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60)
460화. 반장 선거
-연두부콘
가제를 적고 나니 심상은 바로 떠올랐다.
연두부.
일반 두부에 비해 말랑말랑하면서 푸딩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연두부.
‘.. 귀여워.’
상상만 해도 귀여웠다.
물론 연두부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자체로도 괜찮긴 하지만, 연두튜브를 통해 생성된 연두부가 있기에 더 좋은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떠다닌다.
아기자기한 모양과 연두부콘에 관한 갖가지 공상이.
핑그르르.
언제나 그렇듯 펜을 돌렸다.
머릿속 이미지가 흔들리기 전에 종이 위에 옮겨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기초 틀을 확립하는 일이었다.
‘선택지는 두 개.’
직사각형과 정사각형 중에 하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종이 위에 세로선 두 개와 비교적 긴 가로선 두 개를 그었다.
위아래로 긴 직사각형이었다.
‘용이해.’
내가 그리려는 건 실사 연두부가 아니다.
연두부를 캐릭터화하는 거지.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정사각형보다 직사각형이 훨씬 용이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슥. 슥.
이후 테두리를 그어서 직육면체 형식으로 입체성을 부여한다.
놀랍지만 이걸로 절반은 온 셈이다.
한 십초 걸렸나?
애당초 연두부의 이미지가 단순한 만큼, 이모티콘 형식으로 바꾸는 것도 세상 간단했다.
‘사실 다 그렇지.’
대부분의 이모티콘이 그랬다.
얼마나 잘 그리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만약 그게 가장 중요했다면, 엘리트들이 이모티콘 업계를 평정하고 있었겠지.
실상은 다르다.
유명 이모티콘을 제작한 작가 중에서는 비전공자, 학생, 심지어 가정주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굳이 따지면 연두티콘은 꽤나 복잡했던 편이다.
다른 이모티콘에 비해.
오히려 세상 복잡하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실제 연두를 이모티콘 형식으로 간단하게 그리는 데 애를 먹었지.
많은 걸 생략하고 특징만을 살려야 했으니까.
‘이번엔 아니야.’
연두부콘은 그럴 필요 없었다.
그냥 그리면 된다.
이런저런 생각없이, 떠오르는 대로.
사각. 사각.
동그라미 두 개로 눈 완성.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
눈 아래에는 코인지 입인지 알 수 없는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준다.
그게 왜 포인트냐고?
이모티콘계의 스테디셀러인 라이온을 생각해 보라.
‘누가 봐도 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갈기가 없는 사자라는 반전이 숨어있지 않은가.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코인지 입인지 알 수 없도록 해서 혼동을 주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코냐고, 입이냐고?
‘몰라.’
나도 모른다. 정하고 그린 게 아니거든.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제대로 속이려면 나 자신부터 속여야 한다고.
그림을 그린 내가 코인지 입인지 모르는데 그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
…… 헛소리가 길어지는 거 같으니 이쯤 하고.
사실 코와 입을 둘 다 그려주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그 편이 더 귀여울 거 같아서였다.
호흡기관이 하나인 만큼 연두부가 숨을 쉬는 게 조금 힘들어질 거 같긴 하지만.
‘.. 미안해, 연두부.’
그래도 귀여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너희는 귀여워야 해!
대신 연두성분을 잔뜩 제공하는 걸로 나 혼자 합의를 봤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쏙. 쏙.
뾰족한 모양으로 팔다리를 만들어줬다.
놀랍지만 끝이다.
여기서 컨셉에 따라 가감이 되긴 하겠지만, 내가 생각한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는 완성이었다.
펜을 내려놓고 종이를 들고 바라봤다.
‘.. 이럴 줄 알았어.’
장난 아니게 귀엽다.
머릿속에 그리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세상 순수해보이는 연두부의 이미지.
‘연두도 그릴 수 있겠는데.’
아니, 이 정도로 간단하면 시은이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 너무 시은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었나?
아무튼간에 연두부콘의 기본 틀은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에 무언가를 추가한다면 뭐가 좋을까.
연두부콘의 시그니처가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연두부콘을 빤히 들여다보니 아래쪽이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든다.
코인지 입인지 모를 동그라미 밑부분 말이다.
‘의도한 거긴 하지만.’
일부러 위로 쏠리게 그려 가분수 느낌을 낸 거긴 했다.
느낌은 잘 들어맞았다.
그래도 빈 공간이 생각보다 더 넓게 느껴지긴 한다.
뭐가 있을까.
이 공간을 살짝궁 채워줄 만한 녀석.
