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58화
괜스레 찔린 나는 말을 돌렸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
“서 소저 보러. 약속했으니까 가야지.”
나는 시비와 함께 처소를 나왔다.
야율이 배웅하듯 처소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아버지가 빨리 오셔야 할 텐데.’
처소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이거야 반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이지 않나?
‘적어도 백리 세가에 가면······.’
하긴, 백리 세가에 가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건 똑같지. 하지만 그래도 남궁 세가보단 나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비를 따라 걷고 있을 때였다. 건물 안에서 두 개의 기운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이 있는 남궁 세가니 별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기운 중 하나가 눈에 익은 기운이라는 것이 내 발걸음을 잡았다.
작은 상앗빛 기운은······.
‘남궁류청이잖아?’
맞은 편은 성인 여성으로 보였는데, 누군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누구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내공은 색이 아주 희미했다.
내공의 크기도 사람마다 다 달랐지만, 또 엄청나게 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운으로 사람을 기억해 두기는 꽤 까다로웠다.
‘연습한 걸 해 볼까?’
나는 오는 내내 마차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주변의 기운을 내게 흡수하여 내공을 다루듯 청력을 높여 보았다.
“······서 소저를 그리······ 어쩌자고 그러는 것이야?”
남궁류청과 함께 있는 여인은 소부인이었다.
늘 나긋하던 소부인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날카로웠다.
뒤이어 남궁류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 소저가 어머님께 말했습니까?”
“하아, 청아. 그게 무엇이 중요해?”
“하지만······.”
‘그만. 내 말 끝나지 않았다. 류청. 오늘 서 소저를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앞으로 매일 반 시진은 함께 수련하거라. 이미 서소저에게도 말해 뒀다.”
“어머니!”
“어제 백리 소저를 대한 네 태도에 네 아버지도 화가 잔뜩 나셨더구나. 네 검을 빼앗아 당장 사당에 가둬 버리겠다고 펄펄 날뛰던 것을 내 겨우 말렸다.”
남궁완 아저씨가 그랬다고?
남궁완 아저씨가 석찬 때 남궁류청을 때때로 노려보더니 돌아가서 무척 화를 낸 모양이었다.
‘난 괜찮았는데.’
그래도 왠지 올라가는 입꼬리를 만지작거렸다.
“서 소저처럼 착한 아이를 왜 그리 괴롭히지 못해······.”
그 뒤로도 남궁류청은 계속 소부인께 혼나고 있었다.
더 들을 것 없다 싶어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수련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들이 맞은편에서 나타나더니 목소리가 들렸다.
“연아!”
서하령이 수련생들 사이에서 뛰어나왔다.
내가 깜짝 놀라 바라볼 때 서하령이 가장 키가 큰 소녀를 향해 말했다.
“사저! 얘가 내가 말한 그 친구예요!”
서하령과 함께 있던 이들은 모두 수향문에서 교류를 위해 남궁 세가로 보낸 수련생들이었다.
수련생들은 서하령까지 합쳐 모두 열둘이었는데 다들 사이가 좋아 보였다.
모두 청소년에 가까운 나이로 서하령만이 유달리 어렸다.
나는 서둘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백리 세가의 백리연입니다.”
수련생 몇 명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소곤거렸다.
대충 백리 세가와 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절로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늘 나를 따라다니던 불쾌한 시선들과 수근거림.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든 내게 호의적인 시선들이 보였다.
‘응?’
그때 서하령이 내게 말했다.
“앗! 맞아. 나 오늘부터 남궁 공자랑 반 시진씩 함께 수련해!”
“어? 아, 그래?”
조금 전에 들어 아는 일이지만 모르는 척 놀란 얼굴을 했다.
서하령은 어제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좋아했다.
‘남궁류청 반응을 봐서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좋아하는 애에게 굳이 초를 칠 필요 있겠는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서하령이 내 손목을 덥석 잡고 말했다.
“그럼 가자!”
“나도?”
“응! 나 수련하는 거 보기로 했잖아!”
