됩니다.”
“됐으니까 가세요. 당신들 있으면 방해만 되니까. 지금 상황 보면 몰라요? 아까부터 누가 누굴 도와줬는데. 내가 이래서 동행 안 하려고 했는데.”
표사 한 명이 재촉하듯이 학진평을 불렀다.
“표두님······!”
결국, 학진평이 모든 재물을 버려둔 채 쟁자수와 표사들만 챙겨 말에 올라탔다.
준비를 마친 무양표국 사람들이 마교 잔당들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자 혈성군이 귀찮은 듯이 손짓했다.
마교 잔당들이 일사불란하게 길을 텄다가 그들이 빠져나가기 무섭게 다시 진영을 갖췄다.
“자 약속대로 이제 보냈다.”
나는 시야 밖으로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혈성군이 말했다.
“계속 그러고 있을 생각인가?”
“······.”
“머리 굴려 봤자 소용없다. 남궁가 녀석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남궁류청은 티 내려 하지 않았지만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류청, 괜찮지”
“물론.”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맞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그 순간.
화르륵. 삼매진화가 내 손에서 피어났다. 그리고 비단이 끄트머리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