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9)
79화
“무슨 그런 막말을······”
야율이 내 말을 자르며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오래 살지 못한다니요?”
천산염제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내일부터 다시 수련을 시작할 것이다. 이번엔 체력 단련도 할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산염제가 완전히 처소를 떴다.
천산염제가 완전히 멀어진 걸 확인한 야율이 나를 돌아보았다.
“저 말 무슨 소리야?”
“응? 별거 아냐. 앞으로 몸조심하라고.”
“······정말 그게 다야?”
“응.”
야율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지만 나는 태연하게 깨진 찻잔을 잡았다.
야율이 한숨을 내수며 내 손목을 잡았다.
“내가 할게.”
“같이 해.”
“내가 한다고.”
“어······”
나는 뒤로 떠밀리며 야율을 보았다.
‘어······.’
좀 화난 것 같은데.
나는 야율에게 잡혔던 손목을 문질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미묘한 분위기를 깨트릴 사람이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아버지가 멈칫했다.
“선배님이 왔다 가셨느냐?”
“네.”
“찻잔은 왜 깨진 것이냐?”
“천산염제께서 갑자기 깨트리셨어요.”
“음, 그래.”
워낙 제멋대로 사시는 분이라서 딱히 변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았다.
“위험하니 시비를 불러 치우거라.”
야율에게 말한 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들고 있던 종이 뭉치 중에 하나를 건넸다.
“여기 네게 온 서신이다.”
‘저한테요?”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이다 번뜩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석가약.
“아니, 벌써 답장이 왔어요?”
창궁관에 들어가기 전에 보냈던 서신의 답이 벌써 왔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읽을 수 있겠느냐? 도와줄까?”
“음······ 혼자 해 볼게요!”
“그래. 알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거라.”
“네!”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을 것처럼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거둬가는 아버지 손을 붙잡았다.
“왜 그러느냐.”
“그냥요.”
나는 웃으며 아버지 손을 꽉 쥐었다.
옅게 웃은 아버지가 내게 잡힌 손을 빼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여간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가끔 스킨십이 어색한 것처럼 굴었다.
그때 아버지 품에 다른 서신이 흘끗 보였다.
‘백리 세가?’
가문에서 온 서신으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를 감싼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워낙 평소 표정 변화가 크지 않아 티 나지 않았지만.
그때 아버지가 출입문 방향을 보고 뜬금없이 말했다.
“네가 말하던 그, 수향문의 아이 말이다.”
“서하령이요?”
“그래, 그 아이······.”
쾅!
그때, 문이 큰 소리로 열리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연아!”
늘 그렇듯 요란한 등장이었다.
“처소 너무 멀잖아! 왜 옮긴······어?”
뛰어 들어 오던 서하령이 굳었다.
아버지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소란이 저 멀리에서부터 들리더구나. 저 아이가 네가 말하던 서 소저가 맞느냐?”
갑자기 왜 물어보시나 했더니만.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긍정했다.
“네. 맞아요.”
서하령이 주춤 물러났다.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그, 누, 누구신지?”
그때 서하령의 뒤로 숨을 헉헉 내쉬는 시비가 나타났다.
“서, 서 소저, 하, 함부로 들어가시면, 아, 안 되, 안 되는 허억, 헉.”
그때 야율이 이 모든 소란에 관심없는 얼굴로 쟁반을 들고 태연하게 서하령 옆을 지나 방을 나갔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인사해. 내 아버지셔.”
서하령과 짧게 인사를 나눈 아버지는 편히 이야기하라며 자리를 비워 주었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내 아버지를 뵈니까 어때?”
서하령은 내 아버지한테 관심이 많았다.
내 아버지는 수많은 이야깃거리의 주인공이었다. 마두라 불리는 누구를 죽였네, 흑도 방파 하나를 몰살시켰네, 등등.
그리고 서하령은 강호의 모든 소문과 사람, 특히 강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다 이유가 있었다. 서하령은 작 중에서 남궁류청 옆의 설명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관심이 많아야 아는 것도 많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서하령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빛냈다.
“엄청······.”
“엄청?”
“잘생기셨다.”
“······음. 인정.”
솔직히 나도 회귀하고 눈을 뜨자마자 혼미한 정신으로도 엄청 잘생겼다는 생각부터 했으니.
“있잖아······.”
서하령이 뺨을 붉히며 몸을 비비 꼬았다.
왜,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이상하게 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서하령이 말을 이었다.
