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
42화
* * *
나는 아버지 품에 안겨 그대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은 내가 나갈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식어 버린 찻잔과 떨어트린 과자 대신 먹으라며 종업원이 가져다준 볶은 땅콩을 담은 접시, 그리고 야율의 방에 놓여 있던 것과 비슷한 꽃나무 화분.
하지만 나갈 때 보지 못하였던 것도 하나 있었다.
“어?”
기름종이로 포장한 것이었는데 달달한 향부터 그 모습이 퍽 익숙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아까 네가 떨어트려 아쉬울 것 같기에 사 온 것이다.”
아니, 용수당을 사러 나가셨던 거였어?
아버지가 나를 앉히며 말했다.
“네게 주려 와 봤더니만 방에 없더구나.”
아버지가 의관을 정돈하며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 아이는 갑자기 왜 찾아간 것이야?”
딱딱한 표정에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였다. 평소와 크게 다름없어 보였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아버지는 꽤 화가 나 있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까 봤을때 다친 것 같아서요. 연고를 가져다주려고요.”
“후우.”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가를 꾹 눌렀다.
무거운 분위기에 나는 혀만 잘근잘근 씹었다.
“앞으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움직이거라. 만약 그 아이가 널 해하려 들면 어쩌려고?”
“네. 죄송해요.”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됐다.”
아버지가 나를 다독이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으······아버지, 야율을 어쩌실 생각이세요?”
“내가 데려갈 생각이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답에 눈앞이 캄캄했다.
“왜요? 왜······?”
“많이 놀랐느냐?”
나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도 마교도를 대하는 건 다른 백도 무림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미 너도 보았으니 어쩔 수 없구나.”
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틀며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나는 과거 천귀조와 싸울 때 그가 흡성마공을 익힌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가 나를 살짝 걱정스럽게 보며 말을 이었다.
“흡성마공에 대해서는 아느냐?”
“그냥, 소문정도만요.”
흡성마공에 관한 서적도 읽어 보았으나 아버지께 그런 말을 할 순 없었다.
아버지가 나지막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흡성마공은 내력을 쉽게, 빨리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화입마의 가능성도 높지. 그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린아이들의 진기를 빼앗는 것이다. 아이들은 진기가 정순해 불순물이 적으니까.”
아버지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가 아이들만 납치한 이유는······ 진기를 빼앗기 위해서였던 거다.”
이미 예상했던 바지만 나는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진기는 생명력이잖아요. 그걸 뺏기면······.”
내가 머뭇거리자 아버지가 한숨처럼 말했다.
“그래. 모두 죽었다.”
“그럼 야율은 어떻게 남은 거예요?”
“나도 모르겠구나. 다만 그 아이도 납치된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천귀조가 그에게 흡성마공을 가르친 모양이다.”
배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을 거다. 배우지 않았으면 다른 희생자들처럼 죽었을 테니.
‘그리고 아마 야율이 흡성마공을 사용한 대상은······.’
천귀조가 납치한 아이들.
나도 모르게 입을 가린 채 인상을 찡그렸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더라도 무림맹에서 절대 용납할 리가 없었다.
“만약 그 아이가 무림맹 총타에 간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게다.”
그렇겠지. 과거에 악인곡에 떨어졌으니.
아버지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더는 마공에 손을 대지 않고 살고자 한다면······도와주고 싶구나.”
“······.”
왠지······ 왠지 이럴 것 같더라니!
아버지는 정말 야율을 데려갈 생각인 것이다.
나는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고 싶었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 아버지. 제가 듣기로는 남궁완 아저씨가 마교도라면 치를 떨며 싫어하신다고 하던데요.”
“그래.”
“원해서 익힌 것이 아닐지라도 남궁완 아저씨가 마공을 익힌 야율을 이해해 줄까요?”
아버지가 씁쓸한 낯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네게 말하려 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아.”
“그 말씀은?”