“.. 아!”
아이디어가 떠오른 나는 곧바로 펜을 들었다.
스르륵.
나비 모양의 리본.
중요한 건 색깔이 연두색이라는 거다.
연두와 관련된 걸 넣고 싶긴 했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온통 연두색으로 칠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하하.”
그리고 나니 더 확신이 들었다.
연두색 리본은 연두부콘의 시그니처 포인트로서 딱이었다.
쉬운 일이었다.
여기서 양식에 따라 여러 버전의 연두부콘을 만드는 건.
갖가지 감정에 따라 가지치기를 하듯이 그려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 좋아.’
뜻밖에 떠오른 아이디어.
이제 시작할 차례였다.
간단하지만 임팩트 넘치는 대형 프로젝트, 연두부콘 제작을.
***
“흐아…”
담임선생님 김수희한테 배운 걸까.
그녀가 연두를 보며 내던 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지금 연두가 내고 있다.
다름아닌 내 노트를 보고.
하루동안 그려본 연두부콘.
많이 그린 건 아니다.
그냥 떠오르는 걸 몇 가지 낙서하듯 끄적여 봤다.
기본 연두부콘, 웃는 연두부콘, 놀란 연두부콘 등등.
그 외에도 떠오르는 건 많았다.
연두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접콘부터 시작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아깝단 말이지.’
그걸 벌써 그려서 보여주기는 아까웠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드러낸 연두부콘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연두는 녹아내리고 있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귀, 귀여워…”
진짜 귀여워 죽으려 그런다.
눈에 하트가 보이는 듯한 착시효과가 들 정도니 말 다 했지.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연두부콘이야, 연두야.”
“.. 연두부콘?”
“응. 전에 만든 연두티콘에 이어서 아빠가 그릴 두 번째 이모티콘. 연두부콘.”
“우아……”
한차례 감탄사를 내뱉더니 연두는 외쳤다.
“아!”
그리고선 어딘가로 와다다 달려갔다.
방으로 가는 건가?
참고로 아까부터 연두의 반응은 쭉 카메라 속에 담고 있었다.
이미 시작했거든.
나중에 연두튜브에 공개할 좌충우돌 연두부콘 제작기는.
‘그 1탄이라 볼 수 있지.’
카메라를 들고서 나는 부리나케 연두를 쫓아갔다.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고.
역시 연두가 달려들어간 곳은 방이었다.
방 안에 들어가니 연두가 피아노 앞에 서서 환하게 웃음짓고 있다.
“.. 연두야?”
의문형의 내 말에 연두는 말했다.
“.. 아빠!”
“응.”
“태불릿 주세요!”
흥.
그렇게 사랑스럽게 웃으면서 달라고 하면 내가 순순히 건네줄 줄 알고?
…… 는 개뿔.
“여, 여기.”
어느새 태블릿을 든 내 손은 연두를 향하고 있었다.
조공을 바치는 듯한 모습이 다소 수치스러울 정도였다.
이렇게 쉬운 남자였냐, 이주원.
휙. 휙.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딸한테만큼은 쉬워도 되지.
아무렴 어때.
그렇게 자기위안을 하는 사이, 연두는 피아노에 앉아 건네받은 태블릿을 앞에 펼쳤다.
마치 악보를 펼쳐놓듯이.
“흐헤..”
또다시 태블릿을 보고 넋을 놓더니,
“아!”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건반 위에 손을 올린다.
저런 것도 선생님같네.
좋은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보는 입장에서 웃음이 번지긴 한다.
그럼 좋은 거겠지, 뭐.
그나저나 진짜 연두는 뭘 하려는 걸까.
다짜고짜 방으로 달려오더니 내 태블릿을 강탈(?)하고 악보처럼 펼쳐놓은 뒤 연주 자세를 잡다니.
도통 알 수 없는 행동 투성이였다.
물어볼 생각도 못하고 나는 그저 바라보며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뚠.
예고 없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뚠. 뚜둔. 뚠.
연주가 시작됐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연두의 피아노 실력은 엄청나게 향상된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이은경의 강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까.
아직 콩쿠르에서 연주를 선보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연두튜브에서도 마찬가지고.’
일부러 연주 영상을 꽤나 긴 시간동안 연두튜브에 올리지 않았다.
찍은 영상은 넘쳐나는데도.
그런 탓에 이런 댓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연두 피아노 접었나요..
┖진짜 ㅠㅠ 백만년동안 안 올라오는 거 같아.
┖연두야, 언니는 연두 꿈을 응원해. 응원하지만.. 흑흑. 흐아앙!
