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11)
외전5화
“그야······ 멀쩡한 이름 있는데 굳이 바꿔 부를 필요 없으니까.”
“그게 아니겠지, 백리연. 넌 바꿔 부를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야. 그냥 부르고 싶지 않은 거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부인하려 했다.
“그럴 리가······.”
“여기까지 와서 아니라고 하지 마.”
남궁류청이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보냈다.
“아니······ 그······ 음······.”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우물거리며 속으로 혀를 찼다.
‘어떻게 안 거지?’
하여간 눈치는 정말 귀신같다니까.
그래. 남궁류청의 말대로 내가 남궁류청을 청이라고 부르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가명을 정할 때 네게 말했어. 청이는 내 애칭이라고.”
“······.”
나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이 문제였다.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그러니까 청이라는 호칭은 내 흑역사를 떠오르게 한달까······.
처음에 가명을 정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남궁류청이 살짝 쑥스러운 얼굴로 청이는 자기 애칭이라고 설명하며 불러 주길 바라듯 바라볼 때까지만 해도 나도 좋았다.
‘귀엽기는’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청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청이라고 부르자, 과거 남궁류청을 짝사랑 할 때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청아, 청아-허락도 안 받고 부르고 쫓아다닐 때의 기억들이.
나는 완전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다니자고 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가명을 바꾸자고 하기도 애매했다.
바꾸자고 하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할 텐데 그러면 흑역사를 내 입으로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남궁류청이 채근했다.
“말해 봐. 왜 피하는 거야?”
“······.”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어서 남궁류청이 나를 응시하고 내가 남궁류청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남궁류청이 자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래. 나도 알아. 네가 그 녀석을······.”
다음 순간 남궁류청이 나를 확 밀쳤다.
동시에 기막이 깨지며 퍽! 소리와 주변의 소음과 감각이 순식간에 몰아닥쳤다.
흐릿하게 피냄새가 났다.
젠장. 너무 안일했다.
본래 기막을 펼치면 기막 바깥과 안의 소리가 막히며 감각 또한 바깥과 거의 차단되다시피 했다. 따라서 기막은 안전한 상황에서만 펼쳐야 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주변의 상황을 잘 살필 수 있는 곳에서 기막 밖에 호위를 두고 펼쳤어야 했다. 방금은 둘 다 아니었다.
일어나며 검을 뽑아들기 무섭게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팡-!
화살을 쳐 내는데 장력을 마주 친것같은 파공음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남궁류청이 바닥에 떨어져 꺼질 듯이 흔들거리는 불을 밟아 꺼트렸다.
주변은 순식간에 암흑에 뒤덮였다.
세 번째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남궁류청을 살폈다. 오른 가슴 윗부분 빗장뼈 살짝 아래에 온통 새까만 화살ㅇ 박혀 있었다.
내가 묻기 전에 남궁류청이 먼저 말했다.
“괜찮아.”
심장이 바닥에 처박히며 짓밟히는 느낌이었다.
화살이 내 시야가 닿는 방향에서 날아왔다면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남궁류청이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나는 정말 괜찮아.”
“하지만······.”
그때였다. 이번에는 야영지 쪽에서 고함이 들렸다. 나와 남궁류청은 아무 말도 않고 바로 자리를 박찼다.
도착한 야영지는 이미 혼란이 가득했다. 짐마차 한 대가 활활 타오르며 야영지를 훤히 밝히고, 쟁자수와 표사들은 그 불을 끄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물, 물 가져와! 어서 불을 꺼!”
그 순간 “컥!” 소리와 함께 불을 끄던 표사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남궁류청이 맞은 것과 동일한 화살촉부터 깃까지 모두 철로 된 화살이었다.
“습격이다! 습격자를 찾아!”
표사들을 지휘하던 학진평이 우리를 발견하고 안도한 낯으로 소리쳤다.
“남 대협! 백 대협! 다행입니다! 무사하셨군······!”
그 순간 나는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듯 뛰었다.
깡-!
살대를 내리쳤음에도 검을 맞대는 듯한 충격이었다.
철화살 하나가 학진평을 스치듯 지나가 다른 짐마차를 꿰뚫었다.
마차에 반 너머 박혀 들어간 화살 깃대가 파르르 떨렸다.
학진평은 잠시 넋이 나간 듯했다.
