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나는 천산염제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고 보니 내공이 왜 그대로야?’
전혀 늘지 않았다.
그 말은 내게 뺏어 간 공청석유를 먹지 않았다는 뜻이다.
처음 천산염제가 이곳에 있는 걸 봤을 때부터 의문이었다. 천산염제를 한동안 볼 수 없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공청석유를 흡수하려면 몇 달에서 몇 년은 폐관 수련에 들어갈테니까.
‘먹지도 않을 거면 왜 뺏어 간 거지?’
못 먹는 이유라도 있나?
‘하지만 공청석유는 내공을 가리지 않을 텐데.’
공청석유에 비견되는 화산파의 자소단.
하지만 자소단은 화산파의 자하신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섭취한다면 내공증진 효과가 5할 이하로 뚝 떨어진다.
1갑자, 60년 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30년 이하로 줄어든단 뜻이었다.
사실 영약은 대부분 다 자소단과 비슷했다. 자신의 내공과 맞는 영약이 아니라면, 그 안에 담긴 내공을 모두 흡수하긴 극히 어려웠다.
가령 만년화리의 내단은 화기를 머금고 있으며, 천설삼은 냉기를 머금고, 영약을 만드는 가장 흔한 재료 중 하나인 백년 이상 된 하수오 같은 경우는 토기와 목기를 지니고 있었다.
다른 내공과 가장 안정적으로 조화하는 기운이 토기와 목기였다.
하지만 극양지체.
양기, 화기가 가득해 문제가 되는 몸에 목기가 든 내단을 섭취할 경우 안 그래도 불타는 몸속에 장작을 넣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냉기가 넘치는 천설삼을 먹으면 화기랑 냉기가 몸속에서 싸우다 몸이 찢어질 것이다.
하지만 공청석유는 달랐다.
어떤 내공을 지녔더라도 조화했다. 그래서 공청석유를 모든 영약 중에 가장 윗줄로 취급해 주는 것이다.
그 순간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천산염제의 나이는 일흔이 가까울 것이다. 저 나이까지 제자 한 명 두지 못했다면 초조하고도 남았다.
극양지체를 찾아 제자를 들이더라도 빠르게 경지를 올려야 더 많은 걸 전수해 줄 수 있을 테고 경지를 빠르게 올리는 데는 영약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천산염제가 공청석유를 원했던 것 자체가 처음부터 본인이 아니라 제자를 위한 것이라면?’
물론 이건 아무 근거도 없는 내 느낌일 뿐이었다. 그리고 앞에 있으니 물어보면 되지.
“공청석유는 야율을 주실 생각이세요?”
천산염제의 흰 눈썹 양 끝이 치켜 올라갔다.
내가 또 정답을 말한 걸 알았다.
‘신기한 일이네.’
일이 이렇게 돌아가다니.
공청석유로 살린 목숨이라 했는데 이제 그 공청석유가 정말 야율의 것이 되었다.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다.
천산염제의 신공도 사라지지 않고, 야율도 살리고 마공도 없애고 강해진 야율이 우리 편도 되고.
‘우리 편이······겠지?’
천산염제의 제자가 되면 몇 년은 떨어져 지낼 것 같은데.
아이에게 몇 년은 몇 개월 함께 지냈던 이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옆에서 자주 들여다보고 그래야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약간 걱정됐다.
“하.”
천산염제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숨을 내쉬었다.
“애 한 명에게 이리 농락당할 줄이야.”
한 호흡 만에 열 걸음 이상 떨어져 있던 천산염제가 내 앞에 있었다.
나를 향해 뻗어 나오는 손이 보였고 반사적으로 이를 피했다.
‘음······.’
곧바로 피하지 말걸 하며 후회했다.
천산염제의 표정이 험악해진 것이다.
“이걸 피해?”
“하하, 그게요.”
그 순간 이번엔 피할 수 없는 속도의 손이 내 턱을 부여잡았다.
“우연이 아니었단 말이지.”
“에? 애 이러세여. 노코 말해여.”
“저번에도 느꼈지만······ 눈이 좋아.”
천산염제가 내 단전에 손을 올렸다.
뜨거운 기운이 확 몰아닥쳤다.
천산염제의 내공인 걸 알 수 있었다.
“내공 폐인은 맞는데 무슨 묘리인지 내공도 쓰는 것 같고 말이야.”
이번엔 내가 놀랐다.
“크흐흐. 어찌 알았는지 놀란 듯하군.”
