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32
제233화
「음?」
무기의 고개가 살짝 아래로 향한다.
이마쯤에 누워서 새싹이를 어루만지던 나도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사람들이 나와 있다.」
“사람들이?”
고개를 더 아래로 돌린다.
무기의 말마따나 사람들이 베이스캠프의 광장에 모여 있었다.
한 달 전에 만난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진지우마저 있었는데, 그는 그날 밤처럼 둘둘 말린 이불을 지팡이처럼 짚고 서 있었다.
이불은 시간을 건너뛰고 지금으로 넘어온 듯 한 달 전과 똑같이 더러웠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사막 녹지화 작업이 전부 끝난 걸 축하하기 위해서 나온 듯하다.
영상을 통해 내가 솔라빔을 쏴대는 모습을 지켜봤으니 방금 막 다 끝냈다는 것도 알았을 테지.
“저쪽에 내려줄래?”
「알았다.」
무기는 곧바로 광장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방향을 바꾸는 동시에 몸의 크기도 줄였다.
함께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아직 무기가 커다란 상태일 때 겁을 먹었다.
아마 본능에 각인된 생존 의지 탓이리라.
천적을 보면 도망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얼굴로 바라보는 진 씨 남매 쪽이 이상한 거다.
타악….
무기와 함께 땅으로 내려오자 진호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걸어오는 동안 그녀는 슬쩍 내 오른손을 바라봤다.
일순 ‘또 게임이냐.’라고 중얼거리는 듯한 표정이 비쳤다.
말 그대로 일순으로 그녀는 금세 미소를 짓는 얼굴이 되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녀가 모인 사람들의 대표인 모양이다.
나이나 현장 책임을 따졌을 때 대표를 맡는 건 장첸 소장이나 송욱진이어야 했는데도, 그녀가 앞으로 나서는데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
불만스러운 낯빛도 없다.
그저 한 헌터의 제자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만큼 중국 내에서 리롄제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거겠지.
내 앞에 선 진호우가 상체를 90도로 숙였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녀의 인사에 이어 다른 이들도 상체를 숙이며 인사들을 전해왔다.
그들은 어설픈 한국어로,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따위의 말들은 전해왔다.
그들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새싹이가 부탁했기 때문에 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하지만… 고마움을 직접 듣게 되니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마음이 뿌듯한걸.
[세계수 어린나무도 관리인처럼 흐뭇함을 느낍니다.]그러게 말이야.
새싹이 네 말 듣고 첫 A+급 퀘스트로 이번 일을 맡길 잘한 것 같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다른 사막도 초원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지 제안합니다.]그건 생각 좀 해보자.
3개월 동안 사막에 있었는걸.
더 사막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아.
집에도 가고 싶고.
새싹이와 대화하고 있는데,
“도운 님.”
장첸 소장이 날 부르며 걸어 나왔다.
애초에 준비했던 흐름인 듯 진호우가 뒤쪽으로 물러났다.
곧 내 앞에 다다른 그가 둘둘 말린 커다란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폭이 내 상체만 한 종이를 건네받는 동안 다른 이들은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종이를 펼쳐 확인하길 바라는 듯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강요는 섞이지 않은 순수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 바람에 부응하고자 돌돌 말린 종이를 활짝 펼쳤다.
어라, 이건….
“지도…입니까?”
“네. 고비 사막 지도입니다.”
“헤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듯한 지도엔 초록이 가득했다.
사막의 지도라고는 부를 수 없는 모습으로, 모르는 이가 보면 누구나 초원의 지도라고 말할 터였다.
“이젠 이름이 바뀌게 될 겁니다.”
“이름이요?”
“네. 원래 ‘고비’라는 말의 뜻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입니다.”
“아.”
“하지만 이젠 풀이 잘 자라는 땅으로 바뀌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랬던가….
장첸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솔라빔에 의해 자라난 풀은 태양만 있으면 잘 자라는 데다가 뿌리 자체가 토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했다.
토양이 바뀌면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도 생명력이 넘치는 땅으로 바뀌게 될 테지.
