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8)
68화
* * *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상처는 순조롭게 아물어 예정대로 창궁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딱히 내가 준비할 건 없었다.
다만 하나, 떨칠 수 없는 걱정이 있었다.
“내가 낸 숙제 빼먹지 말고 해야 해!”
“응.”
“되도록 처소에 있어. 내가 시비 언니한테 잘 챙겨 달라고 말했어.”
“응.”
“응, 말고 다른 할 말은 없어?”
“응. 아······ 음······.”
야율이 눈을 내리깔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보니 야율도 꽤 오랫동안 같이 지냈다.
문득 처음 마주쳤을 때가 떠올랐다.
안쓰러울 정도로 말라 귀신같은 낯으로 생기라곤 하나도 없던 눈동자만 굴리던 아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야율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수준이었다.
창백했던 뺨은 뽀얗게 살이 올라 백옥같았고, 유달리 짙던 검은 머리칼과 붉은 입술이 하얀 피부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형 같다고 할까.
유달리 표정 변화가 없어서 더 그리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야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뺨을 감싼 손바닥으로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왜?”
“신기해.”
“뭐가?”
“너 되게······ 음, 뜨거운 거 알아?”
“넌 차가워.”
“아, 그래?”
내가 뜨겁게 느껴지면 얘는 차갑게 느껴지겠군.
아주 기본적인 사실이었는데 뜨끈뜨끈하니 자꾸 만지게 되었다.
“미안.”
내가 손을 떼려 하자 야율이 황급히 붙잡았다.
“괜찮아. 시원해서 좋아.”
“그래?”
나는 야율 눈가의 점을 검지로 문질렀다.
“정말 괜찮겠어?”
“정말 괜찮아.”
실밥을 뽑고 돌아온 날, 야율에게 보름간 떨어져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걱정이 컸다.
하지만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였다.
“네 손 치료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지.”
말을 하며 야율이 내 손에 뺨을 문지르듯 기댔다.
“걱정 마. 얌전히 기다릴게.”
“······너, 강아지 같아.”
“강아지 좋아해?”
“좋아해. 귀엽잖아.”
야율이 그 말이 마음에 든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 * *
처소를 나오자 심 부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창궁관으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나는 심 부관과 그간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기씨가 말씀하신 무너진 바위를 치워 조충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감사인사를 전해 달라 하였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팔괘촌을 떠나기 전에 내가 왕릉이 무너지며 떨어진 위치를 대충 짐작하여 알려 줬다.
결국, 그쪽의 바위를 치워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럼 만신의 연단실의 출입문은 못 연 거예요?”
“예. 능력이 부족했지요.”
“와, 정말 어려운가 봐요.”
남궁 세가도 기문진식에 대한 지식이 상당할 텐데, 거기서도 열지 못했다니
‘만약 만신의가 준 능력이 없었다면······.’
난 소름 끼치는 가정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굽이굽이 빽빽한 대나무 숲을 한참 지나자 커다란 전각이 나타났다. 남궁 세가에 두 번째 방문했지만 이런 숲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저곳이 창궁관입니다.”
심 부관이 손짓한 전각 앞에는 남궁완과 소부인이 나와 계셨다.
소부인이 한달음에 다가왔다.
“오느라 힘들진 않았니? 심 부관만 보낼 게 아니라 같이 올 걸 그랬다.”
내가 다친 후 소부인은 처소로 찾아와 사과했다. 그 뒤로 매일 매일 몸에 좋은 음식들을 혼자 먹기 버거울 정도로 보내왔다.
‘다 야율이랑 나눠 먹었지.’
오기 전 만지작거렸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뽀얀 뺨이 떠오르자 아주 만족스러워졌다. 그러고 나서도 모자라다 여겼는지 귀한 선물을 산더미만큼 보냈다.
나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대나무 숲에서부턴 심 부관님이 업어 주셔서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그 말에 뭔가 떠올린 듯한 소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류청이 널 업어 줬다고 들었다. 사실이니?”
“네.”
“어머나.”
소부인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 말 하지 않았소? 연이 정도는 돼야 류청 그 자식 고삐를 잡지.”
