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남궁완은 팔괘촌을 습격한 자들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팔괘촌에서 만신의의 연단실을 조사하던 심 부관이 알아낸 것이다.
「 조충이 죽기 전에 암호문을 남겨 놓았습니다. 」
「 조충이······ 그렇군. 」
조충은 먼저 만신의를 살피고 있으라고 보내놓았던 남궁 세가의 무사였다.
전후 관계를 통해 예상되는 것은 조충이 만신의를 지켜보고 있다 팔괘촌을 향한 불온한 움직임을 눈치챈 것이다.
이를 눈치챈 조총이 만신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남궁완이 기대로 선 몸을 바로하며 눈을 빛냈다.
「 그래서 누구던가 ? 」
「 귀살문의 살수들입니다. 」
남궁완이 찌푸린 얼굴을 쓸어내렸다.
「 이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
「 지금이라도 귀살문을 추적해 볼까 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기 힘들 듯 합니다. 」
「 아니, 그럴 필요 없네. 하고 싶어도 못 해. 」
「 예? 」
「 귀살문은 얼마 전에 멸문지화를 당했네. 」
심 부관이 눈을 부릅떴다.
살수 문파는 제 정체를 알리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는 흔적이 남는법.
그 흔적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귀살문은 중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살수 문파였다.
그런데 그곳이 멸문하다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혹시 귀살문의 멸문과 만신의의 죽음이 연관이 있을까요? 」
「 그건 모르지. 알아내고 싶어도 모두 죽어 버렸으니······. 일단 바로 아버님께 가지. 혼자 판단할 만한 일은 아니군. 」
「 예. 」
심 부관과 남궁완이 함께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저 멀리 의각의 담벼락을 지나가던 백리연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남궁완과 심 부관 둘 다 놀라 바라봤다.
“뭐야? 넘어졌어?”
뛰쳐나가려는 남궁완의 허리를 심 부관이 다급히 붙잡았다.
“가주님! 잠시만 지켜보죠. 아기씨가 쓰러진 게 아니라 본인이 주저앉은 것 같습니다.”
“뭐?”
심 부관의 말에 남궁완이 안력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자세히 살피자 확실히 쓰러지거나 넘어진 것과는 다른 자세였다.
그리고 백리연 옆의 남궁류청이 안절부절 못하며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내공을 불어넣어 청력도 높였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쟤네 길바닥에서 뭐 하는 거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
참지 못한 남궁완이 발을 내디딜 때, 남궁류청이 버럭 소리쳤다.
“······어! 해 주면 되잖아!”
남궁완이 답답해하며 말했다.
“뭘 해 준다고? 쟤네 대체 뭐 하는거야?”
곧이어 남궁류청이 백리연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난 백리연이 거기에 덥석 업혔다.
남궁완과 심 부관은 너무 놀라 둘 다 입을 쩍 벌렸다.
정리를 끝낸 노의원이 걸어 나오며 물었다.
“아이고, 두 분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 뭐에 그리 놀라신 겁니까?”
“어르신, 저기 좀 보십시오!”
“뭐가 있는 겁니까? 제가 눈이 안좋아서 저리 멀리 있는 건 안 보입니다요.”
“안 보인다고요? 도련님이 연이 아기씨를 업고 계신 게 안 보인다고요?”
“허어억!”
후일 너무 궁금했던 남궁완은 남궁류청에게 왜 거기서 백리연을 업어 둔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남궁류청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아,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었다.
* * *
정적이 감도는 대청에 열 명 정도되는 사람들이 각기 자리 잡고 있었다.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소리를 내지 않고 부복했다.
“들라.”
보좌에 다가간 이가 방만하게 앉아 무릎 꿇은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귀살문 멸문에 무림맹이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
중앙에 홀로 무릎 꿇고 사내가 곧장 답했다.
“귀살문의 처리는 완벽합니다.”
“완벽?”
보좌에 앉은 이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귀살문은 본교가 오래전부터 키우던 암살단이다. 이를 이리 날려놓고 완벽이라.”
“실언했습니다.”
“그 느림보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상관없다. 그자들이 무얼 알아 낼 수 있을지 본좌가 궁금하군. 허나, 맹의 조사단에 남궁 세가가 함께 한다.”
