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아! 청아! 류청!”
그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자 어느 순간 우레처럼 들리며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남궁류청!”
비틀 흔들리는 몸을 누군가 단단히 잡고 있었다.
“아버지?”
“정신 차려라.”
“아······.”
“괜찮으냐?”
“네.”
“후우.”
남궁완이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체 계단 한가운데서 뭐 하는 짓이야? 위험하지 않느냐!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면 팔다리 부러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이야.”
“죄송합니다.”
남궁완이 남궁류청의 어깨를 한 번 꽉 부여잡은 후 계단을 올라갔다.
남궁류청도 그 뒤를 따랐다.
전각에 들어선 남궁완이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남궁류청은 그새 또 무슨 생각에 잠긴 듯한 모양새였다.
남궁완은 그런 아들을 안타깝게 보았다.
상당히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들었다.
계단에 멈춰 서 있던 것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마라. 네 나이에 검기를 발현한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
남궁완의 위로가 가슴에 전혀 가 닿지 않았다는 건 남궁류청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남궁완은 한숨을 내수며 손짓했다.
“앉아라.”
자리에 앉은 남궁류청 앞에 찻잔을 놓았다.
남궁류청은 찻잔을 흘끔 보기만 한 후 말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딱히 용건이 없으시면 돌아가 보겠습니다.”
“앉아.”
“······.”
남궁류청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불만어린 눈빛이 얼핏 드러났다.
남궁완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네게 알려 둘 것이 있고, 물어 볼 것도 있어서 부른 것이다.”
“예.”
잠시 말을 멈추었던 남궁완이 다시 입을 뗐다.
“너, 대련할 때 연이에게 한 말 기억하느냐?”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남궁류청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와 달리 대련하며 주고받은 말이 상당했다. 특히 가당치도 않은, 대련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은 잡다한 말들뿐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든가!’ 였다······.
남궁류청은 떠오른 말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남궁완이 탁자를 두들기며 주의를 끌었다.
“백리가의 수준이 어쩌고 한 거 말이다.”
남궁류청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첫 대련에 너무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는 백리연에게 그런 말을 하며 쏘아붙였던 기억이 났다.
남궁완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이는 백리가에서 자라지 않았다. 합해야 1년 남짓 있었을 거다. 백리가에서 검도 거의 배우지 못했어.”
“예? 어째서요?”
“······이유가 뭐가 중요해? 앞으로 말 좀 조심해서 하라는 거다.”
“······.”
“의강과 연이가 네 막말을 마음에 담아 둘 자들이 아니라 다행이지. 앞으로 둘 앞에서 백리가를 언급하는 건 조심, 아니 그냥 언급하질 마!”
남궁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입만 열면 비꼬거나 막말만 하고.
대체 누굴 닮았는지······.”
남궁류청은 자신이 한 말을 곱씹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네가 내공을 쓰진 못하더라도 백리가에서 어릴 적부터 배웠을텐데. 그럼, 네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그리고 백리연이 뭐라 답했지?
“모든 사람이 너처럼 운이 좋진 않아.”
“······.”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백리연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꽤 오래 얼굴을 보았다고 여겼는데.’
놀라울 정도였다.
늘 먼저 말을 걸고, 질문하고, 장난을 치는 건 백리연이었다.
“뭐, 어차피 한동안은 마주칠 일이 없을 테니. 일단은 기억만 해 두거라.”
“마주칠 일이 없다니요?”
남궁완이 남궁류청을 의아하게 보았다.
“너 창궁관에 들어가지 않느냐?”
“아······.”
“안 그래도 그게 널 부른 이유였다.
창궁관엔 언제 들어갈 것이냐?”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남궁완이 인상을 찡그리며 남궁류청을 보았다.
“반응이 왜 그렇지? 폐관 수련하고 싶다고 조를 땐 언제고?”
남궁류청은 뭔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이내 남궁류청이 남궁완의 눈을 마주 봤다.
“아버지.”
“말하거라.”
“백리 소저와 대련을 한 번 더 해 볼 수 있을까요?”
“뭐?”
남궁완이 당황하며 찻잔을 내려 놓았다.
“진심이냐?”
“예.”
“후우.”
남궁완은 천장을 주시했다가 입을 열었다.
“의강이 되도록 알리지 말라 했거늘······.”
남궁류청이 고개를 기울였다.
“연이는 대련 끝나고 돌아가서 아랗아누웠다.”
“······예?”
