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잠깐, 원작의 야율은 스물이 넘도록 살아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이지?’
살 수 있는 방도가 있는 건가?
나는 다급히 물었다.
“어르신께서 말을 꺼내신 데엔 이유가 있으시겠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가지나!
기뻐하는 나와 달리 야율은 담담했다. 마치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불길했다.
“하나는 흡성마공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기를 흡수하는 것. 이미 첫 발작을 하고도 남았을 저 아이가 지금껏 멀쩡한 것은 흡성마공을 익혀서지. 보능적으로 다른 이의 음기를 탐한 것이 명줄을 늘렸지.”
“······.”
“둘째는 양강지공. 양기를 극한으로 연마하여 다스릴 수 있는 무공을 배우는 것이지. 만약 극양지체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극양지체는 천고의 자질이 되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성취르 이룰거다.”
“설마······?”
“그래. 노부의 구화적염결이 양기를 다루는 심공이다.”
“······.”
“저 아이를 내 제자로 보내라. 죽는 걸 두고 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지!”
* * *
야율은 아버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전에 잠시 나와 시간을 가졌다.
“뭐라고? 천산염제가 한 달 전에 이미 너한테 제자 제안을 했다고?”
“응.”
“내가 창궁관 들어가기 전이잖아. 왜 말 안했어?”
야율이 내가 다쳤던 쪽의 손을 바라봤다.
“천산염제가 온 날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그날 손을 다쳐서 말하는 걸 잊어버렸어. 손은 어때? 이제 다 나았어?”
“걱정 안 해도 돼. 그런데 그걸 잊어버렸다고?”
“응. 거절하면 끝일 줄 알았어.”
하긴 천산염제가 뭐가 부족해 야율에게 제가가 되라며 거듭 제안을 하겠는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뒤로는? 오늘이 처음이야?”
“아니, 네가 창궁관 들어가니까 매일 왔어. 손 한 번만 봐도 돼?”
“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쫙 펼쳐 보였다.
“미안. 아까 너무 꽉 잡았지?”
이 쫙 펼친 손으로 야율의 멱살을 잡고 ‘지금 내 손이 문제냐!’ 라고 탈탈 털고 싶어 근질거렸다.
나는 걱정스레 야율을 보았다.
천산염제 말로는 아직 괜찮다했다.
흡성마공 덕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열이 많다는 것 외에는 별문제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야율의 몸은 현재 금이 간 제방의 둑과 같아 구멍이 뚫려 물이 새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했다.
그리고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지면 본능적으로 흡성마공을 쓰려 들 것이라고······.
‘천귀조가 야율의 체질을 알고 흡성마공을 가르친 건가?
그렇다면 정말 지독한 새끼였다.
야율이 내게 할 말이 있는 듯이 머뭇거렸다. 내가 먼저 질문했다.
“할 말 있어?”
“백리의강 님이 날 보내실까?”
“······네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보내려고 하시겠지.”
제자가 되지 않겠다는 야율의 의견은 변함없었다. 이대로라면 요절한다는데도 ‘그런데?’ 정도로 반응할 뿐이었다.
절대 평범한 반응은 아니었다.
천귀조 아래에서 살아남았으니 평범한 아이가 아닌 건 맞지만······.
‘아니, 그런데 흡성마공을 익혀가면서도 살아남았으면서 이제와서 왜 삶에 초탈한 것처럼 구는 거야?”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네가 정말 가고 싶지 않다면 아버지를 납득시킬 만한 이유를 말해야 할 거야.”
“납득시킬 이유······. 알겠어.”
야율이 굳은 결심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갔다 올게.”
나는 야율이 멀어지는 것을 보다가 황급히 붙잡았다.
“왜?”
“너 정말 거절할 거야? ······이건 정말 기회야.”
“걱정해 주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성질내듯 말하는데도 야율은 좋다는 듯 웃었다.
쟤 정말 어디 이상한 거 아냐?
“괜찮아.”
하아. 말이 통하질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계신 방을 향해 고갯짓했다.
“······알겠어. 이제 가 봐.”
“응.”
야울의 뒷모습이 열린 방문 너머로 사라졌다.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던 난 마른침을 삼키고 기척을 죽였다.
살금살금 다가가 문에 바짝 붙으려는 순간.
“백리연.”
아버지의 경고 어린 음성이 안에서 들려왔다.
입을 삐죽인 난 어쩔 수 없이 문에서 멀어졌다.
‘아, 무림인들이란.’
투덜거리며 이번엔 처소 밖으로 나갔다.
달도 구름에 가려진 마당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즈넉했다.
그 어둠 속을 뚫고 뒷짐을 진 이가 걸어 나왔다.
“맹랑한 것. 감히 노부에게 기다리라 하다니. 여기가 남궁 세가가 아니었다면 내 널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 전에 떠났던 천산염제였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아버지 앞에선 묻기 조금 그래서요.”
천산염제가 말하라는 듯 나를 보았다.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의 속뜻을 제가 두 가지 알아냈는데 맞는지 한 번만 들어 주세요.”
