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1)
Chapter 210 – 210. 정체
뮬이 섬기는 로뮬레우스라는 신의 모습을 몽마전에서 직접 보았을 때.
그것은 신이라고 보기에는 성스럽지 못했으며, 악마라고 부르기에는 간사하지 못했다.
허나, 위압감과 몽마전조차 집어삼키는 힘을 생각하면 마수라는 단어는 그것을 지칭하기에 모자람이 있었다.
결국.
신도, 악마도, 마수도 아닌 무언가.
굳이 이전 세상의 단어를 가져와서 지칭한다면 크툴루적인 무언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거대하면서도 흉악한 입안에 무질서하게 박힌 이빨, 수많은 촉수, 형태를 알 수 없는 외형 등.
기묘하면서도 신기한 무언가를 뮬이 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모르는, 다른 카테고리의 존재가 이 대륙에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명실상부 아리아는 대륙을 구하는 운명을 타고난 용사였다.
그녀를 플레이하며 수많은 장소를 돌아다니고, 갖가지 비밀들을 파헤쳤다.
아무리 은밀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이리도 거대한 괴물을 모를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한.
몽마전의 뮬이 내게 했던 말.
– 당신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실로 당신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 때문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걸 보면. 뭔가가 나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 된다.
뮬이나 로뮬레우스 같은 이레귤러들을 보내고, 다시 아리아를 용사로 만들기를 바라는 존재들.
참 우습게도.
다시 원래 자리로 사고가 돌아간다.
결국 신이 아닐까?
“이 땅의 신은, 그닥 전지전능하지 않다.”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뮬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나, 막상 내 말을 끊진 않는다.
“네가 말하는 아리아의 운명의 끝이 어떤 건지 알고는 지껄이고 있나?”
1회차에서는 절대로 해피엔딩을 볼 수 없다. 한 번은 확실하게 멸망이라는 결말을 본 다음에야 2회차에서 해피엔딩을 볼 수 있는데.
정작 2회차의 엔딩도 이름뿐인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아리아 리아스의 희생으로, 대륙에 평화와 안전이 찾아오게 되는 거니까.
“이 아이에게, 함부로 짐을 얹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
손을 뻗어 아리아와 뮬의 사이를 막아 세운다. 내 나름 의지의 표명이었다.
“교수님…….”
“후.”
아리아 역시 나를 놓지 않겠다며 내가 입고 있는 재킷의 옷자락을 꼭 쥐었고, 뮬은 지긋지긋하단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데이우스 베르디, 역시 너와 나는 양립할 수 없는 사이로군.”
“…….”
“결국 한쪽이 죽어야만 끝이 날 싸움이다.”
“그건 알아서 생각해라.”
미안하지만 이쪽은 미친 사이비와 운명적으로 엮인다는 말에 동의할 생각 없었다.
뮬이 있든 없든, 나는 알아서 잘 살아갈 테니까.
그것보다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몽마전에 언제 들어갔다 왔지?”
“답할 이유가 없다.”
단호하게 대답을 거절하는 뮬. 하지만 나는 거부했더라도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몽마전에서 자력으로 탈출한 유일한 인간이 바로 나라고 레아릭은 말했었다.”
-축하합니다, 데이우스 베르디. 유일하게 몽마전을 자력으로 탈출한 인간이군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자력’이 아닐까 싶었다. 레아릭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넘겼다고 생각했겠지만.
굳이 저 단어를 넣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너는 몽마전을 탈출했나?”
내 말에 뮬은 헛웃음을 흘리며 답한다.
“그깟 대악마가 만든 미로에서 헤맬 성싶으냐.”
꽤나 당연하다는 듯이 선언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는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하지만 몽마전에는 네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더군.”
거짓된 모습이 남아있다는 건.
결국에는 몽마전에 기억을 빼앗겼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남자는 그런 기색이 없었다.
“네가 깨닫지 못하는 걸, 내 탓으로 돌리지 마라.”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탈출했는지에 관해서 굳이 설명해 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탈출한 방식은 하등 상관없었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내 생각에.
뮬은 탈출하지 못했으니까.
“그거 알고 있나?”
조소가 흘러나왔다.
앞의 어리석은 존재는, 대화를 통해서 내가 그의 정체에 대한 길을 따라붙고 있다는 걸 지금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몽마전에서 뮬은 나에게 존댓말을 썼다. 말투도 전혀 달랐고.”
-하하, 여러분. 로뮬레우스 님의 자비를 아직 모르셔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식당으로 가셔서 저와 이야기를 좀 나누시지요.
-누군들 처음부터 이치를 깨달았겠습니까. 저와 함께 가시죠. 그분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아, 모를 수가 없지요. 우리에게 당신은 애증의 존재이니까요.
나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적극적으로 투기를 쏘아붙이며 비아냥거렸던 모습과는 반대로.
몽마전에서의 뮬은 오히려 나를 로뮬레우스의 신자로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
“이제야 입을 다무는군.”
