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
48화
“······.”
바로 아니라고 부인해야 했는데,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나는 약사발을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람 목숨은 귀하니까.”
“내 목숨은 귀하지 않은데.”
나는 재차 놀라 야율을 보았다.
야율은 마치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는 것같이 담담한 얼굴이었다.
가만히 야율을 응시하던 난 그를 향해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야율은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얌전히 다가왔다. 그리고 난 그대로 꿀밤을 날렸다.
“······!”
야율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내가 살렸다고 생색낼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죽다 살아난 사람 앞에서 헛소리할래?”
“아니, 나는······!”
“말하니까 다시 열 받네. 이리 와. 한 대만 더 맞아.”
또 오라니까 얌전히 오는 꼴에 어이가 없었다.
“그걸 또 오니? 알겠어.”
거절치 않고 다시 꿀밤을 때렸다.
“너 때문에 머리 아파서 못 먹겠어. 나중에 먹을래.”
“······.”
난 약사발을 한쪽으로 치우고 누우려 자리 잡았다.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기분이 찝찝해졌다.
당황한 듯 빠르게 눈을 깜빡이는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야율과 전혀 달랐다.
잠은 안 오지만 누운 나는 자는 척 눈까지 감았다.
한참을 조용히 있던 야율은 바스락바스락 무언가를 하는 듯하더니······ 그 뒤론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까 잠들어 버린 것이다.
눈을 뜨고 나서야 내가 잠들었던 걸 알았다.
‘와, 나 지금 야율 앞에서 잠든거야?’
약간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내 정신 줄이 언제 이렇게 태평해졌나 싶었다.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너 계속 이럴 거야? 당장 저리 안 가!”
날 깨운 소리였다.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려는 날 누군가 부축했다.
늘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돌봐줬기에 익숙하게 일어나다 날 부축한 상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야율?”
야율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너 계속 여기 있었어?”
“응.”
“어······. 앞으론 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
“심 부관이 너 살피래.”
“아, 그래?”
나는 속으로 소리 질렀다.
‘심 부관님!’
야율이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안 거슬리게 있을게.”
“······.”
야율이 물을 가져다주고 대나무 발을 걷고 방을 나갔다.
“이 자식이 진짜, 썩······ 못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
그 동안에도 밖은 계속 소란스러웠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안 그래도 심란한데 계속 소란스러워 신경 쓰였다.
약사발을 들고 돌아온 야율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야율이 무슨 말이냐는듯 고개를 기울였다.
“밖에 말이야. 소란스러워서.”
“밖에? 몰라.”
방금 나갔다 왔는데 왜 몰라?
야율은 내게 김이 폴폴 나는 약사발을 내밀었다.
나는 약사발을 받아서 내려놓고 신발을 신었다.
“나가려고?”
“응.”
야율이 자연스럽게 날 부축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떼어 놓는 것이 귀찮아 그냥 부축을 받으며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소란이 보였다.
“널 어찌 믿고 들여보내 줘? 안그래도 수상쩍은 걸 봐줬더니, 자꾸 주제도 모르고······!”
“됐다, 됐다. 말이 안 통해. 그냥 쫓아내.”
남궁 세가의 무인처럼 보이는 이가 아이의 뒷덜미를 잡더니 끌고 가려 했다.
‘소녹이잖아?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소란에 어디선가 나타난 심 부관이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
“웬 소란이냐!”
“죄송합니다.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 순간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본 소녹이 손가락질했다.
나를 손가락질하는 줄 알고 놀랐으나 다시 보자 내 옆의 야율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소녹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손짓을 마구 했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야율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한테 말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 알겠어?”
“아니.”
그사이 소녹이 방심한 무인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왔다.
“아닛!”
무인이 당황한 사이 내게 달려오던 소녹은 부관의 검에 바로 가로막혔다.
곧장 뒤따라온 무사가 이번에 소녹의 허리를 안아 들었다.
소녹이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이며 몸부림쳤다.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가만히 안 있어?”
나는 그 무사를 향해 말했다.
“잠시만요.”
그리고 내 앞을 가로막은 검집을 손으로 살짝 내렸다.
심 부관의 눈짓에 무사가 소녹을 내려놓았다.
소녹은 바닥에 내려와 섰고 그대로 달려와······.
“!”
나를 꽉 껴안았다.
* * *
나는 소녹과 뒷마당으로 향했다.
