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0)
80화
“할아버지가, 남궁 세가주께서 창궁관에 들어가도 된다고 허락하셨잖아. 난 네가 바로 창궁관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아, 들어가기 전에 날 보러 온 건가? ······왜?”
스스로 납득해 보려 생각해 봤으나 결론은 왜? 로 끝났다.
얘가 날 왜 보러 와?
지금 한창 검기 다시 발현하겠다고 미쳐 있던 거 아니었어?
남궁류청이 떫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봤다.
“······네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라며”
나는 당황에 뺨을 긁적였다.
“그게 나란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럼 내가 누구한테 관심을 가져?”
“음······.”
나는 주변을 쓱 둘러보고 남궁류청 뒤쪽의 몸종을 가리켰다.
“일단은 제일 가까운 네 몸종?”
“어휴, 무슨 소리십니까!”
몸종이 질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면 서 소저는 어때?”
“뭐!”
이번엔 펄쩍 뛴 서하령이 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마지막으로 야율이 있었지만······ 차마 야율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하진 못했다.
눈이 마주친 야율이 눈웃음을 지었다.
“······.”
“······.”
내가 입을 다물자 마당엔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기 사람이 다섯 명이나 있는데 왜 조용한 거야!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할 말 있으신 분? 없나요?”
“······.”
“······.”
침묵이 길어질 때 야율이 입을 열었다.
“언제 갈 거야?”
“아.”
나는 남궁류청을 돌아봤다.
“음, 모처럼 찾아왔는데 시기가 안 좋네. 선약이 있어서. 다음엔 내가 갈게. 네가 거절하지 않는다면.”
남궁류청이 나와 서하령을 훑어보고 물었다.
“어디 외출하나?”
“응. 나가서 놀려고.”
“나가서······ 논다고?”
남궁류청의 표정이 마치 세상을 정복하려는 사악한 계획을 들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나는 변명하듯 말했다.
“허락도 받았어······.”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이걸 변명하고 있어야지?
의문을 가질 때, 옆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같이 갈래?”
서하령이었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서하령을
보았다. 얜 또 갑자기 왜 이래?
내 표정이 또 너무 적나라했던 모양이다. 서하령이 내 귀에 손을 모으고 속삭였다.
“방금 떠올랐어.
엄마가 남궁공자가 사과도 했으니까 화해하고 잘 지내래.”
하긴, 수향문주의 처음 목표가 남궁 세가 후계자와 서하령의 친목이었으니.
나는 방긋 웃으며 잘됐다는 듯 박수를 한 번 짝 치고 말했다.
“그럼 둘이 가는 게 어때? 단 둘이면 훨씬······ 아야야야! 아파, 꼬집지 마.알았어, 알았어.”
나는 팔뚝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야율이 서하령을 노려보며 내게 바짝 붙었다.
“괜찮아?”
“괜찮아.”
남궁류청이 미간을 모으고 말했다.
“난 간다고 안 했는데.”
남궁류청을 흘끔 본 야율이 말했다.
“빨리 가자.”
쟤 빼고.
······라는 말이 빠진 건 이 자리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야율, 그 말은 안 하느니만 못 한 것 같아······.’
야율의 말을 들은 순간 남궁류청의 다음 행동이 예상 갔다.
남궁류청이 야율을 잠시 노려보곤 말했다.
“마음이 바뀌었어. 갈래.”
“······.”
역시.
그렇게 우리는 넷이 함께 저잣거리에 나오게 되었다.
* * *
정오에 가까운 저잣거리는 무척 활기찼고 상인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엔 그늘이 없었다.
살기 좋은 곳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쳐다보네.’
흘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긴 뭐 당연한가?’
누가 봐도 부잣집 애들이 잠시 놀러 나온 모습이었으니까.
남궁류청은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
서하령도 부잣집 아가씨로 보였다.
거기에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야율의 예쁘장한 외모.
거기다 눈을 가린 맹인같아 보이는 여자아이까지.
눈에 띄는 조합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집 아이들이래? 자넨 알겠나?”
“모르겠는데. 처음 봐.”
상인들이 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터지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모른다니. 남궁 세가 코앞에서
남궁 세가 소공자 얼굴을 모른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평소에 집에서 얼마나 안 나왔으면····.
상인이 서하령을 눈짓하며 말했다.
“저 여자애는 가끔 봤는데. 그, 남궁 세가에서 지내는 것 같더구먼.”
“남궁 세가? 어! 그 말하니 기억나네. 저 옆에는 눈 가린 애는 그 저번에 남궁 소가주가 데려온, 그 머시다냐, 백가인가 뭔가 하는 집안 딸 아녀?”
