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43
제444화
유혜주가 마호의 개조를 담당하기로 하고 다시 나흘이 지났다.
난 또다시 A등급 게이트를 전전했고,
[결실 저장고 – 40% 이상]결실 에너지를 40% 이상 채웠다.
원래는 백운천 녀석들이 영약을 제대로 흡수하도록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마호를 받은 유혜주의 말 때문에 그만뒀다.
마호를 사용하려면 영약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영약 한두 개로는 마호를 사용해봤자 제대로 된 효과를 받지 못할 거라나?
해서, 현재 백운천 녀석들은 영약 복용을 멈추고 달라진 자신의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훈련용 허수아비 대신 태천이에게 공격을 퍼붓는 식으로 말이다.
“도운….”
“응?”
고개를 들어 재이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대장간에서 나온 그녀는 떡 진 머리에 눈 밑이 새카맸다.
누가 봐도 씻지도 않고 며칠 밤을 새운 몰골이었다.
역시 마호의 개조를 유혜주한테 맡기길 잘한 것 같다.
지금도 저 상태인데 마호 개조까지 맡겼다면….
“유혜주 언제 온대?”
나흘 만에 개조를 끝낸 유혜주는 김서준을 통해 연락을 보내왔다.
오늘 밤 마호를 갖다 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도희와 재이, 함재임과 홍수정과 함께 있는 이유였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24분]김서준은 30쯤 도착할 것 같다고 했으니 슬슬 도착할 시간이었다.
“곧 올 거야. 왜?”
“더 늦어지면 큰일이 날 거 같아서….”
“큰일?”
“음….”
재이는 직접 말을 하는 대신 턱짓했다.
턱짓한 곳을 보니, 잔뜩 흥분한 얼굴로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는 홍수정이 보였다.
그녀는 재이와 달리 깔끔했다.
심지어 평소보다 더 예의를 차린 모습이었다.
저 모습은 마치….
“팬이야?”
“팬이랄까…. 잠적하기 전까지 수정이가 영향을 많이 받았어.”
“그렇구나.”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유혜주는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으니 영향을 받을 만도 했다.
재이는 저러다가 숨을 못 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친구를 보면서 말했다.
“그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던 거로 아는데… 대체 어떻게 만나서 개조를 부탁한 거야?”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다, 라….
사실 유혜주는 꾸준하게 활동해왔다.
그저 재이가 들을 수 있는 정보 범위 바깥에서 활동한 탓에 알 수 없었을 뿐.
뒤쪽으로 넘어가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대장간에 있는 재이가 어떻게 알겠는가?
“운이 좋았어. 아는 사람과 함께 있었거든.”
“아, 그랬구-”
“여보세요?”
한재임이 전화를 받는 소리가 재이의 말을 덮었다.
전화를 받은 녀석은 바로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유혜주가 도착한 것이 분명했다.
뚝.
한재임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이성훈 대리 전화야. 유혜주가 방금 막 김서준과 함께 도착했다는군.”
“우오옷!”
홍수정이 괴상한 소리를 우렁차게 질렀다.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은 저러다 변신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재이가 제 친구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대리의 안내를 받은 김서준과 유혜주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백도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서준이에요.”
도희가 나서서 김서준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길드장인 태천이가 직접 나오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을 때, 안내를 끝낸 이 대리는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을 완전히 닫기 직전 이 대리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머쓱하게 웃었다.
저건 이제 완전히 한재임 부하 다 됐군.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동안,
“…….”
유혜주는 나를 내내 쳐다봤다.
내가 아니라 홍수정을 응시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자신 앞에 붙어 있던 ‘천재’라는 별명을 빼앗은 장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유혜주는 숨을 훅훅 내쉬는 홍수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만 주시했다.
도희의 안내를 받으며 김서준과 함께 내 앞에 걸어와 설 때까지 쭉.
괴성까지 질러댔는데 홍수정도 좀 봐주지.
“처음 뵙겠습니다….”
유혜주가 앞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
의문을 덧붙이면서.
“-라고, 해야 할까?”
“그래야겠지? 그때, 그쪽은 꽁무니를 빼고 도망쳐서 결국 못 봤으니까.”
