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
56화
* * *
노복과 함께 간 곳은 호수 근처의 2층 전각이었다.
“어서 오거라! 이리 앉거라.”
석찬 때보다 더 큰 환대에 나는 속으로 놀랐다.
남궁무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늦을 줄 알았다면 내일 보자 할 걸 그랬다. 서소저와 벌써 그리 친해졌을 줄이야. 껄껄.”
“기다리시는 줄 알았으면 일찍 왔을 텐데요.”
“되었다, 되었어. 나도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재미있는 구경??
고개를 갸웃 기울인 나는 무심코 남궁무철 뒤쪽의 병풍을 보곤 멈칫했다.
‘저건?’
하지만 의문을 더 이어 갈 수는 없었다.
남궁무철의 내공이, 상앗빛 기운이 내게 다가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천하 십일강쯤 되면 이런 것도 가능한가?’
속으로 감탄하며 나는 아닌 척 그 기운이 움직이는 바를 관찰했다.
나를 감싼 기운이 내 단전 부근을 더듬었다.
살짝 침음한 남궁무철이 노복이 따르고 간 찻잔을 들었다.
“몸은 괜찮으냐?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
“네. 남궁 세가에서 살펴 주신 덕에 괜찮아요.”
그 뒤로도 남궁무철은 내 몸상태를 꽤 세심히 물어보았다.
‘설마 내 몸 상태를 물어보려고 부른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쯤 그제야 남궁무철이 본론을 꺼냈다.
“완에게 들었다. 네가 만신의의 연단실에서 찾아낸 공청석유를 내주었다고.”
“네.”
“아깝지 않으냐?”
난 갸웃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깜빡였다.
“아깝자고 생각할 거면 처음부터 드리지도 않았죠.”
“흠.”
“그리고 아저씨께서 저를 만신의께 데려가 주시지 않았다면 공청석유도 없었을 텐데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천산염제가 나를 찾아왔던 것처럼 분명 누군가는 만신의가 공청석유를 가지고 있었던 걸 안다.
그리고 내가, 백리 세가에서 만신의 연단실에서 나온 공청석유를 모두 꿀꺽 했다면 분명 이를 시기하며 트집을 잡는 자가 나올 것이다.
물론 백리 세가라면 그런 논란을 모두 뭉개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분명 딸을 앞세워 공청석유를 모두 차지했다며 내 아버지를 욕할 것이다.
‘하지만 나온 걸 남궁 세가와 나눴다면?’
세간의 시선도 나뉘며 감히 두 세가를 한 번에 적으로 돌릴 간덩이가 부은 놈도 없을 터였다.
‘거기다가······.’
공청석유를 두 개, 내가 숨긴 것까지 하여 세 개를 백리 세가에 가지고 갔다고 치자.
할머니와 큰아버지, 고모가 가만히 있겠는가?
분명 하나는 자신들에게 달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욕심에 절대 나눠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나눠 준다고 하고도 남으실 분이지.’
나는 상상으로도 진저릴 쳤다.
심지어 비슷한 일이 몇 번 벌어지기도 했다. 저들에게 뺏길 바엔 남궁완 아저씨 께 나눠 주는 것이 훨씬 나았다.
남궁무철이 나를 바라보다 다시 운을 뗐다.
“완이 너를 만신의에게 데려간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래도 정녕 아깝지 않겠느냐?”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다른 목적이 있다 한들 제게 잘해 주셨다는 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만신의의 각패를 들고 찾아온 이유는 남궁류청의 교육을 부탁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은혜를 입었으면 이를 갚을 뿐이에요.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남궁무철이 탄식했다.
눈을 감은 채 수염을 몇 번 쓸어내린 남궁무철이 입을 열었다.
“네게 말해 줄 것이 있다.”
남궁무철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이 이야기는 알고 있는 자가 극히 드무니, 너 또한 비밀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거면······ 모르고 싶은데.
‘꼭 알아야 하는 건가?’
눈을 도를 굴리던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 가주님이 말씀하시는 비밀이 막 제가 들었다가 목숨을 위협받는 그런 위험한 건, 아니죠?”
