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4)
날 아침.
백리연은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밤새 과거, 회귀 전의 일을 꿈꿨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네가 뭘 하겠다고 움직이면 오히려 더 복잡하다고. 가만히 있어 달라는 내 부탁이 그렇게 어려워?”
“널 구하려다 하령이 죽을 뻔했어! 지금도 정신을 못 차렸어!”
목소리가, 외침이 머릿속에 남아 징징 울렸다.
남궁류청은 언제 일어났는지 머리칼부터 옷자락까지 모두 정돈된 차림새였다.
“드디어 일어났네.”
“너는 일찍 일어났네.”
“글쎄. 누가 자꾸 파고들어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뭐라고?”
“됐어.”
백리연을 훑어보던 남궁류청이 미간을 살짝 좁히고 물었다.
“안색이 왜 그래? 너라도 잘 잤어야지.”
“아, 그냥 꿈을 좀 꿨어.”
“무슨 꿈?”
“옛날에 있었던 일들.”
“옛날? 표정은 무슨 악몽이라도 꾼 것 같은데?”
백리연은 그제야 정신이 좀 명료해지면서 그녀 앞의 사람이 과거의 남궁류청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리고 더는 얘기하기 싫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에 남궁류청은 무언가 매우 거슬린다는 듯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꾼 꿈 때문에 기분이 바닥에 가라앉은 백리연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의 기분을 더 가라앉히는 소식이 들어왔다.
딱딱딱.
기묘한 소리가 창가에서 들렸다.
백리연은 침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나무 덧창을 열자 어느 새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이 새파랬다.
열린 창문으로 백리연이 손을 내밀자 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손등에 앉았다. 제갈화무가 보낸 전서구였다. 백리연은 새 다리에 매여 있던 편지를 풀어 확인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귀찮게 됐네.”
무림맹 본단.
근래 무림맹은 무척 평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거리에 나온 무인들의 수가 평소와 달랐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들은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것처럼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분 위기였다. 길거리의 노점상이 친한 무인을 향해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소?”
“예?”
“아니, 오늘 기웃기웃하면서 뭘 찾는 기색이잖소?”
“아, 티가 났습니까?”
“그려요. 궁금하게만 하지 말고 내도 알려 주시오. 행사라도 있소?”
“행사까지는 아니고…… 아니, 행사라고 해야 하나?”
“ 으음 ?”
그리고 이와 비슷한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한 골목에는 단체복을 차려입은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목을 빼고 기다리다 골 목에서 나오는 무인을 향해 “스승 님!”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얄쌍한 눈에 부잣집 공자 마냥 화려한 차림새의 무인이 아이들을 보고 놀라 말했다.
“아니 너희들, 수련 안 하고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스승님, 스승님! 백리 대협과 남궁 대협이 본단에 온다는 거 정말이에요?”
“그걸 너희가 어떻게 안 거야?”
“헉, 그럼 정말인 거예요?”
그는 뒤늦게 아차 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이들이 꺅꺅거리며 저들끼리 소리치며 좋아했다.
“무슨 일로 오시는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소문이 난 거야?
기대할 거 없어. 그냥 잠깐 들르는 거랬어.”
“그래도요! 전대 대회 우승자잖아요!”
“천마도 쓰러트린 영웅!”
“그런데 그 뒤로 지금껏 한 번도 무림맹에 온 적 없잖아요!”
아이의 말대로 백리연은 대회 이후 한 번도 무림맹 본단에 모습을 비친 적 없었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위지백 때문에 위명이 나락에 빠진 무림맹에 여러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백리연이 갑자기 무림맹을 방문한다고 한 것이다.
“스승님, 대협들과 친하다면서요!”
“아니 그건 또 누가……. 그냥 안면이 좀 있는 것뿐이야.”
“그게 친한 거 아닌가?”
“그러게.”
중얼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누군가 물었다.
“그럼 스승님이 지금 마중하러 가시는 것도 정말이에요?”
“그건 또 어디서 들은 거야?”
“와- 정말 친한가 봐!”
“저희도 볼 수 있어요? 멀리서 얼굴 한 번만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저희도 데려가 주세요!”
“스승님, 장 스승님은 어떻게 두 분이랑 친해지신 거예요?”
질문에 갑자기 스승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이들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답을 기다렸다.
“백리 대협, 남궁 대협, 총사 대리께서 마중하라 하셨습니다.”
무심하던 남궁류청의 기세가 상대를 확인한 후 대번에 사나워졌다.
“너는••••••”
반대로 백리연은 살짝 반가운 기색으로 말했다.
“장철?”
백리연은 잘되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그녀와 대화하던 이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네요. 그럼 이만 가봐야 겠습니다.”
“큼, 그렇다면야. 알겠소. 다음에 꼭 차라도 한번……”
질척거리던 이가 남궁류청의 눈초리에 멀어지고, 백리연이 장철을 향해 말했다.
“잘 왔어. 덕분에 뗄 수 있었네.”
“무슨 얘기 중이었는데?”
“모임에와 달라고. 하, 벌써 다섯 번째 사람이었어.”
지친 듯 고개를 내젓던 백리연이 장철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뒤의 저 애들은 뭐야? 널 따라온 것 같은데.”
장철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백리연과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꺅꺅 거리며 소란스러워졌다. 대충 “백리 대협이 우릴 봤어!” “세상에! 정말 대협이다!” 그런 류의 말들이었다.
얼굴이 벌게진 장철이 말했다.