나도 알아보는데 참······.
남궁류청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왜 고개를 저었냐는 듯 남궁류청이 거만하게 날 쏘아보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물었다.
“추천하는 곳 있어?”
별로 자주 나온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물었다.
“추천?”
“응. 너 여기 사람이잖아. 난 오늘 처음 나왔는걸.”
남궁류청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나도 몰라.”
“네가 사는 곳인데?”
“나도 오늘 처음 나와.”
“뭐?”
나는 깜짝 놀라 보았다.
“처음?”
“응.”
“한 번도 안 나와봤어?”
“그래.”
“허어어.”
남궁류청이 살짝 짜증난 눈초리로 날 보았다.
“그렇게 놀랄 일이야?”
“응.”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네 집 주변이잖아.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떤 곳인지 관심을 기울여야지. 넌 나중에 남궁 세가를 이끌게 될 거잖아?”
“······.”
“눈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그때 야율이 내 옷자락을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야율, 왜?”
야율이 가리킨 곳을 보자 붉은 색의 탕후루가 보였다.
난 앞서가는 서하령을 붙잡았다.
“나 저거 먹을래!”
탕후루를 힐끗 본 서하령이 고개를 저으며 날 잡아끌었다.
“안 돼!”
“왜?”
생각지도 못한 반대였다.
“우리 마두 먹으러 가야 해!”
“만두?”
“여기 나오면 꼭 먹어야 하는 만두가 있어!”
서하령은 거침없이 우리를 이끌고 갔다.
“익숙해 보이네?”
“당연하지. 난 사저랑 사형들이랑 가끔 나왔어. 남궁 공자랑은 다르거든!”
저 마치 칭찬해 달라는 듯한 눈빛은 뭐지?
“어?으응. 그, 대단해. 와! 역시 하령이야!”
짝짝짝!
서하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남궁류청은 이를 한심하다는 듯 보았다.
“와 멋있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저기!”
“응?”
나는 서하령이 가리킨 곳을 보곤 미간을 모았다.
“설마 저기 다 줄이야?”
“응! 여긴 늘 사람이 많아서 줄이 길어. 나왔으면 여기 만두를 먹어야 해!”
그래······ 줄이 길면 맛집이지.
서하령이 이끄는 대로 맨 끝으로 가 줄을 섰다.
“이렇게까지 해서 꼭 먹어야 하나?”
남궁류청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말했다.
“맛있다잖아.”
“하, 고작 만두잖아.”
“류청, 마음을 넓게 가져.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마음이 넓어져. 공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 세상이 좁은 거야. 잘 기억해 둬.”
“너 자꾸 왜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그리고 헛소리하지 마.”
“너도 내 이름 부르든지.”
“싫어.”
“알겠어.”
“······.”
남궁류청은 말려들었단 표정으로 고개를 틀었다.
왜 이러지?
남궁류청만 보면 내 안의 사악한 무언가가 깨어났다. 저 딱딱한 표정을 깨트리고 싶어 안달나는 것이다.
‘몸이 어린애 됐다고 정신연령까지 어려지는 거냐, 백리연?’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작게 웃던 서하령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다! 사저가 향유 사다 달랬는데!”
“향유? 만두 먹고 가자.”
“안 돼! 그 향유가 되게 일찍 떨어진단 말이야. 거기다 닷새에 한 번씩밖에 안 와! 먹고 나면 늦어! 가자! 둘은 여기서 기다려!”
나는 놀라 되물었다.
“지금 야율이랑 류청 둘만 남겨두겠다는 거야?”
“응.”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다 같이 갔다가 다시······.”
줄 서자고 하려 했는데 이미 우리 뒤에도 줄이 꽤 길었다.
다시 줄을 서면 우리가 서 있는 줄의 두 배는 더 기다려야 했다.
점심이라 사람들이 몰린 듯 했다.
내 뜻을 알아챈 서하령이 소리쳤다.
“줄을 처음부터 다시 서자고?
말도 안 돼!”
“하지만······.”
“그럼 한 명만 줄 맡으라고 두고 셋이 갔다 오자.”
“그럴까? 그럼 야율이랑 같이······”
라고 말하는 순간 남궁류청이 나를 노려보았다.
잠시 멈칫한 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류청이랑 같이······.”
야율이 내 손을 잡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엔 서로를 노려보았다.
남궁류청이 야율을 굽어보며 말했다.
“네가 남아.”
물론 야율이 만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싫은데.”
나는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물론 너무 눈부셔서 바로 눈을 감았다.
“좋아. 그럼 내가 남을 테니 셋이······.”
“싫어!”
“싫어.”
“싫어.”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