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32
휴식 2일 차.
한성은 길이현의 연락을 받고 나왔다.
길이현이 차를 대줬고 한성은 그 차를 타고 길이현이 있는 [무기공학연구소]로 이동했다. 같은 서울이라 오래 걸리진 않았다.
“요양······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곳까지 불러서 죄송합니다.”
한성은 뒤통수를 긁었다. 직접 그렇게 말했기에 민망했다. ‘요양’이라는 말을 17살이 쓰기엔 어색한 감이 있으니까.
“아니에요. 그래도 직함을 받았으면 할 일은 해야죠.”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것보다 얼굴이 엄청 잘생겨지셨네요. 피부만 엄청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아, 그런가요? 하하.”
매력이라는 능력치의 효과는 엄청났다. 이목구비 자체가 확 달라진 건 없다.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잘생겨졌다’고 느끼게 되니까.
“그것보다 첫 시제품이 나왔어요. 한 번 보시겠어요?”
길이현이 [속성 부여 킷] 하나를 꺼냈다. 주먹만 한 큐브다. 초록색인 걸 보아, 숲 관련 속성이 잠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괜찮게 만들어졌네요. 회로나 마법진은 똑같고. 디자인이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게 괜찮네요.”
“조금 신경 썼어요. 어차피 연구소에 월급 주는 디자이너들은 많으니까요. 아, 곧 대량생산에 들어갈 건데 예약 주문 넣은 곳들이 있어요.”
“빠르네요.”
“아무리 공개된 마법진과 회로라지만, 일단 이걸 뛰어넘는 효율을 보이진 못하니까요. 가장 안정적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웬만한 곳에선 저희에게 직접 구매하려고 해요.”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특허 침해로 만들어진 가짜 제품들하고, 특허 침해에서는 벗어났지만, 유사하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벌써 가짜가 만들어지는 판국이다. 효율이나 안정성이 최소 30%는 떨어지지만, 어떻게든 속성을 쉽게 부여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남는다는 것.
“상관없죠. 그 정도는.”
“······원하신다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활동해볼 생각입니다.”
“어차피 살 사람들은 다 살 거예요.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최고의 가격으로 판매하면 됩니다. 그리고 겨우 이런 거에 신경 쏟지 마세요.”
“네? 그래도 올해 예상 매출 2조 원에서 10%는 좀먹는 게 그런 가짜들인데······.”
“전 세계 시장을 다 먹을 것도 아니고, 우린 이걸로 먹을 만큼 먹고 빠지면 됩니다. 뭐 10%면······ 얼마 하지도 않네요.”
“······그런가요.”
길이현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지만, 한성은 확고했다.
한성은 시제품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다 대충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 봐야겠다.
“일단 연구소 구경해 보실까요?”
“좋죠. 아무리 하는 일 없는 명예 직위라지만, 가끔 와서 도와드리긴 해야죠.”
한성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길이현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가 속성 킷을 만들고 마력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각 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최소 몇 년에서 몇 십년 이상을 연구해 오던 것들이다.
한성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순 없었다.
“여기는 마력 충전석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큼지막한 유리 벽을 통해 연구실이 보였다. 수십 명의 연구원이 바쁘게 움직이며 충전석을 연구한다.
[마력 충전석]
아주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제품.
문제는 흡수율이 30%에 불과하고 흡수 속도, 변형 속도, 가공율 등이 현저하게 낮기에 상품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 기업에서는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몇몇 영웅들은 비상용으로만 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다.
“지금 제현 그룹에서 만드는 마력 충전석의 흡수율이 몇 퍼센트죠?”
“31.4%······입니다. 거기에 매년 1.3%씩 올리는 추세인데, 연구비만으로 4,000억 정도가 소모되죠. 솔직히 당장이라도 폐기하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당연히 그러고 싶겠지.
한성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보통은 안 되는 게 맞다.
31.4%라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효율이기에 연구소 곳곳에는 특급 기밀에 속하는 자료들이 널려있다.
하지만 길이현은 철저하게 저자세였다.
푸쉭.
문이 열리며 한성과 길이현이 들어가자 모든 연구원이 상체를 90도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한성은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니다 한 곳에 멈췄다. 그리고 가공 회로를 새기는 연구원에게 물었다.
“이쪽은 마력석에서 [가공] 부분을 맡는 곳이죠?”
“네? 아, 그렇습니다만······.”
대답하면서도 길이현의 눈치를 본다. 길이현이 살짝 끄덕여주자 그제야 대답했다.
“맞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가공 부분입니다.”
“으음, 그렇군요.”
