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
51화
* * *
몇 날 며칠을 달린 끝에 드디어 남궁 세가에 도착했다.
나도 그동안 눈에 꽤 적응하기도 했고 궁금했기에 오랜만에 마차 창의 휘장을 걷고 바깥을 구경했다.
줄 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10대 세가니 5대 세가니 나열할 때 단 한 번도 선두에서 빠진 적없는 가문답게 멀리서도 그 세가 대단했다.
궁궐같은 대문 앞은 남궁 세가에 드나드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백리 세가도 마찬가지지만 세가라고 부를 정도면 한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 족벌 사업체라고 보면 되었다.
말과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무슨 일인가 싶어 구경하던 사람들은 선두에 선 남궁완을 알아보곤 감탄했다.
“남궁 소가주아니오?”
“어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크, 훤칠하군, 훤칠해.”
남궁완의 기도에 감탄하던 자들은 이내 뒤쪽의 마차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저 마차에 탄 사람은 누구기에 남궁 세가 소가주가 직저 데리고 오나?”
“남궁 세가는 아들 한 명뿐이라 들었는데. 생질인가?”
“남궁 소가주의 누이가 그리되었는데 생질이 어딨소?”
“처질녀일 수도 있지.”
“눈은 왜 저리 가린 거지?”
마차가 대문에 거의 도착하였을 때 문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황급히 나왔다.
푸른색 장포에 허리끈을 간단한 매듭으로 장식한 노인이 앞장서서 정중하게 포권지례했다.
“소가주님,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먼 길은 무슨.”
노인이 고갯짓하자 뒤쪽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말과 짐마차들을 이끌었다.
창문으로 이 모든 걸 구경하던 나에게 노인이 시선을 고정했다.
“이쪽이 그 백리세가의 백리연 소저로군요. 남궁세가의 총관인 섭자강입니다.”
마차에서 내려서야 아는 척을 할 거라 여겼기에 당황하며 내려 인사하려 하자 섭자강이 웃으며 말했다.
“내리실 필요 없습니다. 노부가 소가주님을 그리 애타게 하신 아기씨를 한시바삐 보고 싶어 나왔을 뿐이니까요.”
남궁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인상을 팍 쓰자 섭자강이 껄껄 웃었다.
난 당황해서 창문을 통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백리 세가의 백리연이에요.”
“아휴, 이 조그마한 아기씨가 그런 고생을. 이렇게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섭자강의 안내를 따라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이었다.
그때는 그냥저냥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했는데 이번엔 갑자기 친근해졌다.
“의원께 전갈도 보내 놓았으니, 들어가시면 바로 진찰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전에 인사라도 하고 보내고 싶은데, 류청은?”
나는 깜짝 놀라 남궁완을 돌아보았다.
“류청이라뇨?”
남궁완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내 아들 남궁류청 말이다. 저번에 말한 적 있는 걸로 알고 있거늘 벌써 잊어버렸느냐?”
“아, 그랬죠.”
남궁류청은 지금 외조부 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거 내가 남궁 세가에 머물 땐 외조부 댁에 간 남궁류청은 반년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남궁세가에 한 달 정도 머물다 떠난 난 남궁류청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고.
그런데 지금 여기, 남궁 세가에 있다고?
내가 혼란을 감추지 못할 때 은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마차의 오른편에서 들려왔다.
“여보, 무사히 돌아오시어 다행이군요. 호위도 몇 대동치 않고 떠나서 걱정했답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은은하게 미소 띤 희고 고운 낯이 자꾸만 시선을 끄는 여인은 남궁완의 부인인 양소옥이었다.
남궁세가에서 소부인으로 불리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라는 묘사가있었다.
실제로도 그 묘사가 전혀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선녀가 내려온 듯한 자태에 세계관 최고 미남으로 꼽히는 남궁류청의 외모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단번에 납득된다고나 할까?
“류청은?”
“류청은 수련 중이어요.”
남궁완이 짙은 눈썹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수련 중이라니?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이오?”
소부인이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
그 웃음의 뜻을 읽은 남궁완이 분노했다.
“내 이것을······!”
남궁완이 버럭 소리치는 것을 소부인이 막으며 나를 눈짓했다.
씩씩거리는 남궁완을 뒤로하고 소부인이 온화하게 웃었다.
“네가 백리연이구나. 기다리고 있었단다.”
나는 소부인의 미소에 멍하니 홀려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백리 세가의 백리연이라고 해요.”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고 나서야 소부인의 곁에 여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갈래로 앙증맞게 머리를 올려 묶은 처음 보는 아이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소부인이 아이의 어깨를 다독이며다정하게 말했다.
