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4)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54화
42장 압도(2)
찬란한 빛도.
불길한 어둠도.
흘러나오는 소음도 없었다.
그저,
파스스-
도시 곳곳에서 하늘에 서 있는 ‘그’를 향해 치솟던 역천의 군세.
그 군세를 이루고 있던 십수만에 이르는 검은 날개의 괴인들만이 가루가 되어 흩날릴 뿐.
“…….”
그 경악마저 뛰어넘은 초월적인 광경에 모든 도시의 사람이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사라지는 군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면서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인지할 수 없었다.
윤회의 굴레에 묶여 필멸의 운명을 지닌 존재들인 자신들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
신화 속에서 묘사되던 신벌이 이러할까.
‘그런데……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엘리시스는 이 모든 광경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존재를 보며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격의 차이 때문에 존재의 흐릿한 형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형상에서 왠지 모를 낯익음을 느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저런 존재를 자신이 알 리가 없었기에 엘리시스의 눈에 의문이 어릴 때,
‘힘이 전부 재현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하늘에서 흩어지는 역천의 군세를 바라보던 시온은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며 그렇게 생각했다.
방금 시온 자신이 펼쳐 낸 것은 오직 흑성하가 8성에 다다라야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의 부정이었다.
세계의 근본이 되는 법칙 자체를 뒤틀고 재구성할 수 있어야지만 펼쳐낼 수 있는 초월기 중 하나.
그러한 개념부정을 발동하여 마찰을 지움으로써 타천사 베리알과 그의 군세 전부를 지워냈지만, 시온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존재했다.
‘완벽하게 발동되지 않았어.’
이클락시아를 밑으로 내리긋는 순간 그 사실을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크로노스의 힘이 담긴 신기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일까?
‘그래서 아직 저 녀석이 살아 있는 거겠지.’
그 생각과 함께 시온이 타천사가 소멸한 곳을 바라볼 때였다.
쩌저저저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허공이 일그러지며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부터 타락한 신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러한 신성이 뭉쳐 들며 만들어지는 하나의 형상.
꾸드드득!
바로 베리알이었다.
“커헉! 허억, 허억!”
다시 모습을 이루자마자 눈을 부릅뜬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타천사.
그의 뒤에 달려 있던 일곱 쌍의 날개 중 두 쌍은 사라진 상태였다.
곧이어 그런 베리알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조금 전까지 자신의 군세가 존재하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뭐가…….
완벽한 소멸.
비록 일부라고 하지만 과거 자신을 따라 신에게마저 대항했던 역천의 군세가 검을 내리긋는 동작 한 번에 지워져 버렸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온몸에 전율이 돋으며 생전 한 번 흘리지 않았던 식은땀이 등 뒤로 흐른다.
그만큼 조금 전 타천사가 보고 겪었던 일격은 압도적이었다.
이미 반신의 격에 근접한 베리알 자신조차도 막아내기는커녕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소멸해 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지금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는 단지 방금의 일격이 닿기 직전 반역의 권능 중 하나인 ‘순간 회귀’를 발동시켰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두 쌍의 날개를 제물로 바쳐야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완벽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곧이어 그런 베리알의 눈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시온에게로 향했다.
-대체 뭐냐, 넌…… 어떻게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자가 이러한 일격이 가능한 거지?
사실 운명의 굴레를 벗어난 존재들인 불멸자, 즉 신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으나 타천사는 눈앞의 존재가 신격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신들은 초월적인 힘과 권능을 지닌 만큼 많은 제약에 얽매인다.
그렇기에 세상에 이토록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예전 베리알이 신격에 오르지 못했는데도 루미너스와 맞설 수 있었던 이유.
그에 베리알의 눈동자가 의문으로 물들었지만, 이어지는 황제의 말은 그의 의문을 채워주지 못했다.
“대답할 이유가 있나?”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공간 자체가 두려움에 떨 듯 진동한다.
조금 전의 개념부정으로 인해 세계 자체에 시온의 아득한 격이 새겨졌기에 일어나는 일.
