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97)
화. 시골행
꿀 같은 휴가가 시작됐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건 품 안에 쏙 들어와 있는 연두의 감촉이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살짝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눈을 뜨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좀 더 자게 해 줘야지.’
사실 내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는 건 안 비밀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한동안 그렇게 누워있다가 연두가 깨지 않도록 슬쩍 몸을 돌린 나는 손을 뻗었다.
옆에 놓아둔 핸드폰을 향해.
-연두튜브
잊지 않은 상태였다.
어제 연두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잔 건.
[연두의 첫 유치 빼기!(feat. 마법의 실!?)]연두성분을 듬뿍 충전했으니 이제 연두부성분을 채울 시간이다.
영상을 클릭했다.
화면을 쭉 아래로 내리니 떠오르는 댓글창.
-와.. 진짜 감격스럽다…
┖우리 연두가 유치를 빼다니 ㅠㅠㅠㅠ 흑흑, 연두야. 언니는 정말 대견해… ♥
┖유치원 졸업한 게 엊그제같은데 유치라니…
┖되지도 않는 드립은 자제하자.
┖왜 재밌는데 ㅋㅋㅋ
┖유치하다, 진짜.
┖제목만 봤는데 왜 내가 다 뿌듯하고 그러냐.
┖아직 내 눈에는 열차 안에서 계란 먹으면서 리얼 꿀마시 하던 연두 그대로인데 새삼 우리 연두가 많이 컸다는 게 느껴지네.
┖모든 연두부가 그럴 듯 ㅋㅋㅋㅋㅋ
┖15살 연두부인데 이게 아빠의 심정이라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감상과 비슷하다.
처음 앞니가 흔들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들었던 기분이니까.
뿌듯함을 비롯한 복합적인 감정.
아무래도 그 감정을 연두부도 똑같이 느낀 거 같았다.
‘좋은 거지.’
복합적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줄곧 내가 바랐던 건 연두가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무럭무럭 잘 성장했으면 하는 거였다.
그리고 연두는 그 바람대로 쑥쑥 크고 있었다.
그게 대견하고, 뿌듯하고, 아빠로서 고마웠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법의 실.
┖이게 여기서 나오네.
┖이윤결한테 빌려왔다니까 왜 신용도가 올라가냐고 ㅋㅋ 아는형아 나와서 약만 팔다 갔는데.
┖그 약을 너무 잘 팔아서 마법사인 거임 ㄷㄷ
┖가만 보면 초록님도 진짜 임기응변에 능한 듯.
┖연두 너무 귀여워 ㅠㅠ 마법의 실한테 잘 부탁한다는 거 봐…
┖진짜 순수함에 녹아내린다.
-어떻게 앞니가 빠져도 이렇게 예쁘냐.
┖진지하게 더 귀여워졌음 ㅋㅋ 더 귀여워질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웃는 거 봐, 진짜 미쳐…
┖초록님 지렸다.. 연두 겁먹어서 울까 봐 보면서 계속 조마조마했는데.
┖진짜 하나도 안 아프게 빼 버리네.
┖근데 초록님 본인도 놀랐다는 게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늦게 나 줘, 영구치야…
┖괜찮음 ㅋㅋㅋ
┖아직 하나 남았다…
┖신에게는 아직 빼야 할 하나의 앞니가 남아있습니다…
┖메들리 뭐냐고 ㅋㅋㅋㅋㅋ
┖나도 귀여워지고 싶은데 앞니 뺄까.
┖ㄴㄴ 진짜 그러지 마셈. 진심으로 열받을 거 같으니까.
┖…
웃음이 새어나왔다.
오늘도 평화롭고 주접이 넘치는 연두부의 댓글이었다.
어쩌다 보니 연두성분과 연두부성분을 동시에 풀충전하며 아침을 시작해버렸네.
그때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귀에 들어온다.
“아빠아..”
고개를 돌리니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연두가 보인다.
벌어진 틈새로 보이는 입 안.
어제는 부끄럽다며 그렇게나 입 안을 사수하더니 아직 잠이 덜 깨서인지 자각이 없다.
애써 웃음을 참으며 얘기했다.
“응, 연두야.”
“몇 시에여..?”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일곱시 삼십분.
