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5)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35화
12장 뒷정리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세상에서 최고로 번영한 도시라 불리는 아그네스의 수도, 휴브리스 또한 그림자가 존재했다.
도시 외곽을 길게 감싸고 있는 슬럼가.
대체로 휴브리스의 치안은 좋은 편이었지만, 아직도 슬럼가에서는 매일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 목숨을 잃고 있었다.
그런 슬럼가의 동쪽 끝.
정령 군단 이그라시아의 6번대는 숨어 있는 ‘영겁의 그림자’의 지부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화아아악!
이제 모습을 드러내도 적들이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지부를 향해 다가가는 6번대의 주변에서 수많은 정령이 모습을 드러내며 각자의 속성에 맞는 힘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모조리 지워라.”
마침내 대장인 드골라스의 입에서 차가운 명령이 떨어져 내리고.
그 명령에 따라 대원들이 살기를 가득 머금은 채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는 찰나였다.
“조금 더 많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그들의 위쪽에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왠지 모르게 듣는 사람의 섬뜩함을 유발하고 있었다.
“……!”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려오는데도 전혀 기척을 잡아내지 못했기에 6번대 대원들이 진입하려는 것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위쪽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쩌걱!
허공에서부터 갑자기 튀어나온 짐승의 머리 하나가 위를 올려다보는 대원 중 한 명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으드득! 으드득!
짐승의 입안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
곧이어 마치 시간이 느리게 재생되듯 머리 없는 대원의 시체가 바닥을 향해 천천히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지는 시체의 뒤에서 드골라스와 대원들은 볼 수 있었다.
새빨간 웃음을 지은 채 서 있는 붉은 눈의 여인을.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그들을 바라보며 여인, 리우시나가 안타깝다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일어난 상황과 갑자기 나타난 리우시나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쓰며 드골라스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글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뭐……?”
“어차피 너희들은 여기서 전부 죽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그렇게 말하는 리우시나의 눈에는 한 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마치 정해진 미래를 말하는 것처럼.
“감히…….”
그 오만한 말에 드골라스의 두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정령 군단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드골라스는 빠르게 그 분노를 가라앉혔다.
지금은 감정보다는 임무를 우선시할 때였다.
“다 같이 상대하고 빠르게 정리한 후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본래라면 대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신속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드골라스의 생각을 알아챈 듯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대원들은 동시에 리우시나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콰과과과과광!
물 송곳, 전격 창, 바람 폭풍 등.
하나하나가 건물 한 채는 가볍게 날려 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들이 리우시나에게 쏟아지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낸다.
‘처음 대원을 죽인 것은 기습이라 가능했던 건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드골라스의 눈에 의문이 맴돌았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대원들의 공격을 단 하나도 피하거나 막지 못한 채 모조리 몸으로 받아내는 리우시나의 모습이었으니까.
“생각보다 싱거운 녀석이군.”
저 공격들을 아무런 방어 없이 맞는다면 초인이라도 살아나기 힘들다.
그에 드골라스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콰드드드드득!
폭발로 인해 자욱이 일어난 흙먼지.
그런 흙먼지 속에서 쏘아진 무언가가 드골라스의 옆에 있던 대원 한 명의 상반신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그 정체는 수십 개에 달하는 짐승의 머리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거대한 팔.
“……!”
그 기괴한 몰골에 드골라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순간.
쫘아아아아악!
팔에 얽혀 있던 악수의 머리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주변에 있던 대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재빠르게 정령들을 추가로 소환해 내 방어를 했음에도 그것마저 단숨에 뚫고 대원들의 심장과 머리를 박살 내는 악수들의 머리.
“네 말대로 좀 싱겁긴 하네.”
곧이어 걷히는 흙먼지 속에서 변형된 오른팔을 앞으로 내민 채 리우시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수많은 공격을 직격당했음에도 그저 옷만 찢어졌을 뿐 상처 하나 없는 그녀의 몸.
그런 리우시나의 눈은 자신이 만들어낸 지옥도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던 것일까.
쩌억!
이어서 리우시나의 전신에서 수십 개에 달하는 붉은 눈들이 뜨이더니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석화의 마안(魔眼).
“끄으으…… 우, 움직일 수가…… 아아악!”
그렇게 몸이 묶인 채로 쏟아지는 짐승의 머리와 핏빛 촉수들에 의해 속절없이 온몸이 찢겨나가는 대원들.
“이, 이게 어떻게…….”
그 모습을 드골라스는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령 군단 이그라시아.
제국 최강이라 불리는 정령사들이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찢어발겨지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이대로 가다간 전멸한다.’
아니, 이미 전멸에 다다른 상황.
화아아악!
더 이상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드골라스의 전신에서 지금까지와는 한 차원 다른 힘이 터져 나오며 단숨에 속박을 풀어내었다.
그와 함께 그의 주변으로 한가득 내려앉는 폭풍.
아직 그의 수준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한 번 사용하면 몇 달간은 요양해야 하는 최상급 정령의 힘이었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 한 번에 끝낸다!’
실피드의 폭풍창.
투콰아아아아앙!
필사적인 것을 넘어서 간절함까지 느껴지는 드골라스의 폭풍창이 가로막는 수십 개의 짐승의 머리를 모조리 박살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것을 뚫어낸 폭풍창이 아무런 저항 없이 리우시나의 상체를 날려 버리고는 뒤쪽으로 길게 직선을 그리며 사라졌다.
———-!
뒤늦게 그런 폭풍창이 지나간 자리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변의 대기가 요동친다.
그야말로 최상급 정령의 힘을 빌린 공격다운 무지막지한 일격.
