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
Chapter 89 – 89. 수녀원의 악마
덜컹거리는 마차의 움직임조차 이제는 익숙해져서 책을 읽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옆에서 쫑알거리는 일루아니아와 핀덴아이의 수다 소리는 거슬린다면 거슬렸다.
“귀를 대면 목소리가 들리는 건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그래? 기대되네. 이름은 정했어?”
“아니, 아직. 아! 주인님께서 정해주시겠어요?”
“…….”
슬쩍 말을 걸어오는 일루아니아. 나는 읽던 책을 천천히 덮고 잠시 그녀의 복부에 눈을 둔다.
아직 볼록하니 불러오진 않았지만, 저 안에는 생명이 잉태되어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묘한 감각과 함께 잘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차오른다.
뭔가 답할 거리를 찾고 있자니 핀덴아이가 조소를 흘린다.
“주인놈한테? 뭐 이상한 이름 지을 것 같은데. 막 요괴나, 악령 이름 같은 거.”
“설마…….”
진짜 설마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루아니아.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걸 아이 이름으로 지어주진 않는다.
“적당히 해라.”
쓸데없는 유언비어 퍼트리지 말라고 핀덴아이에게 주의를 주자 칫 하고 괜히 혀를 차곤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린다.
“그런데 수녀원은 원래 이렇게 산골짜기에다가 짓나? 며칠을 이렇게 가는 거야.”
외지 사람인 핀덴아이가 투덜거리자 일루아니아는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엘리아 수녀원은 유명한 이름이야. 대부분의 성녀들이 배출되는 장소이면서 가장 신들에게 가까운 성소라고 왕국에서 칭송 받는 곳이지.”
“신에게 가까운 장소?”
“그래서 일반인들한테는 위치도 알려져 있지 않고, 주교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고 해.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단절된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
“흐음.”
동화를 읽어주는 어머니처럼 자애롭게 설명을 해준 일루아니아. 나 역시 엘리아 수녀원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다.
“그럼 평화롭겠네.”
쩝 하고 아쉬워하는 핀덴아이. 일루아니아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답했으나 나는 달랐다.
“원래 수녀원은 공포 소설이나 연극 같은 곳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적인 장소다.”
특히나 성녀 루치아에게 수녀원에서 직접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꽤나 급박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그래? 내가 워낙 무식하게 살아와서.”
머리를 긁적이며 답하는 핀덴아이.
때마침 마차 밖으로 먼 산등선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작은 수녀원이 하나 보였다.
[으음, 불길하네요.] […….]벌써부터 불길함을 눈치 챈 흑령사와 일루아니아의 수호령으로 붙어 있는 화상 입은 여인.
망자인 두 사람뿐만 아니라 나 역시 꿉꿉한 느낌이 벌써부터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들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시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당신은 뭡니까!”
수녀원을 볼 때부터 어려운 사건이 되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관에 부딪쳐 버렸다.
수녀원장인 하마테스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이제 막 눈에 띄게 주름살이 지기 시작한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녀의 이미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신경질적이었다.
“이곳은 함부로 남성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거기에 위령사? 웃기는군요! 악한 흑마법사 따위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하마테스 수녀원장의 말에 핀덴아이가 코웃음 친다. 손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도끼를 들고 싶은 듯했다.
“성녀 루치아의 서신을 받고 찾아왔다.”
내가 편지를 내밀자 그녀는 가까이 다가오는 것 자체도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집게손가락을 편지만 쏙 낚아챈다.
목에 걸고 있는 안경을 쓰고 내용을 확인한 하마테스는 통탄을 금치 못한다.
그곳에는 하마테스에게 배려를 바라는 루치아가 자필로 적은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
루치아가 이미 그녀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해놓은 작업이었다.
“그녀가 점점 성녀로서의 자격을 잃어가는게 눈에 보이는 군요. 최악입니다.”
“내가 필요 없다면 그리해라.”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수녀원을 한 번 쓱 올려보며 답했다.
“악마의 냄새가 여기까지 진동을 하는 군.”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말하자 하마테스의 눈동자가 부릅 뜨인다. 수치심으로 덜덜 떨리는 그녀의 손은 루치아의 편지를 꾸기더니 숨을 내쉬며 답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루치아 대신해서 보냄을 받은 사람이라면, 일단 믿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금방 수긍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녀는 수녀원을 한번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서는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왜 그녀가 이렇게 조심스러운가 싶었는데 내용을 들으니 알 수 있었다.
늦은 새벽, 악마를 소환한 세 명의 수녀.
하지만 아침에 수녀원장이 나왔을 때, 그 세 명은 악마소환진 위에서 타들어가 죽은 상태.
그렇기에 상황을 파악하려 수녀들을 불러들였지만.
일곱 명 중 세 명이 죽었으니 네 명이어야 할 수녀들이 다섯 명이었다.
한 사람이 더 많다.