아침을 먹고 안정적으로 등교하려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세상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몸을 일으킨 연두가 힘껏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한다.
“하암…”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멈칫한 연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입을 다문 채로 오물거리는가 싶더니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나를 바라본다.
“안 가려도 돼, 연두야. 귀엽기만 한데.”
그렇게 말하자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연두.
아무래도 당분간은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될 거 같았다.
***
학교에 도착한 연두.
앞니를 뺀 이후에 하는 첫 등교였다.
“어! 안녕, 연두야!”
“연두야!”
언니오빠들의 인사.
앞니를 의식하고 있는 탓에 연두는 꾸벅 인사하고 복도를 따라 달려갔다.
반에 도착하자 인사해 오는 건 하연이였다.
“왔어, 연두야?”
“.. 으응.”
손을 흔들며 자리에 앉는 연두.
이어서 속속들이 아이들이 도착하고 연두는 자리에 앉아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연두야!”
가장 먼저 이상함을 눈치챈 건 레나였다.
연두 자리로 가서 신나게 떠들던 레나는 연두를 빤히 보더니 이야기한다.
“무슨 일 있서, 연두야?”
어린이집 때부터 시작된 인연이다.
콩쿠르 때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춘 환상의 파트너이기도 하고.
따라서 알 수 있었다.
평소 연두의 모습과 어딘가 다르다는 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연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니 레나가 말한다.
“그럼? 어디 아파?”
동시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댄다.
맞닿는 이마.
몇 초간 이마를 대고 있던 레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열은 안 나는데…”
이마를 온도계처럼 활용하는 레나였다.
그런 레나의 혼잣말에 연두는 살짝 입을 벌리며 얘기했다.
“괜차나!”
“응?”
“아무 일 업서.. 걱정하지 마, 레나야..”
레나는 생각했다.
연두 발음이 갑자기 조금 재미있어진 거 같다고.
그 발음이 평소 자신이 구사하는 발음과 비슷하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다음에 도착한 건 시은이였다.
“안녕, 연두야.”
“응, 시으나.”
“…?”
시은이는 더 빨랐다.
짤막하게 한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변화를 눈치챘으니까.
바로 물어보려는 참이었다.
스르륵!
다소
교실 문이 열리더니 모습을 드러낸 건 5반 아이가 아니었다.
1반의 민우였다.
“암호를 대라!”
어김없이 막아서는 석호와 재호.
민우가 소리친다.
“연시은을 보러 왔다!”
“들어와라!”
그렇게 민우가 위풍당당하게 입장한다.
의문이었다.
왜 바로 들여보내 줄 거면서 항상 암호를 대라는 건지.
“내가 왔다, 연시은!”
시은이가 날카롭게 눈매를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 연시은?”
“자, 작가님. 연시은 작가님이라고.”
“그래, 편집자님.”
둘은 여전히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반존대를 구사하며.
기본적으로 경어를 쓰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한 존중의 의미를 드러내는 호칭이었다.
민우가 시은이 앞자리에 앉으며 얘기했다.
“작가님 글은 다 읽어봤다!”
어제 하교하기 전에 원고를 민우에게 전달한 시은이였다.
눈을 반짝이며 시은이가 물었다.
“어땠어?”
“꽤 재밌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선……”
시작된 민우의 피드백.
덕분에 잠시나마 잊힌 연두였다.
이번에도 민우의 피드백은 디테일했고, 시은이는 메모까지 해 가며 귀 기울여 들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고마워, 편집자님.”
교정 및 피드백의 명목으로 시은이가 사 주는 짜떡.
허나 그게 이유는 아니었다.
서로가 그 관계를 지속하길 원하기 때문이었다.
시은이뿐 아니라 민우도 지금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했다.
간단한 이유였다.
“흐흐.”
인정욕구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이긴 하지만 어린이집 때부터 민우와 시은이는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서로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성격과 성향 차이로 인해서 부딪히는 일이 많았을 뿐.
그런 시은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더 오버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시은이는 일침을 꽂곤 했다.
따라서 처음이었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생긴 건.
민우와 시은이 둘 다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에 한해서는 깊은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어떤 얘기를 해도 유치하다며 일침을 듣지 않아도 됐다.
포클레인을 등장시켜 달라는 이야기만 안 하면.
