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
41화
* * *
객잔 복도에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난간 아래로 몸을 숨겼다.
종업원은 고급 객잔 일꾼답게 깔끔한 복장이었으나, 소매와 앞섶에 물이 튄것 같은 짙은 얼룩이 져있었다.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는 자신이 말린다고 하여나왔습니다.”
“어떤가요?”
“씻기는 내내 얌전했습니다. 물어도 대답도 없고 묻지도 않더군요.”
“그래요? 이를 어쩌지?”
“그런데 몸에 맞은 상처가 많더군요. 최근에 생긴 것부터 해서 나아 가는 것까지 하면 꽤······.”
“음, 일단 이 일에 대해선 모른척 해 주십시오.”
마혜향에게 묵직한 주머니를 받아 든 종업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갔다.
“필요하신 일 있으면 또 불러주십시오.”
종업원이 멀어지길 기다린 마혜향이 심 부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 아이뿐이었습니까?”
“예. 처음 발견 시 시신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심 부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좀 더 다가가려던 순간이었다.
대화가 뚝 끊기더니 심 부관이 소리쳤다.
“거기 누구냐!”
하 , 무림인들이란.
‘엿듣는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난 옷자락을 정돈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왔다.
“저예요.”
마혜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너로구나? 여긴 어쩐 일이니?”
나는 헤헤 웃으며 깡충깡충 뛰어갔다.
“아버지가 데려오신 아이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뭔가 중요한 대화 중이신 것 같아서요.”
내가 눈치를 보며 말하자 마혜향이 완전히 누그러진 표정을 했다.
“그렇구나. 그 아이는 왜 만나려고?”
“아까 보니까 다친 것 같아서 연고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또 제 또래로 보여서요. 음, 얘기해보고 싶어서요.”
얘기해 보고 싶다지만 누가 봐도 놀고 싶다는 의미로 들렸을 것이다.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마혜향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긴 네가 지내기엔 심심했겠지. 아, 선배님은?”
“아버지는 자리를 비우셨는지 안 계세요!”
“그래? 흠, 어쩔까요?”
마혜향이 심 부관을 돌아보았다.
잠시 고민한 심 부관이 말했다.
“아무래도 또래니 더 쉽게 마음을 터놓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아이가 혹시라도······.”
“좀 전 얘기를 들어보니 얌전하다지 않았습니까? 제가 문 앞에 있지요. 어차피 백리 공자님께서 지키고 있으라고 하셨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마혜향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그 아이가 싫어하면 억지로 놀려고, 아니 얘기하려 들지 말고 나와야 한다. 알았지?”
“네!”
나는 심 부관이 열어 주는 문으로 들어갔다.
야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객잔의 방은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안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긴장에 마른 입술을 훑곤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스스로 다독이며 안으로 향하자 야율의 모습이 보였다.
야율은 내가 들어온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탁자 위의 작은 꽃나무 화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씻고 나온 야율은 왜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성인 야율과 똑 닮은 축소판 같았다.
푸르게 느껴질 정도로 창백한 피부와 유달리 붉은 입술.
뚝.
순간 물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야율의 발치를 보았다.
물에 젖어 짙어진 마룻바닥.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할 정도로 굳었다.
들어오기 전 각오는 모두 날아가고 머릿속이 백색으로 변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과거 잘린 목에서 떨어지던 핏방울 소리처럼 들려왔다.
야율이 느리게 손을 뻗었다.
투박한 자기에 담긴 옅은 분홍빛 꽃망울이 야율의 손에 닿은 순간, 분홍빛 꽃은 수분이 빠지듯 점차 시들어갔다.
삽시간에 말라붙은 꽃망울의 목이 툭 부러졌다.
“······!”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 기이한 모습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았다.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 무공이 세상에 둘일 수 없었다.
흡성마공.
정파인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치를 떨며 이를 가는 마공으로, 다른 생명력, 진기를 갈취하여 자신의 내공으로 만드는 마교를 대표하는 사이한 무공 중 하나였다.
진기를 뺏긴 자는 운이 좋으면 살아남기도 앴지만, 보통은 모두 죽었다.
심지어 흡성마공엔 무림인들도 예외가 아니라 마교도에게 평생 쌓아 온 무공을 뺏기기도 했다.
‘그런데 야율이 흡성마공을 익혔다고?’
충격적인 장면에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랬던 거였어.’
왜 천귀조 소굴의 생존자인 야율이 알려지지 않고, 무림맹 뇌옥에 갇혔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거대 정파들의 연맹으로 시작한 무림맹은 마교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하나의 거대 권력 집단으로서 무림에 영향력을 끼쳤다.
그 방식은 문파 간의 분쟁을 조정하거나 유명한 악인을 잡아 처단하거나 가두는 등의 일이었다.
어리더라도 악명 높은 흡성마공을 익힌 야율은 천귀조의 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아닌 악종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악인곡에 떨어진 것이다.
나는 굳어 있던 몸을 움직여 꽃나무에 다가갔다.
내가 움직이자 그제야 야율이 나를 보았다.
유리알 같은 검은색 눈동자에선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아셔?”
야율이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신다고?”
야율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야율이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버지와 같이 있던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은 몰라.”
“······.”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남궁완 그는 마교도라면 일단 척살하고 보는 강경파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궁완의 모친과 친누나, 매형까지 마교도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심지어 남궁완의 외가인 단목세가는 마교와의 전쟁에서 모두 몰살당하다시피 했다.
당연하게도 남궁완은 마교도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했다.
만약 남궁완이 야율의 흡성마공에 대해 알게 된다면 당장 죽이겠다고 칼을 뽑아 들 것이었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야율을 남궁완 아저씨께 말하지 않고 데려왔다는 건······.’
비틀 물러난 나는 머리를 짚었다.
잠시 후 창가로 향해 창문을 열었다.
새로운 공기에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일단은······.’
숨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탁자로 돌아갔다.
야율이 나를 바라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난 탁자의 가루를 쓸어 창문 밖으로 털었다.
그러고는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죽고 싶은 거 아니면, 앞으로 이런 짓 하지마.”
“왜?”
“흡수한 진기마다 성질이 조금씩 달라. 지금이야 별다른 문제없이 다룰 수 있더라도 내공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길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지금 그게 중요해?”
손수건을 가져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야율의 손목을 내가 잡아 당겼다.
내가 잡는 순간 딱딱하게 굳은 것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그 손에서 마른 부스러기를 닦았다.
“날 죽이려는 거 아니었어?”
부스러기를 닦던 손이 멈췄다.
나는 야율을 바라보았다.
표정 없는 얼굴로 야율이 중얼거렸다
“그럴 거라고 했는데.”
“누가?”
“천귀조가.”
“······.”
그때였다.
삐걱.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소리가 다가왔다.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치는게냐? 내 심 부관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였는데, 여긴 어찌 들어온 게야?”
성큼 다가온 아버지가 나를 훑어보곤 그대로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야율 앞의 시든 꽃나무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게 보였던 다정한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아버지가 야율에게 말했다.
“네가 한 짓을 본 게 내 딸이 아니었다면 넌 그대로 끌려갔을 거다.”
“······.”
“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스스로 죗값을 받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아버지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