“저기는 마력의 흡수고. 저기는 흡수한 마력을 몸속에서 사용할 수 있게 변형하는 부분. 그리고 저기는······ 가장 중요한 [추출] 회로를 구성하는 곳이군요.”
“네, 맞습니다.”
한성의 말에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한성 앞에 멈춰 섰다.
“안녕하십니까. 마력 충전석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호현 과장입니다. 혹시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40이 훌쩍 넘어 보이는데 17살짜리한테 이런 존댓말을 하는 것도 대단하다. 아무리 길이현이 데려온 사람이라지만,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길이현이 다가와 뭐라 말하려 했지만, 한성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그러자 이호현 과장은 만족스럽다는 듯 더 고개를 들고 한성을 바라봤다.
“네, 반갑네요. 음, 제 직책이······ 명예 수석 연구원이군요. 이름은 이한성이라고 합니다.”
“그 속성 제작 킷을 개발했다는 분이셨군요.”
“아시네요?”
“알다마다요. 굉장히 유명했죠. 저도 보긴 했습니다.”
“어떻던가요?”
한성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다. 굳이 놀리거나 골탕 먹일 생각도 전혀 없다. 하지만 상황이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17살인 후보생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회로를 구성한 게요. 하지만······.”
“네, 하지만요?”
“그렇다고 어떤 프로젝트든 이렇게 들어와서 방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길 상무님께서 데려오신 손님이라고 하더라도요.”
“방해라. 그렇군요.”
한성은 조금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내기 좋아하세요?”
“내기요?”
“네, 저랑 내기 한 번 하실래요?”
한성은 씨익 웃었고, 길이현과 이호현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똑같은 마력석으로, 누가 더 효율적인 마력 충전석을 만드는가.”
“네? 하하. 그게······.”
“어때요. 쫄리시나요?”
“에이, 그게 아니라. 저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이것만 하던 사람입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내기라면 어떤 걸 거시겠습니까?”
묘하게 길이현 눈치를 보던 이호현이었지만, 길이현의이 어느 정도 허락하자. 이참에 콧대를 눌러버리겠다는 심산인지 적극적으로 변했다.
또 재미있기도 할 거다.
마법사는 아니지만, 회로나 마법진을 만지는 사람은 지적 호승심이 무척이나 강하니까. 게다가 10년 동안 이 짓만 해왔으니 꽤 무료한 삶이기도 할 거다.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약속.”
“그걸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과 10억.”
“오호,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10억을······.”
“전 다른 걸 원합니다.”
“어떤 거죠?”
“이 내기를 튜브에 올릴 수 있는 초상권? 쉽게 한 번 출연해 달라는 거죠.”
한성은 이 내기를 카메라에 그대로 담을 거다. 지는 일은 없겠지만, 지면 못 올리는 거고 이기면 이기는 대로 올리면 된다.
이호현은 조금 난감하다는 듯 길이현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신, 회로나 주요 기밀은 절대로 알려지면 안 됩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이호현 과장은 아주 자신감이 넘쳤다.
당연하다. 이곳의 마력 충전석 효율은 정말 최상위니까. 거기에 이 모든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관리하던 총괄이다.
당연히 진다는 생각은 눈곱 정도도 없을 거다.
한성은 카메라를 세팅했다.
두 개의 책상을 두고 마력석을 하나씩 올려뒀다. 그리고 한성과 이호현이 나란히 섰다.
“시간은 10분. 누가 더 높은 효율을 지닌 마력 충전석을 만드느냐. 그 모든 심사는 이 효율 검사기에 넣어 스캔한 수치로 결정될 겁니다.”
길이현이 그렇게 말하자 한성과 이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분주하게 일하던 연구원 모두가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도 신기할 거다. 아무리 속성 킷을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만의 분야가 있는 거다.
당연히 한성이 이기지 못해야 정상인 내기. 하지만 그의 자신감은 이상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마력 충전석을 하나 만들기에 10분이라는 시간은 짧다.
이호현은 바로 시작했고, 한성은 카메라에 인사했다.
“자, 오늘의 제목은······.”
한성은 마력석을 마력으로 들어 올렸다. 눈과 눈 사이까지 끌어 올린 마력석에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만질 듯 말 듯 꼼지락거렸다.
찰칵.
“제현 그룹 연구소 도장 깨기 첫 번째, 마력 충전소 프로젝트!”
크으. 좋은 제목이다.
옆에서 회로를 구성하던 이호현과 앞에 있던 길이현이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지만, 관종은 이런 사소한 눈빛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한성은 바로 시작했다.
참고로 말하면 한성이 전 플레이 때, 52년이라는 시간을 이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50년 차에는 마력석의 98.5%의 효율을 뽑아냈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 뽐낼 수는 없다.