다시 말하지만.
내 예상으로 뮬은 몽마전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몽마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존재, 정확히는 뮬을 통해서 몽마전의 유무를 알아차리고 집어삼키러 갔던 괴물.
로뮬레우스만큼은 다르다.
“광신도 연기는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본인의 자존심은 내려놓지 못했더군.”
사람의 다리가 아닌, 촉수로 된 하반신을 턱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몽마전에 뮬의 기억을 남겨둔 채, 그 몸을 차지했는가. 기생충아.”
결국 뮬.
아니, 로뮬레우스는 진실을 감추려 발버둥치듯 노기를 쏟아낸다.
“고작 인간 주제에!”
목소리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뮬의 미성은, 수백의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뒤틀리고 기괴한 울림을 가진 괴물의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얼굴 위로 뚜둑뚜둑 솟아오르는 굵고 푸른 핏줄들.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눈동자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보였다.
“우리의 뜻을 거스르는가! 이방인이여! 그저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감사하라! 우리의 간택을 받은 소녀여, 자신의 사명을 다하라!”
로뮬레우스가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자 주변에 옅게 퍼져 있던 나의 푸른 불꽃들이 전부 사라진다.
거센 광풍과 함께 세계 자체가 우리를 증오하며 짓누르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교, 교수님!”
당황하며 대검 두아테인을 불러낸 아리아. 나는 그녀를 말리며 한 손으로 꽉 안아주었다.
“흔들리지 마라.”
로뮬레우스가 정말로 내가 모르는 신이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결국에는 싸워야 할 존재였다.
아까도 말했듯 이 세상에서 신은 그렇게까지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었고.
“이 땅에 내려온 건가.”
그들이 살아가는 장소가 아닌 대륙의 땅을 밟고 있다면 더욱 할 만했다.
내 말이 로뮬레우스에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는지 발작하듯 포효하며 외친다.
“그래! 고작 이방인 주제에! 다 망가진 남자 하나의 몸에 기어들어가, 대륙의 흐름을 망치는 네놈 때문에!”
“…….”
“날개를 찢고, 광명을 벗어던지며, 위대함을 내려놓고, 이 땅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추락한 신이로군.”
신이라는 이름을 전부 벗어던져, 그리도 추하게 변했는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신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나, 악마라 부르기엔 기괴하며, 마수라 부르기엔 위대하다.
나 때문에 뒤틀린 이 대륙의 흐름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서.
정확히 말해서는 아리아 리아스를 다시 한번 용사로 만들기 위해.
신이 직접 이 땅에 내려온 것이었다.
“이 역시 우리의 자비임을 잊지 마라. 너희를 위해, 대륙의 구원을 위해 신이 직접 사도가 되어 찾아왔다.”
“…….”
“아리아 리아스를 대신해서 이 땅을 구원하겠다? 미안하지만 이방인인 네놈에게 우린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다.”
“허락을 구할 생각은 없다.”
이제 들을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로뮬레우스의 정체가 추락한 신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만 꺼져라.”
아리아가 어정쩡하게 들고 있던 두아테인을 낚아챈다. 마나를 안에 담자 두아테인은 허공에 둥둥 떠오르더니 그대로 로뮬레우스에게 쇄도했다.
콰드득!
정확하게 머리에 박힌 두아테인.
충격으로 점차 먼지가 되어가는 녀석이었으나 그럼에도 우리를 노려보는 눈을 거두지 않는다.
“대륙을 버릴 셈인가, 아리아 리아스. 네 어깨에 모든 이들의 생명이 달려있다.”
쿵!
그 말을 끝으로 검은 먼지가 되어 사라진 로뮬레우스와 바닥에 꽂힌 두아테인.
천천히 그가 있던 곳으로 걸어가 두아테인을 뽑아 든다. 단테 소속 흑마법사의 영혼을 먹어 치우면서 흑색 빛을 띄우고 있던 두아테인의 검날이 미세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교수님.”
답지 않게 겁을 먹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아리아.
자신을 원래의 운명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신들 중 하나가 직접 대륙에 내려왔다는 건 17살 소녀가 받아들이기엔 충격적인 사건이긴 했다.
아무리 2회차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완전무결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일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괘, 괜찮겠죠?”
17살 소녀의 눈동자가 떨려온다.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던 소녀가 강압적으로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운명을 상대로 겁에 질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리아는 자신이 용사로 다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겁에 질린 게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이미 한번 보고 왔던 것처럼 대륙이 다시 멸망하진 않을까.
그런 것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네가 용사로 싸워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게임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결국 아리아는 만들어진 존재였으며, 그녀가 존재하는 이유는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함이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리아 리아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해진 스토리의 흐름을 쫓으며, 대륙을 구원하고, 최후엔 희생되기 위함이 아니다.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행복하기 위해서.
그렇기에 떨고 있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며 속삭였다.
“내가 있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2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