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51
51
“일단 자루에 담아서 옮겨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자루가 모자라서 좀 여러 번 옮겨야겠군요.”
레오파라가 제안했다.
“내가 하겠다.”
이공간에 넣었다가 무덤터로 가서 꺼내면 되겠지.
이공간에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니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다가 안 들어가면, 그만치만 옮기면 되겠지.
이제, 사자들에게 안식을.
* * *
“그 많은 유골이 다 어디로 들어 간 겁니까?”
아타울프도 놀라고 나도 놀랍게도 유골은 이공간으로 모두 들어갔다. 넣을수록 늘어나는 공간인지도 몰랐다.
“그때 말씀하셨던 그 마법 주머니인가요?”
“그 비슷한 것이다. 나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나도 같이 가.
이제 묻으러 다시 무덤터로 가려는데, 렉스가 따라 붙으려 했다.
“호수에서 떨어진 곳이라 네 영역이 아니야.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돌아올게.”
-그때처럼 날 네 품속에 넣어.
“…거긴 내 품속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은 유골로 가득한데.”
-그 유골들과 내내 같이 살았는데?
대꾸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렉스처럼 거대 정령을 이공간에 넣기란 어려울 듯했다. 잘못하다가 렉스도 잘못되고 내 이공간도 터져 나갈까 봐 걱정되었다.
그 점을 설명하자, 렉스는 내 곁으로 작은 물방울을 띄웠다. 그때 내 앞에서 흘린 눈물방울처럼.
-이걸 통해 나와 연결될 수 있어.
그 작은 물방울은, 내가 만났던 최초의 정령일까.
하지만 렉스는 무수한 물의 정령들이 합해져서 태어난 새로운 존재였다. 이 물방울도 또 다른 물의 정령이라기보다 렉스의 일부였다.
굳이 묻기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방울을 어깨에 동동 띄웠다. 이러면 굳이 이공간에 넣지 않아도 될 듯해서. 레오파라가 물방울에 햇빛이 반사돼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단 것 같다며 웃었다.
계약자들과 함께 무덤터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을이 있던 곳을 보여 주니, 렉스도 그곳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마침내 무덤터에 도달해서, 유골들을 다시 꺼냈다.
하지만 그렇게 유골들을 내려놓자, 해골부터 다리뼈, 팔뼈니 각종 부위가 온통 뒤섞인 모양이었다. 보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해골 아래 팔뼈나 다리뼈를 늘어놓는 식으로 맞춘다고 해도 그게 누구 뼈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이 사람 머리에 저 사람 다리를 늘어놓아 봤자지.
“테오파노 님?”
내가 얼른 흙을 덮지 않자, 아타울프가 궁금한 얼굴이었다.
“그들의 넋을 기리는 말씀이라도 한마디 하시겠습니까?”
레오파라가 권했다. 아, 물론 나도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그보다… 그때, 문득 머리를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물방울을 손바닥에 굴리며 렉스에게 말을 걸었다.
“렉스, 너희 물의 정령들은 어떻게 이 유골들 중 그 곱슬머리 아가씨만의 유골을 골라냈어?”
렉스는 바로 대답했다.
-누구? 레오파라의 신부?
“뭐, 레오파라의 신부라고?”
나는 엉겁결에 렉스의 말을 따라해 버렸다.
“뭐라고? 레오파라가 유령과 결혼했나요?”
“아닙니다!”
아타울프가 소리치고, 레오파라는 고함쳤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결혼식을 올려 줬는데!
“렉스, 레오파라가 동의했어?”
-이 결혼에 이의가 있으면 말하라고 했는데, 가만있었어.
그 말을 옮겨 주자, 아타울프는 배를 잡고 웃었고, 레오파라는 항변했다.
“물속에서 무슨 수로 말합니까? 입을 벌려도 금붕어처럼 뻐끔거릴 뿐입니다. 그때는 테오파노 님이 오시기까지 절대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레오파라.”
렉스에게 사람의 결혼은 이의 제기만이 아니라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해 주자, 그는 미안해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결혼식을 치러 주겠다고 하는데, 레오파라?”
“저는 테오파노 님의 첫 번째 계약자입니다. 제 결혼에는 제 동의뿐 아니라 테오파노 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레오파라는 정색하고 말했다.
“더 웃기네. 무슨 여왕과 시녀도 아니고, 크하하하!”