지금은 가볍게 40%만 만들어 준다.
그래도 지금 최고 기록보다 9% 정도 높다. 총 8년보다 조금 긴 시간. 그리고 3조2천억 원의 연구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왜 더 뽑을 수 있는 효율을 안 뽑냐고?
이번에 40%까지 만들고, 누군가 개량해 41%를 만들면 45%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때 또 누군가 46%를 만들면 50%를 만든다.
그래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한성의 ATM이 되어 주지 않겠는가.
둘은 거침없는 손길로 회로를 새겨넣고, 각종 마법을 발현해 마력석을 만졌다.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둘은 치열했다.
‘아, 천천히 하기 힘드네.’
하지만 한성은 정말 피곤했다.
손바닥으로 툭 쳐서, 마법진 몇 개 넣어주면 나오는 게 40%의 효율이다. 한성의 손으로 10분을 정성 들인다면? 곧바로 90% 이상의 효율이 나온다.
온 힘을 다하는 것보다, 살살하는 게 힘들었다.
탁.
10분이 다 되었을 때, 이호현이 완성된 충전석을 책상에 올려 두었다. 그와 동시에, 한성도 완성된 마력 충전석을 올렸다.
“시간이 끝났습니다.”
겉으로 생긴 건 다를 게 없다. 한성의 충전석이 더 투박해 보일 뿐.
길이현은 직접 두 개의 충전석을 효율 스캐너에 넣었다.
“먼저, 이호현 과장님 충전석.”
– [마력 충전석 효율]
– 가공 효율 : 25.5%
– 흡수 효율 : 40.5%
– 변형 효율 : 27.3%
– 오차 범위 : 3%
– 총 효율 : 31.9%
“와아아!”
“과장님 대박! 저희 최고 효율을 또 올렸어요!”
“대박, 0.5%면 거의 반년 치 연구 기간인데.”
이호현은 뿌듯해했고 길이현도 대단하다는 듯 박수를 쳤다. 한성도 꽤 놀랐다. 이런 자리에서 0.5%씩이나 되는 효율을 올리다니.
역시 이런 대기업 과장인 이유가 있었다.
“그럼······ 다음은 이한성씨의 충전석입니다.”
길이현은 본인이 더욱 긴장했다.
여기서 한성이 이길 리 없다고 생각하기에 진 이후의 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차라리 여기서 내기를 무산하는 게 낫지 않을까?
길이현은 거기까지 생각했지만, 한성의 자신감 뚝뚝 떨어지는 시선에 스캐너 버튼을 눌렀다.
– [마력 충전석 효율]
– 가공 효율 : 43.5%
– 흡수 효율 : 53.5%
– 변형 효율 : 42.3%
– 오차 범위 : 0.1%
– 총 효율 : 45.9%
“······.”
정적이 흘렀다.
연구원은 물론이고, 이호현과 길이현까지 멍하니 효율 수치와 한성을 번갈아 보는 게 전부였다.
그때 한성이 침묵을 깼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요.”
이건 진심이었다.
“기, 기계가 조금 이상한 거 아닐까요?”
어떤 연구원이 그렇게 말했다.
길이현은 그 말에 멍한 상태로 스캐너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 [마력 충전석 효율]
– 가공 효율 : 44.5%
– 흡수 효율 : 54.5%
– 변형 효율 : 44.3%
– 오차 범위 : 0.1%
– 총 효율 : 47.9%
두 번째는 더 올라 있었다.
경악에 빠진 길이현은 스캐너 버튼은 세 번 정도 더 눌렀고 그걸 바라보던 이호현은 다른 기계에도 넣어 스캔해 봤다.
하지만 47.9%라는 수치는 고정이었다.
이건 명백하게 한성의 계산 착오다. 40% 정도에 맞추려 했는데,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크흠. 내기는 내가 이긴 거죠?”
“······그, 그런 거 같군요.”
이호현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한성은 조용한 연구원을 배경을 두고 카메라를 봤다. 살짝 고개를 돌리고 손을 편하게 편 뒤 미간에 살포시 얹었다. 역시 얼굴이 잘생겨지니 그림도 나온다.
“오늘도······.”
씨익. 건방지게 웃는다.
이런 게 바로 자연스러운 허세.
가진 바 능력에서 뿜어지는 자신감!
“간지가 폭발한다.”
여기서 폭죽 이펙트 몇 개면 끝난다.
부제로 [제현 그룹, 마력 충전석 상용화에 성공하다.(내 덕분에)] 이런 텍스트를 섬네일에 넣어주면 최고다. 47%라는 수치는 당장이라도 상용화 가능한 수치니까.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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