“뭐?”
“음, 모르고 사는 게 좋은 것도 있잖아요?”
희끗한 눈썹을 치켜뜬 남궁무철이 곧이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디서 이런 아이가 났을꼬? 어?”
그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까지 대범하던 아해는 대체 어디 갔느냐?”
“헤헤.”
나는 찻잔을 들면서 애처럼 웃었다.
천하 십일강의 비밀을 들었다가 괜한 놈들에게 쫓기고 싶진 않았다.
남궁무철이 웃음기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목숨이 위험할 그런 비밀은 아니니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나는 남궁무철 뒤편의 병풍을 힐끗 보곤 안심했다.
‘뭐, 진짜 위험한 건 아니겠지.’
남궁무철이 흐뭇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의강이 복이 참 많아.”
“네?”
“이렇게 귀여운 딸을 단번에 얻다니. 후, 내 아들은 언제쯤 내게 이런 귀여운 손녀를 안겨 줄지. 내 팔자에 그런 복이 있으려나 모르겠구나.”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추며 병풍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할아버지라 부르거라. 가주님이 무엇이야? 완은 아저씨라고 부른다면서?”
“그래도 되나요?”
“내가 허락했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이냐?”
“그럼, 네!”
연신 내 머리를 쓰다듬던 남궁무철이 갑자기 마른기침하며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처음 그 무거웠던 것에 비하면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큼, 네게 말하려던 건 내 의형제에 대해서다.”
“의형제요?”
“그래.”
나는 놀란 얼굴을 했다.
거짓으로 꾸며 낸 낯이 아니었다.
‘남궁무철이 내게 말하겠단 비밀이 이거야?’
남궁무철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도 이름은 들어보았을 거다. 천산염제 구홍마.”
깊은 한숨을 내쉰 남궁무철이 이어 말했다.
“네 공청석유를 강탈해 간 자가 천산염제였느니라.”
갑자기 병풍이 덜컹 움직였다.
내가 깜짝 놀라 병풍을 바라보자 남궁무철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바람이 거세구나.”
나는 그런 남궁무철을 바라보며 그저 눈을 깜빡였다.
“······.”
창문이 열려 있었지만, 바람 한점 불고 있지 않았다.
남궁무철은 말을 이었다.
“내 형제, 천산염제가 괴팍한 성품이긴 하지만 법도를 모르는 자는 아니란다. 그런데 이번엔······ 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구나.”
남궁무철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신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보거라.”
그러니까 남궁무철의 말은 뺏긴 공청석유 대신 보상한단 말인가?
나는 내 앞의 찻잔을 움켜쥐었다.
“공청석유와 비견할 보상이 있을까요?”
남궁무철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는지 소매에서 작은 자기병을 꺼냈다.
“그래서 내 이것을 돌려주마.”
“이건 제가 아저씨께 드린 건가요?”
“그래. 천산염제에게선······되찾지 못할 것이다.”
이미 먹기라도 한 건가?
뭐, 어차피 되찾을 수 있을 걸로 생각지도 않았기에 관심 없었다.
남궁무철의 굳은살 가득한 커다란 손에 자기병은 마치 장난감같았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아저씨께 드린 걸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다 천산염제와 야율에 대한 약속을 했다. 여기서 돌려받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내게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골랐다.
“지킬 능력이 없으면 빼앗기는 법이죠.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으려고요.”
“그래서 필요 없다?”
나는 찻잔을 내려다보며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어봤자, 또 뺏길 수도 있잖아요?”
남궁무철이 탐탁지않은 신음을 냈다.
눈치를 보던 난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말하거라.”
“만신의의 각패가 원래 가주님, 할아버지 것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
원래 남궁무철의 것을 남궁완이 가져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궁무철은 과거 만신의와 깊게 얽힌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궁뭘이 만신의의 각패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제가 만신의의 연단실에 있을 때, 만신의가 무공 연구를 하던 것을 봤어요. 중간부터 그만둔 것 같지만요. 혹시 이에 대해 아시는 것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