소부인은 남궁완을 흘겨보았다.
분명 처음 백리연이 남궁 세가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남궁완은 그녀에게 백리연을 남궁류청과 엮이지 않도록 하라 했다. 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말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근래 아들의 행동에 근심이 사라져 세상이 밝아진 소부인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연이, 너의 영향인지 요새는 류청이 서 소저와도 잘 지낸단다.”
“잘 지낸다고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금시초문인데.’
소부인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럼. 서 소저 수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잘하고 있단다. 류청 그 아이가 제 또래와 이렇게 오래 지내는 게 이번이 처음이란다.”
“다······행이네요.”
분명 서하령이 수련용 목각 인형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며 ‘남궁류청 그 자식 내가 언젠가 그 얄미운 콧대를 꺾겠어.’ 라고 하면서 이를 가는 걸 들었는데······.
뭐, 라이벌이어도 친구일 수 있으니까
그때 남궁완이 말했다.
“그만하고 이제 보내 주지.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것이오?”
그러자 소부인이 다치지 않은 쪽 내 손을 꼭 잡으며 한숨 쉬었다.
“여보도 너무하세요. 아무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지만, 이렇게 어린 아이를 창궁관에 홀로 둘 생각을 어떻게 하시나요?”
“류청도 일곱 살 때 들어가 1년이나 있었소! 고작 보름 있는 걸 가지고.”
“하지만, 하필이면 새해를 창궁관 안에서 보내라고 하시는 겁니까. 홀로 지낼 연이가 안타깝지도 않습니까.”
“그거야······! 아니, 됐소. 연이도 동의한 일이오!”
소부인은 내 손을 붙잡고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들어가면 보름은 나올 수 없단다. 억지로 들어갈 필요 없단다.”
하지만 목소리를 낮춰도 기감이 좋은 남궁완에게는 다 들렸다.
“누가 강요했단 말이오? 나는 연이에게 제대로 물었소!”
나는 웃으며 답했다.
“아저씨 말씀이 맞아요. 제가 간다고 했어요.”
소부인이 그림 같은 눈썹을 늘어트리며 애수에 찬 어조로 말했다.
“후우, 정녕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남궁완 아저씨의 윽박에 겁먹어 동의한 게 아닐까 걱정한 모양이다.
내 전생에 어머니는 기억하기 전부터 없었고, 현생에서도 본 적 없었다. 그래서 내게 다정한 소부인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부러운 걸지도.’
괜히 또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소부인이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에야 네가 창궁관에 들어갈 거라 알았단다. 어쩜 이런 사실을 내게 말도 하지 않고······!”
목소리가 높아지던 소부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했다.
곧이어 시비를 향해 손짓했다.
“여기 네가 안에서 지내기 편하도록 조금 짐을 챙겼단다. 며칠만 더 일찍 말했어도 내 더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소부인의 시비는 내 몸통만 한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
대체 저게 무엇인가 했더니만······.
그런데 이거 내가 들 수는 있나?
남궁완도 기가 찬다는 듯 바라보다 말했다.
“뭘 그리 싼 것이오? 필요한건 안에 다 있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금 챙겼을 뿐이에요.”
“조금······?”
소부인이 다시 쏘아붙이기 전, 심 부관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역시 소부인뿐이십니다! 소부인의 배려에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부인, 이걸 연이 아기씨가 들 수 있을 까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들만 모은 것인데······. 연아, 힘들겠니?”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짐을 3할 정도 줄이자 내가 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후우, 아직 창궁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지친 기분이지?’
나는 정말로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안 오네.’
남궁류청은 결국 끝까지 오지 않았다.
‘보름은 못 볼 테니 얼굴은 비칠 줄 알았는데.’
나는 미련을 털어 내고 창궁관에 발을 디뎠다.
창궁관 안은 한밤중인 것처럼 어둠이 깊었다. 열린 문에서 빛이 들어왔으나, 완전히 어둠에 잠긴 안을 비추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대체 어떻게 생긴 거지?’
닫히는 문을 따라 점차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다 쾅 소리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놀라 크게 입을 벌렸다.
“아니 이게······ 뭐야?”
방금까지만해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이 어둡던 공간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