“그, 널 데리러 간다니까 널 보고 싶다고 따라왔어.”
“나를? 왜?”
“당연한 걸 뭘 물어? 내 입으로 널 찬양이라도 하라는 거야?”
잠시 당황한 듯한 백리연이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색한 몸짓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완전히 자지러지듯 좋아했다.
백리연이 살짝 붉어진 귓가를 한 채 중얼거렸다.
“애들 귀엽네.”
그리고 남궁류청은 그런 백리연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 보았다.
그 빤한 시선에 백리연이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네가 무림맹 무관 교관이 되었다고 했지? 축하해. 저 애들이 그럼 네가 가르치는 애들인 거야?”
그러자 지금껏 말없이 가만히 있던 남궁류청이 살기 등등한 시선으로 장철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무관 선생이라고?”
장철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남궁류청의 시선이 싸늘하다 못해 살짝 살기까지 어려있었기 때문이다.
장철이 우물우물 중얼거렸다.
“뭐야, 네가 지원해 보라고 한 거잖아?”
“내가?”
“그, 그래!”
장철은 대체 왜 갑자기 시비인가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마침 백리연이 끼어들어 분위기를 환기했다.
“류청 너는 장철 그만 노려보고, 저기 애들한테 손이나 한번 흔들어 줘.”
말뿐만이 아니라 백리연은 직접 남궁류청의 손목을 잡아 대신 흔들었다. 아이들이 꺅꺅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잠시 멍한 낯으로 붙들려 있던 남궁류청은 황급히 손을 뺐다.
“내 몸에 손대지 마.”
백리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한 발 물러났다.
장철이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다 백리연을 향해 속삭였다.
“……둘이 싸웠어?”
남궁류청이 제 손목을 매만지며 매섭게 말했다.
“신경 꺼.”
“그냥 말 걸지 마. 지금 매우 예민하거든.”
현재 무림맹의 맹주 자리는 위지백의 축출 이후로 계속 빈 상태였다.
한때 선대 남궁 세가주가 맹주 대리로 잠시 이끌다가 손을 뗐다. 그 뒤로는 총사와 원로회가 무림 맹을 이끌어 오고 있었다.
“오셨군요.”
전각 입구에서 그윽한 분위기의 여인이 그들을 환영했다.
남궁류청의 눈매에 살짝 반가운 기색이 스쳤다.
그리고 내심 남궁류청의 반응을 주시하던 백리연은 제멋대로 움직이려던 입꼬리를 고정하고 입을 열었다.
“직접 마중 오실 줄은 몰랐네요, 총사 대리.”
현재 총사는 공손 세가주인 공손 방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마대총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요양 중이었다.
당시 공손방은 자신의 부상이 금방 회복될거라 여겼다. 그래서 그 사이 잠시 공손월에게 대리를 맡겼다.
그러나 금방 나을 줄 알았던 상처는 마공의 기이한 능력 탓인지 쉽사리 회복되질 않았다.
그리하여 총사 자리를 넘길 생각이 없는 공손방과 계속 공백인 무림맹주의 자리가 합쳐져 공손월이 대리로 있는 기간이 계속 어영부영 늘어나고 있었다.
“혼인식 이후로 처음이죠? 다시 뵙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
살짝 뼈가 있는 말이었다.
“하하, 그러게요.”
“여기저기로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협행 얘기도 들리는데 무한만큼은 들르질 않으시더라고요.”
“들를 만큼 좋은 기억도 없으니까요.”
잠시 침묵한 공손월이 말을 이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어요.”
백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어요. 무척 열심히 하신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무척 잘하시고요.”
“칭찬은 감사하네요.”
처음 공손월이 대리를 맡았을 때, 그녀를 향한 반응은 차가웠다.
위지백은 쫓겨났지만 그를 따르던 이들의 세력은 계속 남아서 발목을 잡으려 들었고, 심지어 한 번 위지백이 다시 자신의 세력을 세우려 한 적도 있었다.
이를 여러 수완으로 잘 처리하고 개혁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 무림맹주를 맡아 달라는 요청에 전 남궁 세가주가 물러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옛 망령이 계속 자리를 잡고 있으면 변할 수 없지 않으냐.”
얼마 전 전 남궁 세가주와의 대화를 떠올리던 백리연에게 공손월이 다시 말을 걸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슬슬 힘에 부쳐요. 맹주의 자리도 비어 있고 총사 대리라는 직함만으로는 솔직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무슨 얘기를 꺼내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의심스럽게 기다릴 때.
“총사 대리, 손님을 이런 식으로 뺏어 가는 경우는 처음 보았군요. ”
복도 맞은편에서 밝은 머리 색을 지닌 청년이 걸어왔다.
눈을 살짝 크게 뜬 백리연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화무! 오랜만이야.”
남궁류청이 백리연을 돌아보았다.
눈빛만 보고도 의문을 알 수 있었다.
“응, 맞아. 제갈 세가주.”
그들이 무림맹 본단에 온 이유였다.
본래는 제갈 세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갈화무가 무림맹 본단에 있다는 소식에 경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제갈화무가 남궁류청을 보고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
“남궁 소가주,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걸 오랜만에 뵙는다고 해야 할까요?”
공손월을 의식한 남궁류청이 대답하지 않는 사이, 제갈화무가 백리연을 돌아보고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연아, 정말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그리고 백리연이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제갈화무와 백리연 사이에 검집을 쥔 손이 끼어들었다.
“얘, 뭔데 들러붙는 거지?”
남궁류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