백도무림의 이합집산인 무림맹의 조사단은 암살 문파의 멸문따위 수박 겉핥기식으로 조사하고 끝낼 터였다.
암살 문파 조사를 통해 꾀할 이득이 전혀 없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남궁세가가 끼어들었다면 말이 달랐다. 그들의 보호를 받던 친지의 아이가 죽을 뻔한 사건이었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원흉을 밝히고자 할 것이다.
“만신의를 회수하지도 못하고, 본교의 암살단을 몰살하고, 백리연조차 파묻지 못하고 완벽을 말하다니. 이리 오라.”
무릎 꿇은 이가 의아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채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다가갔다.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는지 모르는 걸음이 멈추었을 때, 교주가 손짓했다.
무형의 힘에 이끌린 사내가 교주 발치로 당겨졌다.
허공섭물.
절대고수만이 행할 수 있다는 전설 속 무공이었다.
내공을 통해 손을 대지 않고도 사물을 움직이는 이 능력은 대상과 거리가 멀수록, 크고 무거울수록 운용이 어려웠다.
또한, 이지가 있는 생명은 크기가 작더라도 막대한 내력이 소모되었다.
자신을 조종하려는 내공에 반발하는 것이 생명의 자연스러운 이칙 때문이었다.
당연히 정설처럼 사람은 허공섭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여겼다.
교주의 내력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허공섭물의 대상이 되어 굳어있는 사내를 향해 교주가 태연히 말했다.
“숙여라.”
교주의 음성에 사내가 신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사내의 머리에 교주가 하얀 손을 얹었다.
“······!”
소리도 내지 못 한 사내의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교주전의 누구도 소리를 내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속에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모를 시비들이 재빨리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가루를 치웠다.
팔걸이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던 교주가 말했다.
“우사도. 어찌 생각하는가.”
“하늘이 본교를 돕는다 볼 수 있습니다.”
“본교를 돕는다?”
“예. 백리연이 산사태에서 살아남은 것은 상정하지 못한 결과입니다만, 그로 인해 만신의의 연단실을 무림맹의 눈을 피해 찾아 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흐음.”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백리연을 회수하는 것은?”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면전이 열릴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회수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 사료되옵니다.”
교주가 고개를 틀어 우사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사도가 털썩 무릎 꿇었다.
“죄송합니다.”
“······그래. 아직은 회복에 집중해야 하니.”
그 말을 끝으로 교주가 침묵하자 교주전에 정적이 감돌았다.
“8할.”
교주가 몸을 일으켰다.
“백리의강의 중독이 8할 이상 깊어졌을 때 회수하지.”
“명을 받잡습니다.”
그때였다. 교주전 한쪽에 서 있던 누군가가 나서며 부복했다.
“교주님.”
“칠마군. 네놈이 주제도 모르고 어느 안전이라 나서느냐!”
우사도가 벼락처럼 소리쳤다.
교주전의 다른 이들도 무릎 꿇은 칠마군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럴 것이 이번 연이은 임무 실패를 한 곳이 칠마군으로 방금 가루가 되어 사라진 사내 또한 칠마군 소속이었다.
칠마군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말했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사도.”
우사도를 막은 교주가 칠마군을 향해 말했다.
“말하라.”
“제갈 세가에서 남궁 세가를 향해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원래라면 칠마군 소속의 사내가 올릴 보고였다.
하지만 그는 보고도 올리기 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칠마군이 다급히 보고를 올린 것이다.
교주가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제갈 세가주가 백리연에 대해 알아낸 모양이군. 천형을 지고서도 삶을 구걸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니라.”
칠마군이 털썩 무릎 꿇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교주의 시선은 칠마군에게 향하지 않았다.
“만신의에 야율에 제갈 세가주라.”
허공을 바라보는 교주의 무표정한 낯에 희미한 미소가 맴돌았다.
교주전의 몇몇이 마른 침을 삼키고 칠마군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모든 우연은 구도자를 위해 안배되지.”
“······.”
“이번에는 백리연인가. 본교천하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교주가 칠마군을 보았다.
“선물을 마련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