아타울프는 더 웃어 댔고, 나도 따라 웃었다. 실제로 여왕이나 왕비의 시녀들은 허락 없이 결혼하지 못했다. 레오파라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방비책을 이중으로 두려는 모양이었다.
렉스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마을 아가씨의 유골을 어떻게 골라냈지?”
-안 골라냈는데? 그 아가씨는 제 발로 왔어. 미남을 데려왔다고 하니까. 그녀는 레오파라를 좋아해 줬었는데.
렉스가 조금 불만을 표하며 대답했다.
그때, 아타울프가 너무 궁금해하며 물었다.
“렉스가 뭐라고 합니까? 그 아가씨가 레오파라에게 반해서 제 발로 왔다고 합니까? 레오파라, 인기가 많아서 부럽다.”
“그럴 리가 있냐? 헛소리 마라, 아타울프.”
“아니, 아타울프 말이 맞다. 너는 그 아가씨와 있었던 레오파라보다 더 정확히 맞혔구나. 신통하다.”
“하하하, 들었냐, 레오파라? 크크크큭!”
내가 놀라워하자 아타울프는 몹시 기뻐했다. 틀리긴 했지만 레오파라도 격려해 주었다.
“괜찮다, 레오파라. 사랑의 여신 헤르첼로이데는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통해서만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모를 수도 있는 법. 기죽지 마라.”
나만 해도 여신인 누나들 속도 모르고, 같은 남신인 형님들 속도 모르는데 레오파라는 오죽하겠어.
“네… 테오파노 님……. 하긴 모두가 아타울프처럼 여자 마음을 환하게 알 수는 없으니까요.”
“뭐래냐? 난 왜 걸고 넘어지는데?”
“레오파라는 부러워서 한 말이다, 아타울프.”
“그렇고말고요.”
“확실히 그러고 보니 대단하구나, 아타울프. 헤르첼로이데 여신은 이성에 대한 이해는 진기한 통찰력이라 하였지. 나도 네가 부럽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님.”
“물론 난 언제나 널 좋게 봐주고말고. 그럼 렉스, 유령들을 불러 봐라. 그 아가씨 유령 말고도 모든 유령을.”
그러나 렉스는 오히려 반문했다.
-어떻게 부르는데? 그들이야 항상 호수 속에 있었는데? 부를 것도 없이 늘 거기 있었어.
“…아니, 그래도 한번 시도해 봐라.”
렉스는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유령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그들은 너무 호수 속에 오래 있었어. 여긴 호수에서 좀 떨어진 곳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고민하자,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도 생각에 잠겼다.
“하긴 유령들에게는 마법을 쓸 수도 없지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아타울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바로 반문했다.
“왜 마법을 쓸 수 없는가? 내 마법은 순환이 핵심이다. 그리고 생사야말로 가장 위대한 순환이며, 모든 흐름의 시작과 끝이지. 그렇다면 내가 유령들을 그들이 본래 가야 할 곳으로 돌려보낸다면, 그들의 끊겼던 생사의 흐름이 다시 흐르는 일이 된다.”
레오파라의 눈이 빛났다.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그, 그러면, 어떤 마법을 쓰실 겁니까?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파이어볼 같은 공격 마법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당황해서 묻는 아타울프만큼이나 나도 알고 싶은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그래, 공격 마법을 쓸 수는 없지. 그러니 방어 마법… 아니고 치유 마법을 써 보자.”
“네? 이미 다 죽었는데요?”
아타울프가 놀라워했다. 그가 옳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많은 유골과, 사라진 마을의 존재에서 깨닫는 바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는 내 가설이 맞지 않더라도, 호수 아래 이만큼 쌓인 유골 중 익사체만 있지는 않을 터였다.
“이 유골들 전부가 실수로 물에 빠져 죽지만은 않았을 테다. 폭행당한 후 물에 빠뜨려진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들을 찾아내라.”
“그렇다면 뼈에 눈에 띄는 손상이 가해졌을 겁니다.”
우리 셋은 즉시 팔을 걷어붙이고 조사에 착수했다. 나도 부러진 뼈를 치료해 봤지만, 제 뼈가 부러져도 보고 남의 뼈도 부러뜨려 봤던 전직 용병들이 훨씬 능숙하게 찾아냈다.
“이 시신은 두개골이 함몰됐습니다. 뒤에서 둔기로 내리쳤겠지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겁니다. 물에 빠져 죽느니 그편이 나았겠지만.”
