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
49화
* * *
며칠 후, 나는 남궁 세가 사람들 일부와 함께 남궁 세가로 향했다.
과거에도 만신의를 만나고 남궁세가로 향했었다.
남궁 세가. 이 세계의 주인공,
남궁류청의 가문.
‘뭐, 어차피 남궁류청은 지금 남궁 세가에 없지만.’
남궁류청이 친모와 함께 외조부댁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과거와 달리 남궁 세가에 가을이 넘어서 출발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남궁류청은 내가 백리 세가로 돌아갈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남궁 세가에 가는 날이 두 달이나 지체됐어도 남궁류청은 아직 외조부 댁에 머물고 있을 시기였다.
내가 남궁류청을 처음 본 건 이보다 훨씬 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였다.
눈을 감고 있던 난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멀미가 없네.’
시야때문에 오히려 더 심해야 할 것 같은데 몸 상태는 오히려 좋았다.
연단실에서 좋다는 명약은 다 주워 먹은 보람이 있었다.
눈을 뜨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야율과 눈이 마주쳤다.
맨눈으로 마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창을 닫고 천으로 된 가리개까지 친 마차 안은 대낮임에도 어두워 안대를 풀어도 괜찮았다.
야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애는 왜 못 따라오게 한 거야?”
“그 애?”
“벙어리.”
“아, 소녹?”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냐? 위험하잖아.”
“위험하다고?”
“백리 세가는 무림 가문이야. 굳이 일반인을 이런 곳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만신의도 이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뒤엔 정마 대전도 벌어질 텐데 그러면 정말 목숨을 보장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무림과 관계없는 삶을 사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내 앞길 챙기기도 힘들어서.’
그때 야율이 물었다.
“하지만 넌 나를 데리고 왔잖아?”
“넌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데리고 왔잖아?”
“······.”
야율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벌써 까먹었나?
설마 아버지의 은혜를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야율을 살피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아, 맞아. 이렇게 된 거 너한테도 알려 줘야겠네.”
아버지가 계시면 이런 말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백리 세가에서······ 내 위치가 그리 좋진 않아.”
나는 의아한 낯의 야율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여기 남궁 세가 사람들은 내게 친절하고 다들 잘해 주시지만, 백리 세가로 가면 분위기가 좀 다를거야. 알아 두라고.”
* * *
백리 세가 장원.
백리 세가 가모의 처소에서 노부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네 서한을 받자마자 준비를 시작했단다. 가서 확인해 보아라.”
“감사합니다.”
노부인 곁의 백리의묵이 얕게 인상을 찡그린 채 물었다.
“네 별동대인 백호단은? 그들을 수색에 쓰지 그러느냐?”
“백호단은 제 사람들이 아니라 무림맹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제 사익에 쓸 수는 없습니다.”
백리의강은 무림맹에서 별동대인 백호단주를 맡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지만, 최근 큰 분란 없이 평화로웠기에 문제는 없었다.
짧게 침묵한 백리의강이 이어서 말했다.
“또 멀기도 하고요.”
백호단이 있는 무림맹 총타는 팔괘촌에서 백리 세가보다 멀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백호단을 쓰려고 했을지 모른다고 백리의강은 자조했다.
백리의묵이 혀를 차고 물었다.
“그런데 팔괘촌이라니? 남궁 세가에 간다더니 갑자기 거긴 왜 간 것이야?”
“······.”
백리의강이 답이 없자 백리의묵이 탁자를 두드렸다.
“우리도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벽촌까지 가서 사고를 당했는지! 연이는 네 딸이기도 하지만 내 조카이기도 하지 않느냐!”
“······그건 저만의 일이 아니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
“연이는 백리 세가 사람이다! 너만의 일이 아니라고?”
“의묵아.”
노부인이 말리듯 이름을 부르자 백리의묵이 씩씩거리다 고개를 틀었다.
노부인이 말했다.
“알았으니 이만 가 보거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또 말하고.”