“짐마차는 포기해요! 어서 여길 빨리 빠져나가야 해요!”
상대는 여기서 10리는 떨어진 산등성이 바위 위에 있었다. 표행 길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였다. 이대로라면 화살받이가 될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듯한 학진평이 말했다.
“하지만 저 마차에 천마의 보물이 있소!”
아니, 지금 그게 문제야?
“천마의 보물이 목숨보다 중요해요?”
“저걸 잃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요!”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당장 버리고 우리끼리 떠나버릴까 고민하다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마차를 불태우다니 천마의 보물이 다 불타 버려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설마 마교 놈들은 천마의 보물을 노리던 게 아닌 건가?’
고민하는 내 모습을 어찌 생각했는지 학진평이 말을 이었다.
“대협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지 않소. 내 판단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두 분은 먼저 떠나시오. 남 대협은 이미 부상도 입은 것 같소만 아직 적들이 올 기색이 없어 보이니 두 분의 실력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게요.”
“······.”
나는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가 마차를 바라보았다.
서로 입은 열지 않아도 마음은 알 수 있었다.
“모두 비켜!”
나는 마차 주변에 모여 있던 이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곤 바로 불 속에 뛰어들었다.
경악성을 뒤로하고, 나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의 진기를 모조리 밀어냈다.
그 순간 불길이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다들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산소가 없으면 불은 꺼질 수밖에 없는 법. 나를 중심으로 잠시 진공 상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슨 요술을 부린 것처럼 보일 것이다.
콰직!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쯤 타들어 간 마차가 부서져 내렸다. 바닥에 굴러떨어진 상자에서 흘러나온 보물들이 횃불에 금적색으로 빛났다.
* * *
어둠 속 거친 길을 달리는 마차 바퀴에서 곧 부서질 것만 같은 소음이 났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가 주신 단검을 뽑아 들고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남궁류청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남궁류청의 입에 옷자락을 찢어 낸 천을 물리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
화살을 뽑기 쉽게 상처를 벌린 후 숨을 들이쉬었다.
힘을 주어 단번에 화살을 뽑곤 표정을 굳혔다. 흘러나오는 핏방울이 검붉었다.
“독이 있어.”
남궁류청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나는 식은땀이 배어 나온 그의 이마를 옷자락으로 닦아 준 다음, 곧바로 정신을 집중했다.
이내 검은빛에 가까운 액체가 방울방울 허공에 떠올랐다.
“이건 또 무슨······!”
함께 마차에 올라타 있던 학진평이 놀라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나는 선홍빛 피가 흐르는 것을 확인한 후, 부드러운 천으로 피가 낭자한 곳을 조심스레 닦았다.
“급한 불은 껐어. 하지만······ 알지?”
남궁류청이 물로 있던 천을 뱉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독을 완벽히 제거하진 못했다.
독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안전한 곳에서 남궁류청이 운기조식하여 스스로 빼내거나, 내가 시간을 들여 집중해야 했다.
그때까지 격하게 움직이면 안 됐다. 이렇게 정신없이 흔들리는 마차부터가 문제였지만.
그때였다. 마치 속마음을 읽은것처럼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벽을 짚고 튕겨 나가지 아낳게 버팀 나는 바로 문을 박차고 나왔다.
놀란 말이 투레질하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들이 들렸다. 마차는 앞뒤 할 것 없이 이미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검을 뽑아 든 채 그들과 마주 섰다.
우리가 빠져나가게 둘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 상황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둘러 싼 마교도들 사이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략 2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말고 갑옷으로 중무장한 사람들 사이가 벌어지더니 어둠 속에 녹아 들어 있는 듯한 가마가 나타났다.
가마의 창문이 스르륵 열리며 백발이 듬성듬성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허벅지 아래로 한쪽 다리가 없었는데, 검버섯이 잔뜻 뒤덮은 해골같이 삐쩍 마른 얼굴은 피부가 기이할 정도로 붉었다.
나는 싸늘하게 말했다.
“혈성군.”
뒤쪽의 무양표국 사람들이 기겁하는 소리가 들렸다.
“혀, 혈성군이면 마교 총군사?”
“말도 안 돼!”
교주인 천마가 죽고, 마교 잔당들은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중 한 세력을 이끄는 수장이 마교 총군사인 혈성군이었다.
천마총에서 도주한 뒤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하필이면 여기에서 나타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