태양만 떠 있으면 꾸준히 영양을 공급할 테니까.
장첸 소장이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기세 좋게 말했다.
“이게 다 도운 님 덕분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이곳은 더는 고비가 아니다.
풀숲이 광활하게 자라난 초원이 되었으니, 당연히 이름도 변경될 터.
이름은 뭐로 지어지려나.
어떤 이름이 될지 궁금한걸?
“정말 감사합니다.”
장첸 소장이 상체를 숙였다.
그러고는 아까처럼 한국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연구원들도 상체를 숙이며 다시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의 어설픈 한국어가 듣기 좋았다.
살짝 쑥스럽기도 해서 지도를 살짝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풀숲으로 가득한 고비 사막의 모습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있으니, 3개월 동안 열심히 일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감개가 무량하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
“…어?”
“왜 그러십니까?”
“여기가 좀….”
장첸 소장이 볼 수 있도록 지도를 돌렸다.
그러고는 지도의 북서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사막큰방울뱀을 사냥했던 던전 구역으로, 그곳은 지도상에서 완전한 풀숲이 아니었다.
“아….”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떻게 된 영문이 아는 듯하다.
“던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토양이 다시 바뀌더군요.”
“다시? 그럼 한 번 더 작업할까요?”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첸 소장을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호한 목소리에 솔라빔을 더 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리란 걸 알아차렸다.
사막이 주 환경인 A+등급의 던전이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태어나듯 사막 또한 계속해서 유지되려고 할 거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다시 사막이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가지치기해서 던전 자체를 정화하면 그만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해줄 의리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네?”
“도운 님께서 만들어주신 초원은 저희가 꼭 지켜나가겠습니다.”
“…….”
그리 말하는 장첸 소장은 각오한 이의 얼굴이라서 믿음직스러웠다.
방금 내게 말한 것처럼 풀숲을 지켜나갈 의지가 충만해 보였다.
솔라빔으로 자라난 풀은 태양 빛만으로도 잘 자랐지만, 그렇다고 물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물을 주면 영양제를 주사한 것처럼 더 잘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빔의 풀이 이길지 던전의 사막화가 이길지.
그걸 결정하는 건 장첸 소장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맡기겠습니다.”
“네. 맡았습니다!”
장첸 소장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에 봤을 땐 의지도 없어 보이고 상대 얕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오늘 보니 이곳에 관련해서는 믿고 맡겨도 될 사람으로 보인다.
이름은 좀 그렇지만.
“자, 그럼…!”
짝!
그가 손뼉을 쳤다.
손뼉을 친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다른 이들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일 얘기는 그만하고!”
“축제를 시작합시다!”
장첸 소장의 말을 받아 송욱진이 소리쳤다.
그들의 부하들인 연구원들과 헌터들도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뒤로 물러나 있던 진호우는 싱긋 웃었고, 진지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불을 죽부인처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흠….”
이 와중에 이성훈은 어딜 간 거야?
***
파티는 소란스러웠다.
녹지화 사업을 끝낸 축하 파티인 동시에 곧 떠날 나를 송별하는 파티는 누구 할 것 없이 먹고 마셨다.
진지우조차 이불을 내려놓고 술을 호리병째로 들고 마셔댔으니….
나도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파티를 즐겼다.
내 앞엔 진 씨 남매가 앉았었는데, 얼마간 있다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러 떠났다.
“도운 님….”
그 빈자리로 장첸 소장이 휘청이며 걸어와 앉았다.
술에 취한 그는 내 손을 붙잡더니 연신 “고맙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별일 아니었다며 위로해주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목덜미 후려쳐서 기절이라도 시켜야 하나.
그때,
“팀장님.”
날 부르는 이성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녀석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이상한 생각하고 계시는 거 아니죠?”
“내가 뭘?”
“방금 표정이요. 그 인간 목덜미를 후려칠 것 같았어요.”
“…….”
“…아니죠?”
“그딴 거 보다.”
“그딴 거라뇨….”
“너 어디 있다가 오는 거야?”