“아하하!”
그 순간, 재이가 몸을 움찔했다.
도망쳤다는 말에 유혜주가 잠적한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내가 유혜주를 붙잡으려고 했었다는 사실까지도.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아.
물론,
“안녕하세요! 저는 홍수정이라고 합니다!”
홍수정은 다른 의미로 놀라지 않았다.
상체를 거의 반으로 접어버린 그녀는 자기 생각에만 온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접었던 허리를 다시 펼치며 대뜸 질문을 던진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선생님…?”
“너무 딱딱한가요? 그럼 언니라고 부를까요? 역시 그게 더 좋겠죠? 언니!”
“…….”
유혜주가 눈을 찡그렸다.
초면에 살갑게 구는 홍수정이 껄끄러운 게 분명했다.
나 같아도 그럴 거다.
홍수정은 당장이라도 꽉 끌어안을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으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척.
안경을 고쳐 쓰며 한재임이 끼어들었다.
“일 얘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우리가 그렇게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니라서 말이죠.”
“좋은 생각이야.”
유혜주가 기다렸다는 듯 한재임의 말을 받았다.
옆에 서 있던 김서준을 쳐다보자, 그는 곧바로 마법 주머니에서 마호를 꺼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 보는 것일 마호는 아주 익숙한 형태였다.
“으응?”
“잘못 꺼낸 거 아닙니까?”
우리 남매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는 동안 한재임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마호를 꺼낸 김서준이 머쓱하게 웃고 대답했다.
“제대로 꺼낸 것 맞아요.”
“맞다고요…. 저게?”
“네. 물론, 이게 다는 아니지만요.”
“흠…?”
한재임은 김서준의 대답에도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녀석뿐만이 아니라 우리 남매도 그랬다.
왜냐하면, 김서준이 마호랍시고 꺼낸 물건은 어떻게 봐도,
“이거 안마기잖습니까?”
전신을 주무르고 누르고 두드리고 잡아당기는 안마의자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앉고 싶게 생긴 외형이어서, 난 그렇게 했다.
평소처럼.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절레절레 젓습니다.]새싹이가 보내온 메시지 너머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도희와 한재임은 못마땅한 듯 찌푸린 눈이고, 재이와 홍수정은 깜짝 놀란 듯 휘둥그레 했다.
유혜주는 날 빤히 바라보다가 김서준을 불렀다.
“김서준.”
“네.”
“방금 보였어?”
“…전혀요.”
“하…!”
유혜주가 헛웃음을 흘리더니 중얼거렸다.
“김서준이 보지 못할 속도로 움직여서 한 게 고작 마호에 앉는 거라니….”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놀라? 무기는 나보다 더 빠른데.”
“번개를 다루는 이무기랑 비교하는 게 맞아?”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고. 작동 좀 해봐.”
“뭐? 이 상태로는 아무 효과도 없는데?”
“웃기지 마. 이건 훌륭한 안마의자 역할을 할 거야. 내가 장담해.”
“…….”
내 장담을 믿지 못하는 걸까.
유혜주가 손가락으로는 날 가리키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쟤 뭐야?
그리 묻는 듯한 제스쳐에 김서준은 싱긋 웃으며 어깨만 으쓱했다.
이어 마호를 작동했다.
우웅…!
기계 소리가 낮게 울리더니,
“오. 오오….”
마호가 뒤로 젖혀지면서 다리 부분이 위로 올라왔다.
안마의자에 흔히 달린 무중력 상태다.
그 상태로 전신을 주무르고 누르고 두드리고 잡아당겼다.
“어이구, 시원하다….”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도희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유혜주를 노려봤다.
“역시 안마의자잖아요? 당신들 설마….”
“…김서준. 그것도 빨리 꺼내. 이러다 하얀 성녀님께서 죄 없는 사람을 잡겠어.”
“음. 굳이 따지자면 죄가 없지는 않-”
“시끄러워!”
유혜주가 소리치자 김서준이 쿡쿡 웃고 마법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돌이켜 보니, 김서준은 한재임의 말에 “이게 다는 아니지만요”라고 말했었다.
유혜주도 이 상태로는 아무 효과 없을 거라고 했었고.