“죽은…… 건가?”
그렇게 상반신이 완전히 사라진 리우시나를 바라보며 드골라스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그의 눈에 깃드는 안도.
세상에 상반신 전체가 사라지고도 살아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하, 하하하…….”
곧이어 드골라스가 이미 전멸한 6번대를 바라보며 허무한 웃음과 함께 제자리에 주저앉는 순간이었다.
“벌써 한 명밖에 안 남다니.”
뒤쪽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
“……!”
그에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다급하게 고개를 돌린 드골라스의 눈에.
“너무 아쉬운데.”
우드드드득!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상반신을 재생하는 리우시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 아아…….”
그와 함께 절망으로 물드는 드골라스의 눈.
그런 그를 향해 마침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리우시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저벅, 저벅.
리우시나는.
자신의 먹잇감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물드는 순간을 좋아했다.
가지고 있던 희망과 안도가 처음부터 거짓된 것이라는 걸 안 먹잇감의 눈이 절망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볼 때의 희열과 느껴지는 충만한 생명의 힘이란!
그래서 이런 짓을 멈추지 못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럼 잘 먹을게.”
마침내 바로 드골라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리우시나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는 순간.
으적!
그녀의 몸에서 자라난 악수의 머리가 요정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 * *
시온이 플로시마르 연대기 속 세계로 들어온 뒤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커피였다.
원래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직 이곳에만 존재하는 음료.
시온은 그중에서도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블랙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즐겼다.
“…….”
그런 시온의 즐거움을 파악이라도 한 것일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영겁의 그림자’의 수장, 티에리는 시온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서재를 메우는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덜컥!
서재의 문이 열리며 리우시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새 노예가 한 명 더 늘었네?”
먼저 앉아 있는 티에리를 보며 슬쩍 웃은 리우시나가 서재에 있는 의자 중 하나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았다.
‘저 여인이 그…….’
이미 시온에게 어느 정도 언질을 들었기에 눈을 빛내며 리우시나를 바라보는 티에리.
“일은?”
그때, 찻잔을 내려놓은 시온이 리우시나를 향해 물었다.
“전부 죽였어. 뒤처리까지 시킨 대로 했고. 그런데 주인…… 그게 의미가 있는 거야?”
숫자가 적어 아쉽다는 듯 입맛을 한 번 다시며 대답한 리우시나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온에게 되물었다.
시온이 그녀에게 시킨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그녀가 지닌 힘을 그대로 드러내어 그곳에 있는 디에나 아그네스의 전력을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일 것.
두 번째, 그 뒤로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소환 술식을 비롯한 마법의 흔적을 현장에 몇 가지 남길 것.
솔직히 리우시나는 그 흔적을 남기면서도 과연 적이 이런 것에 속아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그녀 자신이 한 짓이라는 것을 있는 대로 드러내놓고 그 밑에 잿가루 몇 개를 숨겨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디에나 아그네스는 의심이 많아.”
하지만 시온은 오 황녀가 걸려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항상 그 밑에 숨겨진 무언가를 파악하려고 하지.”
그래서 더 함정에 빠뜨리기 쉬웠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직 그 자신만을 믿으며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까.
시온은 디에나가 자신이 숨겨놓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주 교묘해서 디에나 그녀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로 발견되지 않도록 감추어진 흔적.
그걸 발견하는 순간, 디에나는 그 흔적에 집착하기 시작할 테고 그때부터 드러난 99퍼센트의 진실보다 숨어 있는 1퍼센트의 거짓에 집중하게 되리라.
“그 흔적은 삼 황자 쪽과 연결된 것이겠지요?”
그런 시온의 생각을 알아챈 듯 티에리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한 번 기울이는 시온.
삼 황자 에녹 아그네스와 오 황녀 디에나 아그네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니 삼 황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디에나의 이성을 조금 더 흐리게 할 수 있으리라.
거기에 시온이 노리는 것은 한 가지 더 존재했다.
‘훗날 삼 황자를 제거할 때 쓸모가 있을 거야.’
현재 시온 자신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황족은 삼 황자 에녹이었다.
전부터 계속해서 암살자들을 보내왔으며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후계식마저 조작한 시온 아그네스의 형제.
그렇기에 시온은 제일 먼저 에녹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고 거기에 디에나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훗날 오 황녀를 움직일 때 오늘의 일은 시발점 중 하나가 되리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시온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후, 근처에 시립해 있는 프레도를 향해 물었다.
“이 커피를 탄 사람이 누구지?”
“예? 이번에 새롭게 침성궁에 배정된 하인 중 한 명입니다만, 호, 혹시 독이라도……!”
그에 노기사가 무슨 일이냐는 듯 일어서며 시온을 바라보았다.
“맛이 별로 없어.”
“…….”
그에 잠시 침묵하던 프레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곧바로 다시 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프레도의 말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생각했다시피 커피는 시온이 이곳에 온 뒤로 유일한 낙이나 다름없었고 그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새롭게 배정된 하인이라…… 다시 눈들을 집어넣은 건가?’
그렇게 서재를 빠져나가는 프레도의 뒷모습을 보며 시온은 생각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위쪽에서 배정시킨 하인들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러한 눈들이 들어온다는 것은 다른 황족들 또한 시온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
그 사실이 시온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최근에 침성궁에 들어온 시종들 위주로 배후를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시온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옆에서 티에리가 입을 열었다.
그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시온.
‘사실 누구든 상관없지만.’
그 존재가 누구든,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었다.
그저 앞을 가로막으면 박살 내고 원하는 것을 취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온은 들고 있던 커피의 찻잔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