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
50화
* * *
정처없이 떠돌던 백리의강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연못 앞이었다. 그곳은 연이랑 매일 잉어 밥을 주던 곳이었다.
“잉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요?”
“미물이 생각이란 것이 있겠느냐?”
“저 흰 지느러미 잉어는 별로예요.”
“어찌하여?”
“매번 다른 애들 먹이까지 뺏어 먹는다고요.”
“그랬느냐?”
“잉어마다 다 성격이 있다고요.
저 등에 붉은 점이 두 개인 애는
게을러서 매번 제일 늦게 와요.”
어느새 백리의강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수면에 비친 백리의강의 얼굴에 밥을 주는 줄 안 잉어들이 몰려왔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가 연못이 있는 정원을 둘러싼 기왓담 너머에서 들려왔다.
백리의강의 예민한 오감은 원하지 않아도 그들의 대화를 듣게 만들었다.
“후우, 팔괘촌이 대체 어디야?”
“여기서 달포는 걸린다던데. 백리 세가 무사님들께서야 말을 타고 가시겠지만, 우리 같은 천것은 걸어가야 할 텐데.”
“산사태라니, 재수도 없지. 왜 하필 그런 곳에서 돌아가셔서, 에잉.”
“그만 투덜거려. 어쩌겠나? 그래도 백리세가 핏줄인데 최소는 해야 할 거 아녀? 신발이나 튼튼한 걸로 준비하자고.”
백리의강의 손이 검집을 틀어쥐었다.
이 넓은 백리 세가 장원에 백리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자는, 슬퍼하는 자는 찾을 수 없었다.
거리를 떠도는 것보단 그래도 안전한 집이 좋다고······ 좋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곳을 과연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 아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그의 딸이기 때문에?
그는 백리세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분란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결국 얻은 것은 이런 결과란 말인가?
이 모든 것에 의미가 있었던 걸까?
검집을 틀어쥔 백리의강의 손등에 핏줄이 바짝 섰다.
“도련님! 도련님!”
이곳에서 백리의강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언두가 달려오다가 연못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백리의강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백리의간은 표정을 관리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아! 남궁 세가에서 사람이 왔는데, 아기씨를 찾았답니다!”
“그렇구나. 남궁 세가 사람은 어디에 모셨느냐? 가자.”
백리의강은 옷자락을 정돈하며 걸어갔다. 원하던 반응과 전혀 달랐기에 언두는 멈칫했다가 깨달아 말을 이었다.
“아니요, 아뇨! 도련님! 아기씨가 살아 계셔요! 살아 계신답니다!”
앞서던 백리의강이 고개를 홱 돌렸다.
* * *
오늘 저녁까지 쉬지 않고 달려야 여관에 도착할 수 있다던 마차가 갑자기 길 한복판에 멈춰섰다.
나는 창을 가렸던 두꺼운 천을 걷고 덧창을 열었다.
말을 탄 여럿이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선두의 암갈색 말에 탄 사람은 지금껏 본 이들 중 가장 큰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마차의 문을 열었다.
“아저씨!”
순식간에 내 앞에 온 남궁완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네가 정녕 무사하였구나! 아니, 눈은 또 왜 그 모양이야? 설마 눈이 먼 것이야?”
음? 눈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못한건가?
만신의의 연단실 때문에 팔괘촌에 남은 심 부관을 대신하여 일행을 이끌던 무사가 나섰다.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아기씨눈은······.”
그러나 남궁완은 이미 정신이 모두 이쪽에 팔려 듣지 못했다.
“이거 보이느냐? 몇 개지?”
“음······ 네 개?”
남궁완과 다른 무사들 모두 눈을 부를뜬 채 경악한 낯을 했다.
“하하하, 장난이에요. 두 개잖아요.”
“······.”
“······.”
“웃어?”
“아이고! 소가주님!”
펄펄 날뛰는 남궁완을 곁의 무사들이 붙들었다.
곧이어 진정한 남궁완이 내 어깨를 붙잡곤 이리저리 살폈다.
“네가, 네가 정말로······.”
이를 아득 깨문 남궁완이 갑자기 나를 확 껴안았다.