소환된 악마가 교묘하게 숨어서 변장한 상태였기에, 수녀원장은 성녀인 루치아를 불러들여 감별시키려 했다고 한다.
성녀는 악마의 천적이나 다름없으니까.
“흐음.”
사건의 전말을 다 듣자 나도 모르게 미묘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실제로 나보다는 성녀 루치아 쪽이 더 적임자였다.
하지만 성녀는 지금 그레이폰드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내가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와, 씨. 주인놈 말이 맞네. 개꿀잼이네.”
심각한 분위기를 바로 깨고 들어오는 핀덴아이. 그녀는 마차에서 도끼를 챙겨 오더니 붕붕 휘두른다.
“그냥 있는 년들 하나씩 족쳐보면 되지 않을까? 내가 무식한 고문에는 또 일가견이 있거든.”
씨익 웃으며 묻는 그녀에게 수녀원장이 바로 일갈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딜 감히 내 소녀들에게 그따위 행동을 하려는 겁니까!”
손을 쫙 펼치고는 절대 불가하다며 침을 튀겨대는 하마테스.
나 역시 굳이 죄 없는 자들까지 고문할 생각은 없었기에 손을 들어 핀덴아이를 막아 세웠다.
“일단 시체부터 확인하지.”
굳이 시간을 오래 끌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바로 시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수녀원장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수녀원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였다.
“여기 묻어뒀습니다.”
죽은 게 확실한 레이첼, 미케.
두 수녀의 이름이 적힌 비석과 그 옆에는 이름이 적히지 않은 비석.
남은 수녀 하나를 찾은 이후에 만들려고 했던듯한데.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대로 묻은 건가?”
“그,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무고한 세 명의 수녀들이 살해당한 것이고. 신의 품에 안기기 위해선 장례를 치러야 하니까요. 시체를 그냥 밖에 장시간 둘 수는 없습니다.”
“파내라.”
바로 파내서 확인할 생각이었으나, 수녀원장은 깜짝 놀라면서 다급하니 외친다.
“아, 안 됩니다! 이 아이들은 이미 각기 섬기는 신의 품으로 갔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모욕하면 안 됩니다!”
“악마를 소환했음에도 말인가?”
참으로 껄끄럽게 그지없다.
시체 상태라도 확인해야 한다 생각했으나 그녀는 다급하니 품에서 사진을 꺼내들었다.
“제, 제가 따로 구비해둔 마도촬영기로 찍어둔 사진입니다. 혹시라도 필요할까 찍어뒀습니다.”
치욕스럽다는 표정으로 내게 사진다발을 건네는 수녀원장.
확실히 꽤나 꼼꼼하게 시체들의 사진을 찍었다는 게 느껴졌다.
마도촬영기는 꽤나 비쌀 텐데.
수녀원장치고는 상당히 값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그건 그만두기로 했다.
반드시 수녀들의 시체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으니까.
게다가 그녀들이 눈을 감은 땅속에서는 분명하게 악마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불쾌하고, 텁텁하며, 수천의 벌레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 드는 땅이었다. 악마의 소행은 반쯤 확실해 보였다.
시체들 상태는 전부 비슷했다. 특별한 수녀도 없이, 다들 온 몸이 검게 타들어간 모습이었다.
“쯧, 이런 걸로는 뭐 알진 못하겠는데.”
“그래, 그렇군.”
핀덴아이의 의견에 동의하며 그녀에게 사진을 챙겨두라고 건넨다.
“다음은 악마소환진이 있던 곳으로 가지. 설마 그것까지 지웠다고 말하진 않겠지?”
“……당연히 보존해놨습니다.”
수녀원장은 우리를 데리고 수녀원 뒤편으로 향했다. 빨랫감을 널어놓는 빨랫줄 밑에 깔린 식탁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돌을 받쳐둔 것을 걷어내자 그 안에는 희미해진 오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
확실히 기운이 범상치 않다.
슬쩍 흑령사 쪽을 눈을 흘기자 그녀도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답한다.
[악마의 오망성. 맞아요, 악마를 부르는 소환진이에요. 그리고 흔적을 보면 소환된 건 맞는 것 같아요.]흑령사가 공인했으면 확실하다.
이 소환진으로 악마가 소환되었다.
“다음은 수녀들을 전부 불러라.”
“……괜히 우리 소녀들한테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미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예요.”
“악마를 색출하기 위함이다.”
내가 덤덤하니 상처를 줄 것이라고 넌지시 답하자 수녀원장은 입술을 깨물면서도 품에서 작은 종을 꺼내서 울렸다.
딸랑! 딸랑!
그러자 안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 문득, 옛날 군대 복부하던 시절이 생각나는 반응들이었다.
잠시 시간이 남은 사이, 멀뚱히 수녀원을 바라본다.
대충 4층 정도의 건물로 보이는데 다닥다닥 붙어있는 창문들 위로 홀로 꼭대기 층에 덩그러니 놓인 둥근 창문.