┖포기 못해! 연두랑 피아노 조합은 포기 못 한다고!!
┖잘 못 쳐도 상관없으니 피아노 치는 연두만 올려주세요.. 떴다 떴다 비행기라도, 제발…
나도 올리고 싶었다.
우리 연두의 늘어난 피아노 실력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꾹 참고 있는 이유.
간단했다.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피아니스트로서의 연두의 면모를 연두부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콩쿠르를 통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참을 필요가 있었다.
길지는 않을 터였다.
아무튼 현재 연두의 피아노 실력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취를 거듭한 상태.
따라서 정말 오랜만이었다.
뚠. 뚜둔. 뚠.
이런 뚱땅뚱땅 연주를 하는 연두를 보는 건.
뭘 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습게도 무척 반가웠다.
매번 클래식 연주를 듣다가, 갑자기 여섯살 때로 회귀한 연두의 연주를 들으니.
“흐흐.”
실실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연두부~”
연두의 목소리였다.
뚱땅뚱땅 멜로디에 맞춰서 목소리를 섞기 시작한 연두.
시선은 태블릿 위의 연두부콘을 향하고 있다.
“연두부~ 연두부~ 정말정말 귀여워요~ ♪”
“푸흣.”
터져버린 웃음.
다행히 듣지 못한 듯 연두는 개의치 않고 연주와 노래를 계속했다.
나는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웃음을 참는 데.
뚠. 딴. 뚠. 딴.
“귀여운 아가 연두부~ 멋쟁이 아빠 연두부~ 말랑말랑 하얀색~ 연두부~ ♪”
재미있는 건 생각보다 멜로디와 가사가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었다.
마치 동요처럼.
역시 여러 동요를 섭렵한 연두였다.
얼마간 심취해서 노래를 부르다가 마침내 연주를 멈췄다.
“아빠! 여기여..!”
연주가 끝나니 쿨하게 태블릿을 건네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연두야.”
“네에.”
“방금 연두가 친 곡 제목이 뭐야?”
내 물음에 연두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꼬옥 쥔 주먹을 위로 힘껏 들어올리며.
“연두부쏭..!”
다시 한 번 내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연두의 첫 작사 작곡.
그 곡의 이름은 바로 ‘연두부송’이었다.
***
다음날 등굣길.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연두네 부녀와 시은이네 모녀.
넷이 함께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연두부~ 연두부~ 연두부 좋아~ ♪”
걸어가며 연두는 입 밖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제 만든 연두부송이었다.
계속 부르다 보니 이제는 입에 익어서 그런지 자꾸만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런 연두를 보며 시은이가 물었다.
“연두야. 뭐 부르는 거야?”
시은이의 물음에 연두는 대답했다.
“연두부송!”
고개를 갸웃하며 시은이는 재차 물었다.
“연두부송?”
“으응!”
“그게 뭐야?”
그 물음에는 옆에 있던 아저씨가 대답을 대신했다.
“어제 연두가 작곡한 곡이야.”
“.. 연두가요?”
“응. 아저씨가 귀여운 연두부를 그렸는데 연두가 그걸 보고 노래를 만들었거든.”
그 순간 시은이가 든 생각은 하나였다.
…… 보고 싶어.
아저씨가 그린 귀여운 연두부, 엄청나게 보고 싶었다.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런 시은이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연두가 말했다.
“그릴 수 있어!”
“응?”
“연두부! 연두도 그릴 수 있어..!”
“진짜?”
“응, 진짜! 그리고 시으니도 그릴 수 있어!”
깜짝 놀란 시은이가 되물었다.
“나, 나도?”
“으응! 연두가 알려줄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시은이는 자기객관화가 확실한 편이었다.
자신의 그림실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그릴 수 있다니..’
그림을 못 그리긴 하지만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속에 설레는 기분이 일었다.
귀여운 연두부를 그릴 생각에.
“대신.. 배워야 해!”
“.. 응?”
“연두한테 연두부송 배워야 해! 그럼 연두부 그리는 거 알려줄께! 헤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연두가 무언가에 조건을 거는 건.
그만큼 연두는 연두부송에 진심이었다.
“어떻게 부르는 건데?”
“짱 쉬워!”
생긋 웃으며 연두는 리듬을 타듯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연두부~ 연두부~ 연두부~”
딱히 외울 가사도 없었다.
시은이를 향해 연두는 말했다.
“같이 부르자, 시으나.”
“.. 지금?”
“응! 시으니는 단비음악대 보컬리스트니까..!”