“두 가지나?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나는 천천히 정리한 생각들을 꺼냈다.
“첫 번째로 야율이 극양지체임을 알려 준 것은 야율을 아낀다면 그의 목숨을 소중히 할 테니 우리에게 야율을 설득하여 어르신께 보내라고 알려 주신 거죠.”
“맞았다.”
천산염제가 아이의 재롱을 보듯 나를 보았다.
첫 번째는 그저 두 번째 이유를 말하기 위한 연막일 뿐이었다.
“두 번째는······ 어르신의 무공을 배울 수 있는 사람도 야율밖에 없는 거죠?”
천산염제가 코웃음을 쳤다.
“우습지도 않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했더니만 이런 헛소리라니!”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무슨 연이 있다고 아이를 위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대로 대입하면 딱 어르신 아니에요?”
“······.”
“어르신과 야율이 무슨 연이 있다고 야율을 살리기 위해 무공을 전수해요? 그러니까 선후가 반대죠. 어르신께서 야율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제자로 들이겠다 하시는 거고 야율의 특이 체질을 생각한다면 답은······ 뻔하지요?”
나를 바라보는 천산염제의 눈빛이 형형했다.
‘음, 정답이군.’
원작에서는 천산염제의 무공은 아무도 전승받지 못하고 소실됐다.
천하 십일강이라 불리던 이가 자신의 후인조차 남기지 못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무공에 미치고 무공에 집착하는게 강호인들 아닌가?
무공 비급 하나에 피로 강을 이루는 혈사를 벌이는 미친놈들인데, 자신의 무공을 이어 갈 제자 하나도 두지 않는다?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이유로 야율의 특이 체질, 그리고 이에 집착하는 천산염제를 조합해 보니 답이 나왔다.
‘아무나 배울 수 없는 무공이어서.’
천산염제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굳이 이 사실을 말하는 이유가 뭐냐? 저아이의 목숨을 두고 나와 거래라도 하겠다는 거냐?”
“야율의 목숨이 제것도 아닌데 거래를 어떻게 해요?”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는 표정으로 천산염제를 보았다.
천산염제의 낯이 기묘해졌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 본 거예요. 어르신이 야율에게 얼마나 진심이신지, 야율을 믿고 보낼만한 분인지.”
그리고 내가 지금껏 말을 이어간 본론.
“어르신께선 야율에게 꼭 무공을 가르쳐야 할 사정이 있고, 야율은 저희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니······.”
“하니?”
“그럼 저희 곁에서 지내시면 되지 않을까요?”
“하, 그게 본론이었군?”
천산염제가 혀를 끌끌 찼다.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길이었다면 내가 왜 이 난리를 치겠느냐! 흥, 구화적염결은 화기가 가득한 곳에서 수련해야 한다.”
듣기만 해도 백리 세가에서 먼 곳일 것 같았다.
“거기다 구화적염결은 마음가짐이 중요한 무공이다.”
“마음가짐이요?”
“그래. 그 애 눈을 보았느냐? 억지로 수련을 시켜 봤자······ 됐다. 됐어. 내가 애를 붙잡고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야율 눈이 왜요? 예쁘기만 한데.”
“지랄도······.”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천산염제를 보았다. 이렇게 날것의 욕설을 듣는 것 자체가오랜만이었다.
내가 그래도 백도 무림 세가 사람들 사이에 있긴 했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니. 흠, 나 없을 때 그냥 데려다가 무공 가르친다고 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안 하는 이유가 있었군.’
나는 조용한 처소를 돌아보고 질문을 이었다.
“그럼 어르신, 지금껏 극양지체를 한 명도 못 찾으신 거예요?”
“중원에 극양지체가 무엇인지 아는 의원조차 몇 없다. 대부분 그냥 열병을 앓는 줄 안다. 심지어 보통 처방으로는 열을 내릴 수도 없어.”
“아······”
“갓난아이레게 열병은 극독이지. 극양지체로태어나면 10 중 8, 9는 이미 어릴 때 열병으로 여기에 문제가 생긴다.”
천산염제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미친다는 뜻이에요?”
“장애를 갖게 된단 얘기다. 귀가 안 들리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몸을 제대로 운신 못 한다든가. 스무 살? 운이 아주 좋아야 스무 살까지 사는 거다. 뭐, 미칠 수도 있지.”
천산염제가 손을 내저었다.
“내 말 알아들었다면 썩 들어가 그 놈이나 설득하거라. 시간이 없어!”
“야율의 상태가 그 정도로 안 좋아요?”
“그 놈이 아니라······! 어쨌든 그 아이도 질질 끌어 좋을 것 없다. 하루라도 빨리 배우는 것이 저 아이를 위해서도 좋아.”
가만히 설명을 듣던 나는 천산염제를 이상하게 보았다.
내 질문에 꼬박꼬박 답해 주는 천산염제의 모습이 생각보다 친절했고, 또······ 매우 초조해 보였다.
‘뭐가 저리 초조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