“언제든지 또 써서 가져와, 작가님!”
“응.”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두.
그때였다.
민우의 레이더망에 연두가 들어온 건.
“어! 서연두!”
깜짝 놀란 연두가 대답했다.
“으, 응!”
“거기 앉아서 뭐 해?”
흔들리는 연두의 눈동자.
성큼성큼 다가간 민우는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연두를 바라봤다.
“흐음…”
그러고선 고개를 갸웃거린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민우 역시 단비어린이집 동창이라는 사실이었다.
5반만 아닐 뿐이지.
같이 보낸 시간만 3년이었다.
“이상한데……”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리는 민우.
하지만 페이크였다.
“우왁!”
냅다 다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 꺅!”
비명과 함께 자연스레 벌어진 연두의 입.
뒤늦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민우의 고함 때문에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고 있던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만천하에 공개됐다.
연두의 앞니가 빠졌다는 사실이.
***
“.. 그래서?”
흥미진진한 순간이다.
지금 나는 연두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전해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하이라이트였다.
필사적으로 다물고 있던 입이 민우로 인해 크게 벌어졌다는 이야기, 그 직후에 대해 말하려는 참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러케 입을 가렸는데…”
“가렸는데?”
“친구들이 다 봤서요.”
연두는 여전히 새는 발음으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엄청 웃을 줄 알았는데……”
연두는 앞니가 빠진 자신의 모습에 친구들이 엄청 웃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와, 너 이빨 빠졌어?’
그게 민우가 보인 반응이었다.
주위 친구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고 하고.
아직 이를 빼지 않아서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반응, 그리고 이가 빠지기 시작한 아이들이 축하해주는 반응.
그런 반응에 힘입어 연두는 얘기했다고 한다.
마법의 실로 이를 뺐다는 사실까지.
“친구들이 엄청 놀라써여. 하나도 안 아프게 마법의 실로 뺐다고 하니까.. 하나도 안 우렀다고 하니까..”
“하하, 그랬어?”
“네에.”
“그러니까 아빠가 말했잖아. 이 빠진 연두도 하나도 안 웃기고 엄청 귀엽다고.”
“그래도…”
아직은 수줍은 모양이다.
지금도 시원시원하게 입을 벌리고 얘기하지는 않는 걸 보면.
그래도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이를 뺀 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히 느끼지 않았을까.
‘그럼 시간문제지.’
곧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게 될 거다.
그 시기도 감이 왔다.
한참 더 얘기를 듣다가 나는 연두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연두야.”
“.. 으응?”
“주말에 할머니 집에 갈 거야.”
어젯밤 세운 휴가계획.
여러 계획이 있지만 역시 일순위를 꼽자면 할머니를 찾아뵙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뵌 지 꽤나 시간이 흘렀으니까.
“우아…”
밝아지는 표정.
그리고 주말은 금세 찾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연두와 함께 집을 나섰다.
“잠은 잘 잤지, 연두야?”
“네!”
생기 넘치는 목소리.
시골에 내려갈 생각에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시골길을 함께할 일행이 있다는 점이었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시은이와 레나, 그리고 유리가 함께 가게 됐다.
왜 함께 가게 됐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선동이의 비밀장소를 포함해 연두가 여러번 시골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그게 도화선이 돼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원래 유리는 함께 가는 게 아니긴 했지만.
‘전화가 걸려왔지.’
콩쿠르 일정이 끝났다는 말을 들었고, 시은이와 레나가 가는 마당에 기왕이면 다함께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도 엄연히 단비음악대 멤버니까.
그러나 운전하는 입장에서 네 명의 아이를 케어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웠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처하기도 힘들고.
‘보호자가 필요했지.’
마땅한 사람이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자 떠올랐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해 줄 사람이.
게다가 명분도 충분한 한 사람.
“오셨어요?”
“.. 그래. 오랜만이네.”
다소 멋쩍게 인사를 받는 한 남자.
외삼촌 김윤호였다.
“진짜 가고 싶었는데! 연두네 시골..”
“그럼 너희 할머니 집에서 자는 거야, 연두야?”
“응!”
“재밌겠다..”
벌써부터 신이 난 아이들과 한 발 빠져서 팔짱을 끼고 있는 유리까지.
입가에 번지는 웃음.
이번 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