화악.
붉어지는 시은이의 볼.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는 단비음악대의 기억이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시은이는 살며시 목소리를 얹었다.
“연두부~ 연두부~ 연두부~ ♪”
귀를 간질이는 화음.
두 아이 몰래 이주원과 신세연은 웃음지었다.
***
어느새 도착한 학교.
손을 흔들며 아빠랑 작별하고 연두는 시은이와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안녕, 연두야! 시, 시은이도 안녕..”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
이제 조금은 거리감이 줄어든 상태였다.
시은이에 대한 오해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때였다.
“왔나?”
친근한 인사.
언젠가부터 연시레에게 친근하게 인사하는 사투리를 쓰는 여자아이였다.
사투리가 뭔지 모르는 연두는 그저 혼란스러울 따름이었지만.
얼떨결에 건넨 대답.
“으응! 왔다!”
“풋. 그래.”
“…?”
대답을 듣고 쿨하게 돌아서는 아이.
연두는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로 말을 받았다는 건.
세상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로 걸어가니 이미 짝꿍인 하연이가 와 있었다.
옆에는 레나가 앉아있고.
“.. 연두야! 시은아!”
세상 반갑게 맞이하는 하연이.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앉은 와중에 연두가 말했다.
“아! 시으나!”
“응?”
“알려줄께! 귀여운 연두부 그리기!”
시은이뿐만 아니라 레나와 하연이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반응했다.
“귀여운 연두부?”
“응.”
시은이가 말했다.
“곧 선생님 오실 텐데..”
“괜찮아! 귀여운 연두부는 엄청 빨리 그릴 수 있어..!”
“진짜?”
“응, 진짜!”
재빨리 종이를 책상 위에 펼치고서 연두는 연필을 들었다.
귀여운 연두부.
어제 그리는 법을 완전히 숙지한 상태였다.
“네모를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연두는 거침없이 손을 움직였다.
전부 그리는 데는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벌어지는 시은이의 입.
“진짜.. 진짜 귀엽다……”
기본형 연두부콘도 시은이의 심장을 간지럽히는 데에는 충분했다.
물론 시은이뿐만이 아니었다.
레나와 하연이는 물론이고, 어느샌가 지켜보던 뒷자리 친구들도 한 마디씩 뱉었다.
“우와!”
“연두 그림 완전 잘 그린다……”
“짱 귀여워.. 이게 뭐야, 연두야?”
친구들의 격한 반응에 배시시 웃으며 연두는 대답했다.
“연두부! 귀여운 연두부야..!”
말하고 나니 뭔가 쑥스러웠다.
연두부 속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걸 뒤늦게 눈치채서였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연두는 연필을 시은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시은이도 그려봐..!”
연필을 받아든 시은이.
그림에는 자신 없지만 이건 그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윽고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모 모양의 몸통, 동그란 눈, 코인지 입인지 모르겠는 자그마한 동그라미, 나비모양 리본, 그리고 뾰족한 팔다리까지.
선이 조금 삐뚤빼뚤하긴 했지만 충분히 귀여운 연두부였다.
“.. 연두야.”
“응!”
“내가 그렸어. 귀여운 연두부.”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는 말했다.
“응! 진짜진짜 귀여워! 시은이가 그린 연두부!”
이어서 연두는 또 흥얼거렸다.
“연두부~ 연두부~ 연두부~ 정말정말 귀여워요~ ♪”
찰떡인 가사였다.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그린 제대로 된 그림.
짜릿한 성취감에 시은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연두야. 그건 무슨 노래야?”
“재밌다. 연두부~ 연두부~”
바로 따라부르는 걸 보니 중독성이 대단하다.
신이 난 연두가 친구들에게 연두부송을 전파하려는 찰나.
스르륵.
교실 문이 열렸다.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선생님이었다.
레나와 시은이는 후다닥 자리로 돌아갔다.
연두의 얼굴에 떠오르는 아쉬운 표정.
‘알려주고 싶었는데..’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연두부송은 언제든 알려줄 수 있었으니까.
그 사이 들려왔다.
“자, 주목할까요?”
“네, 선생님!”
“다들 선생님 말에 집중해주세요. 오늘 우리 반에서 무척 중요한 걸 정할 거예요.”
아이들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무척 중요한 게 뭘까.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을 기다렸다.
연두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귀에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오늘.. 우리 1학년 5반의 회장과 부회장을 뽑을 거예요.”
“…!”
그렇다.
학교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 중 하나.
다름 아닌 반장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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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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