“인사하거라.”
아이가 양손을 모아 포권지례했다.
“안녕하세요, 서향문의 서하령, 인사올립니다.”
나는 아이가 인사 올리는 것을 멍하니 보았다.
서하령이라고?
자고로 남주인공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키며 그를 사모하는 여인 하나 정도는 있지 않겠는가?
서하령은 딱 그 역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알아 온 남주인공을 사모하며 당연히 자신이 부인이 될 거라 믿는······.
그러니까 정확히 나, 어느 날 갑자기 스승의 딸이라며 나타난 백리연을 죽도록 혐오하던 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가 배시시 웃었다.
* * *
남궁완은 먼지투성인 장포를 벗으며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서 소저는 왜 여기 있는 것이오? 언제부터 여기 있었소?”
“무학 교류 차원에서 서향문주께서 보내셨답니다. 오늘로 이레정도 되었네요.”
서향문은 남궁 세가와 이웃한 도시의 문파로 남궁 세가와는 오랜 세월 돈독한 사이였다.
“서향문주께서? 설마, 류청에게 붙여 놓을 생각이오?”
양소옥이 긍정하듯 미소 지었다.
“저번에 그런 식으로 장가장의 아이를 붙였다가 류청이 대련이라는 명목으로 두들겨 패지 않았소?”
남궁완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걸 수습하느라 진 뺐던 건 다 잊었소? 만약 불구라도 됐으면 장가장과는 원수가 되었을 거요.”
“그러니 이번엔 여자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류청이 조금 사납더라도 여자아이를 때리진 않겠지요. 그러니 붙여 놓으면 자연스레 친해지겠지요.”
“정말 뜻대로 될 거라 생각하시오? 뜻대로 되었다면 그 아이가 오늘 수련한다고 코빼기도 비치지 않을 리 없지! 내 오늘 도착할 거라 미리 연통까지 보냈거늘······!”
양소옥이 옅은 한숨을 내쉬로 말했다.
“그럼 여보, 류청을 이대로 둡니까?”
“······.”
“류청이 수련을 시작하면 자신이 성에 찰 만큼 하지 않고는 나오지 않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두 시진 세 시진이 무엇인가?
몸이 아직 어려 제대로 따라 할 수 없는 검법을 완벽하게 익히겠다고 이틀 내내 수련장에서 검만 휘두르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엔 해내었고.
“다른 집은 수련을 하지 않아 고민이라는데 우리는 참 복에 겨운 거지요. 그런 노력이 뒷받침하니 류청이 기재라고 불리는 것이고요.”
잠시 침묵한 양소옥이 말을 이었다.
“류청을 너무 재촉하지 맙시다. 그저 아직은 친해질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요.”
헛숨을 토한 남궁완이 언성을 높였다.
“부인께서 매번 이런 식으로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니 이리된 것 아니오!”
태연하게 고개를 기울인 양소옥이 말했다.
“그런가요? 제가 아버님께 들은 바로는 류청이 상공 어릴 적 모습과 똑같다고 하던데······ 호호.”
“······.”
남궁완이 입을 딱 다물었다.
“이번에 백리 대협이 오시면 여보의 옛 모습을 한번 여쭤볼까 합니다.”
“쓸데없는 소리!”
양소옥의 농담에 분위기는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소맷자락을 매만지던 양소옥이 한숨을 내쉬었다.
“백리 소저에게 기대하였는데······ 정말 안타깝게 되었네요. 백리소저는 언제까지 머무는 겁니까?”
“의강이 언제 오느냐에 달려있겠지.”
“그렇군요.”
탁자로 향한 양소옥이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따랐다.
다가오던 남궁완이 돌연 멈춰서며 말했다.
“연이는 가만두시오.”
설명이 부족하다 여긴 남궁완은 확실히 하려 덧붙였다.
“억지로 류청에게 붙이지 말란 말이오.”
옅게 웃은 양소옥이 찻잔을 남궁완 앞으로 밀어냈다.
“류청이 백리 소저에게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백리의강의 딸이라지만 내공폐인이지 않으냐?
그런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겠느냐는 의미였다.
“······.”
남궁완의 심기가 불편해진 걸 안 양소옥이 서둘러 말했다.
“오늘 석찬은 자청각에서 하지요. 백리 소저도 초대해서요. 류청은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리고 오지요.”
“······뜻대로 하시오. 나는 아버님을 뵙고 오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