“네가 선배님한테 지도 대련 한 번 부탁해 주면 안 돼?”
“······아버지한테 한번 여쭤 볼게.”
“꺅!”
내 손을 잡은 서하령이 방방 뛰었다.
하여튼 얘도 검에 대해선 진심이었다.
한참 좋아하던 서하령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울증이 의심될 정도의 변화였다.
“근데 그럼 너 이제 백리 세가로 돌아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가 들고 계시던 백리 세가에서 온 서신이 떠올랐다. 백리 세가를 떠올리니 살짝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마도 그렇겠지?”
“······.”
“지금 당장 가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하지만 시무룩한 낯빛은 바뀌지 않았다. 아쉽지만 얘를 위해서도 나는 떠나 주는 것이 좋았다.
‘내가 없어야 남궁류청과 친해지겠어.”
이러다 남궁류청의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가 사라지게 생겼다.
잠시 조용하던 서하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언제 놀러 가?”
“놀러 가다니?”
서하령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잊어버렸어? 나랑 놀러 나가기로 했잖아!”
“어?”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어!”
그런 적이 있었나?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 서하령이 수향문에 돌아갈 때 나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걸 거절하다가 나온 얘긴 것 같은데······.
나는 서하령을 달래기 위해 대충 내뱉은 소리였는데, 그걸 서하령은 약속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서하령이 서운하다는 듯 소리쳤다.
“난 놀러 가려고 용돈도 많이 달라 했다고!”
어머니 생신이라고 돌아가 용돈을 뜯어서 돌아오는 아이란 소린가?
어쨌든 화가 나 볼을 부풀린 모습이 귀여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그랬어요?”
“······.”
“······아버지께 지금 여쭤 볼게.”
* * *
다음 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나는 바로 서하령과 외출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선선히 외출을 허락해줬다.
남궁 세가가 있는 휘주는 치안이 좋았다. 감히 남궁 세가 코앞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 있을 리 없으니 당연했다.
위험하지 않은 곳인 데다 아버지는 내가 친우랑 놀러 가는 게 마음에 드는 기색이었다.
야율도 함께 나가기로 했다.
“연아!”
마당을 순식간에 가로지른 서하령이 숨도 차지 않은 기색으로 말했다.
“나 들었어! 너 남궁 공자랑 대련해서 이겼다며! 아, 나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그래? 나 졌는데.”
“응? 이겼다고 들었는데!”
“아냐, 졌어.”
그때 야율이 무심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이긴 거 맞지.”
얘는 또 왜 이래?
야율이 말을 이었다.
“넌 몸이 나은 지도 얼마 안 됐잖아.”
“그게 뭐?”
“걸음마할 때부터 검을 잡았다며? 그런데 몇 개월 배우지 않은 너한테 손목을잡힌 것 자체가 수치지.”
야율의 입가에 조소가 선연했다.
“나라면 이겼다고 생각 못 해.”
“아니, 수치라고 할 것까지······”
말을 이어 나가던 나는 왠지 모르게 싸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말문이 막혔다.
‘이건 운명인가?’
혹시 소설 속 설정이 저 둘을 서로 칼을 가는 원수로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왜! 하필! 이때!
남궁류청이 오냔 말이다!
내 소리 없는 절규에 야율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
야율의 의문에 대한 답은 남궁류청이 했다.
“맞아, 졌지. 승패를 따지자면 검을 떠어트리진 않았으니 내가 이겼다고 보겠지만, 대련 내용을 따지자면 나도 졌다고 생각해.”
야율이 짜증스럽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남궁류청은 싸늘한 낯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걸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소저가 대단하다고 여겼지.”
남궁류청의 눈이 나를 향했다.
“몇 개월 배우지 않았다? 글쎄. 너는 네 주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나 보군.”
주인······이 설마 나?
“응? 야율 하인 아닌데.”
그때 서하령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후, 여기선 네가 유일한 빛과 소금이다.
서하령이 잘라 낸 분위기를 틈타 야율과 남궁류청 사이에 끼어 들었다.
둘이 서로 멀어지라고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물었다.
“남궁 공자, 무슨 일 있어?”
“아니.”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럼 왜 온 거야?
내 표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드러났는지 남궁류청이 말을 이었다.
“네 몸이 이제 좀 괜찮아졌다 들어서 그냥 와 봤어.”
“뭐라고? 그냥?”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내 손이 낫자마자 얼굴 한 번 보러 안 오던 놈이 이제 와 갑자기?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