쿵…!
김서준이 마법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은 부피가 꽤 큰 저장 탱크 같이 생겼고 높이는 1m 정도쯤 될 듯했다.
이어 기다란 호스를 꺼내 마호의 뒤쪽에 그것을 연결했다.
마호에 앉아 있었던지라 뒤쪽에서 연결하는 모습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탕.
유혜주가 연료 탱크처럼 생긴 것을 한 번 쳤다.
“여기에다가 영약이든 뭐든 채워 넣어.”
“뭐든? 아무거나 상관없는 겁니까?”
“그래. 그것들의 성질만 통일하면 말이야.”
얼음이면 얼음, 불이면 불.
속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군.
물론, 우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 새싹이가 있었으니까.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자랑스레 치켜듭니다!]새싹이 나뭇잎이나 이슬 같은 것들을 함께 넣으면 속성이 달라도 알아서 잘 융화될 것이다.
“시원해?”
옆에 다가온 재이가 물었다.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가 안마를 받고 있어서라고 생각했나 보다.
완전히 틀린 건 아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해. 안마의자 대용으로 써도 될 것 같아. 아. 너 앉을래?”
“…됐어. 그런 거면 잠들지도 몰라.”
저 몰골로 잘 생각이 없다는 소린가.
차례가 끝나면 재이를 앉히기로 한 후 유혜주를 바라봤다.
그녀는 나와 재이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에게 설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 영약은 좀 많아야 할 거야. 세네 개 분량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보장할 수 없거든.”
“얼마나 필요합니까?”
“아마… 최소한 이 탱크의 절반은 채워야 할걸.”
높이 1m짜리 저장 탱크의 절반이라….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양을 채워야 하네.
그냥 하나씩 차례차례 복용하는 게 더 나을지도?
한재임도 그리 생각했는지 유혜주에게 질문했다.
“그렇게나 많이 필요합니까?”
“한 개만 넣어도 효과 자체는 있어. 한, 60% 정도…?”
“…더 채워 넣을수록 퍼센티지가 증가하고요?”
“맞아. 내가 말한 절반 정도를 채우면 100%로 흡수할 수 있을 거야.”
“혹시 다 채우면 효과가 더 증가하나?”
궁금한 마음에 끼어들었다.
한재임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유혜주는 내 질문에 긍정했다.
“맞아. 다 채우면 120%까진 증가할 거야.”
“맞다잖아, 이-”
“정말입니까?”
한재임이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내 말을 토막 내서 불편했지만, 나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기에 그냥 넘겼다.
“정말 그럴 거예요.”
어라?
질문에 대답한 건 유혜주가 아니라 홍수정이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옮겨가는 게 보였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어쩐지 물건을 감정하는 홍수정을 쳐다볼 때의 내 표정 같은… 설마?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관리인의 추측이 정확하다고 전합니다.]홍수정도 참 대단하군.
잘 보이고 싶던 사람 앞에서 그 행동을 하다니.
“다 채워 넣고 이걸 작동하면, 언니가 말씀하신 대로 120%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홍수정은 설명했다.
설명 도중 혀로 핥는 소리가 몇 번 들려왔다.
“그리고… 속성만 단일하면 소유자의 속성은 문제가 되지 않겠는데요?”
“제법이네. 맞아. 불꽃 속성 영약으로 채워도 얼음 속성 소유자가 받아도 돼.”
“네? 그게 무슨?”
한재임이 믿지 못해 되물었다.
나도 놀라웠다.
세계수 나뭇잎을 넣으면 모를까.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게 정수기 역할을 해.”
“정수기?”
“영약에 담긴 속성 에너지를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로 바꾼다는 뜻이야.”
“무슨…!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그걸 내가 미쳤다고 말해줘?”
유혜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그녀는 우리에게 어떻게 정수기 역할을 하는 저장 탱크를 만들었는지 말해줄 의무가 없었다.
그런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우리 길드원 소속 아이템 메이커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난처한걸.
나도 궁금했는데.
“-라고, 평소였다면 말했겠지만… 이번엔 당신네한테 도움받은 거나 다름없으니 말해야겠네.”
“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사실, 저 저장 탱크는….”
저장 탱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