-……뭐?
“이제 다시 시체가 될 텐데.”
-이 사지를 뽑아 죽일 녀석이이이!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자신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시온의 말에 베리알이 거대한 분노를 터뜨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다시 한번 저 존재가 조금 전과 같은 검격을 펼쳐낸다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거리를 좁힌 후 공격을 쏟아부어 사용할 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후아아아앙!
그런 타천사의 등 뒤로 활짝 펼쳐지는 다섯 쌍의 날개들과 양손에 어리는 반역의 권능.
그로부터 느껴지는 힘은 가히 작은 도시 하나 정도는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
그렇게 공간을 접으며 다가오는 베리알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온이 들고 있던 이클락시아를 가볍게 앞으로 내밀었다.
가히 천지를 진동시키며 다가오는 타천사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찌르기.
금방이라도 베리알이 일으킨 권능의 파도에 휘말려 사라질 것 같았지만, 격돌한 순간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스륵-
처음에는 타천사의 손을 둘러싼 반역의 권능이.
그 뒤로 손끝부터 시작하여 손바닥, 팔, 어깨, 그리고 이어지는 날개의 일부분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진다.
부정(否定).
흑성하란 존재를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개념이자 세상에서 오직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권능.
8성에 다다른 흑성하는 그러한 부정의 권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데 충분했다.
-끄아…… 끄아아아악!
단순히 신체가 아닌 존재 자체와 그에 따른 운명의 일부가 사라지는 고통에 베리알의 입에서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타천사는 그 비명을 끝까지 내지르지 못했다.
툭-
마치 수면 위를 찍듯 가볍게 베리알의 명치에 닿는 시온의 손가락.
그 순간,
파앙!
손가락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구멍이 뚫리는 가슴과 함께 타천사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과과과과과광!
빛의 도시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건물을 박살 낸 후 외곽 끝에 존재하는 봉인지 중 하나에 처박힌 채 다시 나타나는 그의 신형.
뒤늦게 그런 베리알과 시온 사이로 한 줄기의 선이 그어지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닿는 모든 것을 지워낸다.
-끄으으윽!
숨이 끊어질 듯한 신음을 토해내며 타천사가 겨우겨우 처박힌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그런 그의 눈에,
후욱!
단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는 것만으로 도시 중앙에서 이곳까지 도달한 시온의 모습이 들어왔다.
흑성하로 둘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 자체를 부정한 것.
그에 위기를 느낀 베리알이 다급하게 날개를 휘저으며 주변으로 자신의 권능을 흩뿌렸다.
쩌저저저저적!
그러한 권능에 반응하여 뒤집힌 공간 안에서 튀어나온 수만 개에 달하는 타천의 창들이 오직 시온만을 노리며 쏘아진다.
그렇게 바로 앞까지 다가온 창들을 바라보며 검을 쥐지 않은 한쪽 손을 부드럽게 올리며 움켜쥐는 황제.
—————-!
그 순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쏟아지던 창들과 뒤집힌 공간들, 그리고 흩뿌려진 베리알의 권능까지 모조리 지워진다.
-이게 뭔…….
연이어 두 번을 보면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타천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멍한 목소리와 함께, 콰아아아앙!
마침내 시온의 신형이 그의 바로 앞에 도달하며 너무나도 일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저건…….”
이제 막 동료들과 함께 도시로 진입한 은발의 여인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 흔들리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반역의 천사 베리알.
빛의 교단을 비롯하여 도시 전체를 멸망으로 몰아넣고 있어야 할 그가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 존재에 의해서.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저 존재는 대체 뭔가? 신격이라도 되는 건가?”
그런 그녀의 옆에서 투르잔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일곱 하늘’ 중 하나인 그조차 지금 도시의 하늘에서 벌어지는 두 초월적인 존재의 공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힘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격이라는 것만을 느끼고 있을 뿐.
“모르겠어.”