‘다락방인가?’
다락이 아니면 저 정도 높이에 창문이 있을 필요가 없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옆에서 흑령사가 조심스레 의문을 표했다.
[근데 이상하네요.]“…….”
[악마라는 건 생각보다 콧대가 높아요. 그리핀의 악귀를 상대하셨던 당신이니까 알겠죠?]악마가 되지 못하고 악귀에서 멈췄던 녀석.
[그리핀의 악귀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도 있고, 한없이 약한 존재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악마라는 종족 자체가 굉장히 오만해요.]흑령사는 차분히 팔짱을 끼고 소환진을 내려 보며 설명을 이어간다.
[본인들끼리의 위계질서는 철저하지만, 인간은 상대가 왕이라도 대놓고 깔보는 경향이 있단 말이죠.]“……뭘 말하고 싶은 거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은.]헛기침하며 천천히 소환진의 주위를 빙 도는 흑령사. 각기 시체가 있던 장소에서 잠시 멈춰 선다.
[고작 인간 세 명을 제물로 바쳤다고 악마가 왔을까요?]“악마는 분명 소환되었다.”
이건 흑령사도 그렇고, 나도 공인한 진실이다.
이 소환진을 통해서 분명히 악마는 찾아왔다.
[그렇죠! 그게 문제예요. 턱없이 부족한 제물. 아니, 실은 제물도 아니었죠. 그냥 의식을 행한 실행자였을 뿐이에요.]“…….”
[사실상 제물은 없던 거란 말이죠? 그런데도 악마는 소환됐어요.]그리고 자신을 소환한 수녀들을 전부 화형하듯 태워 죽여 버렸다.
[이상한 부분이 많아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이 사건은 동기도 중요했다.
기본적인 질문인 왜가 들어가면 이야기는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왜?
성녀 후보라고 불리는 엘리아 수녀원의 수녀들이.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악마를 소환했던 걸까?
생각할수록 의문은 가중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수수께끼는 당장에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수녀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 안에서 악마를 찾아낸다면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종결될 테니.
하나둘 모여든 수녀들은 곧이어 수녀원장의 앞에 일 열로 정렬한다.
남자인 나를 힐끔힐끔 보거나, 얼굴을 붉히거나, 혐오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거나.
각기 다른 반응들을 보이지만.
어쨌든.
“나는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라고 한다.”
내가 담담하니 선언하자 그녀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수녀원장은 만지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들에게 질문을 건네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여러 질문들을 건넸다.
실로 추리소설에서 나올 법한 뻔한 질문들이었다.
당시 무엇을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전날 밤에 뭘 했는지, 피해자들에게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혹시 사건 이후 이상행동을 하는 수녀가 있는지 등등.
사건은 새벽에 일어났으니, 다들 잠들어 있었다고 답했고. 의심 가는 수녀는 없다는 판에 박힌 대답들.
하지만 그게 내게서 뭔가 숨기려는 느낌보다는 진짜로 모른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악마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수녀들의 시체부터 시작해서 수녀원 전체를 풀풀 감싸고 있는 악마의 기운이 막상 수녀들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고위 악마들은 자신의 기운을 마음 가는 대로 발산할 수도, 묻을 수도, 숨길 수도 있어요.]옆에서 흑령사가 조언했으나 나는 그 의견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렇다면 고위 악마가 빈약한 제물을 받으러 소환에 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묘했다.
앞뒤가 착착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 짙었다.
‘착각하면 안 되겠군.’
나는 형사가 아니다.
추리물 속에 들어와 있는 냉철하게 증거를 찾아내는 탐정도 아니다.
단서를 가지고 추리하는 건 물론 중요하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리를 치고 들어왔다.
어둑해지는 하늘.
괜히 복잡한 머리를 조금 식히려 숨을 내쉬는 순간.
“다 안 나왔는데?”
“저, 저도 봤어요.”
핀덴아이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와 더불어 일루아니아의 화들짝 놀라는 탄성까지.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창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수녀원의 옥탑.
가장 높은 원형 창문.
“저기 어떤 년이 하나 있었어.”
“맞아요. 저도 분명히 봤어요.”
두 사람의 증언에 나는 바로 수녀원장을 노려본다.
혹시라도 뻔뻔하니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으나.
의외로 표정이 망가진 건 수녀원장만이 아니었다.
수녀원의 모든 수녀들이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보인 것처럼 흉흉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지?”
하지만 그러한 기세에 밀리지 않고 내가 묻자, 수녀원장은 그녀가 섬기는 신의 로자리오를 손으로 꽉 쥐며 답했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 반응을 보이면서 말하면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나?”
어이가 없음에 비웃음을 걸치며 답하자 수녀원장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답했다.
“정말 아무도 없습니다. 설령 있더라도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요.”
“그걸 판단하는 건 나다.”
나는 수녀원의 옥탑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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