“네?”
이성훈이 맞은편에 앉고는 술을 따랐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척하기는.
“나 돌아오는데 왜 안 나와 있었냐고.”
“뭐야. 내 얼굴 보고 싶었어요?”
“미쳤냐?”
“그러니까요. 팀장님 생각해서 일부러 안 나갔던 건데.”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녀석은 따른 술을 바로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린다.
“농담이에요. 민주 씨랑 통화하고 있었어요.”
“뭐? 이 시간에?”
“이런 시간이 된 줄 몰랐거든요.”
“…….”
“참. 그거 아세요? 민주 씨 집에서는 안경 써요. 둥근 거. 그게 평소 모습이랑 달라서 귀엽다니까요?”
“알았으니까 닥쳐.”
테이블에 놓인 튀김을 집어 녀석에게 던졌다.
이성훈은 마치 원반던지기를 하는 개처럼 튀김을 물었다.
오물오물.
녀석이 주변을 돌아보며 묻는다.
“근데 시작한 지 오래됐어요?”
“아니. 한 30분 좀 넘었나?”
“근데 벌써 이 꼴이에요…?”
이성훈은 당황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게, 이곳에 취한 사람은 장첸 소장뿐만이 아니다.
그의 부하들도 술과 분위기에 취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내 옆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무기에게 다가와 말을 걸거나 안주를 건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술이 그들에게 용기를 샘솟게 해준 듯하다.
조금만 더 빨리 용기를 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럼 무기도 3개월 동안 휴식을 취할 때 막사 안에서만 지내지는 않았을 텐데.
한 연구원이 시뻘게진 얼굴로 무기에게 술을 건넸다.
「음? 이 술 맛있군.」
“是这样吗?”
“那就吃多点吧!”
“等等, 尝尝这个菜!”
「고맙다. 잘 먹으마.」
연구원들이 알딸딸한 얼굴로 맥주잔과 고기볶음이 담긴 그릇을 내민다.
음식을 권하는 듯하다.
무기는 들고 있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그들이 건넨 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한입에 먹어치운다.
「오. 이것도 맛있군.」
“是炒猪肉和茄子一起!”
「돼지고기와 가지라….」
응?
잠깐, 뭔가 이상한데?
방금 연구원들 중국어로 말하지 않았나?
“어라…?”
“왜요?”
“무기야.”
이성훈을 뒤로한 채 무기를 불렀다.
무기는 연구원들이 건네는 음식과 술을 입에 털어 넣고는 날 돌아봤다.
「날 불렀나?」
“너 중국어 할 줄 알아?”
「무슨 소리냐. 내가 이 세계의 언어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어?”
「…설마, 지금까지 몰랐던 건가.」
“몰랐다니, 뭐를?”
「내가 지금까지 통역 마법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걸 말이다.」
“엥? 그랬어?”
「후우….」
무기가 한숨을 내쉰다.
지금까지 무기는 한국말로 말한 게 아니었던 건가.
말할 때마다 입이 열리길래 한국말로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도 참 나다.
알고 지낸 지 3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전혀 몰랐어.”
「…….」
무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의 얼굴과는 형태가 달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기가 날 한심하게 보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대놓고 실망하지 말아 주라….
속으로 중얼거린 것을 듣기라도 했는지 무기는 고개를 돌려 꼬리로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연구원들이 곧바로 맥주를 따랐다.
무슨 주인과 하인들도 아니고….
새싹아?
갑자기 나뭇가지는, 왜…,
설마, 새싹이 너도?
[어린나무는 통역 마법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이라고 전합니다.]비슷한 것…이라면.
다른 나라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거?
그럼 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어?
[어린나무는 관리인이 당연히 알 줄 알았다고 전합니다.]“…….”
하긴 그렇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차원을 넘어온 무기가 한국말을 한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문제니까.
새싹이도 마찬가지고.
아, 그럼 나 이제 다른 나라 언어 배울 필요 없는 거 아니야?
너랑 무기한테 맡기면 되잖아.
[…….]히히.
[…….]이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