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
47화
* * *
“벌써 두 달일세. 살아 있을 리가 없거늘. 어휴. 포기할 때도 되었을 텐데.”
“백리 공자님도 사실은 아시겠지. 그저 받아들이실 수 없을 뿐.”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둘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오르는 산등은 흘러내린 토사와 널브러진 사람만 한 돌 조각, 나무들이 최근 큰 산 사태가 있었던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소가주님이랑 백리 공자님은 이 촌구석까지 무슨 일로 오셨던 건지 자네 들은 거 있나?”
“없네. 심 부관께서 입 딱 다물고 계신데 누가 알겠나.”
“어휴. 백리 공자님이 백리 세가로 향하신 지 열흘 정도지? 그럼 앞으로 여기 두 달은 있어야 겠군.”
“그렇겠지. 백리 세가 사람들이 올 때까지 철수할 리 없을 테니.”
“백리 세가에서 지원이 온다 한들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여까지 와서 다들 괜한 고생 하는 거 아닐지 모르겠군.”
“그저 시신이라도 거둘 수 있었으면 하시는 거지 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하긴 시신이라도 수습해야지. 아이 홀로 이런 곳에 묻혀 있으면 성불도 제대로 못 할······ 음?”
사내 한 명이 갑자기 멈춰 서며 신음했다.
“왜 그러나?”
“저길 좀 보게.”
사내가 가리킨 곳을 보자 바위틈새로 아이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사라졌다.
“뭐야, 쟤 여길 또 들어왔어? 아니, 저 녀석 자꾸 수색을 방해하고······.”
“아니, 아니, 자세히 좀 보게! 저 아이 뒤에, 저기 누굴 업고 있지 않은가?”
“!”
* * *
내가 갇혀 있던 곳은 오래 전 멸망한 나라 왕족의 능으로 만신의가 자신의 연단실로 바꾼 거이었다.
만신의가 자주 머무르던 곳인지 마실 물과 먹을거리는 충분했다.
심지어 온갖 약들도 사탕처럼 먹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나가는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겨우 밖에 나와서야 내가 그곳에 갇힌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기억 속 숲은 매우 푸르렀는데, 나와 보니 알록달록하게 변해 한둘씩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연단실의 일정한 온도는 계절의 변화조차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되기 위해 만든 곳 같았다.
내 맞은편에 자리한 의원이 물었다.
“어떤가?”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흰 면사가 눈앞을 가리고 있었다.
“훨씬 좋아요.”
“그래, 그럼 일단 그거라도 두르고 있게.”
무척 얇은 면사는 빛을 줄이면서도 어느 정도 사물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노의원 옆의 심 부관이 질문했다.
“대체 아기씨 눈이 왜 이런 겁니까?”
“모르겠네. 어두운 곳에 너무 오래 있다 나와서인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네.”
“확실하지 않다니요?”
“해를 못 봐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져야 할 텐데 영 나아지지 않으니 말일세. 영구적인 상처가 난 거라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영구적이요? 그럼 평생 이리 앞도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니, 의원님!”
한동안 심 부관과 노의원이 실랑이하였다.
의원이 나간 후 심 부관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씨, 남궁 세가로 가시죠.”
“남궁 세가요?”
“예. 저런 돌팔이 같은 의원보다 훨씬 좋은 의원이 계십니다.
백리공자님과 소가주님께도 서신을 보냈습니다.”
두 분은 달포를 이곳에서 나를 찾다 떠났다고 했다.
“다만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 둘 다 여기서 거리가 있는지라 두 분께 소식이 들어가려면 시일이 꽤 걸릴 겁니다.”
아버지는 백리 세가에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서, 남궁완은 가문에 일이 있어서였다.
“제 생각엔 답신을 기다리는 것보단 먼저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아기씨 눈 문제도 있으니까요.”
그러곤 위로하듯 말했다.
“괜찮으실 겁니다. 남궁 세가 의원은 실력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아기씨 눈도 분명 나을 겁니다.”
나는 그냥 모호라게 웃었다.
남궁 세가에 간다 한들 원인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병이 아니니까.
내 눈이 이렇게 된 건 만신의 앞에서 정신을 잃은 후부터였다.