그에 여인은 여전히 시선을 하늘을 향해 고정한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이미 한 번 이 세상의 끝을 보고 다시 돌아온 그녀로서도 맹세코 처음 보는 존재였으니까.
베리알은 타락하기 전, 빛의 신 루미너스를 가장 가까이서 섬기던 최상급 천사 중 하나였고 타락한 후에는 반역의 권능까지 새롭게 얻어 더욱 강해지기까지 했다.
이미 그 격은 윤회의 굴레를 반쯤 벗어 던진 반신에 이를 정도.
‘그런데 그런 베리알을 압도한다고?’
저런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대체 누구지?’
회귀 전에 단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에 전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이곳에 왜 나타났는지, 어째서 타천사와 맞서는지 또한 당연히 짐작할 수 없었고.
“아무리 베리알의 봉인이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저렇게 찍어 누를 정도라면…….”
거기까지 중얼거리던 여인은 정체를 짐작하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녀가 생각해도 너무나 비약이었으니까.
‘일단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봐야겠어.’
그렇게 생각을 마친 여인이 동료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때, -어째서, 어째서!!
베리알의 입에서는 당혹을 넘어 절박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리고 날개 중 절반이 뜯겨나가는 등,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그런 타천사의 눈은 절망과 의문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바로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저 존재의 권능에 관련된 것이었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단 말이냐!
차라리 압도적인 힘으로 베리알 자신을 찍어눌렀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저 존재로부터 번져 나오는 이질적인 무언가.
그 무언가에 닿은 자신의 힘과 권능이 마치 원래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흐르는 대기와 마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운명과 세계의 법칙까지도.
저 무언가에 닿는 세상의 모든 것이 지워지고 있었으며 거기에는 어떠한 제한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런 종류의 권능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어느 정도 신성을 획득한 베리알 자신으로서도 전혀 그 원리와 유래를 짐작할 수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을 가득 메우는 두려움.
-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거냐!
그 두려움을 털어내듯이 커다랗게 외친 타천사로부터 터져 나온 권능이 주변의 공간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콰드드득!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성질을 거꾸로 뒤집는 ‘반역의 권능’에 의해 대기를 타고 흐르던 마나가 거대한 파도로 변한 채 사방에서 시온을 덮쳤다.
하지만,
후욱!
역시나 시온에게 닿기 전 완벽하게 지워지는 파도.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파도를 이루는 마나를 타고 타천사에게까지 도달한 시온의 흑성하가 남아 있는 그의 날개마저 부정하기 시작한다.
-끄으으윽!
애초에 지금의 베리알이 시온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권능과 영겁제의 권능 간의 상성은 너무나도 좋지 않았으니까.
힘을 이용해 실컷 성질을 뒤바꿔 봤자 그 자체를 부정하면 그뿐.
‘본래의 힘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그 생각과 함께 타천사의 눈에 짙은 안타까움이 어렸다.
저 존재가 사용하는 권능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완벽하게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면 충분히 버티며 승리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불완전하게 봉인이 풀린 지금 그것은 그저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
저벅, 저벅.
세상을 이루는 근간마저 지워내는 부정의 권능을 전신에서 피워올리며 다가오는 황제.
-……지금 네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흔들리는 눈으로 그러한 황제를 노려보던 베리알이 짓씹듯 입을 열었다.
-봉인이 완전히 풀렸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테니.
그렇게 타천사가 말을 끝마칠 때였다.
“그래?”
신기로 인해 힘을 되찾은 후 전투를 치르는 내내 줄곧 권태로웠던 황제의 눈동자 안에서 처음으로 흥미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한번 보여 줘봐.”
그와 함께 서서히 황제의 입가에 어리는 웃음.
그 웃음에 담겨 있는 감정은 명백한 기대였다.
-……뭐?
“그 결과란 걸 말이야.”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말에 의문으로 물드는 타천사의 눈동자와 함께.
어느새 한 손을 들어 올린 시온이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그 순간,
파삭!
도시에 남아 있던 모든 봉인지의 봉인이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