“잘 돌아왔다.”
나를 끌어안은 남궁완의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 * *
남궁완은 말에서 내려 나와 함께 마차를 탔다.
나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출발했기에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이 아저씨,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가문은 어쩌고?’
걱정을 뒤로한 채 나는 산사태 이후 내가 겪었던 일을 설명했다.
“······해서 만신의의 서적들을 뒤져 가면서 왕릉에서 나오는 법을 찾아서 탈출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몇 가지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아저씨께 최대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리고······ 거기서 남궁 세가 무사로 보이는 이도 봤어요.”
나는 손수건으로 곱게 싼 물건을 내밀었다.
이를 받아 든 남궁완이 손수건을 펼치곤 미간을 살짝 좁혔다.
피에 젖은 옥패였다.
이것은 내가 그자의 품을 뒤져 신분을 확인하기에 가장 좋아 보이는, 목에 걸고 있던 것을 빼낸 것이다.
“만신의가 말하기를, 그 무사가 지켜줬다고 했어요.”
남궁완은 무뚝뚝한 낯을 한 채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곤 마차의 창을 열고 자신과 함께 온 무인을 불렀다.
“이 물건이 조충의 물건인지 아는 사람에게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무인이 멀어지길 기다렸던 나는 옥패와 함께 꺼냈던 작은 상자를 남궁완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아저씨 드릴게요.”
상자를 받은 남궁완이 열어 보았다.
손가락만 한 검은색의 자기병이 두 개 들어 있었다.
“한 번 확인해 주셔요.”
“이게 뭐기에?”
무심히 자기병을 확인하던 남궁완의 표정이 점차 굳더니 눈을 부릅떴다.
“이건 설마······ 공청석유? 정말 공청석유인 것이냐!”
공청석유란 한 방울로도 몇 갑자의 내공을 증진해 주는 엄청난 효과가 있는 천고의 영약이었다.
자연의 기운이 아주 오랜 세월 한 곳에 서려 응집한 기운인데 몇 백년에 한 방울을 얻을까 말까 한 것이었다.
“이걸 어디서······! 그렇군. 네가 정녕 만신의의 연단실에 있다가 온 거긴 하구나. 이런 귀한 것을 두 병씩이나 가지고 있다니 만신의의 명성이 허명은 아니었구나.”
“제일 귀해 보여서 가져왔어요.”
남궁완이 미련이 뚝뚝 넘치는 얼굴로 자기병을 보다 내게 건넸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한 병 드릴게요. 한 병은 아버지 드릴 거라서 안 돼요.”
“뭐라?”
남궁완이 믿기지 않는 듯 나를 보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꽉 감았다 뜬 남궁완이 자기병을 내손에 쥐여 주고 닿을까 무섭다는 듯 재빨리 떨어졌다.
“나는 괜찮다.”
“아저씨, 목소리가 떨렸어요.”
“네 착각이다!”
버럭 소리친 남궁완이 화난 기색으로 말했다.
“날 뭘로 보는 거냐! 나는 네가 죽을 뻔하며 얻어 온 것을 탐할 정도의 무뢰한은 아니다!”
‘대단한데.’
남궁완의 반응에 난 솔직히 감탄했다.
공청석유는 무림인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얻고 싶어 할 영약이었다.
1갑자의 내공을 얻는 데 기본 60년을 생각한다.
명문 대파들은 내공 심법과 수련법, 온갖 영약으로 이를 단축하려 노력한다.
그걸 생각한다면 한 번에 몇 갑자의 내공을 증진해 주는 공청석유는 그야말로 사기 중의 사기템이었다.
만약 내가 이걸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가면 백리세가고 뭐고 온 무림인들이 침을 흘리며 달려들 것이었다.
‘그걸 포기할 수 있다니.’
보통 의지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었다.
‘역시 아버지 절친. 성품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건가?’
나는 그걸 다시 남궁완의 손에 쥐여줬다.
“필요 없대도!”
“공청석유가 아무리 귀하다 한들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주신 남궁완 아저씨가 제겐 더 소중하죠.”
나는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