일반 농가를 통째로 빌려서인지 뒷마당 한쪽엔 수확한 곡물이 잔뜩 쌓여있었고, 우리를 본 닭들이 꼬꼬거리면서 병아리들과 함께 도망쳤다.
빛무리로 보면 어른 닭은 형체가 확실했지만, 병아리들은 무슨 야구공 같은 게 굴러가는 모양이라 귀여웠다.
적당한 곳에 멈춰 선 내가 말했다.
“좀······ 놔줄래?”
그제야 내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소녹이 떨어졌다. 하지만 소맷자락은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옆을 보았다.
“넌 잠시 다른 데 가 있어.”
여기까지 오는 내내 나를 부축하던 야율이었다.
눈을 내리뜬 야율이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끝나면 불러.”
“으응.”
나는 야율이 멀어진 걸 확인하고 소녹에게 말했다.
“날 찾아다녔던 건 아닐 테고, 만신의를 찾았던 거지?”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녹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라고? 하지만 너, 그 근처에 만신의의 연단실이 있는 걸 알고 돌아다녔던 거 아냐?”
아이는 저 장소가 만신의의 비밀 연단실로 들어가는 곳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소녹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가 아니라는 거야?’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만신의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확히는 말할 시간이 없었던 것에 가깝지만 죽기 전 소녹을 걱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녹. 네 이름 맞지?”
소녹이 눈을 부릅떴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만신의는 돌아가셨어.”
“!”
만신의에게는 가족도 없었으니 소녹이 가장 친인에 가까웠다.
그래서 소녹에게만큼은 부고를 알려야 한다고 여겼다.
난 적당히 듣기 나쁘지 않은 말들로 만신의의 마지막을 설명해 주었다.
내 말이 끝났을 땐 소녹이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우는 것이 가리개 너머로도 느껴졌다.
나는 그저 소녹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였다.
남궁 세가의 무인이 나를 데리러 왔다가 세 번쯤 그냥 되돌아 가고 나서야 소녹은 울음을 겨우 그쳤다.
소녹을 달래느라 같이 주저앉아 있던 난 옷자락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이거 받아.”
나는 소매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 건넸다. 금전과 은전이 든 돈주머니였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야율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왔다.
야율은 남궁 세가 무인이 나를 찾으러 올때 같이 와 마당 한편에 계속 서 있었다.
나는 나를 붙잡는 소녹의 손을 토닥이곤 떼어냈다.
“걱정하지 마. 일단 마을 사람에게 너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들었어.”
심 부관에게 소녹을 돌봐 줄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자 이미 적당한 사람을 구해 놓았다고 했다.
“거기다 나도 돌아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네가 좋은 양부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게.”
하지만 거미줄처럼 내 손을 붙들어 맨 소녹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음, 왜? 돈이 모자라?”
더 거세게 고개를 저은 소녹이 갑자기 넙죽 엎드렸다.
놀란 내가 주춤 물러나자 이번엔 내 발을 껴안았다.
“뭐, 뭐 하는거야? 아니, 이거 놔.”
발을 빼려 했지만 얼마나 힘이 센지 꼼짝도 하질 않았다.
지켜보던 야율이 소녹의 어깨를 잡곤 확 밀어냈다.
하지만 나를 놓지안하아 오히려 넘어질 뻔해 둘 다 화들짝 놀랐다.
“너······.”
낮게 중얼거린 야율이 화가 난 듯 그대로 소녹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아니, 무슨 힘이······.’
잠시 놀랐던 나는 켁켁거리는 소리에 서둘러 야율의 팔을 잡았다.
“야율! 뭐 하는 거야!”
“얘가 널 넘어트릴 뻔했어.”
“그래도 그렇지, 빨리 놔!”
내가 소리치자 야율이 살짝 놀란 얼굴로 손을 놓았다.
털썩, 소녹이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야율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지 알긴 하는 건가?
그냥 빌고 보는 것이 뻔히 보였다.
나는 길거리를 떠돌던 거지 시절 저런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부터 폭력에 노출돼 그것이 당연하고 익숙해진 애들.
‘일단 야율은 나중에 얘기하자.’
나는 소녹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몇 번 기침을 한 소녹은 다시 날 꽉 붙잡았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 물었다.
“설마 너, 나랑 같이 가고 싶단거야?”
난 마구 고개를 끄덕이는 소녹을 보곤 표정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