“그래. 특히 남궁완에게 비밀로 해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답변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하지만 남궁완 아저씨가 나중에, 혹시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러면 아버지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그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지.”
“······.”
야율에게 기회를 주려 하는 것.
그래, 그걸 아버지다운 행동이었기에 답답하고 기가 막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궁완에게 야율에 대한 것을 숨기는 것. 그건 절대 아버지가 선택할 만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어떻게 보아도 남궁완을 속이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를 기만하는 거였다!
아버지라면 남궁완에게 사실을 말해 다퉜으면 다퉜지 이런 방식을 선택할 리 없었다.
‘왜?’
곧이어 깨달았다.
“저 때문에 그런 거죠?”
“······.”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봐, 저를 치료하러 가는 데 문제가 생길까 봐. 그래서, 그래서······.”
“연아.”
아버지가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너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없다.”
“하지만······!”
“이건 다 과거 천귀조를 제대로 죽이지 못했던 내 탓이니라. 그러니 내가 책임지는 것이 옳다.”
나는 답답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고지식한 건 알았지만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버지가 잠시 멈추었던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네 또래더구나.”
“네?”
“그 아이를 무림맹에 보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네가 떠오르더구나.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다.
“······.”
이 말은 너무 잔인했다.
이리 말하면 내가 어떻게 반대 할 수 있단 말인가······?
* * *
남궁완은 종일 동굴을 뒤지다 깊은 밤 소득없이 객잔에 돌아온 참이었다.
밥을 먹던 남궁완이 인상을 찡그렸다.
“의강이 정말 그랬다고? 그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예.”
“왜?”
“저도 설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짐 덩어리를 늘리다니? 제 정신인가?”
남궁완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자 심 부관이 재빠르게 빈 술잔을 채웠다.
“아주 팔자 좋아.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딸이 생기더니 두부보다 더 물렁해졌군!”
“워낙 책임감이 높지 않습니까.”
“그럼 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인가?”
“예?”
“······?”
“······백리 공자님께서 돌아오시면 그 아이를 함께 데리고 가는건 재고해 달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백리의강은 지금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영종문을 방문한 상태였다.
남궁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강이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고아라면 적당히 맡기면 될 것을. 경중을 모르지도 않을텐데! 대체 왜 저러는 게야?”
남궁완이 짜증스레 입매를 매만졌다.
“뭔가 이상해.”
“무엇이 말입니까?”
“발견한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도 그렇고, 이번에 길가에 거지가 없어 수상하다는 것도 의강이 먼저 말했네.”
의강의 말이 아니었다면 남궁완은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갔을 터였다.
“그야 백리연 아기씨 때문이겠지요.”
“그 애가 왜?”
“백리연 아기씨가 거지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던 걸 백리 공자님께서 겨우 찾았으니까요. 당연히 따님이 생각나 신경 쓰이시겠죠.”
“아, 그래. 맞아. 그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아이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침묵하던 남궁완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 쪼끄마한 애가 길을 떠돌아 다녔다고? 어떻게 살았지?”
남궁완이 단번에 술자의 술을 털어 넣고 말했다.
“쯧, 됐다. 그 아이는 백리의강이 데려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 해. 뭐 필요한 것이 있어 보이면 네가 적당히 챙겨 주고.”
“알겠습니다.”
그러고도 남궁완은 뭔가 거슬리는 것이 있는 것처럼 식탁을 손가락으로 계속 두들겼다.
“아직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까?”
“그래. 뭔가 숨기는 것 같단 말이지.”
“백리 공자님께서요?”
남궁완이 고개를 끄덕이고 턱을 괬다.
“과거에 천귀조에 관해서도 말을 안 하려 들어서 이상하다 여겼는데, 어차피 이미 끝난 일이니 되었다 하고 넘어갔었지.”
“백리 공자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려는 거면······ 소가주님이 알아서 좋을 게 없어서가 아닐까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남궁완의 모습에 심 부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의강에게 잘 말해 주지. 네가 백리 세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