* * *
남궁류청과 대련을 한 나는 며칠 앓아누웠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근육통이 너무 심해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었다. 사흘은 제대로 운신도 못 할 정도였다.
나는 큰 교훈을 얻었다.
‘자연지기를 가져다 쓰더라도 육체가 받쳐 줘야 하는구나.’
매번 이렇게 한 번 쓰고 앓아누울 거 아니면 말이지.
그렇게 많이 가져다 쓰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만약에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만큼 다 썼다면······
‘운동······! 운동을 해야겠어!’
천산염제는 그런 나를 보며 멍청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느냐? 네놈은 체력이 바닥이야!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만도 못해!”
나는 볼을 부풀리고 꿍얼거렸다.
“······아니, 그럼 좀 체력 기르라고 알려 주시지······.”
“네가 체력을 기르면 뭐 달라질 것 같으냐?”
“그럼요?”
천산염제는 수염을 씰룩이며 나를 내려다봤다.
“너는 정말 네 몸이 다 나았다 여기느냐?”
내 몸이 왜?
나는 내 몸을 쭉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천산염제가 혀를 끌끌 차며 찻잔을 들었다.
반쯤 들어차 있던 찻물이 화르륵 불타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삼매진화?
내공으로 불을 피워 내는 것으로 내공이 고강한 자들만 쓸 수 있었다.
불길이 사라지자 빠직 소리와 함께 찻잔에 실금이 쫙 갔다.
천산염제가 찻잔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내게 손짓했다.
“찻물을 채우거라.”
“······?”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안 하면 한 대 맞을 것이 뻔했기에 일단 시키는 대로 찻주전자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찻물을 부었다.
“음?”
찻물이 새지 않았다.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역시 천하 십일강.’
찻물이 새지 않을 정도로만 금이 가도록 힘을 가한 것이다. 경지의 깊이를 알 수가 없었다.
천산염제가 그 금 간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몸뚱어리다.”
“예?”
그때 천산염제가 찻잔을 검지로 살짝 튕겼다. 그러자 쩍 소리와 함께 찻잔이 금이 간 대로 반 토막 나며 찻물이 쏟아졌다.
“······.”
“······.”
탁자를 적신 찻물이 뚝, 뚝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산염제가 소리쳤다.
“야율!”
곧이어 문이 열리고 등뒤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부르셨나요?”
“이거 치워라.”
바로 옆에 선 야율이 탁자를 내려다보고 나를 보았다.
“연아?”
“아, 응. 왔어?”
뒤늦게 멈췄던 숨을 쉬며 야율을 돌아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야율의 눈살이 움찔 떨렸다. 그리고 천산염제를 향해 가시 돋친 목소리로 질문했다.
“연이가 왜 이러는 거죠?”
“궁금하더냐?”
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산염제가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내 제자가 되면 알려 주마.”
“어우.”
난 반사적으로 탄식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정말 유치하시네요!”
“지금 노부에게 유치하다 하였느냐!”
천산염제가 내 귀를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악! 아파요! 아아아악 금 간 찻잔 깨진다!”
“하!”
반쯤 웃음인 탄식과 함께 귀를 잡아당기던 힘이 빠졌다. 그 틈을 타 천산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야율이 재빨리 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천산염제의 수염이 씰룩였다.
웃음을 억지로 참는 모양이었다.
“웃으면 복이 온대요.”
“입 다물어라!”
“······.”
“기가 막히는구나! 기가 막혀.
너 같은 계집애는 처음 본다.”
“······.”
“노부와 농담 따먹기를 하려 들다니 진정 미친 게야? 너는 겁이 라는 게 없느냐?”
“······.”
“왜 대답이 없어!”
야율이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입 다물랬으면어······.”
“너······!”
야율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겁먹을 게 뭐가 있어요? 방금 보여 주신 것도 절 걱정해서 알려 주신 건데.”
천산염제가 침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너랑 있으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천산염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려고요?”
“왜?”
“아, 조금 있으면 저녁인데 같이······.”
“일 없다.”
천산염제가 내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방을 나서기 전 천산염제가 잠시 멈춰 섰다.
“노부의 말을 우습게 듣지 말아야 할 것이야. 넌 평생 조심히 살아야 한다. 하지만 넌······ 제 몸을 아낄 줄 모르지.”
천산염제의 말은 갈수록 홀로 중얼거리는 것에 가까웠다.
“네 주변의 것들 속이 타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너도 오래 살긴 글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