“소자 물러가겠습니다.”
축객령에 일어난 백리의강이 방을 나서다 다시 노부인을 돌아보았다.
노부인이 물었다.
“더 말할 것이라도 있느냐?”
“······연이의 일을 아버님은 아십니까?”
“상공은 폐관 수련에 들어가셨다. 한번 들어가면 족히 한 달 이상은 계시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느냐?”
“······.”
보통은 그러했다.
하지만 가문에 큰일이 있을 때는 결례를 무릅쓰고 소식을 전달했다.
가주가 폐관 수련이라고 완전히 손을 놓을 수만은 없으니.
이건 고의로 전달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중요치 않은 일이라 여겼기에.
“······장부관께서는 뭐라십니까?”
찻잔을 들던 노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기색에 곁에 있던 백리의묵이 재빠르게 나섰다.
“그건 알아서 무얼 하려고? 장부관도 맡은 일로 바쁜 몸이다.”
“······.”
“오늘따라 너답지 않게 말이 많구나. 어머니 피곤하시니 어서 가 보거라.”
“······물러가겠습니다.”
노부인의 처소를 나와 걸어가던 백리의강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그림자에 발걸음을 멈췄다.
매화를 수놓은 연홍색 치마에 노란빛 저고리를 두른 화사한 차림새의 백리의란이었다.
그녀를 본 백리의강이 고개를 숙인 후 지나칠 때였다.
“하, 이젠 아는 척도 안 해?”
백리의란이 분연히 트집을 잡았다.
멈칫한 백리의강이 다시 돌아보며 제대로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누님.”
“내 네가 돌아왔다기에 할 말이 있어 찾았는데, 이리 본 척도 안 하면 서운하지 않겠어?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백리의강은 조용한 시선으로 백리의란을 바라볼 뿐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던 백리의란이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 일 말이다.”
“예?”
“아버님이 말씀하신 일 말이야.”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입술을 깨문 백리의란이 버럭 소리쳤다.
“그 왜! 아버님이 내가 집을 나가든 표가 고계암을 가든 하라했던 일 말이다.”
“아아.”
백리의강이 뒤늦게 그런 일이 있었었지, 정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백리의란이 쥐고 있던 손수건을 비틀었다.
그 일로 자신이 얼마나 곤욕을 치뤘는데, 일을 이렇게 만든 본인은 속 편하게 잊어버리다니!
“그래서 내가 표와 악이를 고계암으로 보냈단다.”
백리의강이 가만히 백리의란을 바라보았다. 괜스레 입술을 훑은 백리의란이 말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일을 보니 내 아들들도 고계암에서 사고를 당할까 걱정되어 잠을 못 이루겠더구나.”
“······.”
“내 아이들이 백리연 그 아이처럼 사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 나는 그럼 살 수 없을 게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그래서 내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네가 아버님께 말씀드리면 어떻겠니? 표와 악이가 걱정되니 돌아오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백리패혁은 소우악, 백리표 둘을 고계암으로 보낸다는 선택에 마음대로 하라며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에게 두 아이 얘기를 꺼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적당히 수그리며 고계암에 보내는 척했다가 바로 돌아오게 하려던 백리의란의 계획이 틀어진 건 당연했다.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데 아이들을 언제 돌아오게 허락할 것인지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백리의란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백리연 그 아이도 없는데 내 아이들이 고계암에 있을 이유도 없지 않으냐?”
백리의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백리의란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그래? 너만 동의하면 아버님도 화를 내실 이유가 없지 않으냐?”
“그건 제가 동의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대답은 뭐야? 반대한다는 거야?”
“더는 얘기할 가치가 없군요.”
미간을 문지른 백리의강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던 백리의란을 밀치고 지나쳤다.
“아가씨!”
시비들이 황급히 백리의란을 붙잡았다. 시비들의 부축을 받은 백리의란이 소리를 꽥 질렀다.
“너 미쳤느냐! 지금 나를 밀친거야?”
하지만 백리의강은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