“그런 말을 하긴 했지······.”
하지만 내가 가면 남궁류청이 안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럼 하령아 우린 가볼게.”
“놀지 말고 열심히 해!”
수향문 사람들이 서하령을 향해 한마디씩 인사했다.
그리고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사저가 나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백리 소저 다음에 차라도 한잔 해요. 그리고 이 말괄량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사저!”
“하하.”
나는 아주 얼떨떨한 상태로 맑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서하령에게 거의 질질 끌려가 한 연무장에 도착했다.
남궁류청은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친 모습이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근방에 소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궁류청이랑 대화를 끝내고 우리가 온 쪽과 다른 방향으로 나간 듯했다.
“남궁 공자!”
밝게 인사하는 서하령을 남궁류청이 매섭게 쏘아보았다. 뭔가 틀어졌다는 걸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 * *
딱!
목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누군가의 목검이 하늘을 핑그르르 돌아 흙바닥에 떨어졌다.
남궁류청이 목검을 겨누고 말했다.
“다시 들어.”
입술을 깨문 서하령이 목검이 날아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작은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저렇게 검을 놓친 게 열 번이 넘었다.
‘차라리 때려라.’
곱게 급소를 겨눠 끝낼 수 있음에도 남궁류청은 가차없이 서하령의 검을 날려 버렸다.
서하령의 자존심을 질근질근 밟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목검을 다시 들고 온 서하령의 눈가가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처럼 벌겠다.
남궁류청이 눈을 내리깔고 싸늘하게 말했다.
“왜? 이것도 어머니께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
“······?”
서하령이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짓자 남궁류청이 서하령을 노려보았다.
“모르는 척하지 마. 무슨 소린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 말에 깨달았다.
‘남궁류청이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더니.’
남궁류청은 오늘 소부인께 불려가 서하령을 잘 대해 주라 혼났다.
남궁류청은 그 까닭이 서하령이 어제의 일을 소부인께 일러바쳐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부인께 뭘 일러? 내가 안그랬어!”
남궁류청이 조소했다.
“너 아니면 누가 하겠어?”
“내가 안 그랬다니까!”
“됐어. 목검이나 들지.”
한숨을 쉰 난 그들 사이에 끼어 들었다.
“그만해.”
“연아?”
남궁류청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백리 소저가 끼어들 일 아닌데.”
“남궁 공자가 하나 오해를 하는 것 같아서.”
“오해라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멀리 떨어진 연무장 입구에 서 있던 두 시비를 향해 손짓했다.
다가온 시비가 물었다.
“부르셨나요?”
“네. 하나 질문할 게 있어서 오라고 했어요.”
“말씀하세요, 백리 소저.”
“어젯밤이나 오늘 아침에 소부인을 만나셨나요?”
내 시비가 먼저 답했다.
“저는 뵌 적 없습니다.”
서하령의 시비가 말했다.
“제가 뵈었습니다.”
나는 남궁류청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남궁류청은 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한 듯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소부인을 왜 뵈었나요?”
남궁류청을 잠시 본 시비가 고개 숙이며 말했다.
“소부인께서 먼저 저를 부르셔서······ 서 소저와 남궁 공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셨습니다.”
“사실대로 말해 줘서 고마워요. 이제 가 보세요.”
“예.”
시비들이 물러가고 나는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다 들었지?”
“······.”
“서 소저한테 화풀이 그만해.”
“······화풀이한 적 없어.”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뭐, 어찌 되었든 서 소저한테 사과해야지 않겠어?”
왈칵 인상을 찌푸린 남궁류청이 나를 쏘아보았다.
나는 태연하게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입술을 깨문 남궁류청이 서하령을 바라보며 몇 번 입을 달싹이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연무장을 나갔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서하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찮아?”
“······.”
서하령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서하령 앞에 손을 흔들었다.
‘뭐야, 선 채로 기절했나?’
내가 흔드는 손을 갑자기 잡은 서하령이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멋있어!”
“엉?”
“완전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