천산염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숨길 생각도 별로 없는 거 아니었나? 남궁류청의 검기가 담긴 목검을 내공도 없이 맨손으로 잡았으면 네 손바닥은 찢어지는 데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라스니, 이거 노코 말해여.”
“구화적염결은 배우지 못하겠지만 뭐, 너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군.
네 녀석이 배우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꿀 수도 있으니.
흐음. 그래. 소일거린 되겠군.”
갑자기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드디어 내 턱을 잡은 손을 놓았다.
나는 입을 삐죽이면서 턱을 문지르며
입을 벌렸다 닫기를 반복했다.
‘턱 부서지는 줄 알았네.’
그때 천산염제가 갑자기 날 자신의 옆구리에 달랑 들었다.
“······?”
그러곤 처소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
말없이 아버지와 야율이 대화를 나누는 방까지 간 천산염제가 방문을 걷어찼다.
아버지는 누가 오는지 알고 있었다는 듯 일어나 있었고 야율은 나를 보고 놀란 낯을 했다.
“네 딸이 내 금나수를 배우겠다는군.”
“예?”
“네?”
* * *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비운 아버지가 돌아왔다.
나는 고대하는 마음으로 아버지께 공청석유를 드렸다. 전날 정신이 하나도없어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아버지는 크게 놀라지도 않고 그다지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걸 네가 어찌 가지고 있느냐? 천산염제에게 뺏긴 것이 아니더냐?”
“왜 안 놀라세요?”
“남궁완에게 이미 들었다. 네가 만신의의 연단실에서 찾아낸 공청석유를 주었다며?”
아닛! 아버지를 놀라게 해 드리려던 나의 원대한 계획이······!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일주일을 창궁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셨으니, 남궁완 아저씨께 공청석유 이야기를 듣고도 남았을 터였다.
“쳇.”
“······?”
“내가 아버지 놀래 주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설핏 미소 지으며 말했다.
“충분히 놀랐다. 그래서 어찌 하나가 남아 있는 것이야? 두 개가 있었다 들었는데.”
나는 어깨를 펴며 으스댔다.
“다 제가 똑똑해서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아버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설마 처음에 두 개만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지금 내가 맡아 두마. 지금은 내 이걸 마시기 힘들다. 네 마음만 받겠다.”
마치 준비한 것처럼 매끄러운 답이었다.
거기서 왠지 살짝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에 거슬리는 느낌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처소를 옮기기로 했다.”
“왜요?”
“여기에 나까지 지내긴 어렵기도 하고····· 완에게 네 이능에 대해 알렸다.”
“아······.”
난 살짝 긴장해 물었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잘됐다고 하더군.”
가슴에 손을 모으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곧바로 처소를 남궁 세가 더 안쪽으로 옮기게 되었다. 사람들의 접근이 거의 없는 곳으로,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백리 세가보다 남궁 세가의 배려가 더 깊어 보여 기분이 참······ 그랬다.
‘남의 집이 우리 집보다 편하다니.’
아버지가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강호를 떠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껏 수련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난 후 나는 매일 반 각가량 천산염제에게 금나수를 배웠다.
금나수는 잡거나 관절을 꺾는 식의 맨손 무공이었다.
팔꿈치를 잡아채려는 손을 가까스로 피한 순간 갑자기 다른 손이 불쑥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악!”
이마가 화끈거리며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공격 경로가 보이면 뭐 하나?
천산염제의 손은 보인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엔 시작! 하는 순간 눈에 별이 보였는데 이제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천산염제가 봐주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감사합니다.”
“흥.”
이마가 뜨끈뜨끈했다.
하도 얻어맞아서이니 사실 천산염제가 나한테 화나는 걸 풀기위해 금나수를 가르쳐 준다고 하며 합벅적으로 두들겨 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산염제는 권장법, 즉 주먹과 손으로 주로 싸웠는데 그의 내공이 구화적염결인 것과 연관이 컸다.
웬만한 무기는 구화적염결의 열기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맨손에 맞고 불구가 되거나 유명을 달리한 사람이 손으로 다 꼽기 힘들 정도였다.
정사를 가릴 것 없이 마구 박살내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남궁 세가주랑 의형제만 안 됐으면 사파 사람이 됐겠지.’
하여튼 권장법이 대단한 만큼, 금나수 또한 웬만한 다른 무공과는 격이 달랐다.
그렇기에 아버지도 내게 천산여마제의 금나수를 배우라 강력하게 추천했다.
“많이 늘었구나.”
언제 왔는지 모를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천산염제를 향해 공수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손을 모았다.
천산염제가 멀어지는 걸 지켜본 아버지가 다가와 내 이마를 문질러 주었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