정신을 차린 나는 두 개의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원래 보던 평범한 시야.
그리고 빛으로 이뤄진 시야.
빛이 거의 없던 왕릉 안에선 두 번째 시야가 그다지 거슬리지 않아 문제 없었다.
하지만 왕릉을 나오자 수많은 빛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어지럽게 움직이는 빛들로 눈앞이 산란해 눈물이 줄줄 흐르고 두통이 일어 걸을 수조차 없었다.
가리개로 한 가지 시야를 차단하자 머리가 어지러운 건 나아졌다. 아마도 두 가지 시야가 한 번에 들어오자 머리가 처리를 못해서 그랬던 듯했다.
‘이 능력, 아니, 눈이라고 해야하나? 아마도 만신의가 넘겨준 거겠지.’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이 눈이 없었다면 난 저 왕릉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 죽었을 터였다.
빛으로 이뤄진 시야는 정확히 말하자면 기의 흐름을 보는 것이었다.
가량 바로 전 노의원은 기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균일한 사람 형태에 가까웠다.
하지만 심 부관과 남궁 세가 무사들은 노의원과 다른 점이 있었다.
몸 중앙 단전 부근의 빛무리.
그것이 그들이 수련한 내공인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심 부관은 남궁 세가 무인들 중 가장 크고 강한 빛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 아버지는 어느 정도일까?’
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 능력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보이는 기들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신의의 서적에 적혀 있던 것에 따르면 집중력과 숙련도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양이 달라진다 하였다.
그랬다. 이 눈의 능력이 만신의가 신의로 불릴 수 있게 된 이유였다.
사람의 기를 볼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면 사람의 몸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만신의는 이걸 이용해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쓴 모양이지만, 잘만 이용하면······.
‘단전이 없어도 무공을 쓸 수 있을지 몰라······!’
만신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무공에 응용할 수 있는 연구를 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중간부터 연구가 뚝 끊겨 버렸다.
그때 심 부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기씨가 만신의의 연단실에서 나오셨다고 하셨지요?”
“네.”
“혹시 다시 들어가는 방법도 아십니까?”
내가 나오고 나오자마자 연단실 문은 바로 닫혔다. 그리고 다시는 열리지 않고 있었다. 나올 때처럼 들어가는 방법도 따로 있는 듯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답했다.
“아뇨, 나오는 방법만 찾았던 거라서요······.”
나오는데만 두 달이 걸렸는데 다시 들어가는 방법은 생각도 안했다.
심 부관이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저희끼리 연구하고 있지요.”
만신의의 연단실에 있던 자료들과 여러 약들을 가지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연단실을 나오는 게 먼저 였을 뿐이었다.
“그럼 저도 도울게요. 나올 때 방법을 떠올려 보면 들어가는 방법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 말에 심 부관은 거의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뇨!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기씨는 제발 먼저 남궁세가로 가 주십시오. 몸도 안 좋은 아기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 전 소가주님께 죽······큼, 아니, 여하튼 괜찮습니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대나무 발을 걷고 약사발을 든 채 나타난 것은 야율이었다.
그러고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는 심 부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야율은 왜 여기 있어요? 아버지랑 같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심 부관이 웃는 듯 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 공자님이 야율을 챙길 정신이 어디 있으셨겠습니까? 제게 맡기고 가셨습니다.”
“아······.”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심 부관이 나가고 야율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야율이 내게 약사발을 건넸다.
왕릉을, 만신의의 연단실을 나온 나는 바로 소녹과 야율을 마주쳤다.
그때 나는 예상치 못한 시야에 앞뒤 분간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나를 야율이 업고 사람들에게 데리고 왔다고 들었다.
나는 약사발을 후후 불며 야율을 관찰했다.
‘얘도 비슷하네.’
다른 점이 있을까 단전 부분을 집중해 살펴보았지만, 색이 탁한것 빼곤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뭔가 다른 사람들보다 혈맥의 활동이 활발한 것 같은······.’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런 거야?”
“응?”
“날 왜 살린 거야?”
“뭐? 그야······.”
적당히 대답하려던 나는 이어지는 야율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너 나 싫어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