아타울프가 제일 먼저 찾아냈다.
“이 시신의 목뼈는 부러져 있습니다. 추락했을 때의 충격인지, 목을 부러뜨리고 물로 밀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레오파라가 그다음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발견했다.
다른 뼈들과 비교되게 아주 작은 뼈를.
“크기로 보아 아이의 유골이 분명합니다.”
그 작은 해골 옆에는 역시 작은 가슴뼈가 있었다. 나는 그 부러진 뼈를 가리켰다.
“아이의 뼈니까 물에 빠지면서 어디 부딪치기라도 했으면 쉽게 부서지지 않겠어?”
레오파라는 손으로 그 부위를 조심스레 쓸었다.
“가슴뼈가 잘려 나간 단면이 저렇게 깨끗하다면, 칼에 찔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말투였다. 이 아이는 그런 사례가 아니기를 바랐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마법을 발현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가장 많을 익사자들은 물이 차올랐던 폐가 사라졌으니 아예 불가능한데.
하지만 정령들의 경우에도 그랬었다. 처음에는 아무 쓸모없는 어리석은 짓으로 보여도, 내 목적은 올바르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할 뿐.
산 사람을 치료하는 일과 비교하면, 죽은 사람의 유골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스태프로 발현한 마법으로 잘라진 뼈가 붙자, 스태프와 뼈가 연결되면서, 시신의 다른 뼈도 반응을 보였다. 나는 마법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그 뼈들을 모아, 아이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제부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막막했다.
“렉스, 이 아이를 기억하고 있어?”
-몰라. 나는 그 아이까지는 몰라. 저 아이를 본 정령은 아무도 없어. 유령이 되지 않았나 봐.
아마도 아이는 마을 아가씨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렉스가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마을 아가씨도 렉스나 어제 호수에 있던 다른 정령들이 태어나기 이전에 죽었을 텐데? 정령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으니까. 정령왕의 수명은 어떤지는 아직 몰라도.
…물론 그들이 태어난 후에도 마을 아가씨가 유령으로 출몰했으니까 알겠지. 그러나 그럴 리도 없는 마을의 위치는 어떻게 아는 거지?
“렉스, 너는 네가 태어나기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해? 내 말은, 너는 어제 태어났잖아?”
-맞아. 하지만 내 안에는 나보다 이전에 태어난 정령들이 있어. 그들의 기억을 나는 공유하지. 그들 역시 그들 이전에 태어난 정령들의 기억을 갖고 있어.
렉스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정령보다 더 많은 기억을 지니고 있어. 그래도 저 아이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대단해, 렉스. 그러면 마을 아가씨가 죽었을 때의 일을 기억해? 처음 유령으로 나타났을 때를?”
렉스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이의 일을 몰랐듯.
-아이라니, 저 유골이 아이인지 난쟁이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유령으로 나타난 적 없어. 마을 아가씨의 유령이야 본래 있었고.
나는 왜 렉스의 기억에 허점이 많은지 알 듯했다.
정령의 개별성이 뚜렷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집단으로 뭉치기도 쉬웠으나, 결국 집단으로 전하는 개체의 기억이 완전하지 못했다. 소실되는 게 더 많았겠지.
그때 렉스가, 생각에 잠긴 내게 얼른 말했다.
-하지만 테오파노 신, 걱정하지 마. 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아. 내 모든 정령이 너를 반드시 기억할 거야. 죽어 가는 정령들이 태어나는 정령들에게 네가 우리에게 해 준 일을 전할 거야.
…그걸 걱정하리라 생각했나…….
하지만 추측이 빗나간 일과는 별개로, 렉스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나도 널 기억할게, 렉스.”
정령왕의 목숨도 정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영원히 사는 신으로서 그를 기억하리라. 최초의 정령왕을. 내가 그 탄생을 지켜 본. 정말로 용감하게 싸웠던, 참다운 호수의 왕을.
-당연하지. 넌 날 좋아하니까, 날 절대 잊지 못해!
기뻐하는 렉스와 같이 웃다가, 조용히 물었다.
“렉스, 마을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 줘.”
그래도 마을의 일은 제일 많이 기억했다. 호숫가 마을이니까, 호수에 속했다고 여겨서.
-마을 사람들은 호수를 숭배했어. 호수는 그들의 신이었지. 호수가 그들을 먹여 살렸으니까!
그래서 옛날 옛적, 마을은 호수에 제물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